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요? 없는데요?
a ,, …-
아이아스 멘타인 데 리토리오. 제국에 딱셋 뿐인 대공가의 주인.
서쪽왕국의 갑작스러운 기습 앞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그다.
하지 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리 리 토리오 대공이 라고 해도 놀랄 수밖 에 없었다.
“이게 무엇이라고.”
“아가씨께서 보내신 건데, 겉면에 쓰여 있기로 존 나센의 사과문이라고 합 니다.”
“사과문…?”
“그러합니다. 심지어 존 나센 남작가의 차남이 직접 작성했다고 합니다.”
제 귀 를 의 심했다. 참으로 희 한한 일이 었다.
그 사건, 자신의 아들이 다치는 일이 벌어지고 벌써 시간이 많이도흘렀다.
극도로 불쾌한 일임은 분명했으나 원인 제공은 이쪽이 먼저 했다.
대귀족 가문의 자제로서 어울리지 않는 짓을 했다.
거 기 에 애 당초 존 나센은 사과를 할 가문도 아니 다.
해서 대공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사과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작스레 사과문이라니 ?
‘뭔가있구나.’
대공이 손을 내 미 니 집 사가 공손한 기 색으로 서신을 내 민다.
존 나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나 거칠기 짝이 없는 모습들.
말과 행동은 물론이요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제국의 거의 대부분이 그리 생각할 것이다. 당장 대공도그러하니까.
하지만 서신을 감싸고 있는 봉투를 확인한 대공은 실소를 흘렸다.
겉에서부터 굉 장히 깔끔하고 또 세련된 분위 기를 주고 있다.
혹 엘가가 한 건가 싶다가도 대공가의 여식이 설마 이런 것까지 관여할까 싶었다.
이후 새하얀 종이 위에 굉장히 수려한 필체로 쓰인 글귀를 보니.
그런 의 심 들은 순식 간에 사라지 고 그저 어 이 가 없는 탄식 만이 흘러 나왔 다.
‘진정 이게 존 나센의 직계가쓴글이라고?’
필체만 수려한 게 아니 다. 어구도 필체만큼이 나 화려하다.
존 나센 하면 떠오르는 단조로움이나 거친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시작부터 극도로 공손한 어조로 안부를 물으며, 가볍게 대공가를 한 번 찬 양해준다.
그리고 그 이후는 무슨 글로서 석고대죄를 하는 것 같은 내용들이 었다.
얼마나 저 자세 로 써 내 려 갔는지 읽고 있는 자신조차 무안해 질 지 경 이 다.
최 대한 자신을 깎아내 리 면서 리토리오 대공가를 띄워주고 있다.
이 정도 내용이면 타 귀족 가문이 아니라 대공가의 가신이 쓴 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내 용으로만 판단한다면 리토리 오 대 공가의 권위 앞에 바짝 몸을 움츠린 것같다.
아마 다른 이들이 본다면, 필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리토리오 대공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 •••다행히도 리토리오 대공가의 자비로우신 영애께서 저의 사과를온화 한 마음으로 받아주시 어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
피식-.
역시, 이럴 줄 알았다. 그래. 이래야 존 나센 다운 것이지.
극도로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에 진짜 뜻을 숨겨두었다.
‘엘가에 게 사과를 했다는 것. 그건 엘가, 그 아이 가 스스로를 리토리오의 대표로서 설명한꼴이 된다. 가문 내에서 반발이 있을 것임을 모를 리가 없는 데도 그리 나섰다라.’
재 미 있구나. 아주, 재 미 있어. 대공은 미소를 지 었다.
세 남매의 아비라지만, 그는 그 남매들을 모두 정쟁에 몰아넣었다.
싸우지 않고서는 결코 아무 것도 쟁취할 수 없는 자리다.
설령 운 좋게 차지한다고 해도 금방 빼앗길 뿐이다.
증명해야 한다. 내가그 누구보다 이 자리에 어울린다고.
이 아비에게, 가문의 사람들에게,그리고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대공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겹고 고된 것인지 잘 알기에.
