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42화 > 참으로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카일!
정신적으로 매우 힘겨웠던 성녀 트레이닝 시간이 지난후.
오전 강의를 마치고 나서니 티샤가 저 앞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다.
어제 있었던 식사자리, 그리고 그 이후 여기저기를 거닐며 나누었던 대화 들.
물론 주술 관련 대화도 있었지만그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었 다.
서로가 어떻게 지내왔고, 앞으로 어쩔 계획이며,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 도 있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가까워 졌다는 느낌 이 확 강해 졌다.
덕분에 조금은 더 자신감이 생긴 듯 보다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티샤였다.
“오전 강의 끝난 모양이네요?”
“네. 그러는 티샤는 딱 보니까 도서관 가는 길이죠?”
카일의 말에 티샤가 ‘앗.’ 하고 난처한 웃음을 흘린다.
“가서 주술 연구하는 건 좋은데요. 끼니는 거르지 마요. 어제 약속했잖아 요?”
어제 식사를 한후 대화를 나누다가 나온, 카일이 내건 조건.
이번에 알려준 주술 서적을 보는 건 좋은데 잠을 자지 않거나 끼니를 거르지 말것.
본인 몸 충분히 살피면서 주술 공부를 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끼니를왜 거르는 거야.살빼는 것도 아니고.’
닭 가슴살을 씹든, 아니면 토끼마냥 샐러드를 우물거리고 있든.
최소한 끼니 때에는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게 카일의 생각이었다.
생으로 굶는 건 지양해야 한다. 설령 살을 뺀다고 해도 필요한 영양소는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 다 망가진다. 한 번 망가진 몸 다시 회복하는 건 엄청 어 렵다!
“약속 어기면 책 압수라고 말했는데.”
“그, 그건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그러니까 끼니 절대 거르지 마요. 알겠죠?”
카일의 말에 티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군가가 끼니 걱정해주는 건 정말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 있는 일 이다.
해서 조금 낯설기도 한데 또 그게 막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리고 저녁 먹고 나서 헬스… 그러니까, 실내 연무장으로 오고요.”
“네 嘗 어 … 전 저녁 먹 으면 또 바로 도서 관에 烚.”
“끼니 거르지 않기.잠줄이지 않기.그리고하나더 있었을텐데요? 뭐였죠 ?”
“운동하기….”
“네. 티샤가 저한테 그랬잖아요. 운동 가르쳐달라고. 그러 니까 해 야죠.”
카일 본인이 먼저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티샤가 먼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자신은 그저 최선을 다해서 운동이란 걸 알려줄 뿐이다.
중간에 포기 나 탈퇴 따위 는 없다. 하루 한 시 간이 라고 해도 무조건 해 야 한다.
“책 보는시간뺏긴다고 생각하지 마요.책 보려면 오래 앉아있어야하는 데, 그 오래 앉아있는 것도 결국 체력이 좋아야해요. 몸이 안좋은데 책 내용 이 눈에 들어와요?”
“저는 들어오던데요?”
“정말 그러겠어요? 막 어깨도 결리고 허리도 아프고 그런데도 가능하겠 어요?”
“어… 그, 그러면 조금 난감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요. 기본적인 운동은필수에요.오히려 티샤 같이 책상 앞에 오 랫동안 앉아있어 야 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렇죠! 알겠나요!?”
“에? 아, 네. 네!!”
열정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성녀가 떠오른다.
맨날 기도이니 신에 대한 감사이니 하면서 무릎 꿇고 앉아만 있는 여인.
혹 어디를 가게 된다면 그 자태가 함부로 비쳐질까 마차에 무조건 탄다고 했던가.
지금도 벌써 부터 심 각한 운동 부족이 다.
그러다가한번 건강무너지면 정말큰일 난다.
성녀이니, 신성력이니 해도몸의 균형이 망가지면 아무 소용도 없다.
“ 아.”
갑자기 티샤가 조그마한 탄식을 흘린다.
그러 더 니 와락 얼굴을 찡그리 는데 , 이 런 반응을 보일 이유는 딱 하나다.
“이안.”
“카일.”
요 근래 잘 안 보이던 남자 1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었다.
‘또 티샤한테 시비 걸려고온 거냐. 진짜 너도 대단하다.’
본인 딴에 는 관심 을 표하려 고. 혹은 가볍 게 대 화나 좀 하려고 그러는 걸 텐데.
남들이 보기엔 그냥오자마자대뜸 시비 거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티샤니까 쌀쌀 맞은 말투로도 어느 정도 상대해주는 거다.
다른 사람이 었다면 바로 칼 뽑거나 마법을 날리 거나, 그도 아니 면 욕을 박 을 거다.
“•••?”
그런데, 오늘 따라 이안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원래라면 카일 옆에 있을 티샤에게 눈길을 고정하고 있어야하는데.
« ” …-
오늘은 티샤가 아니라 정확하게 카일에게로 시선을 둔 상태였다.
‘이 새끼 왜 이래. 설마 지 여자 내 가 채갔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실 채 갔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 개 념조차 성립 이 안 된다.
티샤가 이안을 좋아했던가? 지금 보면 싫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오히려 그녀가 더 가까이 하는 건 카일 자신이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오히려 이 어그로 깎는 장인이 집적거리는 거다.
‘아니면 이상한 거에 눈을 떴다던가….’
정말그러면 넌 바로 숙청이다.
“카일.”
“왜 그럽니까.”
꾸욱—.
슬그머니 주먹을 쥐며, 이안을 바라본다.
혹 조금이 라도 수상한 기색 이 보이 면, 그냥 바로 한 대 갈길 생 각이 다.
무슨문제 생기면 이놈이 먼저 시비 걸었다고하면 그만이니까.
