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27화 > 무료 분이 끝났다. 이제부터 본편인데
전승절은 제국에서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행사 중 하나다.
평민들에게도, 귀족들에게도, 모두가 똑같이 즐거운 날이다.
하여 이 날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축제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날에 데이트를 나서는 연인들이 많은 것이야 당연지사.
그리고 연인들이 많다는 건, 공공연한 애정행각도 사방에서 발생한다는 뜻이 된다.
‘저 기 는 팔짱에,뒤쪽은 껴안고… 와. 여기서 대놓고 키 스까지 …?’
자신은 그리 보수적 이 지 않은 사람이 라고, 티샤는 그리 생 각한다.
그럼에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각 연인들의 애정행각에 티샤는 눈 둘 곳을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 각. 저 기 있는 여 인들만큼 나도 예쁠까?
저도모르게 자신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입은옷을 확인하게 된다.
굉 장히 신경을 써서 차려입고 나왔는데 . 평소 안 하던 화장도 했는데.
저기 있는 여인들을 보니 옷이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하고, 화장도 별로인 것같다.
카일이 예쁘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 라고 되뇌다가도 그의 성격에 남에 게 싫은소리는하지 않을 수도 있다생각이 드니 다시 불안해진다.
혹시 카일도 같은 생각일까. 그래서 다른 여인들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을 품은 채 티샤는 조심스러운 눈길로 카일을 흘끗거렸다.
‘•••다행이다.’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카일은 주변의 여 자들 따위 관심도 없다는 듯 눈길도 주고 있지 않았다.
괜히 티샤를 의식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카일은 정말 여자들에겐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절로 흐뭇해 지는 드레 스에도, 대 놓고 살랑거 리는 몸짓들에 도, 시 선 한 번 주지 않는다.
대신 그가 바라보는 것은 따로 있었다.
‘와. 저 인간은 진짜 건드리기만 해도 부러지겠네. 젓가락이야?’
‘그래도 저 사람은좀 할 것 같은데. 톞대 몇이나치려나.’
‘쯧쯧. 쓸데없이 불리기만 했어. 하체 보니까 딱 봐도 코어가 못 견딜 것 같 다.’
‘저 인간은운동좀해야하는 거 아니야? 넘어지면 일어날수는있어?’
존 나센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이곳에서는 마구잡이로 펼쳐진 다.
빼빼 마른 사람, 펑퍼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 일단 근육 자랑 좀 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하자가 많이 보이는 사람, 정말 가지 각색으로 걱정 이 되는 이들 천지였다.
이게 정상이다. 이게 당연한 거다. 라고 스스로에 게 속삭이 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아. 저래서 물건은드나? 라는 생 각이 들게 된다.
“어. 티샤.”
“네?”
“저기 무슨일 있는것 같죠?”
카일이 가리킨 광장쪽에서는, 정말로 일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대충 한 번 살펴보는 카일과, 사람 하나를 붙잡고 물어 보는 티샤.
당연히 상황을 알아내는 건 티샤쪽이 훨씬 더 빨랐다.
“카일. 저기 광장에서 교단측 고위 인사분이 전승절 축사를 한다는데요 ?”
“고위 인사요? 뭐대주교라도온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축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정확히 어떤 고위 인사가오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네요.”
“으 ” E그 •
그 말에 카일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교단의 고위 인사.고위 인사라.혹시 아까봤던 그 여자가정말로…?
아니야. 말이 안돼. 어떻게 호위 한명 없이 다닐 수가있냐고.
정말그녀가 맞다면 호위 놈들부터 뭐했냐고 족쳐도 할말이 없다고.
“카일! 축사 시작한대요!”
티샤의 외침에 카일은 고개를 퍼뜩 들어 광장 중심에 위치한 연단을 살폈 다.
하지만 그 연단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단상만 덩그러니 설치되 어 있 을뿐이다.
“뭐야…?
“교단에서 오시는분이 있다는 거 아니었어?”
이상하다 여긴 건 카일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주변을 막둘러보는 찰나.
“참으로 기쁜 날이네요. 참화가 이어지던 순간 기 적이 내려와, 마침 내 모 든불길이 꺼진 날.”
어디선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릴 정도로 고운 목소리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기적은 어디 있습니까? 정말존 재하기는 합니까? 라고 말이죠. 그 사람의 질문에 저는 안타깝게도 답하지
못했어요. 답을몰라서 그랬냐고요? 아뇨. 참으로 안쓰러워서, 그사람이 너 무나 불쌍해서.”
사박-.
“여러분. 기적은, 항상 여러분들의 바로 옆에 있었어요.모든순간이 기적 이었던 것이지요. 단지 우리들이 그것을 기적이라 생각하지 못 했던 거랍니 다.”
카일의 옆으로 아카데미 학생처럼 보이는 여인이 지나간다.
쓰고 있던 후드를 내 리 자 하늘과 호수를 머금은 은빛 폭포가 쏟아진다.
세상 만물을 꿰뚫어보는 듯 한 은빛 눈동자가 반짝인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지금이 곧 기적이요, 옆에 있는 사람이 곧 기적 이랍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엄한 곳에서 기적을 찾지 말고 진짜 기적을 꼭 쥐고서 놓치지 말아요.”
마침내 광장에 다다른 여인이 천천히 연단위로 발걸음을 뗀다.
그 시끄럽던 광장이 침묵에 빠져든다. 숨 쉬는 소리조차 줄어든 채 그녀에 게 집중한다.
“자, 여러분. 우리 모두 기적이 가득 한 이 날에, 또 다른 기적을 찾아서. 간 절히 기도하며 또축복을빌며,따스한빛이 함께하시길.”
“아아…!”
“성녀님…!”
제 국 아카데 미 에 서 성 녀 가 강림 한 순간이 었다.
