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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the Time(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Before the Time
"세브."
도서관 책상 맞은편에 앉아있던 릴리가 세베루스를 불렀다. 연신 숙제와 그녀를 번갈아가며 훔쳐보고 있던 세베루스가 죄를 지은 사람마냥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응? 왜……왜?"
"유안 교수님과 퀸 교수님한테 받는 수업은 어때?"
"뭐……."
세베루스가 말끝을 흐렸다. 새로 오신 두 마법약 교수님의 특별 수업을 떠오르자 그의 얼굴이 오묘하게 변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형이나 아버지나 친척 같은 어떠한 혈연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나이를 먹고 난 후의 모습이 그렇게 생겼지 않을까 싶은 세바스찬 유안 교수님의 수업은 딱딱하긴 했지만 감탄과 존경 그 자체였다.
빈틈없는 이론,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 각종 재료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응용 능력. 포션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 넘은 것 같은 그의 수준은 세베루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게다가 둘의 성격이 비슷하여 서로 큰 불편함 없이 할 말만 하는 그야말로 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가끔씩 유안 교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예를 들어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 '항상 말조심해라.' '자주 씻어라.' '지나고 보면 그것이 고생할 원인이 될 것이다.' '마음고생 심하게 한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누군가에게 공격받는다.' 같은.
물론 세베루스는 몇 십년간 축적된 것 같은 지혜가 담긴 그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릴리아나 퀸 교수님 역시 유안 교수님의 실력을 그대로 전수받은 것 같은 해박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었지만…….
세베루스가 입안 여린 살을 깨물며 변해가려는 표정을 감췄다. 귓가에 퀸 교수의 목소리가 맴도는 듯 했다. 언제나 싱긋 웃으며 '스네이프 군.' '스네이프 학생.'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듯 '세베루스.'
"……무난해."
세베루스는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대신 무난함을 내보였다. 릴리가 그게 뭐냐는 듯이 씩 웃었다. 그 역시 그 웃음에 맞춰 어정쩡하게 미소를 지어보이자 키득거리던 릴리는 다시 숙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릴리의 붉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세베루스가 다시 자신의 숙제로 고개를 돌렸지만 퀸 교수와 함께했던 마법약 특별 수업시간이 떠오르는 듯 했다.
"와! 벌써 다 만든 거니?"
마지 못한다는 듯 세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아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놀라워했다. 한 손에는 어린 세베루스가 제출한 새로운 마법약 제조 과정에 대한 방법과 이론이 적힌 보고서를 들고 한장 한장 확인하던 릴리아나가 세베루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대단해!"
릴리아나의 반응에 세베루스의 얼굴이 불쾌하다는 듯이 굳었지만 이내 무표정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릴리아나가 돌려주는 보고서를 받은 세베루스가 보고서 위에 떡 하니 그려진 '참 잘했어요 O' 라는 글자에 표정이 더욱 딱딱해졌다. 심지어 O 안에는 :)까지 그려져 있었다.
"……이게……뭡니까?"
"응? 특출함(Outstanding)."
앞에 계시는 여교수님의 태연한 태도에 세베루스는 할 말을 잃은 듯 귀엽게 미소 짓고 있는 O 안의 :)를 바라보았다.
세베루스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젓더니 숙제로 시선을 내렸다. 켈피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릴리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그 교수를 항상 세베루스는 헷갈렸는데, 마주칠 때마다, 수업시간마다 늘 한결같은 표정을 짓는 여교수는 역시 자신을 우습게보고 비웃는 것을 보고 릴리가 아님을 구별했다. 릴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마치 릴리가 세베루스를 비웃는 것 같아 더욱 불쾌했다.
