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89화 (89/318)

熲 虩潷화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괴물들. 사람이 아니야. 저게 어떻게 사람이냐고.

카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제 형과 누나 곁으로 다가갔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도 으스스하지만무엇보다 무서운건, 손에 들고 있는 저 봉.

‘막내야.가서 원판좀 가져와라.상체 좀하게.’ 라고말할까두렵다.

마차 안에 버젓이 들어가 있던 원판들을 떠올리며 카일은 몸서리를 쳤다.

“어쩔까요, 오라버니. 이대로두면 알아서 사라질 텐데.”

“죽음은죗값이 되지 않는다.너도그리 생각하고있는것 아니냐.”

“그렇긴 하죠? 이런 악독한 짓의 끝이 죽음이라니. 너무 평온해요.”

거기에 또 옆으로 가니 무시무시한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냥 이대로 몸을 돌려서 얌전히 앉아있을까, 싶다가도.

피투성이가된 가족들이 앞에 있는데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형님. 누님.

“막내 왔구나.”

“카일 왔어 嘗 방금 누나가 싸우는 거 봤니 ? 막 슈슉! 하고! 파팟! 하고!”

글쎄요. 기억나는 건 이 로이더들의 최후의 일격을 봉으로 박살낸 게 전부 인데요.

검도 아니고 창도 아니고, 원판을 뺀 봉을 휘두르는 건 이 둘이 유일할 것 이다.

그래도 존 나센 사람들이 병장기를 아예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닌데.

왜 굳이 저걸 무기로 쓰는지, 카일은 도통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아니다. 맨손으로 푹푹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지도.’

검지로 꾹! 하고 눌러 오우거의 그 질긴 가죽을 꿰뚫는 존 나센 남작이 떠 오른다.

형인 리어도 끄응! 하고 힘을 좀 주어야 찢을 수 있을 정도로 질긴 오우거 의가죽.

그런 몬스터의 가죽을 무슨 종이 뚫는 것처럼 푹푹 하는 아버지였다.

아마도 ‘다곤’ 이라는 이름은 ‘다 곤죽을 내주겠다.’ 의 준말이 아닐까.

“크헉!”

“끅!”

그러는 사이, 레아는 바닥에 엎어져있던 그루시와 베르나도트에 게 무언 가를 행했다.

손으로 몇 곳을 푹푹 찌르니 눈깔을 헤 까닥 뒤 집 은 그들은 곧 졸도해 버 렸 다.

“•••죽인 건 아니죠, 누님?”

“왜 죽여? 이대로살면서 본인들의 행동에 대한책임과죗값을치러야지.”

“그러면”

“이대로 두었다간 당장 몸이 붕괴되 어 죽을 거야, 카일. 해서 대부분의 마 나 회로를 끊어버렸어. 그나마 이것들 몸뚱이 가 비교적 튼튼해서 가능했지, 아니 었으면 이 것도 못 했을 거 야.”

예전에 카일이 아카데미를 습격했던 자들에게 행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 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도화선을 끊었다고 보면 될 것이 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경까지 같이 끊어버린 카일과는 다르게, 레아는 신경 은 털끝 하나도 건드리 지 않고 오직 마나 회로만 잘라냈다는 부분이 었다.

“어째서.”

뒤를 돌아보니 마티유가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다가오고 있었다.

겨우 몸을 가누며 다가온 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 다.

“어째서 목숨을 살려주신 겁니까.”

상대는 명백한 적국의 인사, 그것도분명 걸림돌이 될 강자다.

기껏 싸워서 제압까지 해놓고왜 구명하는지, 마티유는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걱정 마세요. 정말목숨만살려주는 거니까요.”

둘에게 보이던 경멸감은 완전히 지운 채, 레아가 다시금 미소를 짓는다.

마티유가 옳은 선택을 했고, 멋진 전투를 했기에 보이는 존 나센 예절.

비 록 적 이 었다고 해도 강자에 대 한 예를 보이는 것은 바뀌 지 않는다.

