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67화 >감당하지 못 한다면, 네가 약한 것이다!
카일 존 나센. 그 이름을 들은 아카데 미의 학생들은 며칠 전까지 만 해도 이런 반응이었다.
존 나센 폭풍, 존 나센 자연재해, 옷깃이라도 스쳤다간 거꾸로 매달아버릴 괴물.
듣는 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또 그럴 만도 했 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맨손으로 날아오는 검을 깨부수고, 인사하다 말고 책 상을 두동강 낼까.
단순히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범인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미 ‘존 나센’ 이라는존재에 대해 공공연히 도는소문들이 있다.
제국이 진절머리를 내면서 더는 싸우는것 자체를회피한북쪽의 사람들.
거기에 몇 년도 채 안 된,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은 두려움을 더해주기 충분하다.
존 나센에서 왔다는 미녀가 있었는데, 주먹 한 번 휘두르니 건물이 박살났 다는.
믿기 힘든데 진짜로 있었던,뭐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런 것들이 합쳐지니 다가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게 너무 당연했다.
심지어 존 나센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던 자들도뭐 어떻게 해보려는 심 산이 아닌.
그냥 살살 속만 긁으면서 눈치 만 보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 다.
“카일 존 나센 좀 만나보고 올 학생 있나요?”
해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다들 진절머리를 내며 고개를 내저었을 것이다.
그래. 며칠 전까지는, ‘그사건’ 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가다녀올게요.”
교내 신문발행부에 속해있는 여학생이 번쩍 손을들었다.
극악무도한 침입자들로부터 아카데미를 구원한 영웅.
기사들조차해내지 못 한 일을 단 몇 분 만에 해낸 강자.
제국과 교단에 빚을 달아둔 이 번 학기 최 고의 아카데 미 학생 .
거기에 또 평소에는조용히 운동만하는, 자기 단련에 묵묵히 집중하는모 습과.
그 ‘존 나센’ 치고 상당히 부드럽고 착하다는 말까지 더해지니 이미지가 완전히 변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괴물에서, 상당히 궁금한 점이 많은 북쪽의 손님으로.
이러니 겁을 내기는커녕 잔뜩 기대된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잘해봐요. 진짜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우리가 처음이니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최고의 화젯거리가되고 있는 인물이다.
이미 제국의 여러 신문들이 앞다투어 카일과관련된 기사를내고있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가 실린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
일단 아카데미에 기자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기도 하고.
설령 허락을 받고 들어온다고 해도 카일이 도통 만나주지를 않기 때문이 었다.
“아,운동해야 한다고!”
기 자들이 기 어코 단련하는 곳까지 쫓아가니 카일은 급기 야 도서관으로 도망쳤다.
다른 곳은 몰라도 도서관만큼은 절대 정숙이 다. 사서의 힘도 꽤나 강하다.
특히 정숙을 요청하는 온갖 귀족 가문 자제들도 많으니 소란은 절대 금물.
해서 기자들도 도서관으로 도망친 카일을 끝내 붙잡지는 못 했다.
이후로 모든 기 자들은 아카데 미 내부의 출입 이 금지되 었다.
과한소란을 일으키며 학업에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로 인해 대부분의 기자들은 아카데미 외곽도시에 대기하며 카일이 나 타나기 만을 기 다렸다.
“언젠가한번은 아카데미 바깥으로 나오지 않겠어?!” “그때 인터뷰 따내 고 만다!”
기자들은 몰랐다. 카일이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아카데미 안에서 운동만 한다는것을.
설령 필요한 게 생긴다고 해도 그냥 이안과 레토를 부려 먹으면 된다는 것 을.
아무튼 이리 되니 최고의 화제인 카일이 정작 인터뷰를 한 이는 한 명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카데미 교내 신문 발행부가 그 처음을 노리기 시작한 거 였다.
그리고 그 첫 인터뷰 임무를 맡은 燚학년, 도로시는 카일을 찾아 나섰다.
‘강의 가 없으면 항상 실내 연무장에 있다고 했는데.’
하지만 실내 연무장에 가보니, 안에는 몇몇 학생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항상 이곳에 있다던 카일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기자들을 피해서 도서관에 있나? 싶다가도.
이미 그 기자들 출입을 막은 게 이틀 째다. 소식을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도대체어디를 간거지?’
그 지랄 맞은 기자들도 끝내 따내지 못 한 인터뷰다.
이걸 아카데미 교내 신문이 처음해낸다면 엄청난 업적이다.
해서 도로시는 카일이 있을만한 곳 이곳저곳을 전부 돌아다녔다.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저 멀리서 카일의 모습을 발견한 도로시였다.
‘명심하자. 절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돼. 인터뷰를 따는 것보다 일단 아 카데미 학생 이라는 것부터 강조하면서 너와 나는 같은 학생 이다, 라는 동질 감을주어서 안심시키는게 우선이야.’
상대방과의 친밀도는 좋은 인터뷰를 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다행 히 선후배 이 기 도 하고 같은 학생 이 기 도 하니 그 부분은 어 렵 지 않을 터.
해서 도로시는 와악! 하고 달려들거나 다짜고짜 펜과 수첩을 들지도 않았 다.
그냥 지나가던 학생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을 쓰지 않도록.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며 막 근처까지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
갑자기 들리는 괴성에 ‘무슨 일이야?’ 하던 도로시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린다.
제자리에 서있는 카일의 옆에서, 한남학생이 그의 팔에 매달려 있던 것이 다.
‘뭐, 뭐야? 무슨 상황이야? 뭔데?’
매 달린 모습도 남학생 들이 으레 벌 이 곤 하는 장난 따위 가 아니 다.