오해의 골은 깊어진 채로 호그와트는 점점 푸르러지게, 또 덥게 변해갔다. O. W. L. 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스네이프와 릴리아나가 1976년도에 온지 몇 달이 지났지만, 덤블도어는 아직도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머리끝까지 화가 난 스네이프가 포효하듯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를 부르며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리핀도르에 100점 감점과 졸업할 때까지 베껴 쓰기 벌과 머글식 화장실 청소 벌을 받을 줄 알라며 길길이 날뛰어 릴리아나가 진정하라며 달래주는 소소한 사건들을 겪으며 O. W. L. 이 있는 6월은 점점 가까워졌다.
1996년이던, 1976년이던 O. W. L. 이 다가오는 풍경은 비슷했다. 선생님들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았고, 수업은 주로 시험에 가장 잘 나올 것 같은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항상 중얼거리고 다니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으며, 천하의 마루더즈들도 이때만큼은 조용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O. W. L. 시험의 어느 과목의 감독을 맡을지에 대한 제비뽑기가 있었다. 릴리아나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표준 마법사 수준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세브, 원래 이 시험 감독은 누가 맡았어요?"
"……플리트윅 교수님."
스네이프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그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아픈 사람처럼 변해갔는데, 지금 스네이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것을 참는 듯이 릴리아나의 어깨를 꽉 붙잡고 있었다.
"당신 괜찮아요? 아파 보여요. 계속 아파보였는데 오늘은 더 심해 보여요."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동문서답이었다.
"아나."
"네?"
"……내가 당신을, 당신만을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갑자기 뭐예요."
릴리아나가 재미있다는 듯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으나 스네이프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마침내 O. W. L. 이 시작되었다. 릴리아나는 수백 개가 넘는 작은 책상들이 같은 방향으로 줄지어져 있는 대연회장의 앞에서 학생들이 고개를 숙인 채, 양피지 위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대연회장 안에는 깃펜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이따금씩 양피지를 바로잡기 위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높은 창문을 통해서 흘러 들어온 햇살이 학생들의 머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환한 햇살을 받은 학생들의 머리가 밤색과 회색, 황금색으로 제각기 빛났다. 시간을 확인하며 책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릴리아나가 막 제임스 포터의 옆 책상을 지나가며 외쳤다.
"오 분 남았다!"
그녀의 말에 제임스가 크게 하품을 하고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 바람에 그러지 않아도 헝클어진 머리가 더욱 엉망이 되었다. 그는 릴리아나의 쪽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의자에서 몸을 돌려서 뒤로 네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시리우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시리우스는 제임스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릴리아나는 시험에 온통 집중을 쏟고 있는 창백하고 야윈 리무스 루핀의 옆을 지나-그는 깃펜 끝으로 턱을 긁으며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답안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초조한 듯이 손톱을 물어뜯고 발끝을 연신 바닥에 비벼 대면서 옆 자리 친구의 시험지를 힐끗힐끗 훔쳐보고 있는 피터 패티그루를 지나 깨알같이 작고 촘촘한 글씨로 다른 학생들보다 최소 30cm는 더 쓴 세베루스의 곁을 지나갔다. 세베루스의 손은 양피지 위를 거의 날아다니고 있었다. 다시 대연회장의 앞으로 돌아온 릴리아나는 시계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외쳤다.
"깃펜을 내려놓아라! 스테빈스,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양피지를 걷는 동안, 모두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으렴. 아씨오!"
수백 개의 양피지 두루마리가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두 팔을 활짝 벌린 릴리아나의 품 안으로 일제히 떨어졌다.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릴리아나가 넘어질 듯이 휘청거리자 몇몇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학생 두 명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릴리아나의 팔을 붙잡아주었다.
"고맙다……고마워."
릴리아나가 숨을 헐떡거렸다.
"자, 그럼. 모두들 그만 나가도 좋아요!"
