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48화 >신께서 속삭이시길,운동 좀 해라
다각다각-.
당장이라도프리실라와한판붙게 될 줄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는 대련이 불가하다며 근처의 너른 공터로 안내하겠다는 것이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데, 또 거기에 마땅히 반박할 게 없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반파 사건이 교단에도 아주 제대로 전해진 모양.
덕분에 그대로마차에 실려서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었다.
‘무슨 콜로세움 끌려가는 검투사도 아니고.’
정 말 살살할 자신 있는데 . 아무 것도 안 때려 부술 수 있는데.
지레 겁을 먹고 마차에 태워버리다니.교단은 역시 겁쟁이가 분명하다!
강자들이 싸우면 어디 조금씩 박살내는 건 당연한 일인데!!
« ” …-
문득 느껴 지 는 시 선에 , 카일은 슬그머 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전 자신에게 대련을 청한 프리실라가 앉아있었다.
« ” …
« ” …
어색하다. 빌어먹을, 어색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마차 두 대를 내줄 거면 싸울 이들을 나눠서 태워야 하는 거 아닌가?
성녀랑 추기경이 같은 마차에 타고, 자신이랑 프리실라랑 같이 태우면 어쩌라는 건지!
이 불편한상황을 도대체 자신더러 어떻게 극복하라고!
“죄송합니다, 카일 형제님.”
갑자기 날아드는 사과에 카일은 흠칫 몸을 떨 었다.
뭐 야. 방금 독심술 비슷한 거라도 쓴 건가?
“손님으로 오신 분께 이런 무례를 저지른 점, 다시 사과드립니 다.”
“괜찮습니다.단장님.그런데,교단에 계셨다면 제 형님이나 누님이 계실 때는왜….”
“물론 한 번 기회를 얻으려고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존 나센 남작가의 장 남분이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교단 지부의 기사단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리고 장녀 분이 계실 때는 막 기사단장에 올랐던 터라 인수인계며 다른 것들 로 인해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교단 본부 생활과 기사단장 직에 적응을 하니 운 좋게 카일이 왔 다는 것이었다.
타이밍 이 맞아도 이렇게 또 참 묘하게 맞아요, 속으로 그리 중얼거릴 수밖 에.
이후 다시 한번 침묵이 두 남녀를 감싼다.
거리가 먼 곳이라면 그냥눈 감고 자는 척이라도 할수 있을 텐데.
조금만 더 가면 바로 목적지 라고 하니 그럴 수도 없다.
“이유를 묻지는 않으십니까?”
그냥창문에 기대서 풍경 구경이나하는척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프리실라가 질문을 던진 통에 카일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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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손님. 그것도 성녀님의 손님께, 제가 이런 결례를 범하는 것 말입 니다.”
솔직히 궁금하기는하다. 성기사단의 단장이라면 엄청 높은 자리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대뜸 한 번 부딪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율리카처럼 나사하나가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저러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야합니다.”
“그런데….”
“하지만, 묻지는 않겠습니다. 단장님께서 이러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 가 있겠죠. 만약 말해줄 수 있는 이유라면 단장님께서 말씀하실 테고, 그럴 수없다면….”
잠깐 말끝을 흐린 카일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럴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라는 뜻이 역력한 몸짓이 었다.
“…제 할아버님께서, 과거 존 나센 쪽 사람과싸워 패하셨습니다.”
“예 ?”
제국 10강이니까. 율리카만큼은 아니어도 호승심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대련을 청하는 것이라고, 카일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프리실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밖의 것이었다.
“할아버님께서는 정말 강하셨습니다. 훌륭한 검사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보며 아주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검사의 길을 꿈꿨습니다. 꼭 할아버님처럼 강하고 멋진 검사가 되겠다고.”
« ” …-
“그런 분이, 제국과 북쪽 사람들의 전투에 참전하셨고, 패배를 당하셨습 니다.”
시 발. 그러 면 뭐 야. 패한 할아버지 를 대 신해서 원수라도 갚겠다는 건가?
아니! 단장님? 교단에서 그런 거 안 가르쳐요? 원수를 용서하라! 내지는 사랑하라!
아무리 존 나센에게 존경해 마지않는 할아버지가 패했다고 하지만 나는 무슨 죄입니까!
존 나센이 제국으로 들어간 지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하지 만 할아버님은 그 패 배 에 서도 오히 려 후련하다고 하셨습니 다. 분명 히 패하셨는데, 얼굴은 결코 패자의 것이 아니었지요. 어릴 적에는 받아들이 지 못 했고, 또 이해하지 못 했습니 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 다. 대체 어떤 결투였기에, 할아버님께서 그리 웃으셨던 것인지. 궁금하고또 궁 금합니다.”
“어….그러면 제게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이해하고 싶습니다. 할아버님께서 왜 그러셨는지. 저도 깨닫고 싶습니다. 그런 욕심 때문에 이리 큰 결례를 범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싸우고 싶다. 부딪치고 싶다. 프리실라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녀이 말에 카일은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 다.
복수나 앙갚음 같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벽을 넘기 위해 벌이는 싸움.
그런 것이라면,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청하고 있는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형제님. 이 결례는 언젠가….”
“단장님.제가얼마전에 敢황녀님과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5황녀 님이라면, 율리카 황녀님…?”
