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68화 >감당하지 못 한다면, 네가 약한 것이다!
여태까지의 모습들을 통해 판단했을 때, 일단 넬의 의지는 기대 이상이다.
전력 질주하는 자신을 어떻게든 따라오려고 했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 이었다.
물론 과호흡으로 인해 쓰러지 기 직 전까지 몰리긴 했다.
허나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것, 그게 무엇보다중요하다할수있으며
•
더 나아가 그 부분 하나만으로도 굉 장히 대 단한 일이 라고 할 수 있다.
어 지 간한 기 사들도 함부로 따라오지 못 할 테 니 말이 다.
‘헬린이는확실히 아니니 시작부터 좀세게 해볼까.’
공짜 PT 도 아니고 합당한 금액을 받았다.
이리 되면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이끌어주는 것이 맞다.
카일은 넬을 데리고서 헬스장, 그러니까 실내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한 무리의 학생들이 동시에 시선을 돌린다.
‘요즘 들어서 갑자기 운동하는 인간들이 확 늘어난 것 같단 말이야.’
같은 것이 아니라진짜다. 예전에 비해서 배는늘었다.
갑자기 운동 바람이라도 부는 것인가, 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카일.
아무래도 갑작스레 아카데미에 불어 닥친 운동 바람이 자신 때문임을 모 르는듯 했다.
자.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단순히 살을 빼거나 몸을 가꾸려는 목적이 아니다.
지금 넬은 기 사가 되 어 야만 한다. 그리 고 그 기 사가 되 기 위 해 , 최 고의 몸 을지니려 한다.
이 런 식 이 면 아마도 레토와 비슷한 수준의 단련을 거쳐 야 할 듯 하다.
물론 레토보다 의지나 끈기가 훨씬 강하니 주먹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 몸부터 풀죠.”
“가볍게… 말입니까?”
“네.가볍게요.”
카일의 말에 넬은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몸좀풀자면서 가지고오는 게 저 굵은봉이라니.
원래 준비 운동이 나 스트레칭 , 뭐 이런 걸로 몸을 푸는 게 아니란 말인가?
“이런건 해본적 없죠?”
“네 •••실은, 그냥 검만 휘두르는 게 전부여서….”
“검 휘두르는 거 좋죠. 하지만 검만 휘둘러서는 팔 힘 이 좋아지지 않아요. 상체도 마찬가지고. 보조는 된다고 해도 절대 주가 되지는 못 해요. 솔직히 느끼고 있죠?”
넬은 작게 고개를끄덕였다. 사실 그녀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른 기사 후보생들처럼 모든 걸 알려줄 수 있는 선배 기사가 있는 것도 아 니다.
그냥 어깨 너머로, 혼자 모든 걸 준비하고 갈고 닦는 것이 전부다.
이러니 체계적인 방법으로서 무언가를 해냈다면 그게 더 이상한 법이었다 •
“분명히 말했어요, 넬.”
“에 ?”
“저는 검술 모른다고. 아는 거라곤 몸을 단련하는 일이 전부라고요.”
“숙지하고 있습니다.그러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말끝까지 다들어요.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카일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빛을 띤다.
“이제부터, 정말 제대로 할 겁니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니, 감당해요.”
최 선을 다해서 , 이 회원님 께 존 나센의 방식을 우겨넣을 생 각이 었다.
받은 만큼 일한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이치를 위해서.
널
흐응-흥-.
콧노래를 부르며 성녀는 예배당의 먼지를 쓸어내고 있었다.
호위들이 자신이 하겠다, 왜 이런 궂은일을하시느냐, 라고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신을 모시는 장소를 신을 모시는 이가 청 소하는게 어때서.
오히려 자신의 할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이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 라고.
자신을 말리던 모두를 설득한 그녀는 끝내 예배당 청소를 마쳤다.
‘슬슬 오실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한 번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는 남자다, 항상 정확한 시간에 맞춰 자신을 보러 온다.
정확히는 자신의 운동 진행 상태를 보러 오는 것이지만, 무엇이든 좋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가 찾아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니까.
“성녀님.
잠시 후, 예배당문이 열리고 카일이 안으로들어선다.
그의 등장에 성녀가 ‘형제님!’ 하고 밝게 웃으며 막 맞이하려는데.
“실례하겠습니다….”
오늘은 카일 혼자가 아니다, 옆에 웬 학생 하나가 같이 왔다.
덕분에 반가이 카일을 맞이하려던 성녀는 으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 다.
흘끗 살펴보니 1학년 명찰을 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카일과같은신입생인 모양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구별이 가지 않는 다.
그나마 남성 복장을 하고 있어서 남학생이라는 건 겨우 알 수 있을 정도.
그외에 특이한부분이 있다면 거의 졸도하기 직전, 피곤함에 찌든 상태라 는것?
“카일 형제님? 옆에 계신 분은….”
“이 쪽은 넬 이 라고 합니 다. 성녀님처 럼 제 가 또 운동을 봐주고 있는 회원 … 학생이죠.”
