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79화 (79/318)

<79 화 > 서쪽나들이

슈렐리츠대공가.그래,분명 ‘대공가’라고했다.

제국에 단 셋만이 존재한다는 최고 수준의 단일 세력.

카일은 급히 엘 가가 말한 그 문장이 라는 것을 바라보았다.

a ,, …-

본다고 뭐 알 리 가 없다. 당연히 처음 보는 문장이 다.

애 당초 리토리 오를 제외 한 다른 대공가에 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러면 대체 독서한다면서 뭘 읽었냐고? 역사둘러본 게 아니었냐고?

당연히 기사들의 체력 관리법에 관한 것들만골라서 본 카일이었다.

.

슥-.

그 사이, 엘가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이들이 다시 카일에게로 시선을 돌린 다.

“카일 존 나센 님. 부디 저희와 함께 가주셨으면 합니다. 그곳에 ‘그분들’ 께서….”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엘 가가 바로 카일과 남자들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상대가 대공가임을 알았으면 다른 귀족들은 무조건 몸을 사렸을 터.

하지만 엘가 또한 세 개의 대공가 중 하나인 리토리오의 영애다.

심지어 저들처럼 단순히 대공가의 사람이 아닌,그 직계다.

역시 대공가는 대공가가 상대한다는 것일까. 엄한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들, 방금 슈렐리츠의 사람들이라고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아카데미에서는 황실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학생에게 ….”

“소속은 슈렐리츠 대공가 이나 저희는 황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리토리오라고해도, 황실은그보다 더 위에 있다.

대공가라고 해도 감히 황제의 이름이 붙는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황명이요?”

“예,엘가 영애.”

“화, 황제 폐하께서 왜 그대들에게….”

“죄송하지 만 그 부분까지 설명을 드릴 수는 없습니 다. 물러서주시 길.”

다른 대공가의 직계를 앞에 두고 무덤덤한 반응을 어찌 보이나 싶었다.

서로 힘의 균형이 비등비등해서 꼬투리 잡힐 일을 안 하려고 한다는데.

황명이라는 절대불가침의 뒷배가 있으니 저러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그런지 리토리오의 영애인 엘가에게조차 별 대수롭지 않은 모습 을 보인다.

한데 신기한 건 카일에게는 오히려 그보다 더 깍듯할 수 없는, 극도로 조심 스럽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이 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시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카일 존 나센 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자세 한 이 야기는 해줘도 되 잖아요.”

“죄송합니 다. 사실은 저희도 그 분들에게 입을 다물라 말을 들어서 ….”

“그분들이요?”

“그, 같이 가시면 알게될겁니다.”

저들과 카일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가의 머리가 핑핑 ! 미친 듯이 돌아갔 다.

분명히 저들은 슈렐리츠 대공가의 사람들이다, 아마 기사일 확률이 높다.

헌데 그들은 그들 스스로 대공가의 일이 아닌 황명으로 왔다고 한다.

아무리 대공가라도 해도 미 쳤다고 감히 황실을 들먹 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말 황명을 받고 이들이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온 것은 확실할 터.

중요한 부분은 왜 다른 이들도 아닌 ‘슈렐리츠’ 대공가가 그 황명을 수행 하느냐, 다.

‘원래라면 궁내성이,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특무성이 나서야 하는 일이 잖아.’

그 짧은 시간에 엘가의 머리에 온갖 가설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슈렐리츠 대공가가 어떤 곳인지를 떠올린 엘가는 답을 찾아냈다.

‘설마?’

막 카일을 데 리고서 어 딘가로 향하려 던 슈렐 리츠의 사람들.

그 전에 엘가는 급히 입술을 떼고서 질문을 던졌다.

“서쪽으로 가는 건가요?”

엘가의 말에 슈렐리츠 사람들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린다.

어떤 설명도하지 않았는데 저 리토리오의 영애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것도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정말 찰나의 시 간 만에 말이 다.

“맞는 모양이네요.”

“아….”

“엘가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쪽이요? 갑자기 무슨….”

하아, 한숨을 내뱉은 엘가는 두 눈을 감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나, 자신의 예상이 들어 맞았다.

왜 그 슈렐 리 츠 대 공가가 황명 을 받들고 있는지,거 기 서 부터 시 작이 었다.

아카데미는 이전과 변함없이 평화롭지만 얼마 전 분명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정체불명의 침입자들이 대놓고 아카데미와 사람들을 노린 기습.

리토리오의 영애이기에 엘가는 그 기습과 관련된 소식을 빨리 들을 수 있 었다.

다름 아닌, 서쪽 왕국 연합이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

제 국 각지 에 큰 피해를 입 히고 말하고 싶 었던 모양이 다.

너희가 온다면 우리는 물론 패하겠지 만, 너희도 각오는 해야 할 거다, 라 고.

문제는그일이 대실패였고 결과적으로 제국의 분노만 키웠다는 점이다.

‘슈렐리츠 대공가는 국가규모의 전쟁이 벌어지면 반드시 참전하는, 무의 상징. 요 근래 평화의 시기 동안은 침묵하고 또 침묵하며 활동을 극도로 자 제했던 곳. 그런 대공가가 갑자기 황명을 받아 왔다는 것은….’

전쟁,그렇다.전쟁이,그것도아주 대규모의 전쟁이 임박했다.

이미 연합은 그 명분을 잃었고 반대로 제국은 명분을 쥐 었다.

이 상황에서 황제가 너무나좋은 기회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정복 전쟁이 아닌, 정도를 넘어선 자들의 만행을 심판하는 복수전 이되었다.