“예. 거 기 에 단장님 과 같은 제국 10강이기도 하죠.”
갑자기 카일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생각하던 프리실라는.
곧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냈다.
자신은 이미 10강과부딪힌 적이 있다.그러고서도 이리 멀쩡하다.
그러니까, 당신도 안심하고 진심으로 이 대련에 임하라고.
정말 무례를 범했다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사죄하라고.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일 형제님.”
“당연히 그래야죠. 기대하겠습니다.”
*
“예하. 지금이라도 말려야하는 거 아닐까요…?”
아무 것도 없는 너른 공터에 도착한 후, 성녀는 초조한 기색으로 그리 물었 다.
분명히 가볍게 한다고 약속을 받은 것 같은데.
자리를 잡고 마주보는 두 남녀의 기색을 보니 전혀 가볍게 하는 느낌이 아 니다.
제대로 부딪칠 기세다. 어차피 교단 안도 아니겠다, 마음 놓고 싸우려는 모양이다.
“끄응….”
바오로 추기 경도 퍽 난감하다는 듯 침음을 흘린다.
프리실라가 약속을 허투루 여길 이가 아닌데, 저러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심취한 것같다.
교단의 사람이라고는 하나 결국 그녀도 한 명의 검사다.
싸워 야 할 순간이 오면 모든 것을 머릿속에 서 지우고 오직 눈앞의 전투에 만집중한다.
그런 상황에서 저들을 말리는 짓은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부디 안전히 끝나기를 바라야 할듯 합니다.
프리실라가그래도 율리카처럼 결투에 미친 이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카일도, 성녀의 말을 떠올려보면 여태의 존 나센과는 다르다.
허니 아주 조금이라도 안심을 할수있지는 않을까.
바오로 추기경은 애써 스스로를, 그리고 옆의 성녀를 다독였다.
“시작하려는 것같군요.”
바오로 추기경의 말이 끝나는 것과동시에, 프리실라의 검에서 푸른빛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검사들이 반투명한 검기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명이 왜 ‘푸른달’ 인지 여실히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헌데,생각해보니 카일 형제가무장을했던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바오로 추기경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 병기도 들고 있지 않은 카일을 바라보며 탄식을 흘린 다.
아무리 존 나센 이 라고 하지 만, 그래 도 상대는 제 국 10강이 다.
심지어 마나까지 사용하여 검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저 기운에 제대로 맞으면 갑옷도 무 잘리듯 쑹덩쑹덩 잘려나간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말이다!
아카데미에서 맨손으로 검을 깨부순 전적이 있다곤 들었다.
하지만 당시 상대는 지금과 같은 제국 10강이 아닌, 일개 학생에 불과했 다.
극명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당시에는 검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카일 형제 …!”
바오로 추기경이 다급히 입을 열었으나 이미 늦었다.
카일이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도, 프리실라는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아주 힘껏,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냐? 그건 아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기술이 포함되 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려치기에 불과하다.
“아아아…!!”
하지만 그 어떤 군더더 기도 없는, 지극히 깔끔하고 날카로운 내려치 기다.
그 단순한 검격 한 번만으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 다.
이게 바로 제국 10강이다. 제국에서 제일가는 강자들의 실력이다.
프리실라의 검이 카일의 몸을 정확하게 두조각낼 것 이다.
몸이 쩍 , 하고 양 옆으로 갈라지며 끔찍한 몰골을 만들 게 분명하다.
그생각이 성녀와, 바오로 추기경의 머릿속에 가득해졌다.
터업!!-
“어?”
카일이 그 검을, 맨손으로 붙잡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서운검이네요.”
빈 말이 아니다.정말로무서운검이었다.
전처럼 생각 없이 손을 뻗었다면 평생 왼손잡이가 되 었을 것이다.
해서 카일도 바로 검을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칼날을 잡았다.
‘이게되긴되네.’
형과 누나가 하도 연습을 해대서 본인도 몰래 했던 짓.
몇 십 번 실패하다가 한 번 성공하고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고 잊었는데.
이게 또 단번에 되니 당사자인 카일로서도 참 어이가 없긴 했다.
물론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검에 머물고 있는저 기운, 검기로 인해 굉장히 아프니까.
“계속할까요.”
가볍게 검을 밀쳐낸 카일이 그리 묻자, 프리실라가고개를끄덕인다.
이번에는 더 어려운 공격으로 나아간다, 더 변화무쌍한 방식으로 전환한 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살초를 쓰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시,신이시여….”
그러는 동안, 바오로 추기 경은 두 손을 모으고 신을 찾았다.
푸른 달빛이 춤을 추는 와중에, 카일은 맨손으로 그 빛을 모조리 격파하고 있다.
제국 10강의 검을, 교단 최 고의 실력자를, 일개 아카데 미 학생 이 상대하 고 있다.
이게 진정 말이 되는 일인가.저게 어찌 인간이란말인가.
정말로 같은 신께서 같은 날에 만든, 그분의 피조물이 맞기는 할까?
“와아….”
성녀는 멍하니 카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옆에 서있는 추기경처럼 신을 찾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굉장히 멋있다고. 카일 형제님이 정말 멋지다고.그리 생각할뿐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