이 럴 때는 프로 도발꾼 이 안에게 더 짙은 의혹의 눈길이 갈 것이 다.
아, 물론 살살때릴 생각이다.
어무리 주인공이라고해도, 나중에 10강이 된다니 뭐니 해도.
지금은그냥검 좀 잘쓰는신입생 1에 불과한이안이다.
“나도.”
헌데, 이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종류였다.
“에 ?”
“나도해줘.”
“그러니까 뭘 해줘요.”
“그 안마라는 거.”
« ” …-
순간 카일은 고민했다. 이대로 진짜 죽빵을 한 대 날릴까.
그보다 이 자식은 그 안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갑자기대뜸무슨소리에요.”
“매번 나한테 시비를 걸던 놈이 며칠 전부터 이상하더군.해서 어깨를붙잡 고 물어보려는데 경기를 일으켜서 말이야. 덕분에 나만 곤란한 처지에 놓였었지.”
아무래도 그 때 안마라 쓰고 고문이라 읽는 것에 대해서 안 모양이다.
그런데, 안 건 그렇다치고 갑자기 그걸 해달라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그 놈이 말하더군. 내 가 붙잡는 건 하나도 안 아팠다고. 네 가 붙잡은 게 훨씬 더 아팠다고.”
“•••그래서요?”
“그래서 알고 싶다.도대체 얼마나 강했던 건지. 정말로 나보다 강한 건지. ”
즉, 정 리하자면 이 안은 정말 카일의 악력 이 본인보다 강한지 .
시비 걸던 선배가 말한대로, 너보다 카일이 붙잡을 때 더 아프다는 게 진 짜인지.
그 부분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안마를 해달라고 그러는 중이었다.
« ” …-
이 안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카일의 머 리 에 든 생 각은 딱 하나였다.
‘저딴게주인공?’
그러다 그 생각을 바꾸었다. 정확히는, 전前 주인공이다.
이제 이 모든이야기의,모든흐름의 주인공은본인이 될 생각이니까.
그래.그러면이해할수 있지. 암, 암. 이해… 는 개뿔, 시발.
“미치셨어요?”
결국 참지 못 하고 내뱉고 마는 카일이 었다.
혹시 나 근육 돼지 양아치처 럼 보일까 험한 말은 최 대 한 지 양하고 있었다.
기껏 만든 ‘존 나센의 사람이나 알고보니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가망가 지면 안되니까.
그래서 타협한 게 ‘미쳤어요?’ 가 아니라 미치셨어요?’ 되시겠다.
솔직히 그거나 그거나 무슨 차이 가 있겠냐만, 아무튼.
“갑자기 왜 욕을 하는거지?”
이 안은 두 눈을 껌뻑 이며 다시 한 번 카일의 속을 뒤 집 었다.
“지금 안마를 해달라고 하는 거나, 그 이유나. 정상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어느 부분이 정상이 아니라는건지 이해를못하겠다.”
아하, 그러 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 답이 었다.
해서 카일이 다시 한 번 진심을 다해 욕을 박아주려는 찰나.
“잠시만! 잠시 만요!”
티샤의 목소리도 아니고, 이안의 것은 더더욱 아닌, 제 톞자의 목소리가 끼 어든다.
카일이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그곳에는 한 명의 또 다른 학생이 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게 남자야, 여자야.’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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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만보면 남자인데, 머리만좀 기르고 드레스 걸쳐놓는다면 영락없는 여자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실은 이안님이 카일님의 힘에 감탄했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레 안마를 부탁하는 것이니 부디 그 안마 한 번 해주시고 넘어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소리도 굉 장한 미성 이 다. 거 기 에 이 안과는 다르게 오자마자 냅 다 인사 부터 한다.
“누구세요?”
“아! 처음 뵙 겠습니다! 저는 이안님을 모시고 있는 ‘넬’ 이라고 합니다!!”
이 안님 嘗 거 기 에 모셔 嘗 이 건 또 무슨 해괴 망측한 소리 란 말인 가.
저기 서있는 이안과는 다르게 굉장히 멀쩡한 학생 같아보이는데.
왜 스스로 지옥으로 들어 가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지 嘗
“제정신이 아니군요! 누구를모신다고요!?”
티샤도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는지 넬에게 그리 소리쳤다.
그러자 넬은 그게요! 라고 운을 떼기 시작했다.
“저는 꼭 기사가 되 어야… 아니 ! 꼭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요?”
“며칠 전 이안님이 보여주신 힘에 매료되어… 그분께 배우고싶어졌습니 다! 그래서 부탁을 드리니 본인 옆에 있으면 된다고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 게 옆에서 모시는 겁니다!”
넬의 대답에 카일은 옆에 서 있는 이 안을 바라보았다.
이게 진짜냐는 무언의 질문이었는데, 당연히 이안은 눈치도 못 채고 있었 다.
‘어째,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걸리적거리니 옆에나 있으라고 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보다 율리 카 황녀 이 후 맞이 하는 또 다른 캐 릭 터 였다.
넬, 넬이라.빌어먹을. 아무리 생각해도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자신만큼이 나, 어떤 부분에 서는 그보다 더 욕을 먹고 있는 이 안이다.
그 이안의 옆에 갑자기 나타날 정도라면 못 해도 조연급은 된다는 건데.
심지어 그 이안한테 가르침을 청할 정도라면 ….
음, 어디 가 좀 아프거나, 아니면 사정이 있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 다.
‘본편을 읽지 않은 과거의 나. 정말로 고맙다. 시펄.’
이안 옆에 그나마 예의는 있어 보이는 친구가 붙게 되 어서.
그걸 다행이 라고 여겨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곧 카일의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안마를 해보라고 하는 이안, 그런 이안을 말리는 넬.
그리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 티샤까지.
하루, 하루가 참으로 웅장해지 는 순간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