정 말 진심으로, 온힘을 다해서 , 소리 까지 지르며 매 달리고 있었다.
“쯧.”
열심히 매달리는 남학생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가볍게 팔을 한 번 휘 두른다.
그러자 남학생은 부웅! 하고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에 쳐 박혔다
어찌 나 세 게 쳐 박혔는지, 도로시 가 저 도 모르게 으아.’ 하고 탄식 을 흘릴 정도.
“ 다음.”
다음? 다음이라니嘗 그 말에 도로시는고개를 돌렸다.
나가떨어진 학생 옆에, 또 다른 남학생이 있던 것이었다.
‘어 잠깐만. 저 1학년은… 리토리오공녀 옆에 있던 그얘 아닌가?’
이름은 바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리토리오 소속인 건 확실하다.
고귀한 가문들의 자제나 영애들은 대게 비서 역할을 하는 이와 같이 입학 한다.
지금 보이는 저 남학생도 그런 경우다. 이름이… 아, 그래. 레토. 분명 레토 라고 했다.
‘쟤는 공녀는 어디에 두고 혼자서 왜… 어?’
다음 벌어진 상황에, 도로시는 제 눈을 의 심해 야만 했다.
퍼억!—
“깩!”
그 남학생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는 카일.
일격을 맞은 상대는 말 그대로 공처럼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포 포련?I’
1 1 , "―I —1 • •
아카데미 내에서 학생끼리의 그 어떤 폭력 행위도금지다.
상황에 따라서 정상참작을 받을 수도 있지 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어 보인 다.
대뜸 레토에게 주먹을 휘두른 카일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 듯 했다.
‘이,이게 뭐야?’
뭐지? 뭐지,뭐지,뭐지? 도대체 뭐지?!
남자하나는 카일에게 매달리고, 또 다른 남자는 카일에게 맞고 있고.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어째서….
도로시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다급히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카일을 만났냐는 부원들의 질문에는, 그냥 못 봤다고 둘러대 기로 했다.
널
오늘도 이 안은 끝내 팔을 내리 지 못 했 다.
그리고 레토는 오늘도 깩! 하고 비명을 내 지르고 말았다.
며칠 되 지도 않은 시점 이라지만 성 장이 좀 느린 것 같다.
‘내 시간도 아까운데 이게 무슨 짓인지.’
혼자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카일은 고개를 내저었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갑자기 할 일이 엄청나게 늘었다.
일단 티 샤 운동 하는 것도 봐줘 야 하고, 성녀 가 잘 하나 확인도 해 야 한다.
거 기 에 틈만 나면 엘가가 차 한 잔 하자며 부르니 또 거 기 에 응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아무리 못 해도 세 시 간은 잡아먹고도 남는다.
헌데 그 와중에 또 다른 일들이 자꾸만 생 겨나고 있는 중이 다.
침입자를 어떻게 격퇴했느냐, 당시 어떤 마음이었느냐, 뭐라도하나 건지 고싶은 기자부터.
다시 보게 되 었다고 칭찬하는 교수들이 나, 친해지면 뭐 있지 않을까 하는 속물들.
그리고 정말 순수하게 친해지고 싶어 하는 몇 안 되는 진짜 아카데 미 학생 들까지.
‘내가자초한 일이니 뭐 불평할수도 없구나.’
쩝, 하고 입맛을 다신 카일은 아이스크림 그릇을 전부 비워냈다.
그래도 이렇게 당을 섭취하니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긴 한다.
존 나센에서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인데, 확실히 일탈이 좋긴 좋다.
자, 이제 혀가즐거웠으니 남은 일은뭐다? 먹은 거 써야 한다.
카페를 벗어난 카일은 바로 실내 연무장, 본인 왈 헬스장으로 향했다.
‘요즘 들어서 운동을 너무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왕왕 든단 말이 야.’
이 소리를 아마 아카데미 학생들이 들었다면 ‘뭔 개소리야?’ 라고했을 것 이다.
매 일 빠지 지 않고 한두 시 간씩 운동을 하는 놈이 갑자기 무슨 말이 냐고.
물론존 나센 사람들은 ‘아이고! 운동할시간이 그리 부족해서야!’ 라고했 을 테지만.
“카일님!”
걷는 건 좀 그래서 가볍게 전력질주로 헬스장으로 향하는데.
뒤 에서 누군가의 거친 목소리 가 들려오자 카일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넬?”
“하악, 하악! 네네 ! 저입 니다! 자, 잠깐만! 잠시만 좀!!”
이러다가 또 쓰러져서 겨우 숨만 쉬고 있지는 않을까.
카일이 바로 자리에 멈춰 서자 넬도 겨우 숨을 돌린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은 카일과는 다르게, 넬은 상체를 숙이고 한동안 헉헉 거렸지만.
“가,가져왔습니다.”
“네?”
“마, 말씀하신! 제 게 요구하신 거! 하악, 학! 저, 전부 모아왔습니 다!”
“잠깐만요. 그, 모아왔다는 게 설마….”
“저를 가르쳐주는 대가! 말씀하신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카일 앞으로 주머니를 내미는 넬이 었다.
대 충 봐도 묵직 한 게 꽤 많은 금화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뛰는 게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이걸 짊 어지고 있었다니 .
금액을 맞춰온 것도 맞춰온 것이지만, 이 무게를 감당해낸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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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데, 이걸 들고서 뛸 생각을 했을까.
‘•••노력과의지로는 충분히 합격이네.’
남자 1호, 燚호보다야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합격.”
“네?”
“합격이라고요.”
넬의 목에 걸어지는존 나센 합격 목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