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존나센가문의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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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입학신청은반려되었습니다.-
카일은 몇 번이고 그 신청서를 보고 또 봤다.
혹시 숨겨진 뭔가 있지 않을까? 불에 대보거나, 물에 넣거나.
그렇게 하면 ‘짜잔! 사실은 합격입니다!’ 라고 쓰여 있을 수도.
‘되겠냐.’
행복 회로 돌리는 것도 딱 거기까지 였다.
애당초 아카데미 입학건은 제국 교육성이 담당한다.
장관이 배정되어 있는 기관에서 맡는다는 거다.
그런 곳에서 이딴 장난질을 친다?
시 간 참 많이 남는가보다, 하고 바로 황실에 서 사람을 보낼 거다.
이후로는 말단이고 장관이고 피 터지게 털리는 거고.
“시발.”
아직 신청 기간이 남아있다. 한 번 정도는 더 넣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성은 또 다시 신청을 반려할 것이다.
‘도대체 왜그랬어요,누님.’
아버지를 빼닮은 형조차 아카데미를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해서 그보다는 훨 씬 더 유한 누나도 졸업할 수 있다고 여 겼다.
그러나그녀가 입학하고 정확히 1년 후.
-카일.-
- 네, 형님.-
-누이좀 데리러 가야겠다.-
- 아카데미에 있는누님을왜요? -
- 쫓겨났단다.-
- …예? -
- 아카데 미를 반파시 켰다는군. -
카일은 생각했다. 혹시 아카데미가 단칸방인가?
나무 판자로지어져서 주먹 한대만 날려도무너지나?
아닐 텐데. 오히려 어지간한도시 하나보다도 더 크다고 들었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말은 절대 아니었다.
- •••그거 엄청 큰일 아닙니까?-
- 큰일이지.-
- 그런데 엄청 태평하시네요.-
- 누이 탓은 아니다.-
-어째서요? -
- 몇몇 학생이 누이를 도발했다고하더구나. 야만족이라고. -
제국은 거대하다. 그 거대한 영토는 시작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몇 백 년에 걸친 정복 사업, 그리고 영토 확장.
그 속에서 사라진 자도 있고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자도 있다.
카일이 속한 존 나센 가문은 그 남은 자들의 흔적 이 었다.
북쪽 가장끄트머리에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부족.
천 여 명도 안되는 이들이 제국을 상대로 虩년을 버텼다.
그들의 전투력에 기가 질린 제국은 결국 유화 정책을 썼다.
너희가 강하다는 거 알았으니까 이쯤 하고 밑으로 들어오라고.
그리 하여 30여 년 전, 제국 밑으로 들어온 북쪽 부족이 바로 지금의 존 나 센 남작가다.
전투종족, 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을 얻은 채로 말이다.
- 형님.얛
- 왜그러느냐.-
- 우리 가문 사람들, 야만족이 라는 말에 반응 안 하잖아요? -
- 그렇지.-
- 헌데 누님이 왜 그런 짓을…. -
- 그 앞에 ‘약한’ 이라는 말을 붙였다고 한다. -
- 아. -
전투종족 그 자체 인 존 나센 사람들에게 약하다는 말은 ‘금기’ 다.
그 금기를 어긴다면, 손에 돌 하나를 쥐 어주어도 제국 전체와 싸울 거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부상자가 있기는 했지만 사망자는 없는 게 천운.
물론 아카데 미 일대가 폭삭 내 려앉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제국 재무성은 난리가 났고, 교육성은 쩔쩔 맸다.
존 나센 남작가의 장녀를 방출하는 것으로 일단락 했지만.
이미 그전투종족에 대한 반감과공포는 아카데미 벽돌에 새겨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연좌제를 써먹어? 이건 선 넘었지.’
억울하다,존나게 억울한데 방법이 없다.
일단 항의를 하자니 누이의 죄 가 명백하다.
아카데 미는 황실 직할령으로 어느 귀족도 간섭할 수 없다.
그곳에서 단순 ‘폭력’ 사태도 아니고 ‘폭파’ 사태를 벌였으니.
그나마이유가 정상참작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카일. 상체 시간이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형이 오늘의 일과를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지옥에서 올라온 트레이너가 아닐까, 생각하며.
카일은 재빠르게 생존 전략 122번으로 들어갔다.
“콜록,콜록.형님.제가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플 때는 몸을 굴리 면 금방 낫는다.”
너무 성의 없는 개소리 인데 차마 뭐 라 하지는 못 했다.
결국 카일은 또다시 수련장에 끌려가서 쇠질을해야만 했다.
1 크헉! 헉! 게헥!
“이 것 봐라. 기침도 안 하고 금방 좋아지 지 않느냐.”
좋아지긴 개뿔. 살려고 발버둥친 거다.
이러다가 바벨에 깔려 뒈질까 무서워서 !
그래도 동생 이라고 하체는 봐주겠단다.
이거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와야하려나 싶다.
“큰일이구나.우리 막내. 이렇게 야위어서 어쩌니.”
지옥에서 벗어나식사를하는데, 옆에 있던 남작부인이 다가왔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카일의 팔을 만지작거린다.
이렇게만 보면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평범함 어머니다.
하지만 속은 건장한 장정 대여섯 정도는 단번에 압도할 실력을 지닌 강자 다.