“마나 회로를 싹 끊었어요. 여태까지 넓히고, 늘렸던 것들을 전부 다요. 즉, 여 기 누워 있는 이 인간들은 범 인보다 약간 더 강한 수준밖에 되 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행동에 따른 대가에요. 멍청한 방법으로 힘을 취하려고 했던 자들이, 무 슨 결말을 맞이하는지. 그건 과거를 잊지 못 하고 치욕에서 사는 비참한 시간 이 될 거랍니다.”

그리 말하며 레아가 웃는다. 아주 환하게, 아주 아름답게.

마티유는 그런 레 아가, 그녀의 미소가 무척 이 나 두려웠다.

마치 바로 앞에 드래곤이 주둥이를 쩍 벌리고 흉포한 소리를 내는 듯 하다

“물론 절망할 일만 남은 건 아니다.”

이 때 리 어 가 슬그머 니 끼 어든다. 혹 레 아가 쓸데 없는 오해를 살까 걱 정하 는 눈치다.

“길을 다 끊었지만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다시 이을 수도 있다. 허물어 진 신체도 단련을 한다면 다시 되찾을 수 있다. 본인의 노력이 물론 가장 중 요하겠지만, 최소한 그 노력을 배신하지는 않을 거다. 그게 우리가 저들에게 남기는 대가이자 책임이다.”

그렇게 말한 리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연합의 대군이 우왕좌왕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쪽의 전투 결과를 이제야 겨우 파악한 모양이 었다.

누구는 혼란스러워 하고, 또 누구는 분노하고, 누구는 절망한다.

그러다가 한 곳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일기 시작한다.

“보아하니 저들도 그 약을 쓰려는 것 같은데.”

지극히 차가운목소리로, 리어가그리 말한다.

여 기 저 기 자상을 입 어 피 투성 이 가 되 었다곤 하지 만 치 명 상은 아니 다.

오히려 몸에 묻은 붉은 핏자국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더욱 무서워 보인 다.

“다시 제안하겠다. 연합의 강자, 삼걸. 우리의 뜻을… 크흠. 제국의 뜻을 알리고 당장의 교전을 멈추도록. 그대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저들이 이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사용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려고 한다면….”

콰직!—

그대로 봉을 바닥에 내리꽂자 우직! 하고 바닥에 금이 간다.

얼마나깊게 들어간건지 그기다란봉이 거의 반이 사라졌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물리력 한번에 모든표현이 가능했다.

“형님.”

여기서 조금만 더 했다간 겨우 버티고 있는 마티유가 기절이라도 할 것 같 다.

해서 카일은 조심스레 리어 앞으로 다가가서는 제 의견을 내놓았다.

“그쯤 하면 마티유 님도 충분히 이해했을 거예요.”

“•••막내 말이 맞습니까.”

위 협 대 신 존칭을 쓰며 한 발 물러 서는 모습을 보이는 리 어 였다.

덕분에 자신을 짓누르던 기세에서 겨우 벗어난 마티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는 못 드려요. 제국군에게 딱 한 시간만 기다리다 오라고 했거든요?

그 전까지 전령이든 뭐든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죠? 라고 말하며, 레아가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마티유는 다시 한 번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마나 증폭제에 폭주까지 더한 강자들을 고작 봉 하나로 다스린 인간들이 다.

여 기 서 시 간이 너무 촉박하다느니, 조건이 과하다느니,그딴 개소리 를 할 시간은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해야 한다. 강경파 놈들을 다 제압하는 한이 있 더라도!’

제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비록 연합이 패해도 그들 또한휘청거리게 해주자고.

그리 하다보면 제국 내부에서도 반전의 목소리 가 나와 균열을 일으키지 않겠냐고.

강경파들은 그런 논리를 내세워 자꾸만 복수심과 증오심을 부추겼다.

거기에 많은 이들이 넘어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게 했다.

하지만지금보니,그게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개소리인지 알게 되었다.

