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70화〉을 것이 오고야 말았… 너무 빠른데요?
카일의 일상은 아카데미 습격 후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강의, 식사, 운동, 어느 부분도 처음과 같이 일정함을 유지했다.
하다못해 비행非行도 적정선을 지켜가며 저지르고 있었다.
이를테 면 오늘은 아이스크림,내 일은 마요네즈가 들어 간 소스, 뭐 이런 식 으로.
그 와중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첫 번째로 카일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내지는 눈빛.
“저 ••• 그, 같이 운동 좀 해도 되 겠습니까?”
“하세요.왜 저한테 그런 걸 물어요.그냥하면 되는데.”
하도 실내 연무장에 죽치고 앉아있어서 그런지 오는 학생 마다 족족 물어 본다.
본인도 여기서 운동이란 걸 좀 해봐도 되겠냐고.
심지어 신입생들만이 아니라 먼저 입학한 선배들까지 물어보고 있다.
덕분에 무슨 헬스장 지킴이 내지는 NPC가 되어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었 다.
‘도대체 왜 내 눈치를보는 건데.’
헬스장에 사람이 많아지니 불편한 게 없을 수가 없긴 하다.
하지만불편한 건 불편한 거고, 몸을 가꾸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또 좋은 일이다.
다들 학기 초라서 정신이 없다가 이제 와서 운동좀 하려는 것일까.
이참에 아예 헬스장도 확장하고 기구도 여러 개 더 놓아 달라고 하자.
아카데미에 커다란 빚을 달아두었으니 이 정도는 들어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카일은 또 다시 미친 듯이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그러니까, 쇠질을 했다는 말이다.
“후우! 후우!”
주변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신만의 루틴에 빠져드는 카일.
그런 카일을 바라보며 여학생 들은 탄성 어린 눈빛을 보내고.
남학생들은 강인한 수컷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나도 저리 하고 싶다! 라 는 지극히 당연한본능을 마음에 품기 시작했다.
기존의 무슨 몬스터 대하듯 하는 시선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물론 몇몇은 아직도 카일에게 그런 눈빛들을 보내곤 있으나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아카데 미 에 침 입한 자들을 전부 제 압한 것이 역 시 가장 큰 원 인이 긴 하다.
또 거기에 대공가는 물론이고 황실과 접점이 있다고 하니 생각들이 바뀐 모양.
두 번째로 달라진 점은 뭔가 할 일이 잔뜩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카데미로오면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PT 부분.
“이번에는무조건 내린다.”
호기롭게 외치는 이안.
“퍽이나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짓는 카일.
“끄으으으으!!”
“•••시간 끝.”
이번에도 승자는, 역시나 카일이 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비켜요.”
귀 찮다는 듯 팔을 휘두르니 이 안이 또 한 번 맥 없이 나가떨 어진다.
예전처럼 볼썽사납게 먼지투성이 가되지는 않았으나 처량하긴 매한가지.
“도대체 뭐야….”
오늘도 바닥에 내 팽 겨 쳐진 이 안은 어 이 가 없다는 목소리 였다.
카일의 힘 이 장난이 아니 라는 것쯤, 자신보다 강하다는 거야 알고는 있다.
그가존 나센 남작가의 차남이란 걸 떠나서, 한 명의 검사로서 대충 파악 이 가능하다.
전력을 다한싸움에서 이안본인은 카일에게 아무것도 아님을.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다하는 싸움이 아니다.
심 지 어 반도 아니고, 카일은 고작 팔 하나만 들고 서 있는 중이 다.
이 팔을 내리면 상대해주겠다. 거의 모욕에 가까운조건.
처음에는 정말 순수한 도발 목적이라고 이 안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카일의 팔에 매달리고, 며칠이 지나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이 건 모욕도, 도발도 아닌 그냥 하나의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 라고.
약해도 너무 약해서 겨룬다고해도 얻는 것 하나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도 조금 힘들어지긴 했어요. 한요만큼.”
저것도 도발인지 , 아니면 정말 순수한 응원 인지, 이제는 헷갈릴 지 경이다.
