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이것이 본퓐…?
아카데미 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교단의 예배당.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곳에서 한바탕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얼른 식 올리자! 결혼! 우리 결혼해 !”
“뭔 갑자기 말같지도 않은소리를하고 계십니까!!”
“결혼! 얼른 해서, 아기 ! 아기까지!”
“도대체 무슨! 정신 차리세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비록 황위를 계승할후계자는 정해졌다고 하나, 딱히 황좌에 욕심이 없다 고는 하나.
어찌 되 었든 율리카는 제국 황실의 황녀, 그것도 방계도 아니고 직계이다.
심 지 어 비 소생도 아닌 황후 소생의 적녀이 다. 서녀 가 아니란 말이 다.
그런 여인이 대공가도 아니고고작남작가, 심지어 그 가문의 후계자도 아 니고 아무 작위도 받지 못 할 일개 자제와 대뜸 혼인을 한다?
제국 황실의 권위 가 땅바닥에 추락하는 일이 다. 아니, 아예 바닥을 뚫고 들어갈것이다.
설령 그 상대가 존 나센이라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아니, 오히 려 상대 가 존 나센이면 더욱 많은 말들이 나올 것이다.
‘귀족 새끼들이 뭐라고 하겠어! 제 딸 바쳐서 야만족에게 굴복했다고 신 나게 떠들걸?!’
황실은 이 제국의 절대자다.그리고 절대자는, 절대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
조그마한 틈도 시 간이 지 나면 거대한 구멍 이 되 어 물이 새고 있다.
물론 당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로 인해 균열이 생기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언젠가 그 균열은 거대한 둑을 무너트리는 계 기 가 될 수도 있다.
해서 모든 절대자들이 그렇게도 ‘권위’ 에 집착하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권위는 다시 예전만큼으로 회복하기가쉽지 않다.
그나마 가장 빠른 방법은 ‘피’를보는 것인데, 그리 하면 제국이 분열될 수 도 있다.
언제나 과한 피는 분열을 낳고, 기어코 갈라서게 만드니까 말이다.
‘황제 가 허락할 리 가 있냐?! 미 쳤다고 소리를 지를 거다! !’
정작그황제는 ‘나는이 결혼 찬성일세.’ 라고 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카일은 이 미친 황녀를 어떻게든 말리 고자 했다.
“그만! 정지 !”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멈춰 선 카일.
그 반대 편에 는 매 서운 눈빛을 띤 율리 카가 자리 한다.
“황녀님 . 제 발 정신 좀 차리 시죠. 갑자기 왜 이 러시는 겁 니 까. 아니 지, 이 러 시면 안됩니다.”
“왜?,,
“왜라뇨! 황녀님은 황녀고! 저는 일개 남작가의 자제입니다! 심지어 후계 자도아니에요!”
“그래서?”
“그래 서 가 아닙 니 다! 제국 역사 어 디를 살펴봐도 황실의 적 녀 가 남작가와 연을 맺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 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티샤는 거의 아카데미 도서관의 지박령이라고 할수준이다.
그리고 그녀와 가깝게 지내다보니 카일도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 다.
매번 책 가지고 운동을 할 수는 없고, 또 제국에 대해 알아서 손해 볼 것도 없고 해서.
각 잡고 역사 서적들을 펼치고 시간 될 때마다 읽었던 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도움이 되는 상황이, 황녀의 결혼 제안을 막아야만 하는.
무척 이 나 황당하기 짝이 없는 때라는 게 어 이 가 없긴 하지 만 말이 다.
“걱정하지 마.그건 알아서 할수 있어.”
“그 알아서 하시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입니다!”
“폐하께서도긍정적으로보실 거야.”
“그것 보세요! 페하께서도… 예 ?”
지금 내가 헛것이라도 들었나? 싶어서 율리카를 바라본다.
그러자 황녀는 훗, 하고 미소를 짓더니 당당한 목소리로 말한다.
“황제 폐하께서도 우리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실 거라고.”
“•••진심으로하시는 말씀은 아니죠?”
“글쎄? 어떠려나? 어떨 것 같아, 카일 존 나센?”
그야 당연히 황제가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며 크게 화를… 화를….
갑자기 불길한무언가확 엄습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율리카는 잔꾀나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기질이 아니다.
당장 아까느꼈던 기세나, 그보다 전에 겨루었던 수준을 가늠해보면.
그냥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게 그녀의 스타일이다. 속이는 건 그녀와 맞지 않다.
정말로, 만에 하나황제가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황실의 권위를 포기하는 수가 있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면?
그리 된다면 율리카의 저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황제 폐하의 뜻은세상무엇보다우선이야.카일존나센.알고있지?”
“알고는 있습니다. 알고는 있죠.”
“그러면 자꾸 도망치지 말고, 얼른 나와 결혼하자. 그러면 돼.”
그리 말한 율리 카는 뒤를 돌아보더니 손을 뻗는다.
“으엣?!”
“마침 성녀도 있어. 교단에서 인정한, 사제의 모든 일을 행할수 있는존재 이지. 알고 있지? 사제가 나서서 결혼의 증인이 되면 설령 식을 올리지 않아 도 부부가될 수 있는 거.”
“그것도 알고는 있죠. 하지만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식을 올리고 서류도 제출해 야 하는 거 아닙 니 까! 이 건 진짜 아닙 니다, 황녀님 . 관두세요!”
“왜 자꾸 그래? 내가 싫어? 나 황녀인데 ? 그리고 강하기도 하고.”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다시 한 번 카일을 붙잡으려는 율리 카.
