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이것이 본퓐…?
저 멀리 아카데미와 그 주변에 자리를 잡은 도시들이 보인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자각한 남성이 제 일행들을 주변으로 불러 모은다.
“명심해라.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io분이다.그 이후에는 연합의 영 광스러운 들불이 되 어, 힘차게 타오르다가 사라지는 거다. 그 전까지 제국의 모든 것을 불살라 없애 자.”
여기까지 오는것에만해도 참으로 많은희생이 따랐다.
누구는 재산을, 누구는 자존심 을, 또 누구는 목숨을 잃어 야만 했다.
그나마 미리 배치해둔 협력자들 덕분에 어떻게 이곳까지 당도할 수는 있 었다.
하지 만 이 이상은 그 협력 자들로도 더는 어쩌 지 못 한다.
제국이 바보도 아니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을 통행증 하나만 보고 쉽사 리보내줄 리가.
“우리의 목표는저곳의 중심에 있는 아카데미다.그 안에 있을, 가증스러 운 제국 귀족 놈들이다. 다만 그곳까지는 가는 데에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 이다. 명실상부 제국의 최고 교육 기관이니 당연하겠지. 전력으로 뚫는다고 해도 10분은 빠듯한시간이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아카데미 안이든 바깥이든, 우리가 들어간다 는 걸로 충분하니까요. 실컷 난장판을 치다가 장렬하게 불꽃을 꺼트리면 그 만입니다.”
서쪽왕국 연합에서,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결사대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연합은쪼그라들 대로 쪼그라졌다. 더는 제국의 압박에 버텨낼 수 없 다.
남은 것은 머리를 땅에 처박고 항복하느냐, 아니면 마지막까지 싸우다 사 라지느냐.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연합은 궁지에 몰린 자들의 가장끔찍한수를 생각 해냈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죽더라도, 제국에 상처 하나씩은 더 남기고 그리 하자 고!
“다시 한 번 말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 을 거다. 이 한번의 기회에 제국에 우리 연합의 무서움을, 처참함을, 뼈 속 깊 이 각인시킨다. 어차피 이래나저래나죽는거, 운이라도좋다면 제국놈들이 우리 연합에 대한 처우로 분열할 수도 있겠지.”
남자는 그리 말한 후 주머 니 에 서 뭔 가를 꺼 내 들었다.
그리고 손에 든 것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망설이지 않고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뒤를 따라 결사대원 모두가 남자와 똑같이, 그것을 꺼내 삼켜버린다.
얼마지나지 않아,미친 듯이 마나가솟구친다.
아니, 솟구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끓어올라 넘치기 직전의 주전 자.
당장이 라도 폭발할 것 같은 위 험 천만한 폭주 상태 라 불러 야 마땅할 것이 다.
“가자! 제국놈들에게 우리 연합의 장렬함을보여주자!”
혈관이 다보일 정도로 기괴한모습이 된 남자가우렁차게 소리친다.
열댓 명의 이들이 뒤를 따라, 도시에 들어가는 성문으로 내달렸다.
자신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0분. 그 이후는 없다.
그 안에 계획했던 모든 것을, 생 각했던 모든 복수를, 실행에 옮기 리라.
그리고 머지않아, 굉음과 비명이 함께 어우러져 아카데미를 덮치기 시작 했다.
*
파스스….
먼지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 그 와중에 카일은 티샤를 안아들었다.
“콜록, 콜록!”
“다친 곳.”
“네,네?”
“다친 곳 있어요?”
“어,없는것 같아요. 아마도….”
티샤의 대답에 다행이네요, 라고중얼거린 카일은 그녀를 옆으로 옮겼다.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상황은 몸의 근육을 전부 풀어지게 만 든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는 손잡고 뛰는 것보다 안는 게 더 빠 르다.
“자, 잠깐만요! 다른 사람들은….”
“반대편에 있어요.그래도우리 이안이 제 할 일은하더라고요.”
얼어 죽어도 주인공은 주인공이 라는 것일까.
마차가 날아오는 순간 이 안은 그대 로 엘 가와 레 토를 뒤 쪽으로 잡아당겼 다.
물론 곱게 당긴 건 아니다. 뒷덜미를 낚아채서 엘가도, 레토도 ‘캑!’ 하고 비명을 질렀으니.
‘이왕구해줄 거 조금 더 멋지게 해주었으면 참좋겠는데. 뭘 바라냐.’
그리 생 각하며 카일은 빠르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눈에 보이는 건 박살 난 마차가 전부지만, 와 닿는 이 기운은 더 많은 정보 를 품고 있었다.
‘침입자.’
어떤 미친 새끼들이 감히 황실 직할령인 아카데미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일
일단 제국 내의 귀족들은 아니다. 그럴 동기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다.
제 자식들 거의 대부분이 이곳 아카데미에 있는데 미쳤다고 여기를 칠까.
그렇다면 나오는 답은 단하나.외부 세력의 기습.
뎅뎅!-뎅뎅!-
사방에서 긴급 상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평소에는 잘보이지 않던 경계 병력들이 미친 듯이 내달린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굉음과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이 거 로맨스 판타지 인데 . 알콩달콩 일상만 일어나는 내용이 전부 아니 었나? 싶다가도.
사랑에는 원래 위기라는 요소가 필요함을 깨달은 카일은 입술을 깨물었 다.
어쩌면 방금 전에 티샤를 이안이, 엘가를 레토가구하는 전개가 있었을 지 도모른다.
그러니까E 지금 이 모든 상황도 결국 예 견되 어 있었던 거 라는 뜻이 다.