제국이 칼을 내려놓은세월이 30년이 넘었다.

남부 몇몇 지역과 서쪽의 왕국 연합, 그리고 동쪽의 유목 부족들이 남은 전 부다.

해서 이제는 칼 대신 펜으로서 제국을 경영하고 배를 불리는 데에 주력했 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전쟁을 계속할 명분이 없었기에, 결속력이 부족했기 에 인내했을 뿐.

상대가 먼저 명분을 만들어준다면 제국이 다시 칼을 붙잡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렇게 가정을 하면 모든 게 들어맞아. 문제는, 왜 카일이지嘗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들어맞는 부분이 없다.

전쟁을 한다면 슈렐리츠가 나서면 되고, 제국의 군단이 나설 것이다.

제국의 그 어떤 일과도 일절 상관이 없는, 존 나센 남작가의 카일을 왜 데 려가는가.

“엘가님! 설명 좀해주세요 갑자기 제가서쪽에는왜 간다는겁니까!”

나도 몰라요, 카일. 그것까지는 예측이 전혀 안된다고요.

존 나센이 제국에 들어오고 30년이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제국이, 황실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한적이 있는가?

없다. 단 한 건도 없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었다면 어디 책이든문서든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을 터.

“…카일.”

“네,엘가님.

“잘 다녀와요.”

미안해요, 카일. 당장은 해줄 말이 이것 밖에 없네요.

바로 본가로 서신을 보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물어봐야 겠어.

그리 생각하며 엘가는 먼저 몸을 돌려서는급히 제 방으로 향했다.

‘확 엎어?’

도대체 왜 자신이 서쪽으로 간다는 것인가. 도대체 왜!

아무리 황명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그이유는 말해줘야할것이 아닌가.

이렇게 매번 끌려가려고 아카데미에 온 게 아니다.즐기려고온 거다.

날뛰 어봤자결국 자신만손해라참고있던건데 이러면짜증이 안날 수가 없다.

‘황제고뭐고 진짜 싹다뒤집을까보다.’

남들이 알면 대경실색할고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려는 찰나.

카일은 아카데미 정문에서 너무나 익숙한두 얼굴을 보게 되었다.

‘•••형님? 누님까지?’

바로 어제 황성으로 향했던 리어와 레 아다.

볼일이 있다고 하는 게 황제와의 어떤 이야기였던 모양.

그런데 단하루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데에는무슨 이유가 있을….

“타, 카일.

“네?”

“타라고! 가야 할곳이 있으니까!”

“누님? 그, 어디로 가는지 일단 알아야….”

“누나가 번쩍 안아서 태워줄 수도 있어?”

“제 발로 타겠습니다.”

보는 눈이 있는데 남자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큰 청년을 가녀린 여인이 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부끄러운 일이겠는가.

물론그실체는 아카데미 반파사건의 주인공이라지만, 외양도 나름중요 하다.

슬쩍 마차를 확인한 카일은 보통 마차가 아님을 바로 알아차렸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마차다. 심지어 황실의 인장도 박혀있다.

이 게 무슨 상황이 야, 하던 카일은 문득 조금 전 엘가의 말이 떠올랐다.

“저, 형님.혹시 … 저 서쪽으로 갑니까?”

“그래.”

너무나 담백한 리 어의 대답에 카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당장 내일 강의도 있는 아카데미 학생이, 뜬금없이 서쪽으로 간다니?

심지어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오지 않았던가.

갈아입을 옷 한 벌 안 가져왔는데 갑자기 어디를 간다고?!

“걱정은하지 마라. 네 짐은누이가미리 준비했다.”

“아니 , 형님 . 짐 이 … 중요하긴 한데, 저 아카데 미 학생 입 니 다. 이 런 무단이 탈은….”

“네 출석은 황제 폐하가보장해주실 거다.”

출석 이 점수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는 하지 만.

거기에 자그마치 황제가 거론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 했다.

덕분에 어어… 하고 탄식을 흘리던 카일에게 레아가 미소를 지으며 마저 말한다.

“어제 말했잖아.볼일이 있다고.그거 마무리하러 가는 거야.”

“황궁에 서 황제 폐 하를 만나는 게 끝 아니 었나요, 누님 ?”

“황제 폐하께는 양해를구한 거야.우리가 나설 테니 괜히 휩쓸리지 말라 고.”

거기까지 들은 카일은, 비로소 이 두폭풍들이 왜 제국 안까지 왔는지 알아 차렸다.

황제와의 만남은 어 디 까지 나 예의 상 일이 었을 뿐.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 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사실 황명 이라는 것도, 그냥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였을 뿐

정작 자신을 이끌어낸 건 황제의 명령이나 뜻도 아닌, 제 형과 누나였다.

“•••혹시, 그 일 때문에 직접 가시는 건가요.”

“당연한소리를 하는구나.”

“우리 가문 전체를대표해서 가는 거야.오라버니, 나,그리고 카일, 너까지. ”

조금 기 가 막히 기는 하지 만, 어 이 가 없기는 하지 만.

다시 한 번 곱씹 어보니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카일은 생 각했다.

솔직히 그 일 생각하면 다시 한 번 분노가 차올랐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 어쩌시려는 건가요, 형님?”

“뻔한것을 묻는구나.”

“가서 하지 말라고해야지.그런 짓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면 좋겠지 만 만약 안 들으면요?”

“들을거다.”

소름이 다돋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어가재차 말한다.

“들을거다. 우리 말.”

하기야,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보통 대화가 아닌, 물리적 대화가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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