주저 앉은 채로 한숨을 내뱉은 이 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힘은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세상에는 자신 따위보다 강한 이들이 널리고 널린 모양이다.
이제 막 성인에 도달한 카일이 저 정도라면, 도대체 제국최고 강자들이라 는 10강은 어떨지.
“다음. 레토. 준비되었죠?”
“준비야 항상되어 있기는 한데…:
바짝 긴장한 레토는 카일을 바라보며 딱 한 단어를 떠올렸다.
‘ 악마!’
카일은 정말 살살 때리는, 아니 톡 건드리는 수준이 란다.
하지만 레토 본인은 무슨 몽둥이로 맞는 느낌 이 었다.
그 와중에 노린 건지 모르겠는데 부위 가 딱 맞아도 티도 안 나는 곳이다.
해서 엘가는 레토를 매일 보면서도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 랐다.
“후우!
힘껏 대비를 한 레토가고통이라는 공통된 약점에 저항하려는 찰나.
꾸우욱-.
“꼬깱!”
오늘은 주먹도 아닌, 그저 단순한 안마 한 방에 격침된 레토였다.
물론 정 말 단순한 안마는 아니 다. 당장 그 안마에 어 깨뼈 가 부서진 이 안도 있지 않은가.
그 일이 떠오른 것인지 레토를바라보던 이안의 몸이 움찔거린다.
그리고는 제 어깨를 슬며시 만지작거리는 게 확실히 떠올리고 있긴 한 모 양이다.
“심각한 의지박약입니다. 레토.”
“크으 이, 이건 의지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겁니다! 원래 사람이란고통에 바로 반응하는….”
“그러면 엘가님한테 위협이 닥쳤을 때 아플 것 같으니 미리 도망이라도 치 던가요.”
레토에게 있어 엘가는 발작 버튼이자동시에 진정 버튼이다.
도대체 이딴놈이 어쩌다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일단확실한 건 미래의 사장님께 충성하는 참된 비서이긴 하다.
“둘 다 뭐 변한 게 없네요. 답답합니다.”
역시 남자들은 응원보다는 자존심 살살긁어주는 자극이 최고다.
그 말 한 마디에 이안이고 레토고 다시 한 번 불길이 크게 일렁이는 게 느 껴 졌다.
사실 일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뭘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 다.
이후 자리를 벗어나며 카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어. 레토도 그렇고 특히 이안.’
자존심 강한 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놈이다.
심지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특유의 오만함까지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겨보라는 것도 아니고 고작 팔 하나 꺾으라는 요구는-.
과장조금 많이 보태서 존 나센더러 약하다고. 아니, 이건 너무 나갔나?
아무튼 굉장히 속을 뒤집는 발언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안은 그걸 버티고서 묵묵히 카일의 팔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무슨 매미라도 되는 매달려서는 모양 다 빠지게 낑낑거리면서 말이다.
‘이걸로 어그로 장인 실력 좀 죽였으면 좋겠다. 제발.’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그동안 카일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이안은 참 많은 사고를 쳤다.
특히 그놈의 저주 받은주둥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미움 많이 받고 있단다.
“도대체 어쩌려는지 모르겠어요!”
요 며칠 전에도 티샤가 속이 터진다고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아예 신경 끄고 지내고 싶은데 이안이 자꾸본인 곁을 맴돌고 있다.
덕분에 사람들이 ‘저 둘 무슨 사이래 ?’ 하고 궁금해 하는 와중인데.
이안이 그러면서 계속 사고를 치니 기껏 올려둔 티샤 본인의 주가도 위험 하다.
“카일 존 나센 학생.”
갑자기 앞에서 나타난, 간만에 보는 검은 옷의 남자들.
“•••어.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안보이더니.”
“안보는 게 서로좋은 일이죠. 잠깐 같이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처음 때와는 다르게 굉장히 예의를 지키는 느낌이 난다.
아무래도 아카데미를 지켜준 것에 대해서 최소한의 대우는 해주는 모양 새.
그게 아니면 본인들도 사지 마비 가 될까 무서워 서 그럴 수도 있고.
“갑자기 또요? 아니, 그리고. 저는 이번에 정말 아무 짓도 안했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카일 학생 때문에 온 건 아닙니 다. 다만 카일 학생과 관련된 일이라서 그 렇죠.”
