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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94화 (94/318)

熲 94화 > 오오 존 나센! 제국의 영웅!

우웅! 웅!-

반투명한 검기를 가득 두른 채 대기를 찢어발기는 검.

저 앞에 무엇이 서있든,스치기만해도두동강이 날것이다.

“소식 들었다.황실을 대표하여 네가수훈식에 간다고.”

황태자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막내 여동생, 敢황녀 율리카를 바라보았다.

제국 10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엄청난 기세를 내보이고 있다.

곁에 선 황실 기사들이 바짝 긴장한 게 등뒤로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자신 또한 제국의 황태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단순히 떠받들어주는 게 아니라 진짜로 기사들에게 존경을 받아야만 하

니까.

해서 검기도 흐릿하게나마 낼 수 있고, 여럿의 기사들과도 싸울 수 있다.

그러나 막내 동생 앞에서는, 그런 노력도 전부 애들 장난으로 느껴지곤 했 다.

당장 검 에 서 피 어오르는 저 검 기 만 봐도 그렇다.

황실의 그 어떤 기사도, 심지 어 황실 기사단장도 저 러지는 못 한다.

무武 로서, 검으로서 황실을 지켜내는 자들이 정작 황실의 여인보다 약하 다는 거다.

‘저 녀석이 어릴 적부터 남다르긴 했지.’

다른 10강들의 나이가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심지어 50대도 있다.

가장 젊은 10강인 프리실라 프란츠조차 서른을 훌쩍 넘기지 않았던가.

그만큼 10강이라는 수준의 강자가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헌데 율리카는 고작 20대다. 젊다 못 해 어리기까지 하다.

그럼 에도 당당하게 10강의 일원으로서 무시무시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 다.

얼마나 더 강해질지 함부로 예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우우웅!!-

한 차례 초식 이 끝난 후 율리 카가 후우, 깊게 숨을 들이 마신다.

그러자 옆에서 대 기하고 있던 기사가 다가와서는 그녀의 검을 받아든다.

“의 외 구나. 네 가 그런 자리 에 설 줄은 몰랐다.”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가는 겁니다.”

황제와 황태자, 이 둘에게만 존대를 하는 율리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현 황제와 미래의 황제이기에 그런 거 다.

“이유라. 그거, 좋은 뜻으로 하는 말 맞는 거냐.”

살짝 시비를 거는 어조이지만, 황태자로서는 이러는 게 당연하다.

율리 카의 전적을 살펴보자면 강하다는 이들과 반강제로 대련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는데, 당연히 율리 카가 아니 라 상대 쪽 이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자그마치 황실의 적녀가 ‘대련 한 번 하지?’ 라고 하니 거 절이 불가능.

그렇다고 제대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자그마치 제국 10강이다. 강자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초 강자다.

다치 지 않고 대 련 이 끝나면 그거 야말로 놀라운 일이 라 할 수 있다.

“폐하께서 잔소리는 하지 말라 하셨지만 안 할수가 없구나. 하필이면 또 훈장을 받는 쪽이 존 나센 남작가라고 하니. 율리 카. 수훈식 에서 절대 경거망 동하지마라.”

“저는망령되게 행동한적이 없습니다.”

“생 각 좀 하고 움직 이 라는 거 다. 그런 자리 에서 또 대 련을 하자고 들덤비 면 모두에게 손해다. 폐하도, 너도, 그리고 제국 전체에 손해란 말이다.”

30여 년 만에 다시금 열린 수훈식이다. 거기에 황실 사람이 직접 나선다.

그런 자리에서 그 황실 사람이 사고라도 치면, 그리 부끄러운 일도 없을 것 이다.

아니, 차라리 사고 선에서 끝나면 다행 이다. 그대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 들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전해줄 소식이 있다.”

“무엇입니까?”

“원래 훈장을 받을 인원이 셋이었는데, 그 중 둘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다. 리어 존 나센, 레아 존 나센, 그 둘이라고 하더구나.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 야 한다는 게 이유였는데 황제 폐하께서도 집안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하 시며 그리 하라고 하셨다.”

“그렇군요.”

“•••괜찮은것이냐?”

혹시나 해서 은근한 어조로 물어보는 황태 자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수훈식인데, 훈장을 받아야 할 인물 중 둘이 빠진단다.

그들이 어떤 이유를 내세웠든 이쪽 입장에서는 율리카가 싫어서 가는 걸 로 보인다.

치욕이라고 여겨도 아무 문제 가 없다, 이 런 말이 된다.

“괜찮습니다만.”

“정말로 말이냐.”

“네.물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그래도괜찮습니다.”

수훈식 이 끝나고 리어 존 나센, 그와 다시 한 번 붙어보려고 했다.

이전보다 더 강해진 자신이다. 승리는 불가능해도 어느 정도 겨룰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리어가제 여동생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아쉽지 않 을리가.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정말괜찮았다.

강자와의 대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 앞에 놓여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카일 존 나센은 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면 되 었습니다. 충분합니 다.”

율리 카의 말에 황태자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제 동생을 바라본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얼굴에 감도는 은은한 홍조, 휘 어진 눈매 .

제 동생의 모습을 본 황태자가 ‘혹시 嘗 설마??’ 하고 두 눈을 껌뻑 거린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말이 되나?’ 하는 느낌도 좀 든다.

“•••뭐, 이제는 네 소관이니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잘해봐라.율리카.”

이미 황제의 재가도 떨어졌겠다,수훈식에 대해서 더는왈가왈부 하지 않 는 게 맞다.