“아하! 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넬 형제님 !”
“처음뵙겠습니다, 성녀님….”
목소리 또한피곤에 찌든느낌이 역력하다.
‘조금 갑작스럽 기 는 하지 만… 이 상한 일은 아니 니 까요.’
이미 카일이 다른 이들의 운동도 봐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당장 성녀 자신보다 티샤라는 여학생이 먼저 있지 않았던가.
이리 멋지고 또 착하신 분 곁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 라고.
성녀는 그리 생각하며 넬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다시 카일에게로 돌렸다.
‘형제님이 괜찮으실까? 여러 명을 봐야한다면 무척 피곤하실 텐데.’
또 축복이라도 걸어드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이 들 무렵
갑자기 카일이 성녀 앞으로 다가오더니 세상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연다.
“성녀님.혹 가능하시다면, 제 부탁좀들어주실 수 있겠나요?”
“부탁이요? 당연하죠! 형제님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지요!”
무슨 부탁인데 요? 라는 대 답이 아니 라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겠다! 라는 답이 나온다.
성녀의 그 아리따운 마음씨에 다시 한 번 감격하며, 카일은 본론을 꺼냈다.
“혹시 넬에게 그축복좀 한번 걸어주실 수 있을까해서요.”
“어 일단 가능은 할 것 같아요. 하지만 혹 여러 번은….”
“설마 제 가 무례 하게 계속 이 런 부탁을 드리 겠습니 까. 오늘 한 번이 면 충 분합니다.”
첫날부터 너무 많은 걸 쑤셔 박으려고 했던 탓일까.
안타깝게도 넬이 오후가 되 자마자 완전히 퍼져서는 일어나지를 못 했다.
오늘 안으로 가르치고 몸에 입력해야 할 것이 산더미인데 이래서는 곤란 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성녀는 넬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그의 머리를 한 번 어루만진다.
카일의 경우처럼 이마에 입술을 맞추는 일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서 황금빛 기운이 번지는가 싶더니 넬의 주변에 머무 른다.
“•••되었어요, 형제님. 이제 잠깐쉬면 금방 원래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랍 니다.”
“감사합니 다, 성녀님. 정말로 감사합니 다.”
“기뻐하시니 다행이네요. 정작 제게 한부탁도 카일 형제님을 위한 게 아 닌, 다른 분을 위한 부탁이 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형제님은 참 희한한 분이 세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너스레를 떤 카일은 성녀와 함께 예배당 뒤로 향했다.
세 번째 회원인 넬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지금은 두 번째 회원인 성녀 차례였다.
“자. 그러면 오늘은 좀 어떻게 나아졌나 한 번 볼까요.”
“이제 말씀하시는 자세나횟수는 자신 있다고요!”
성 녀 가 무척 이 나 당당한 목소리 로 힘 차게 외 친다.
그 모습에 카일은 하하! 웃음을 터트리고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운동치도 노력만 하면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는 법 이다.
“다행이네요, 성녀님. 그렇지 않아도 슬슬 횟수를 좀 늘릴까 했는데 말입니다.”
“네,네? 지, 지금뭐라고 하신….”
“걱정은 안해도되겠습니다.자! 이제 더 늘려볼까요?!”
“히 이이익?!”
혀는 몸을 베는 칼날이라는 성서의 격언을, 새삼 느끼는 성녀였다.
널
카일이 성녀의 운동을 봐주는 사이 잠깐이나마 단잠까지 잔 넬.
잠시 후 카일이 깨웠을 때는 몸 상태가 굉장히 가벼워 졌음을 깨달았다.
놀랍기도 하지만, 역시나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당혹감.
설마 교단의 성녀더러 직접 축복을 걸어달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설마 성녀님께 이런 부탁을 드릴 줄은몰랐습니다, 카일님.”
“성녀님의 마음 씀씀이가 워낙 좋으셔서요. 부탁을 하면 응당 들어주실 거 라 생각했습니다.”
라고 답한 카일은 넬에게 ‘이제 몸은 다시 좀 가벼워졌느냐?’ 라고물었다
•
그의 물음에 잠깐팔다리를 이리저리 돌려본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무척 가볍습니다.상쾌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행 이 네 요. 실은 오늘 오전이 랑 오후 내 내 때려 박은 것들이 꽤나 힘든 것들이었어요.”
“아어, 어쩐지 너무힘이 쭉쭉 빠진다싶더니….”
“그러는 게 당연합니다.원래는 남성 전용 루틴인데 그래도 넬, 당신은 의 지 가 강하니까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한 번 돌려보았거 든요. 확실히 잘 버티 시더군요.”
카일의 말에 그렇군요, 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넬은 문득.
“•••잠깐. 잠깐만.”
방금 전 들린 카일의 말속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자꾸 남성용이 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지 ? 어째서 ?
“카일님. 혹시….”
“뭐요.넬, 당신이 남자가아니라 여자라는 거 알고 있냐고요?”
“어, 어어…?”
“당연히 눈치 채고 있었죠. 설마 남자골격이랑 여자골격 차이도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