그는 극도로 냉정한 모습을 한채 제 아이들을 시험했다.
그런 부분에서 볼 때 첫째는 진작 탈락하여 성에 유폐되었다.
둘째는 잘 나가는 듯 하다 갑자기 사정 없이 꼬여버 렸다.
그 타이밍에, 여태껏 침묵하던 엘가가본 무대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서 그존 나센이 직접 사과의 뜻을밝혀왔다.
이게 우연인가? 그저 이 카일이 입학하여,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을까?
‘설마. 아니겠지.’
이 미 리토리오 대공은 카일과 제 딸아이 사이 에 무슨 이 야기 가 오고 갔음 을 직감했다.
그건 다음으로 쓰인 부분에 서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 이런 사과를부디 받아주시어 혹 남아있을지 모르는 앙금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아서 혹여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앙금을 없애 달라니 .
참고로 리토리오는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침묵하기로 했다.
가문의 적자가 다쳤음에도 그 어떤 사과의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앙금이 남아있어도, 그런 티를 내어서는 안된다.
가주가 직접 아무 일도 없었다. 라고 결정을 내렸으니까.
헌데 그걸 이번에 입학한지 한달도 안된 신입생이 언급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이미 두 남녀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뜻이다.
‘아카데미에서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들이 있다. 허니 잘관리해달라. 이거 인가.’
참으로오만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감히 리토리오의 대공에게 이런 글을 보내다니.
차라리 본심을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내용을 전달했다면 또 모른다.
이건 ‘이 안에 담긴 뜻을 풀어낼 수 있다면 풀어봐라.’ 라고도발하는모양 새이지 않은가.
“허허허.”
미소가 피 어오른다. 참을 수 없는, 그런 미소 말이 다.
이런 걸출한 인재가 있을 줄이야. 존 나센, 그 무시무시한, 인간 같지도 않 은 인간들만 우글대는, 몸이 너무 좋아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자들의 세상 에서.
설마 이 런 글을 쓸 수 있는, 이 런 생 각을 하는 이 가 나올 줄이 야!
그렇지 않아도 후계 구도가 어지러워지며 가신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보다 더 능력 이 뛰 어난 후계 자를 뽑고자 일부러 침 묵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걸 대공이 뒤로 물러 난다는, 그런 잘못된 판단을 한 모양이 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건 미래의 후계자이지, 당장의 대공이 아니다.
헌데 자꾸 설레발을 친다면, 그걸 조용히 보고 있을 자가 어디 있을까.
“이보게, 집사.”
예, 대공.
“내일 조촐한 파티나 한 번 열지.”
“파티 말씀이십니까. 어떤 주제로하시려는지 여쭈어도되겠습니까?”
그러자 리토리오 대공은, 서신을 고이 접은 후 입술을 떼었다.
“가신들에 게 위로주를 주는 파티 . 겸사겸사 자식들 이 야기도 좀 듣고 말 이야. 아이들이 아카데미에서 잘지내고 있는지,뭘 하는지,좀묻고싶군.”
슬슬 가신단의 물갈이 때가왔다고, 리토리오 대공은 생각했다.
널
“황녀님.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왜.무서워?”
“당연히 무섭죠.그 인간들이 또 얼마나쳐다볼지.”
제국 10강, 로건 스테판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동 마법진을 타서 그런지 속이 좀 뒤틀리지만쉴 시간은 없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집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 쩌 다보니 집 이 아니 라 춥고 황량한 북부 땅에 서 있는 중이 었다.
평소처럼 사자使者가와서 황명을 전달한게 아니었다.
황궁으로 호출되 어 직접 황제까지 알현하고 직접 명령을 받았다.
- 로건 스테판. 그대는 敢황녀와 함께 지금 당장북부로 향하라. -
- 폐하? -
- 이미 이동 마법진까지 준비가 끝났다. 당장출발하도록. -
갑작스러운 황명.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따라야만 한다.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였고 황실을 위해 일하겠노라 약속했다.
