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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9화 (9/318)

<9화 >시작부터 꼬이는 게 국를

“공녀님! 공녀님!”

“유모? 갑자기 왜 그래요.”

“소식 들으셨나요?”

“무슨 소식이요?”

“둘째 도련님께서 다치셔서 본가로복귀한다고하네요!”

유모의 입 에 서 제 둘째 오라비 가 집 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순간.

엘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설마?’ 하는 생각이 싹텄다.

이미 첫째 오빠는온갖 말썽을 부린 끝에 후계 다툼에서 탈락했다.

이제 남은 상대는 둘째 오빠였는데, 그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아카데미에 재학하며 자신의 능력을 뽐낸다고 들었다.

얼마 후면 엘가 본인도 제국 아카데 미 에 입학할 터 인데 .

이미 둘째 오빠가 리토리오의 모든 기대감을 독차지하면 곤란했다.

‘그런데 그 인간이, 다쳐서 집으로 돌아온다고?’

대체 얼마나 다쳤기에 아카데미까지 포기하고 돌아온 건지.

그에 대한 궁금증은 머지 않아서 풀리게 되 었다.

“으으으 미, 미친…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둘째 오빠의 몸 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오히려 훨씬 더 괜찮았다.

문제는, 이상하게 망가진 그의 정신 상태.

뭔가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소견이었다.

원인은 그 전에 있었던 한 여학생의 아카데미 반파 사건이었단다.

당장 일을 벌인 가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어디 다친 것도 아니고, 겉보기 그저 겁을 먹고서 떨고 있는모습이 다.

무엇보다 원흉을 제공한 이들 중 하나가 하필 그 리토리오의 둘째였다.

대공가의 자제로서 저급한 말을 입에 담기까지 했단다.

괜히 그 일에 대해 언급을 했다가되레 가문의 명예에만 먹칠을 할수도 있다.

« ” • • •

이미 첫째를 탈락시키며 어그러진 후계 구도다.

그리고 리토리오의 주인, 아이아스 멘타인 데 리토리오는 철저한 능력주 의자다.

첫째라고 하여, 혹은 남아라고 하여 대공 자리를 물려줄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 이제 그도다른고민을하는게 당연했다.

“엘가.”

“네,아버지.”

“아카데미에 입학하거라.그리고 너 스스로를증명해 보거라.”

“그 말씀은….

“내 가 널 선택해 야 하는 이유를, 너 스스로 만들어 보라는 뜻이 다.”

대공의 말에, 엘가는 차오르는 환희를 겨우 억눌렀다.

자신에게도 마침내 기회 가 주어진 것이다.

이 거대한대공가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기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엘가는 그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잘해낼 수 있을까.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존 나센 남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 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 만, 혹 아예 기회 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존 나센의 사람을 만나면 꼭 말해주고 싶었다.

내 가 당신들 덕분에,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엘가는 그 말을 할 상대방과 조우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가기회를 잡았거든요.”

•••이건 도대체 뭔 소리 야. 무슨 기회를 잡았다는 건데.

알아듣게 말을 해야 고개를 끄덕이든 맞장구를 치든 한다.

지금처럼 밑도끝도 없이 저러면 뭐 어쩌라는 건지.

“아. 네. 축하드립니다. 공녀님. 그런데, 무슨기회를 잡으셨다는 건지.” 그러자 엘가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싱긋 미소를 짓는다.

“몰라도 돼요.”

“•••예?”

“혹시 궁금해요?”

당연히 궁금하지 . 그러면 안 궁금할 수가 있나.

무엇이 되었든 일단 일의 내막좀 알아보려고 하는데.

“궁금해요? 궁금하다면, 알려줄 수도 있는데.”

얼굴의 솜털까지 다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사교계의 꽃이라더니, 확실히 예쁘긴 예쁘구나.

그런데 왜 자꾸 점점 다가오는 거지.부담스럽게.

문득 카일은 이상한 느낌 이 들어 눈앞의 엘가를 살폈다.

‘•••얼씨구. 이것 보소?’

어쩐지 처음본 남자한테 왜 이리 과하게 들이대나싶었다.

분명 대화는 자신과 나누고 있는데, 아주 조금씩이지만 뒤로 곁눈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서있는 이는 공녀의 소꿉친구, 레토였다.

‘뭔데. 질투심 유발 작전이야? 아니면 관심 유도?’

소꿉친구 국룰, 한쪽이 이성으로 보려고 해도, 다른 한쪽은 친구로만 본다

그걸 어떻게든 타파하고자 때로는 일부러 경쟁심을 유발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저도모르게 표정이 굳어진다.

눈앞의 이 여자, 엘가공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

차라리 다른 부분이라면 대충 이해를 하고 넘어가주겠는데 .

