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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24화 (124/318)

<124화 嗲우연을 가장한필연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만들려고 가는 거다.

그 말을들은순간, 황녀는 다시 한번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꼈다.

이것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설레임에서 나오는 것인가.

눈앞의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위험한 기세에 절로 근육이 팽팽히 당겨진 다.

얼른 몸을 피하던가, 아니면 싸울 준비를 하라고 본능이 소리친다.

그러면서, 한 구석에서는 또 다른 본능이 계속해서 입맛을 다신다.

이 런 사내라니 . 이렇게 강하다니! 그런데,이렇게 흥미롭다니!

소유하고 싶다. 그럴 수 없다면 소유 당하고 싶다!

‘아… 그냥 덮칠까?’

덮쳐서 자신이 올라타면 좋고, 반대로 상대가 올라타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방식이 되었든흔적을 남기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황녀님.”

정신까지 혼미해질 무렵, 앞에 앉은 카일이 조용히 그녀를 부른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고 있다는 듯 한 시선.

괜한 짓 해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덕분에 겨우 위험한생각을 털어낼 수 있었던 율리카.

황명도 있지만, 그보다는 카일이 자신을 더 멀리 할까, 그게 두려울 따름이 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이야?”

본능을 애써 억누르며, 조금 전 카일의 말을 되묻는다.

대충 감은 잡히 지 만 확실한 답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말 그대로죠.독립 영주는 독립 영주 그대로 남아있고.그곳에 연합의 갑 작스러운 조난자는 없었던 겁니다. 그걸로 끝이에요.”

카일의 말에 율리 카가 진한 미소를 짓는다.

독립 영주는 그대로 남는다는 건, 최대한 살상 행위를 자제하겠다는 것.

그리고 조난자가 없다는 건 그들 모두를 붙잡아서 제국으로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연합의 강경파다. 제국은 그들을 죽는 순간까지 놓아주지 않을 거다.

제국은 위 험분자들을 제 거해서 좋고, 존 나센은 약의 흔적조차 전부 지울 수 있어서 좋다.

거기에 살상행위도 거의 없다면 남쪽의 민심도썩 나쁘지는 않을거다.

오히려 제국과의 압도적인 격차를느끼고 생각을 달리 할수도 있다.

“알고 있지 ? 그 섬이 파르달 섬인 거. 조난자들을 받은 이 가 그 파르달 섬 의 영주인 거.”

“네. 정보를 제공해준 어떤 분 덕분에 잘 알고 있죠.”

파르달 섬. 제국에 패배한남쪽왕국중 한곳의 왕실이 도망친 장소.

그곳에 정착하여 한명의 영주로서 수백 년의 세월을보내게 된 곳이다.

어쩔 수 없이 제국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지니고 있다.

완전 적국은 아니 어도 또 하하 웃으면서 볼 수는 없다고 해 야 할까.

지금은 반 제국 독립 영주들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조심할 겁니다.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글쎄. 그 휘하에 우리 10강과 견줄 수 있는 강자가 있다는 것도 알아?”

어라? 그건 또 처음 듣는 정보인데.

아니,엘가님 . 이런 중요한 부분을 빼먹으시 면 어쩝 니까.

하마터면 일처리만하고빠질 뻔 했네.서운하게 말이야.

“아케인이라고, 예전에는 해적이었는데 무슨 계기로 파르달 섬 영주 밑으 로 들어갔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파도가 몰아치는 검을 구사한다나? 이 명異名도파도잡이야.”

“파도가 몰아치는 검 ? 뭐 마법이 라도 쓴다는 겁니까?”

“자세한 건 몰라. 소문만 무성하거든.”

파도가 몰아치는 검이라. 우와, 진짜 하나도 안 무섭네.

못 해도 쓰나미나 빙하가 몰려온다는 말 정도는 되 어야 하는 거 아닌가.

파도 가지고 뭘 어쩌 겠다고. 그런 건 존 나센에서는 다 똑같은 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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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파도잡이와부딪치게 될 거야. 카일.”