아무리 천하고, 혹은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반드시 해내겠노라.
그리 생각한로건은 궁내성 측장관에게 자세한사정을 듣게 되었다.
- 서부왕국들이 연합? 거기에 제국측귀족을회유? -
- 그렇습니다, 로건 경.-
- 왕국 파리 새끼들이 죽고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군요. -
이러면 황제가 갑작스레 명령을 내린 것도 이해가 간다.
자신과 敢황녀 율리 카, 이 둘이 면 배신한 가문 하나 지우는 건 일도 아니 다.
제국 10강이 왜 제국 10강으로불리는지 뼈저리게….
- 참고로 로건 경이 가실 곳은 존 나센 남작가입 니다. -
- •••예? 잠깐만요.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어디로 가라고요? -
-존 나센 남작가입니다.-— … —
혹시 황제께 무슨 불충이라도 저지른 적이 있나? 잘생각해보자.
그렇지 않고서야 제국 10강인 자신더러 존 나센 남작가에 가라 할 수가 없 다.
분명 가자마자두 눈에 불을 밝히고 달려들 것이다. 한판붙어보자면서.
과연 제국 10강이 내는 힘은 얼마나 강력한지 알아보고 싶다고 외치면서!
자신의 무력에 대해서 분명 확신이 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존 심도 있다.
하지 만 존 나센 남작가는 그것조차 상회하는, 정말 미친 인간들의 집합소 다.
가면 패하여 죽든, 이겨서 또 싸우고그러다 지쳐서 죽든, 둘중하나일 것 같다.
- 아니, 그 전에 왕국 파리들이 정말로 존 나센 남작가를 회유했다는 겁니 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두분이 가시는겁니다. -
-왜 저와황녀님이 가는겁니까? 사자를 안보내고요. -
- 그래 야 영지 안으로 바로 들여보내줄 테니 말입 니다. -
반박할 말이 없었다. 존 나센이 라면 그러고도 남을 테 니.
제국 10강의 일원 중 둘이 왔다고 하면 가주에게도 알리지 않고 냅다 문 을 열거다.
그리고 다들 모여서 살펴볼 테지. 정말로 강한 자인가?! 하고.
“황녀님. 만약에 존 나센이 회유를 당했다면, 어찌 합니까?”
“뻔한 거 묻지 마. 대답할 가치도 없어.”
그렇다. 뻔한 질문이 다. 회유 당했다면 바로 전투, 가 아니라 이탈이겠지 .
그나마 이 둘이라면 어떻게든 서로 연계를 하면서 탈출할 각을 노릴 수라 도 있다.
속도로는 10강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을 지녔으니까.
황제도 그걸 생 각하여 굳이 황녀와 자신을 택 한 모양이 었다.
이후로의 일은 정말로 일사천리 였다.
남작가 앞에 당도하여 제국 10강이라는신분을밝히니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자 사방에서 온갖 이들의 눈길이 날아들었다.
그 눈빛 대부분이 ‘싸우고 싶다.’ 내지는 ‘강하겠지 嘗 궁금하다. 궁금해죽 겠다.’ 따위의 것들.
‘젠장. 진짜… 괴물들이잖아.’
10강을 제외한다면 제국 어디를 가도 자신을 상대할 이는 손에 꼽을 정도 다.
헌데 이곳에서는 일개 경비병조차. 아니, 일개 마을 주민조차 위협적이었 다.
굳이 싸운다면 로건 자신이 승리할 확률이 높으나 몸이 정상이 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오시죠. 10강분들.”
이름이나출신 따위는 이 전투민족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오직 강하느냐, 그 사실만이 이들의 판단력을 좌우할 따름이다.
“온다.
99
율리 카의 말에 로건은 슬쩍 위를 보았다.
그리고곧 ‘시발.’ 이라고중얼거리며 고개를 밑으로 처박았다.
터벅, 터벅-.
계단위에서, 이 조그마한 영지의 주인장이 내려오고 있었다.
양 손에는 끔찍하게 무거워 보이는 덤벨을,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 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