“카일! 티샤!”
반대편에 있던 엘가가 급히 다가와서는 상태를 묻는다.
그에 티샤가 멀쩡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드니 얼른 일어나라고 외친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종소리에요. 다들 얼른 피해야해요!”
콰앙!!-
또한번 굉음이 천지를뒤흔든다. 이번에는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공녀에 게 무슨 일이 라도 생 길까, 레토가 엘가더 러 얼른 몸을 피하셔 야 한 다며 재촉한다.
하지만 엘가는 먼저 몸을 빼내는 게 아니라 티샤의 손을 붙잡았다.
“카일! 티샤! 얼른요!”
“네, 네! 카일! 당신도 얼른!”
콰쾅!!-
막 티샤의 뒤를 따르려던 카일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처음 마차가 날아온 방향은, 아카데 미 외 곽에 자리를 한 도시 입 구였다.
다음으로 들린 폭발음은 이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 어딘가였고.
방금 들린 소리는 그보다 더 앞쪽, 아카데 미와 거의 떨어지 지 않은 곳이 었 다.
‘소리가점점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다?’
아카데미 외곽의 도시에는 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이들이 살아간다.
경계 병력도 있고, 기사들도 있고, 황실의 명을 받아관리하는 책임자도 있 다.
하지만 그 너머, 아카데미 안에는 오로지 학생들과교수 및 조교들만이 전 부다.
거 기까지 생 각한 카일은 더 볼 것도 없이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카일?! 카일!!!”
이 새끼들이 , 설마 아카데 미를 노리고 있는 거니 ?
시 발, 이 제 야 겨우 행복한 아카데 미 생활 좀 즐기 려고 하는데 嘗
물론 그 중간에 조별 과제라는 난관이 있기도 했지만 어떻게 잘 헤쳐 나갔 다.
이제 발표만완벽하게 해서 좋은 점수 받으려는 직전에, 이 지랄을 떤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나는데, 더욱 열불이 솟구치는 점은 따로 있다.
‘이새끼들. 이상하잖아!!’
분명히 느껴지는 이 기운은, 강자의 것이 확실하다.
헌데 그 강자의 기운속에서 뭔가 이질적인 것이 전해졌다.
보통의 사람으로서, 아무리 단련한다고해도 절대 느껴질 수 없는 것.
모름지기 강자라 함은 끊임없이 쌓고 쌓아그 결정체로서 존재하는 건데.
지금느껴지는 이 강함은 역으로 제 모든 걸 갉아먹고, 불사르고 있다.
정상적 인 방법 이 아니 다. 이 것은 강하나, 또한 강하다고 볼 수 없는 무언 가 다!
두두두두두두!!-
무언가 안에서 끓어오른다. 이것은, 분노다. 참을 수 없는 분노다!
아카데미 생활을, 이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을 방해하는 것도 물론 화가 치 밀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 한 방법으로! 강함을 드러내는! 저들의 만행이다!!
“크아아아!!”
저 앞쪽에서, 한 남자가 기사 하나를 메다꽂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카데 미 에 배치되 어 있는 기 사가 굉 장히 뛰 어난 이 들임을 감안했을 때.
그런 기사를 일격에 휘두르는 저 인간은 분명 엄청난 무력의 소유자가 분 명하다.
다만 그 무력을, 괴상한 방법으로서 소유한 것이 확 눈에 보였다.
핏줄이 돋아나다못 해 아예 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전혀 정돈이 되어있지 않다. 너무나 불안정하다.
그 모습은 마치, 당장이 라도 폭발할 것 같은 폭탄을 보는 듯 하다.
“으아악!”
“크억!”
기사들이 이룬포위진이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남자는 그 틈을 타서 아카데미로 다시 한 번 달려들려고 했다.
콰직!—
“끄헉?!”
카일에게 멱살을 낚아채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봐요.”
“끄흑?!”
“몸상태를보아하니 톞대 500도못치게 생겼는데,굉장하시네요.”
남자를 버둥거리며 제 멱살을 틀어쥔 카일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힘을 주어도 꿈쩍도 할 수가 없다.
‘뭐 야, 이 청년은. 무슨 이런 힘 이 !’
지금 자신은, 마나 폭주제를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몇 배의힘을낼수있 는 상태다.
당장 제국의 정규 기사들조차한주먹에 날려버리고 있지 않은가.
비록 그 대가로 10분 후에 몸이 완전히 붕괴되 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지만.
그까짓 것, 상관없다. 그 최후마저 제국을 향하는 거친 불길이 될 것이니!
꾸욱!-
남자는 다시 한 번 카일의 손목을 강하게 쥐 었다.
이대로라면 단숨에 손목뼈가 뚝! 하고부러져야 정상이다.
“끄으, 으으으?!”
하지만, 끝내 남자는 카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당신 몸에다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요.”
“크흐흐!”
!
남자는 웃었다. 어차피 죽기로 마음먹은 것, 두려울 게 없으니.
« ” …-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극악무도한 놈을 보았나. 어떻게 노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강해지려 고한단 말인가!
오호, 통재 라. 참으로 안타까운 일 이 다. 그리 고 참으로 분노할 일 이 다.
이 것은 존 나센으로서 결코 좌시 할 수도, 묵인할 수도 없는 비극이 다.
“저기요.”
어디선가봤던 대사가 절로 입에 담긴다.
“이제부터 내가너에게 반말을하겠습니다.”
콰직!—
멱살 대신 목을 틀어쥔 카일은, 세상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너.약물 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