“재밌겠네요. 솔직히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좀 두 근거리네.”

상황을 모르는 이 가 봤다면 비웃음을 흘렸을 것이 다.

20대 초반의 청년이 세상무서운줄모르고 객기를부린다고.

남쪽 독립 영주들 사이에서 최고로 쳐주는 검사를 우습게 여긴다고.

“음. 부디 네 가 그럴 수 있기 를. 파도잡이 가 일찍 부서 지 지 않기 를 희 망할 게.”

하지만 율리 카는 역으로 파도잡이를 걱 정하고 있었다.

이미 카일과 몇번이나부딪쳐본그녀이기에 알고 있다.

상대가파도잡이든, 아니면 다른 강자든, 결국 카일이 이길 것임을.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무엇이든 지원하라는황명이 있었어.”

“음.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필요한 게 없다고? 카일. 파르달 섬은 남쪽 항구에서도 꽤 멀어. 알고 있 어?”

“가깝지 않은 거리라고는 들었습니다.”

카일의 대답에 황녀가 인상을 살짝 찡그린다.

그러더니 특무성 소속 요원 하나를 손짓으로 불러서는 아는 걸 설명하게 한다.

“저, 제 가 알기로는 남쪽 항구에서 쾌속선을 타고, 순풍을 받아 돛을 활짝 펼치고, 파도가 잔잔한 상태에서 항해를 한다고 해도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합니다.”

“들었어? 이 정도가걸리는 거리야.좋은 쾌속선이 아니면 힘들어.”

제국 10강이라고 해도 자연 앞에서는 어찌 할 수가 없다.

바다를 가를 수는 없다. 망망대해를 넘으려면 배를 타야만 한다.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고해도 반나절이 넘게 걸리는 곳이다.

“황명에 따라 배를 징발할 수 있어. 쾌속선 하나 정도는 금방….”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배 필요 없습니다.황녀님.”

하지만 상대는 그 당연함마저 거부하는 세상, 그곳에서 온 이였다.

“아. 배 말고 혹시 다른 거 부탁해도 됩니까?”

“•••뭔데?”

“운동 기구들좀 찾아서 별장뒤에 있는 연무장에 채워주셨으면 좋겠습니 다.”

“너 어차피 燚주후면 없지 않아?”

“2주가 아니 라 이틀 있다가 간다고 해도 운동은 해 야 합니 다. 안 하면 불 안해서요.”

« ” …-

잠깐 침묵하던 황녀는 결국 고개 를 끄덕 이고 말았다.

이 무슨 황당한 요구냐는 눈빛을 하는 기사들과 요원들을 무시한 채로.

“그 외에는, 정말 없어? 배안 타도돼?”

“네.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오늘끝내야겠네요.”

하루 정도는 본인이 없을 테니, 그에 대한 핑계 좀 만들어라.

황녀에게 뒷일을 맡긴 카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풀었다.

로이더들 잡아 족치고, 강자라는 인간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이것이 바로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아니 겠는가!

대륙 남쪽에는 수 없이 많은 섬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어떤 곳은 잠깐수영하면 닿기도하지만, 또 어떤 곳은수평선에 끝이 겨우 걸쳐있다.

그런 이유로 각 섬들마다 연락선, 그리고 통행선이 존재한다.

특히나 통행선은 육지에서 운행하는 마차와 비슷한 개념으로 무척 중요 한운송수단이다.

그 통행선 중 하나인 ‘달리는 양’ 호의 선장이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살핀 다.

“바람 좋고. 파도도 잔잔하고. 오늘은 바다 신께서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 야.”

“그러게 말입니다.며칠 전만해도풍랑이 아주 거셌는데 말이죠.”

“이런 식이면 제시간 안에 충분히 도착하겠어. 자네가 이기겠군.”

“아하하! 덕분에 돈 좀 따겠습니다!”

선원의 말에 선장은 껄껄 웃으며 술이나 한 잔 사라고 덧붙였다.

어차피 반대편 섬으로 들어가면 오늘 운항은 끝이다.

술 좀 마시고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내일은 파르달섬 인가.’