널
« ” …-
저 앞에서 화사한 미소를 지은 채, 일일이 축복을 해주는 성녀를 바라보며.
카일은 두 눈을 감고 안도감과 기쁨을 동시에 누리고 있었다.
‘주인공들 다쌩까고 성녀만 찬양한 댓글들. 그 행동에 한 점 후회 따위 없 다…!’
무료 분만 읽어놓고서 갑자기 무슨 성녀 찬양 댓글이냐고?
그 무료 분부터 사람 속을 몇 십번은 뒤집 어놓는 남자 1호, 燚호.
거기에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거리던 여자 1 호, 燚호.
그것들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이 중 하나가 바로 성녀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댓글 보다가 스포일러를 당한 거여서 기분이 썩 좋지는 못 했다.
하지만 미친 듯이 고구마만 먹다가 그래도 사이다를 뿌려주시는 분이 있 다지 않은가.
당연히 성녀라는 캐릭터를 열렬히 찬양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조연임에도 워낙 인기가 좋아 일러스트까지 제작되었다.
일러스트가 또 별로였다면 민심이 나락으로 갔을 지도 모르겠지 만.
다행 히 도 성 녀 의 일 러 스트는 그야말로 엄 청 난 퀄 리 티 로 제 작되 었다.
이러면 게임 끝이다.독자들이 너도 나도좋아하게 된다.
‘성녀님의 모습을 드디어 영접하는구나. 와, 진짜… 은혜로우시다. 역시 신께서 선택했다는 데에는 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렇고말고.’
신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빛을 깎아 만들었다고 하는, 컨셉에 먹힌 댓글이 떠오른다.
무슨 헛소리 인가 싶었지만 실제로 성녀를 보고 있으니 그 독자도 빙의를 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성녀의 외모를 그리 찬양할수는 없으니까!
티샤도 예쁘고 엘가도 아름답다. 하지만 카일은 그녀들보다 성녀가 더 위 라고여겼다.
물론 이건 어디 까지 나 지극히 카일의 주관적 인 의 견이 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셋의 미모는 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매력을 지녔을뿐이다.
다만 카일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성녀를 꼭 보고 싶어 했기에.
조연임 에도 주인공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더 대단하다고 여기 기에.
지금과 같은 절대 적인 호감을 지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었다.
‘저 목소리 ••• 그래. 아까 들었던 그 목소리 랑 똑같아. 맞았구나. 내 예상이 맞았어. 아까 봤던 그 여자가 정 말로 성녀님 이 었을 줄은… !’
거 기 까지 생 각이 닿자 카일은 극도로 안도한 한숨을 내 뱉 었다.
이 것도 못 드냐고 타박이 라도 했다면 그 덤 벨로 본인 머 리 통을 찍 었을 거 다.
무늬 만, 껍 데 기 만, 이름만 성녀 인 소설 이 넘 쳐 난다.
혹 이 성녀가 이 성녀聖女가 아니라저 성녀性女이면 어쩌나 걱정도했었 다.
워낙 그런 내용의 글들이 많아서 이젠 클래식 성녀가 이상할 정도니까.
하지만 댓글들은 전부 성녀 찬양 일색, 이게 바로 진짜 성녀라외치는 믿음 의 기도원.
그 성녀 앞에서 무례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음에 다시 한 번 안도한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조금 고생이 많았어요.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부모의 손을 놓친 아이처럼 헤매다 이름 모를 곳에 다다랐답니다. 그곳에서 저 또한 기적을 만났어요. 처음 보는 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친절하게 길 까지 가르쳐주시던 분. 정말로 감사한 분. 그런 분들을 저는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심지어 기적이란다! 나보고 기적이라고하셨어! 성녀님! 성녀님!!
“카일 존 나센.”
감격하여 다시 한 번 성녀님의 모습을 두 눈 가득 영접하려고 하는데.
또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시커먼 남자들이 카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잠깐만. 잠깐만요. 지금은 아니죠. 오늘은 아니잖아요.”
얼른 학장실로 가시죠.
“오늘은휴일 아닙니까? 전승절이잖아요!”
“맞습니다. 전승절이지요.”
“하지만 모두가쉬는 와중에도, 제국의 녹을 먹는 자들은 쉬지 않습니다.”
“그러니 얼른 같이 가주시죠.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니….”
드디 어 올 것이 온 모양이다. 마침내 이 야기 가 끝난 모양이다.
그래,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다. 존 나센 신입생이 일을 벌였는데.
결투를 벌이고 그곳에서 맨주먹으로 검을 깨부쉈는데 .
‘에휴.’
속으로 한숨을 흘린 카일은 티 샤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그녀 입장에선 웬 시커먼 남자 둘이 나타나서 카일을 데려가려고 하니 많이 놀라고 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다녀올게요, 티샤.”
“네? 어디를요?”
“아무래도 신입생 환영 파티 때 있었던 일.그거 때문에 면담좀해야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누구일까. 아카데미 학장? 아니면 교육성 장관?
누가 되 었든 좀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얼른 끝내고 성녀님 이나 마저 보고 싶다.
미리 생각해둔 핑계거리들도 있다.
이쪽이 원인 제공을 하지도 않았고 또 결투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그냥운이 없어서 그 일에 휩쓸린, 일종의 피해자라고 말이다.
‘그런데….’
학장실 안으로들어선 카일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분명 학장실인데, 아예 다른 곳에 온 것 같 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학장이나 처음 보는 몇몇 사람들이, 전부 무릎을 꿇은 채 납작 조아리고 있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이건 또 뭔데, 시바.’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 어서 주변을 좀 둘러보려는 찰나.
“존 나센 남작가의 카일은 지고한 황실 앞에 무릎을 꿇으라.”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