막내에게 보내는 큰오빠의 응원을 끝으로 황태자가 제 사람들을 데리고 서 사라진다.

이후 연무장에 남게 된 율리 카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쉬워 , 정말 아쉽 기는 해. 리어도 그렇고 레아 존 나센, 그녀도 궁금했는 데.’

정말 너무 아쉽다. 다시 한 번 붙어볼 수 있나 싶었는데.

미치도록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더해, 마침 율리카 본인도 이번만큼은 대련보다 다른 일에 더 관심 을 가졌다.

카일존 나센.’

이번 연합과의 마찰, 그리고삼걸과의 전투.그로 인해 확실히 깨달았다.

저 남자를 꼭 남편으로 두어야겠다고. 혹여나 그를 제 소유물로 만들지 못 한다면.

차라리 자신이 그의 소유물이 되 어서라도 부부의 관계를 맺겠다고 말이 다.

강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부드러우면서도 굳센 면모도 있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강자다. 율리카는 거기에 매달리고 있었다.

카일이라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반드시 그와 이어져 그 사이에서 자식까지 보고 싶어졌다.

‘그에게 온전히 집중할수 있게 되었어.그것으로충분해.’

어쩌 면 리 어나 레 아도 그걸 알고서 고향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어. 가능성이 없지 않아. 저번에 존 나센에 가서도 말했잖아?

카일을 남편으로 삼고 싶다고. 내가 그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솔직히 나 정도면 존 나센의 며느리로서 합격이야.충분하지.

처음에 는 그냥 둘 사이 에 서 태 어 날 아이 가 궁금했 었다. 그 아이의 어 미 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전해지는 카일의 이야기나, 그의 모습들을 살펴보니 또 다른흥미 가생겼다.

다른 강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지닌 게 무척이나신기했다.

흥미롭고, 관심이 가고, 계속 보고 싶고, 자신도 그러고 싶다.

해서 더더욱 가지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소유 당해도 좋다.

‘아,또….’

카일의 그 강렬하고도 위 력적 인 기세를 떠올리 니, 또 다시 다리 가 배배 꼬 인다.

이러다간 수훈식 날에 견디지 못하고 카일에게 무례를 범할 것만 같다.

황제와 황태자가 제발 사고를 치지 말라고 했으니 그래서는 안될 텐데도 .

이런 식이라면 결국 참지 못 하고 달려들어 한 판 하자고 할 것이 분명하다 .

‘안되겠어. 아예 수훈식 전날까지 해서 힘을 다빼버려야지.’

10강이라고해도 피곤함을 느낀다.쉬지 않으면 지친다.

율리카는바로그 점을 이용해서 아예 기운을 빼두고자 했다.

“•••그래서, 왜 하필 저인 겁니까?”

“가장 가까이에 있어서.”

“다른 10강도 있잖습니까! 저도 피곤하다고요!”

또 황궁으로 끌려온 제국 10강, 로건 스테판은 비명을 내질러야만 했다.

이제야 겨우 존 나센의 악몽에서 벗어나 편히 잠 좀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율리카가 대뜸 끌고 와서는 수훈식 전날까지 붙자고 하는 게 아닌 가.

“걱정마. 스로드도 불렀어.”

•••진짜, 황녀만 아니었으면 무시하고 도망갔을 텐데.

왜 이런 미친 여자가황제의 적녀여서 이런 고생인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로건에게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으아아아!! 진짜! 때려 치던가해야지!”

결국 율리 카와 밤새도록 대 련을 해 야만 했던 그였다.

“수훈식에 가고싶다고 하셨습니까.”

바오로 추기경의 반문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예하. 가서 교단의 이름으로 카일 형제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요.”

“글쎄요. 뜻은 이해했으나 그런 부분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좀 그렇습니 다 만.”

“그 어떤 이의 목숨도 빼앗지 않았어요. 자칫 엄청난피를흘릴 뻔 했던 전 쟁을, 제국과 연합의 모두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주었어요. 바로 카 일 형제님께서 말이에요.용기 있게 나서면서도끝내 상대를긍휼히 여기는 그 마음은,쉽사리 지닐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성녀의 열변에 바오로 추기경은 고개를 끄덕여야만했다.

슈렐리츠 대공을 위시한 검의 형제 기사단, 그리고 제국 군단이 출정했다.

연합에서는 삼걸과 그들이 동원할 수 있었던 최고 수준의 병력이 움직였 다.

그 상황에서 단 한 명의 목숨도 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존 나센 덕분이었다.

“어느 누구의 목숨도 함부로 여기지 않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카일 형 제님은 바로 그런 분이에요. 교단에서 말하는 성전聖戰의 모습을 보여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흐음….

“그 거룩한뜻에 교단이 나서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저는 그렇게 여겨요. 추기경 예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성녀의 설득에 바오로 추기경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삼걸이 나섰을 정도의 전투에서,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않은 것은분명 엄 청난일이다.

그 부분 하나만으로도 교단에 서 나아가 그 숭고한 행 동에 박수를 보내 마 땅하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수훈식에 가고 싶다는 성녀의 얼굴에서 미약한 열 망이 어렴풋이 보였다.

말린다고 하여 제 뜻을 접을 것 같지 않다.

허면 붙잡기보다는 그냥 뜻대로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저 또한그리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녀오시죠. 카일 형제에게 고생했다, 신께서 어여삐 여기신다.그리 말씀

해주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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