남쪽의 수많은 섬들, 그 섬을 다스리는 독립 영주들.

그 중에 서 파르달 섬은 가장 큰 섬 이 자 가장 융성한 곳이 기 도 하다.

한 번 들어 가면 나오기 가 싫어진다는데 , 결코 빈말이 아니 다.

‘저번에도 들어갔다가 진짜 나오기 싫었는데 말이야.’

뱃 사람이 바다가 아니 라 땅을 그리워 하면 안 되는데 .

한 번 달콤한 육지 생활을 맛보니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이 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다를 보고 있던 선장.

그러다가 ‘어 ?’ 하고 탄식을 흘리 더니 급히 제 눈을 비빈다.

통행선이 나아가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사람이 헤엄치고 있었다.

신기루라도 보는건가 싶었지만그건 절대 아니다.

애당초 저런 신기루가세상에 존재할수가없지 않은가!

“조난자! 조난자 발견!”

선장이 소리를 치자 선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다를 살핀다.

조난자 구조는 당연한 의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했다.

상대가누구든 일단저 시퍼런 지옥에서 건지는 게 먼저다.

촤악! 촤악!-

배 가 다가오는데 도 조난자는 멈 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수영을 하는 것이,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여기요! 여기입니다! 이봐요!”

안전 상 이 이상으로 배를 붙이는 건 위 험하다.

때문에 선장이 있는 힘껏 고함을 치니 비로소 조난자가 반응을 한다.

“뭐야.”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도저히 조난자의 것이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인상을 찡그린 게 왜 멀쩡히 잘만 가던 사람붙잡느냐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그 표정이나 목소리를 알지 못 하는 선장으로서는.

“지금 밧줄 던지겠습니다! 꽉 붙잡아요! 끌어당길 테 니 !”

그저 급박한 목소리로 힘껏 조난자를 구조하려고 할 뿐이었다.

촤악-.

“어어! 줄! 밧줄 잡아요 지금뭐하는….”

잡으라는 줄은 안 잡고 배 근처로 다가오는 조난자.

그는 선장의 얼굴이 대충 보이는 것까지 다다르자 입을 열었다.

“저기요.파르달섬이 이쪽방향맞나요?”

“•••예?”

“이쪽으로 쭉 가면 파르달 섬이 나오냐고요.”

나오기는 한다. 이쪽으로쭉 가면.문제는그 ‘쭉’ 이 한시간이다.

이곳은 수영을 할 수 있는 얕은 바다가 아니다. 매우 깊은 바다 한복판이 다.

무슨 짓을 하던 절대 수영으로는 갈 수가 없다!

“파르달 섬 나옵니다. 나오니까, 일단 나오세요! 무슨 생각으로 바다에서 그런 짓을! 파르달 섬으로 가는 배편 알아봐줄 테니 줄부터 잡아요!”

“아아. 괜찮으니 가던 길 가세요. 고마워요. 맞게 가나 걱정이 좀 됐는데.”

그리고는 다시금 몸을 돌려 수영으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조난자. 아니, 한청년.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광경에 선장은 물론이고 선원들과 승객들까 지 할 말을 잃는다.

어떤 미친 인간이 이 바다를수영해서 가겠다는 생각을 한단 말인가.

“뭐, 뭡니 까. 선장님? 지금 우리가 뭘 본 거 예요?”

“•••나도, 나도 모르겠다. 헛것이라도 봤나?”

황망한 시선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청년을 바라보는 이들.

‘•••근데, 어떻게 벌써 저 멀리까지 간 거지?’

분명히 바로 앞에 있던 청년은, 어느새 작은 점이 되더니 사라졌다.

자신들의 배는 저 청년을 구하기 위해 속도를 줄였는데.

그리고 다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어 떻 게 거 리 가 저 리 벌어졌단 말인 가.

‘어,엄청 빠른데?’

저 정도면 정말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무슨 도전을 하는 젊은 청년의 기행이라도 되는 걸까?

내일 파르달 섬에 도착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그리 생각하는 선장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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