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17화 嗲노력이 부족하다! 부족해!!
“우으.”
콩—.
침대에 얼굴을 박은 티샤에게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히 느껴진다.
주말 동안 결국 책 한 권은 고사하고 글자 몇 자도 보지 못 했다.
집중좀 하려고 하면 자꾸 며칠 전 일이 떠올라서 마음이 다흐트러진다.
고백의 부작용.그중 가장심각한 건 역시나 거절 이후의 관계.
서 로 모르는 사이 였다면 차라리 낫다. 그냥 남남으로 남으면 되 니 까.
하지만 서로가 잘 아는,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면 이야기가 살짝 달라진다.
거 절은 거 절이고, 어찌 되 었든 또 계속 봐야 할 사이 라면 정 말 난처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마주할 이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정말 그렇다면 그건 애당초 마음조차 없던 것이 확실하다.
‘카일은 언제쯤 대답을 들려줄까.’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당장은 답하지 않을 것이다.
일찍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을 듯 하다.
귀족과평민이다. 거기에 이미 주변에 다른 여인들도 많다.
당장 보이는 이만 황녀에 공녀. 자신이 대적하기 너무 힘든 사람들이다.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오전 강의를 위해 기숙사를 나서며, 그리 생각할무렵.
저 멀리서 남학생 하나가 손을 휘젓더니 앞으로 다가온다.
“…카일?”
“주말 잘보냈어요? 도서관에 안 나오는 거 같던데요.”
“그게… 그냥, 집중이 잘 안되어서요.”
당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본다.
그러자 카일은 ‘그렇군요.’ 라고중얼거리며 티샤의 옆에 선다.
« ” …-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거리를 둘 줄 알았다.
카일 또한 받아들일 시간 정도는 있어 야 할 테 니까.
그 전까지는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좀 지켜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지금 카일의 모습을 보면 그게 아님을 정확히 알수 있다.
되레 먼저 거리를 좁히며 묘한분위기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설마? 하는 심 정으로 조심스레 카일의 눈치를 살필 무렵.
티샤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카일이 먼저 입을 연다.
“티샤. 제가 살던 세상… 그러니까. 그래. 존나센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썸이라고.”
“썸 이요? 어 저는 처음 듣는단어인데요.”
“쉽게 말하자면 이거에요. 아직은 누구의 남자 친구나 누구의 여자 친구 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전의 단계. 그러니까… 친구와 연인 사이의 그 어딘 가라고 해두면 되 겠네요.”
“아… 네. 카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이해했다니 다행이네요.그러면 어때요?”
“네?,,
“그거부터 해보는 거 어떨까요? 우리.”
친구와 연인,그 사이의 어딘가.
나쁘게 말하자면 모호하고 좋게 보자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관계.
마음 한켠에서 어쩔 수 없는 서운함이 살짝흘러나온다.
이왕 마음을 정할 거, 그냥 여자 친구라고 확실하게 못박아주지.
썸 이 라는, 본인은 듣도 보도 못 한 단어를 내 세 우다니.
이러면 자신도, 그리고 카일도.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을 텐 데.
하지 만 또 다른 곳에 선 안도감이,뒤 를 이 어 환희 가 샘 솟는다.
비록 여 자 친구는 아니 지 만 그 직 전의 단계 부터 시 작하자고 한다.
연인이 되 기 엔 좀 멀었지 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로 끝인 게 아닌 사이 .
그 정도만 되 어도 충분히 희 망을 품어볼 만하지 않은가!
‘일단거절은아니잖아? 최악의 상황은면했어.’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자 서운함은 곧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진다.
“•••나중에, 나중에 갑자기 막 친구로돌아가자고 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嘗,,
“노력해야죠.저도, 티샤도.그사이의 어딘가가 아니라그끝에 당도할수 있도록.”
끝이 라 함은 친구에 서 시 작하여 그 썸 이 라는 것을 지 나, 마침 내 연인에 도 착하는걸 말할 터.
이게 카일이 지금 보일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임을 깨닫는다.
황녀와 공녀가 곁에 있으니 이 정도만 해도 자신에겐 천만다행 이다.
“그 말, 정말이죠? 노력하면, 당도할 수 있다고.”
그 말과 함께, 티샤가 재빠르게 카일의 손을 붙잡는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
부끄럽다.본인도본인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 해서.
지금 카일의 표정이 어떠할지 차마볼 자신이 없다.
하지만손을 놓치는 않는다.오히려 더 힘을 준다.
부끄럽다고 해서, 혹은 먼저 나서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선다면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난처해진다.
‘조금이 라도 더 앞서 야만 해! 그게 이 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야!’
황녀와 공녀를 넘는 것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고, 제 미래에 또한자신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전에 둘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한 무언가를 남기는 것.
여자 친구가 아니 어도 괜찮다. 카일이 말한 그 ‘썸’ 이라는 것도 좋다.
처음이지 않은가. 이 남자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남지 않겠는가.
“좋아요.친구와 연인 사이,그 어딘가. 기꺼이 있어볼게요. 카일.”
그리고 조심해요, 카일. 먼저 선을 넘는 게 당신이 되지 않도록.
다른 학생들이 나를 마녀라고 부르는 것에, 나는 한 번도 부정하지 않았거 든요.
티 샤는 속으로 그리 생 각하며 카일 쪽으로 조금 더 몸을 붙였다.
저 멀리,한시선이 자신과 카일에게 향하는 것을눈치 채지 못한채로.
널
« ” …-
쩌적-.