‘정상인이 없다. 정상인이 없어.’
분명 자신은 로맨스 소설에 빙의했는데, 왜 이러고 있단 말인가.
차라리 그 흔한 망나니로 빙의했다면 갱생해서 여자라도 만날 텐데.
하필이면 북쪽 끄트머리의 전투종족 막내가 되었다니 !
이 건 아니 다. 탈출하자. 탈출해 야만 한다.
장밋빛 미래 만이 가득한 세 계관에 서 연애 가 아닌 쇠 질만 해 야 한다.
빙의 한 것도 억 울한데 그 정도 되 면 피 토하고 죽을 지 경 이 다.
‘마지막 수가 남았다.’
다음 주에 변경백 이 존 나센 남작령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제국에서도손에 꼽히는 무가로 황실의 충성스러운검이 자방패인 곳.
듣기로는 그 변경백이 아카데미 입학에 대한 추천장을 쥐고 있다고 했다.
황실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추천장은 어지간해서는 받아들여진다.
그 귀한 것이 한 장도 아니고 두 장도 아니고, 자그마치 세 장이다!
천국행 티켓이 세 장. 그 중 하나는 무조건 타내 야 한다!’
마침 딱 이 시기에 첫 번째 커플이 그추천권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방랑검 사 이 안, 그리고 마녀 티 샤가 바로 그들이 다.
카일이 기억하기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녀 하나씩이 아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한 쌍 이상의 커플.
출신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그들이 전부 주인공이 라는 점이 다.
누가 누구랑 이어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무료분만 대충 찍먹하고 바로 열람 기록을 삭제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안과 티샤가변경백 덕에 아카데미에 간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광명 가득한 아카데미 라이프를 즐긴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 발만 걸치면 나도 같이 아카데미로 갈수 있다는 거지.’
이 무식한쇠질 대신 연애를 할수 있다.
로맨스 소설에서 연애를 안하면 그건 시체나 다름없다!
그리고 모든 연애는 응당 아카데미에서 시 작되는 법 !
젖과꿀이 흐르는 땅! 엘도라도! 그래, 그곳이 아카데미다!
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집안 분위 기는 살펴야 한다.
제아무리 추천권이 있다고 해도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그때는 얌전히 남작가에 틀어박혀서 바벨이나 들어야 한다.
“아버지. 카일입니다.”
“들어오너라.”
문을 열고 들어선 카일은, 그냥 이대로 나가고 싶었다.
“무슨일이더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들이 반갑게 카일을 맞이한다.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이 방의 주인은 바벨을 다루는 데에 정신이 없었다.
이대로뒷덜미를붙잡혀 ‘같이 한세트조지자꾸나.’ 라고하는 건 아닐까. 진심으로 두려워진 카일은 얼른 본론을 꺼 내놓았다.
“제국 아카데미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말해 무엇 하겠느냐. 약골들의 놀이터지.”
후우, 숨을 내뱉으며 들어 올렸던 바벨을 가볍게 내려놓는다.
높이가그리 높지 않았는데 ‘쿵!’ 하고바닥이 잘게 떨린다.
저게 사람이야, 몬스터야. 카일의 몸도 잘게 떨렸다.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것이냐. 카일.”
카일의 아버지이자남작가의 주인,다곤존나센.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제 막내 를 바라보았다.
물론 카일이 보기에는 ‘헛소리 할 시간에 같이 상체나 하자꾸나.’ 라는 미 소밖에 보이지 않았지 만 말이 다.
“아카데미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거라생각했다.
해서 카일은 바로 그 다음 말까지 내놓으려 했다.
“마음대로 하거라.”
“저는… 예?”
“네 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했다.”
“•••정말요?”
기껏 준비한 말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어어, 하고 멍하니 서있는데 다곤 남작이 말한다.
“그런데 가능은하겠느냐? 제국 아카데미에서 받아줄 리가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는생각이 있습니다.”
“허면 되었다. 알아서 하거라.”
거 기까지 말한 다곤 남작은 다시 바벨을 붙잡았다.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듯.
“카일.”
“예,아버지.”
“중량원판좀 더 끼워주겠느냐?”
방금 들던 무게도 엄청났던 것 같은데.
카일은 낑낑대며 중량원판을 하나씩 더 달아주었다.
“더
다시 원판을 하나씩 더 끼웠다.
“더
“…안무거우세요?”
“무겁지.
“그런데 더 달라고요?”
“그 무게를 이겨내는 것이 바로 존 나센이다.”
과거, 제국이 고작천 여 명의 이곳 사람들에게 왜 그리 고전했는지.
카일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널
“마음대로 하렴.”
카일의 어머니, 마리아 남작 부인도 바로 허락해주었다.
“그런데 카일. 가능하겠니? 네 누나가 벌인 일이 있는데.”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막내가 똑똑하긴 하지. 이 엄마는 막내를믿어요.”
온화한 미소를 지은 남작 부인은 가볍게 주먹을 내 리꽂았다.
콰지직!!—
그리도 단단하던 나무 원목이 두 조각이 난다.
날이 선 도끼로도 잘쪼개지지 않던 것이 그대로 이승 하직했다.
어릴 적 말을 잘들어서 다행이다.
형은 말을 안 듣다가 어머니께 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다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직도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