다른 것도 아니고 연애 사업에 끌어들이고 있는중이다? 이건 선 넘었지. 시발.

확 불쾌한 기분이 든 카일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아뇨.”

“•••네?”

“전혀.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어…?”

“남의 사정을 알아봤자좋은 건 없으니까요.”

예상치 못 한 반응이 었던 것일까. 엘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정말로 안 궁금해요?”

“네.안 궁금합니다.”

그러자 엘가가 다시 카일의 앞으로 다가선다.

이번에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오로지 카일만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안궁금해요? 내가무슨 말을 할지?” “정말로, 정말로 안 궁금합니다. 엘가 공녀님.”

이제 그만하자는 듯 딱 잘라내는 카일의 대답.

그에 엘가가 저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입을 열려는 찰나.

“카일! 여기 있었네요?!”

뒤에서 티샤가 카일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티 샤?”

“아까 나왔다고 했는데 안보여서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분은누구….”

그리 말하며 티 샤가 카일의 옆으로 다가오는 순간.

두 여인의 눈동자가허공에서 날카롭게 얽혔다.

« ” …

« ” …-

아마 효과음이 있었다면 분명히 파지직 ! 하지는 않았을까.

거 기 에 특수 효과도 있었다면 새 파란 전류도 좀 흐르고 말이 다.

« ” …-

두 여인의 이유를 알수 없는 기 싸움이 조금 더 진행되 었다.

그러다 먼저 물러난 쪽은 엘가 공녀 였다.

“… 레토.”

“네,공녀님.”

“이만 가죠. 그리고 그 공녀 호칭은 떼라고 했잖아요? 여기서는 똑같은 학 생일뿐이라고.”

“아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더 주의를….”

엘가는 휙 ! 소리 가 날 정도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레토를 지 나쳐 자신이 왔던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그러면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여러분.”

카일과 티샤에 게 인사를 한 후, 레토가 뒤를 따른다.

이후두 남녀는 건물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에요, 저 이상한 여자? 사람을뭐 저리 기분 나쁘게 본담?”

“엘가블레스데 리토리오.”

“네?”

“리토리오 대공가의 적녀 . 그러니 까 고귀 하신 공녀님 이 라는 거 예요. 티 샤. ”

카일의 말에 티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게, 혹 누가 없나 살피는 모양새 였다.

추천장 하나가 전부인 자신이, 제국 대공가 적녀의 흉을 보았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어,음. 방금 한 말은 잊어요. 그 이상한 여자라는 말. 알겠죠?”

“티샤가 무슨 말 했나요? 전 아무 기 억도 안 나는데.”

재치 있는 카일의 대답에 티샤가프흣! 하고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 그 이 안이 라는 검 사보다 훨 씬 낫다는 생 각과 함께 말이 다.

« ” • • •

가던 길을 멈추고, 엘가는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보랏빛 머리를 한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카일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그냥 자신에 대한 레토의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서.

아주 조금의 질투심 이라도 좋으니 무슨 변화가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레토는 여전히 눈치 없이 행동하는 게 전부였다.

오히려 그 와중에, 카일이 라는 저 남자가 제 관심을 끌었다.

카일존 나센.’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는 못 했다. 아직도 부딪친 어깨가 얼얼하다.

하지만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모습은, 봐줄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토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 너무 많았다.

- 아뇨.

- 전혀.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 남의 사정을 알아봤자 좋은 건 없으니까요.

남자의 입술 너머에서 들려오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깊이 침잠한눈동자하며.

거 기 에 옷으로도 다 가리 지 못 하는 탄탄한 몸까지.

그가 제 관심 바깥으로 멀어지려 하자 순간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정은, 갑자기 웬 여자가 옆에 다가온 순간 더욱 커졌다.

분명히 시작은 레토의 질투를유발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는데.

왜 정작 질투라는 감정이 제 마음에서 일어난 것인지.

‘•••미쳤나. 갑자기 왜이래.’

짝!—

가볍게 제 두 볼을 두드려본다.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뒤에 서있는 레토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지켜준 소꿉친구가 유일하단 말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데 사실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공녀… 엘가님.무슨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그걸 몰라서 물어 嘗 바로 네 가 문제 야, 레토.

너의 그 너무나도 둔한 감정이 문제라고. 이 답답아.

엘 가는 당장 레 토의 목을 조르고 싶은 심 정 이 었다.

그렇게나 틈을 보여주고 한 번 다가오라고 했음에도.

레토는 끝내 친구의 선도, 호위의 선도 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상대방이 자꾸만 밀어낸다면.

언젠가는 그 마음이 꺾 이고,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 었다.

‘멍청아. 이러면 나도 어디로 마음이 샐지 모른다고.’ 그리 생 각하며 엘가는 조금 전 마주했던 카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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