엘가의 얼굴이 그대로굳어버린다.
부릅뜬 두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내비쳐진다.
오전 강의를 가기 전 레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카일과 티샤를 발견하고, 그 직후 상상도 못 한 광경을 본 것이 었다.
‘뭐뭐야. 저게!?’
분명하다. 저건 카일이다. 그리고그 옆에 있는 건 티샤다.
잘못 본 게 아니 다. 티샤가 맞다. 그리고 그 티샤가, 카일의 손을 잡고 있다
마치, 마치 오늘부터 새로이 시작된 한쌍의 연인처럼!!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황녀의 폭탄 발언에 위 기감을 느끼던 엘가였다.
소유물이 되겠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또 정말 그럴 것 같 은인물.
그런데 또 황녀 에 , 제국 10강에 , 말도 안 되 는 타이 틀을 지 닌 여 자이 기 도 하다.
덕분에 그저께는 카일이 황녀와 결혼하는 악몽까지 꾸었을 정도였다.
다행인 부분을꼽자면, 카일이 황녀에게 큰호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공녀 인 자신은 물론이고 황녀 인 율리 카에 게 도 이 렇다 할 거 리를 주지 않 았다.
아무리 가까워져도 친구, 그 이상은 들일 생각이 없다고 해야할까.
덕분에 조금은 안도하고 있었다. 기대를 걸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으니, 언제든 그 눈길을 받을 수도 있다.
한창 때의 남녀에겐 그런 일들이 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설마 다른 사람이. 그것도 잘 알고 있다 여긴 사람이 그러고 있다 는 점이다!
“카…!”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카일을 부르려 던 엘가.
하지만 곧 입을 다물고서는 제 행동을 접고 말았다.
‘여기서 끼어들어봤자, 방해를 한다는느낌만주는 게 다야.’
입술을 깨물며, 엘가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티샤보다 자신이 먼저 카일과 있었다면 또 모를까.
이미 저 둘이 서로 만나서, 서로 이 야기하며, 서로 손을 잡고 가고 있다.
그 사이에 끼어들어 무슨 이야기를 말한다한들 결국 비쳐지는 모습은 단 하나.
남들 연애에 어깃장을 놓는 철딱서니 없는 공녀. 그것 뿐이다.
‘안돼.그런 인상이 박혀서는 절대 안돼.그러면 카일이 나를 더 멀리 할 거 야.’
조용히, 그저 멀리서 바라만보고 있는 사이.
카일과 티샤는 점점 더 멀어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 때까지도, 두 남녀의 손은 서로를 붙잡은 채 떨어지지를 않았다.
“하아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겨우 안도하고 있던 마음이 그대로 폭삭 내 려 앉는 느낌 이 다.
설마 티샤가 저렇게 먼저 나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혹시 이걸 노리고서 그녀가 자신과 가까운 척을 했던 건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파악하고,그 전에 본인이 먼저 선수를치기 위해서 말이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꽤 높다.
그래. 티샤, 저 여자가분명히 이걸 노리고서 자신에게….
‘헛소리.’
바로 이성을 되돌린 엘가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여태껏 살펴본 바, 아무리 생각해도 티샤는그럴 여자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처럼 황녀 때문에 자극을 받았을 확률이 더 높았다.
결론은 간단하다.그저 본인이 늦은 것이다.본인이 하지 못 한 것이다.
반대로 티샤는 부끄러움이 나 다른 어떤 것도 전부 뒤로 미룬 채.
오직 카일만 보고서 부딪쳤고 좋은 결과를 쟁취해냈다.
“죄송합니 다, 엘가님. 오래 기 다리셨습니까?”
엘가 곁으로 후다닥 달려온 레토가 급히 말을 건다.
하지만 엘가는그 어떤 대답도하지 않았다. 그저, 그저 멍한눈빛이 전부 였다.
“•••엘가님?”
“레토.”
“네,엘가님.
“역시 난안되는 것같아요.”
대공의 자리는커녕 눈치만 보다가 이게 뭐 야.
이렇게 후회라도 할 거였으면 진작 나서던가.
남이 저러는 건 샘내면서 왜 정작 너는못 하는 건데.
매번 머리로는 온갖 시도를 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나서지 못 하는 건데.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요.그냥… 이것도 아니고저것도 아닌,그런 내가참바보같아서요.
원래의 레토였다면 이런 엘가의 말을 들었을 때 침묵했을 것이다.
그냥묵묵히 듣고 있으면서, 그녀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기를 기다렸을 거 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토도 달랐다.
그동안 카일에게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진 덕분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물론 그 의견 피력이 ‘살기 위한 발버둥’ 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 카일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 니다.”
“카일이요?”
“예:
“…카일이 뭐라고 말했을 건데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입니다.”
카일의 주먹 한 대 에도 계속 침몰하던 레토.
결국 자신은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하니 바로 정색하고 그리 말했었다.
“해도 안된다고요? 노력이 부족합니다. 더 노력하세요.”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게 아니냐고 반발도 했다.
그러자 카일은 아주 당당한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나도그렇게 생각했어요.노력만으로 다될 수가 있냐고. 그런데요. 다되 더라고요.”
노력하다보니 손날로 나무도 쪼개고, 바위도 쪼개고, 몬스터 골통도 쪼개 게 되었다고.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할 말도 없게 만드는 카일이 었다.
“•••더 노력하라고, 카일이 그랬다고요.”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엘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하라는 그 말이, 그녀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이를테면 ‘아직 기회는 충분히 남았다. 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해라.’ 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