‘저런 사람들을 제국의 황제 가 데리고 있다. 치명적 인 피해? 저 셋에 의해 연합 자체가 이 땅에서 완전히 지워질 것이다! 사람만죽는 게 아니야. 땅위 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그대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애버릴 수 있는 자들 이야!!’

이 것은 연합에 대한 배신도, 제국에 대한 사대事大도 아니 다.

그냥 마땅히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선택하는 것뿐이 다.

.

싸움도, 저항도 상대를 보아가면서 하는 거다.

오크가 쳐들어와서 싸우는 건 용감한 거지만, 드래곤이 쳐들어와도 싸울 건가?

아니다. 그런 존재가 오면 도망가는 게 현명한 일이다, 당연한 이치다.

“한 시간.그 안에 저들을 전부 뒤로물리겠습니다.그러니 기다려주시길.”

아직 카일과의 전투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에도, 마티유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마티유경!”

겨우 연합 본대 앞까지 다가가자 연합 수뇌부들이 마티유를 맞이한다.

두 삼걸은 어디 있느냐는 물음들이 날아왔지만 마티유는 철저히 무시했 다.

지 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 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 가 있다.

“지금 당장 군을 뒤로 물리고, 제국 측에 무조건 항복 의 사를 전해 야 합니 다.”

“예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헛소리입니까! 제국에 항복을하다니요!”

“차라리 싸우다가 죽겠습니 다! 죽더 라도 제 국 놈들 하나씩은 데 려 가겠습 니다!”

온건한 자들보다 강경한 자들이 목소리 하나는 더럽게 큰 법이다.

당장 수뇌 부 사이 에 온건파도 몇 끼 어 있겠지 만 들리는 것은 온통 강경파 들의 목소리.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등, 제국과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등, 전부 그 내용들 이다.

마티유는 그런 헛소리들을 들으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삼걸 중둘이 적의 손에 붙잡히고, 하나는 처참히 패하여 이런 몰골이 되었 는데.

심지어 그둘은 마나증폭에 폭주까지 해놓고도 철저하게 패했는데.

어떻게 아직도 싸우자는 저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살려면 여기서 무조건 숙여야합니다. 제국군이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 ”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국에게 항복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싸우다가 죽을겁니다!”

“당신들은그렇다칩시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는 겁니까. 敢만이 훨씬 넘 는 인원들을 대살육의 장 안으로 밀어 넣겠다, 뭐 그런 소리라도 하려는 겁니 까?”

“제 국 또한 그만한 피 해를 감당해 야 할 것입 니 다! 우리 에 겐 이 게 있으니 까!”

한 수뇌부가 그리 말하며 꺼내든 것은, 안정화가 된 증폭제도 아닌 그냥 마나 폭주제였다.

그걸 본 마티유는 순간 거대한 역겨움과 분노가 차올라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폭주를 하고도 결국 삼걸이 패했는데, 이것들이라고 결과가 다를까!

스릉—.

검집에서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수뇌부의 손목이 그대로 잘려나간다.

“크아아아악!!”

“마, 마티유경! 뭐, 뭐하는 짓입니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수뇌부들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마티유는 처음으로 격노하여 그들 앞에서 일갈한다.

“이 어리석은 인간들아! 보고도 모르는 것이냐! 삼걸 전원이 패했다! 그 중 둘은 마나증폭이니 폭주니 다하고도 졌어! 지금 제국군이 문제가 아니야!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괴물들이, 저 앞에 셋이나 있단 말이다!! 그 앞 에서 뭐 ? 싸우자고? 그게 있으니 저항할 수 있다고?! 이 병신 새끼들아!! 그 괴 물들이 바로 그것 때문에 찾아왔단 말이 다! ! 너희 같은 쓰레 기들은 손가 락 하나로도 목을 따버 릴 거 라고!”

삼걸 중 가장 온화하고, 가장 이성적이고, 가장 예의 바른 남자, 마티유 필 리베르.

그가 처음으로 온갖 쌍욕을 하며 괴 성을 토해 내는 순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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