그게 그소리 같은데 무슨 소리지, 도대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카일은 조용히 그들을 따라나섰다.
켕기는 것이 없으니 당당하고, 당당하니 무엇이든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시고 왔습니다.”
데리고 왔다, 에서 모시고 왔다, 로 승격까지 되었다.
이 거 참 감개무량하네, 라고 카일이 속으로 중얼거 리는 찰나.
문 너머에서 안으로들어오게 하라는 학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막학장실로들어선 카일은.
“•••어.”
한 줄기 탄식과 함께 두 눈을 껌 뻑 거려 야만 했다.
익숙한 얼굴들과, 반대로 전혀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들이 공존하고 있었 다.
“장관님?”
“어서오게, 카일.”
교육성 장관이다. 틀림없다. 꽤나 바쁠 터인데, 마법통신구가 아니라 직접 왔다.
그 옆으로는 서로 비슷한옷을 입은 사람이 둘이나 더 있다.
“인사하게. 이쪽은특무성 쪽을 맡고 있는분이고, 이쪽은 내무성.”
“그러니까… 두 분 다 장관님 이라는 말씀입 니까?”
카일의 말에 교육성 장관이 고개를끄덕인다.
뭐야, 이게. 갑자기 왜 하늘에서 장관들이 비처럼 내려오는데.
심지어 교육성 장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쁘다는 내무성 장관 과.
궁내성 다음으로 비 밀스러운 집 단이 라는 특무성의 장관이 다 찾아왔단다
•
이 런 상황은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기 에, 카일도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가 없었다.
“일단좀 앉게.”
교육성 장관이 자리를 권하니 카일은 일단 의자에 몸을 붙였다.
슬쩍 눈치를 보니 뭔 가 굉 장히 심각한 분위 가 솔솔 풍기는 듯 하다.
‘무슨일이야, 도대체.’
아무래도 직접 묻는 게 낫다 싶어 카일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카일존 나센 학생.”
먼저 입을 연 건 안경을 쓴 신사 이 미지 가 강한 내무성 장관이 었다.
“하나묻겠네.혹시 자네 가문에서 무슨서신이 왔었나?”
“서신 말입니까? 아뇨? 온 건 없는데요.”
“그런가? 흐음. 그렇군. 알겠네.”
라고 말한 후 다시 입을 다무는 내무성 장관.
갑자기 왜들 이러나싶어 ‘무슨 일 있나요?’ 라고물어 보려는데.
.
“바로어제 자네의 형과누나가제국중앙지역에 들어섰네.”
“•••예?”
“아마조만간 아카데미에 도착하겠지.해서 묻는 것이네. 아는 게 없나.”
내무성 장관과는 다르게 굉 장히 날카로운 면모를 지닌 특무성 장관이 질 문을 던진다.
그에 카일은 ‘그건가?’ 싶으면서도 ‘말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가문에 편지 보낸 지 닷새 밖에 안 지났는데? 받자마자 출발했다고 해도 존 나센 남작가에서 아카데미까지 이거 밖에 안걸린다고? 이게 말이 돼?’
자신이 아카데미에 올 때 걸린 시간은 열흘이 훨씬 넘게 걸렸다.
물론 옆에 티샤나 이안이 있었다곤 하지만 절대 늦장을 부린 적은 없다.
오히려 그 정도면 굉장히 빨리 도착한 편에 속한다는 말도 들었다.
해서 남작가에서 누가 온다고 해도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여겼는데….
“잠깐, 잠깐만요. 제 형님이랑 누님이 지척까지 왔다는 겁니까?”
“그렇다고하는군. 어찌 되었든귀족이니 길이 막힐 일도 없고, 해서 중앙 지역까지 온 모양일세. 워낙 빨라서 우리 특무성도 미처 파악을 못 했고 말이 야.”
« ” …-
“사람을 보내 니 본인들 딴에는 천천히 온다고 온 거 라는데.”
남들은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열흘이 훨씬 넘는 거리를.
이 남매는 느리게 온다고 해서 닷새 만에 주파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