학생들이 일제히 우르르 일어났다. 의자가 끌리고 짐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속삭이는 소리가 합쳐져 대연회장이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세베루스는 여전히 시험지에 정신을 빼앗긴 채, 현관 복도로 나가는 문을 향하여 앙상한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이고서 씰룩씰룩 걸어가며 책상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수백 개의 양피지 두루마리를 정리한 릴리아나가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 차 다시 한 번 소환마법을 썼다. 모두 제대로 소환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지팡이 끝으로 제일 위에 있는 양피지 두루마리를 톡톡 두들겼다. 그러자 양피지 두루마리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종이로 꽁꽁 사매지더니 사라져버렸다.
오랜 시간동안 책상 사이를 걸어 다니느라 피곤한 다리를 손으로 툭툭 두들기던 릴리아나가 기지개를 쭉 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의 시선이 대연회장 밖 너도밤나무로 향했다.
루핀은 책을 읽고 있었고, 시리우스는 다소 거만하고 권태로워 보였지만, 그래도 역시 너무나 잘생긴 얼굴로 잔디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제임스는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인지 몇 센티미터쯤 도망치던 스니치를 잽싸게 붙잡고 있었다. 한편 웜테일은 넋을 잃고 제임스를 바라보다가, 그가 특별히 어렵게 스니치를 잡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제임스의 순발력은 놀랄 정도라 릴리아나는 그가 해리의 아버지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평화로운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들의 근처에서 세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 속에 시험지를 집어 놓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순식간에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의 불안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 시리우스와 제임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세베루스에게로 다가갔다. 루핀은 아직도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한곳에 머물러 꼼짝도 하지 않았고 양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웜테일은 뭔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시리우스와 제임스, 그리고 세베루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때, 스니벨루스?"
제임스가 어찌나 큰 소리로 외쳤는지 대연회장에 있던 릴리아나에게도 그 목소리가 들렸다. 세베루스는 마치 항상 공격을 당하리라 예상하고 있던 사람처럼 재빨리 동작을 취했다, 황급히 가방을 내던진 세베루스가 망토 속에 손을 집어넣고 지팡이를 반쯤 꺼내는 순간, 제임스가 소리쳤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세베루스의 지팡이가 허공으로 3.5미터쯤 날아가서 잔디밭 위에 콩 하고 떨어졌다. 시리우스는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임페디멘타!"
시리우스는 세베루스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주문을 외쳤다. 자신의 지팡이가 떨어진 쪽으로 몸을 날리던 세베루스는 그만 나자빠졌다. 릴리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거의 뛰다시피 대연회장을 빠져나가 너도밤나무가 있는 호숫가를 향해 뛰어갔다.
"시험은 어땠냐, 스니벨리?"
제임스가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이 녀석 하는 꼴을 지켜봤는데, 코를 완전히 시험지에 처박고 있더군."
시리우스가 심술궂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시험지 위로 온통 머리 기름이 떨어져서 아마 한 글자도 못 알아볼 거야."
몸을 일으키려고 애를 썼지만, 아직도 주문의 효력이 남아 있어서 마치 보이지 않는 밧줄에 묶인 사람처럼 버둥거리고 있는 세베루스의 모습에 릴리아나가 당장 그만두라며 외치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달려가는 그녀의 팔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 바람에 거의 넘어질 뻔할 릴리아나가 휘청거리다 겨우 균형을 잡고 그녀를 붙잡은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세브?"
릴리아나가 숨을 헐떡이며 의아하게 남편을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어두운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듯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다시 호그와트 안으로 데려가려는 듯 그녀를 이끌었다.
"세브! 지금 뭐하는 거예요! 말려야……."
"아니."
스네이프가 심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가만히 있어, 아나."
============================ 작품 후기 ============================
역시 스네아나는 엇갈리는 맛이죠. 선추코는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아나의 생일입니다. 릴리아나 생일 축하해![12:00 am(한국11/2), 3:00 pm(영국11/1)] 작품 공지에 대략적인 외전 목록이 쓰여져 있습니다. 외전만 300키바 나올 것 같습니다ㅠㅜ조알 연재 약 30화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영혼이 갈려버렸다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