바로 이때, 낑낑거리며 그녀의 손을 뿌리친 성녀가 ‘그만!’ 하고 일갈한다.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敢황녀님! 아무리 제 벗이라고 하지만, 카일 형제 님께 대한 무례는 그만 두세요! 계속 이러시면 더는 당신을 제 벗이라고 여기 지 않겠습니다!!”
“•••힐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이건 정말 아닙니다! 결혼이라는 게 뭔가요! 서 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주변 사람들의 축복과 응원을 받으며 하나가 되는, 지극히 성스러운의식입니다! 해서 사제들이 직접 나서 그 증인이 되는 것이 며, 신께 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그렇지 않은경우도 있잖아.”
“정 략혼을 말씀하시는 거 라면 이해합니 다. 하지 만 그마저도 당사자들이 결국 그 결혼에 ‘찬성’ 하는 모습을 보이기 라도 합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르 게 말이죠!!”
성녀의 단호한 어조에 카일은 속으로 꽤나 크게 놀랐다.
항상 밝고 화사한 목소리만 내는 줄 알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미소를 잃지 않을 줄알았다.
여태까지 성녀의 그런 모습만 봤기에, 그녀는 항상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어찌나 엄한 어조로 율리 카를 훈계하는지 , 성녀의 탈을 뒤집 어쓴 다른 사 람 같다.
“나는….
“그만!”
율리카의 말을 거칠게 끊은 성녀가 당찬 발걸음을 뗀다.
그리고 카일 앞을 딱 가로막고서는 문을 가리 킨다.
“나가주세요.”
“어어…?”
“이곳은 예 배 당이 에 요. 신께 기 도를 올리 는, 아주 중요하고 성스러운 곳 이죠. 그런 곳에 서 이 런 소란을 일으키 시 다니 . 아무리 황녀님 이 라고 하지 만 이건 도를 넘으신 거예요.”
매섭다못해 싸늘할 정도의 축객령이다.
율리카가 아무리 황녀라고 해도, 이곳은 교단의 땅이다.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하여, 황실이 직접 교단의 권한을 보장한 곳이다.
때문에, 최소한 예배당 안에서는 성녀의 명령이 더 위에 있다.
“•••알겠어.”
율리카는 그런 성녀와 딱히 첨예하게 대립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물론 본인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 지만 말이다.
“잘생각해서, 다시 대답부탁할게. 카일존 나센.”
“얼른나가시라고요!”
“알겠어. 지금 나갈거야.”
그 말을 끝으로 정말 예 배 당에 서 사라진 율리 카 敢황녀.
« ” …
« ” …-
율리 카가 떠 난 자리를 바라보고 있던 카일과 성 녀는.
“에효….”
하고, 동시에 깊은 한숨을 흘리고 말았다.
널
“•••해서, 회유에는 실패했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런것 같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미 제국에서 우리들의 행동을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침 중한 목소리 로, 누군가 그리 말하자 사방에 서 탄식 이 흘러 나온다.
어떻게든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전부 알아챘을 것이 라니.
이리 되면 결국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 어버릴 확률이 아주 높았다.
“제국의 동향은 어떠한가.”
“아직 이렇다 할군사적 조치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먼저 움직일 자들입 니다. 명분이 야 충분하니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는 게 확실합 니다.”
“•••그렇단 말이지.”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된 이상,우리가먼저 행동을 개시한다.”
“어쩌려는 겁니까. 기습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기습은 기 습이 지요. 허 나 어중간한 군사적 기습은 아니오. 그보다 훨 씬 더 위험하고, 또한훨씬 더 효과적인! 제국을 안에서부터 뒤흔들 그런 기습을 준비할 것이오!”
그리 외친 중년 남성이 팔을 번쩍 들고서 손짓을 한다.
직후 한무리의 남녀들이 나타나더니 멀리 떨어진 공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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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오랫동안 우리들을 업신여 겨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런 제 국의 압제에 밀려나고 또 밀려나서, 결국 이 좁은 서쪽 끄트머리까지 몰렸습 니다.그런데 제국은 이 작은 땅덩이마저,우리들의 마지막남은 거처마저 기 어코 빼 앗으려고 합니 다.”
척척!—
공터에 선 이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틀어쥔다.
마법 도구로 보이는, 마나를 제어하는 어떤 장치들이었는데.
제국에서도보지 못한, 상당히 괴상한마나회로를 지닌 것들이었다.
“그런 제국놈들에게,피의 복수를단행할때가왔습니다.단매에 놈들을 쳐 죽일! 우리 연합의 분노가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제국 사방으로 퍼져, 고 통을 알려줄 것입니다! 황제가 머무는 곳, 귀족들이 머무는 곳! 그리고 그들 이 말하는 배움의 장까지! 모두 흩뿌려진 피와부서진 시체로 가득하게 만들 어줄겁니다!”
“오오오오!!”
“제국에게 고통을! 피의 복수를! 우리들의 각오를! 보여주는 겁니다!!”
중년 남성의 말이 끝난후, 뒤에서 두 남자가 한 사람을 거칠게 끌고 나온 다.
연합의 정보를 비밀리에 제국 측에 넘기고 있던 스파이가 그의 정체.
“저들이 먼저 시작한일이니,우리들은마땅히!”
누군가 나서 남녀들이 들고 있던 장치 중하나를그에게 붙인다.
잠시 후, 급격히 마나가 팽창하는가 싶더니 곧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