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26화 嗲우리는 이것을 재앙이라부르기로 했어요
그렇다. 이 건 정중히 내 미는 부탁 따위 가 아니 다.
협조해달라고 하는 은근한 요청도 아니다.
“이거, 통보하는겁니다. 영주님.”
제국의 관리라면,혹은황제의 명을 받은 이라면.
자신의 행동으로 제국과 남쪽 독립 영지들의 사이가 틀어질까 우려할 거 다.
하여 이런 미친 짓은 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을 것이다.
“…제국이 진정 우리까지 삼키려 하는가?”
“아뇨? 제국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개인적인 일로 왔다고.”
하지 만 자신은 다르다. 존 나센은 다르다.
제국의 눈치를 볼 이유 따위 없다. 마음에 들면 조용히 운동만 하면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대로 봉을 들고 나서면 될 뿐이다.
“우리 약쟁이들. 넘겨주시죠.”
사람들이 욕하고 우습게 보는 거 ? 그래 , 넘어갈 수 있다.
힘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자들의 불쌍한 자기 위안이라고.
그렇게 좋게 생각하면서 충분히 참아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노력을 욕보이는 짓은 결코 용납하지 못 한다.
감히 어느 안전에서 신성한 단련을 헛되게 만든다는 말인가.
“지금자네가하는말이 굉장히 무례한짓이라는 걸 아는가?”
영주의 말에 카일은 잠깐생각하다가 ‘네.’ 라고 당당히 답했다.
그 덕분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영주였으나 여전히 카일은 당당했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은 말로만 무례하지 행동으로는 무례하지 않으니까.
“그나마 다행인건요, 영주님. 이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겁니다.”
제 형이나 누나가 여기 있었다고 상상하니 오싹 소름이 돋는다.
의무감 때문에 운동을 하는 자신과는 달리, 그 둘은 정말 운동을 사랑한 다.
그 땀방울의 결실을 약 한 병으로 앗아가려는 놈들이 바로 근처에 있다면.
증오스러운 놈들을 숨겨주고 침묵하는 자가 제 눈앞에 서 있다면.
‘그대로 곤죽 나는 거지. 아니면 바닥에 붙은 껌 딱지 가 되 던가.’
카일은 조용히 파르달 섬 영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순순히 응해도좋고, 아니면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해도 좋다.
일이 잘 풀리 면 좋은 일이고, 안 풀려서 싸우면 그것도 좋은 일이 니까.
« ” …-
한편, 파르달 섬의 영주는 정말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 었다.
‘듣기로 이 카일이라는 청년이 연합 삼걸이라는 마티유 필리베르를 꺾었 다고 했다.’
그 말은, 제국이 그리 도 자랑하는 10강과 비 슷한 수준이 라는 거 다.
그에 반해 자신은 보통의 사람보다 약간 더 마나를 잘 다루는 이에 불 과하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파도잡이’ 가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사실이 아닐 거라고 했다. 듣기론 마티유 필리베르가 이미 제국과 내통하 여 일부러 패했다는소리도 있었어.그래. 말이 안돼. 이런 청년이 어떻게 삼 걸을 이긴단 말인가.’
여기까지 도망친 연합 강경파들의 말을 떠올린 영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자신이 지닌 비장의 수를 기다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었다. 강경파들은 그저 마티유가 미워서 그런 소리 를 한 것인데.
어떻게든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서 내통을 했느니, 일부러 패했느니, 떠든 건데.
그걸 또 사실로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리는 데에 끼워버린 파르달 섬 영주 였다.
어떻게든 희망회로를 돌리고 싶은 인간의 본성.
거기에 왜곡된 정보가 합쳐지니 그야말로최악의 선택이 나와버렸다.
‘•••어째, 굉장히 나쁜 선택을 한 것같은데.’
거친 생 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 켜보는 카일.
다보인다. 지금 이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어디서 밑장빼기냐고 손목을 분질러도 할 말이 없는 상황.
그러나 카일은 가만히 기 다렸다. 얼른 그 꿍꿍이 가 완료되 기를.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느껴진다. 자신을 즐겁게 해줄무언가다가오는게.
꼭 넘실거리는 파도가 덮쳐오는 느낌이다. 괜히 이명이 파도잡이 가 아닌 모양이다.
‘마티유 님 이랑 동급인데 . 저번에 봤던 그 로건인가? 그 10강과도 엇비슷 하고.’
솔직히, 정말솔직히 말하자면, 바로 이런 걸 기대했다.
영주가 ‘알겠습니다! 바로 내어드리겠습니다!’ 하고 협조하면 어쩌나 싶 었다.
그리 되 면 일단 약쟁 이는 잡아서 좋은 일인데 , 싸다 만 느낌 이 라고 해 야 할 까.
아쉬워서 입맛을 다시다못 해 짜증이 무럭무럭 치솟을 것 같았다.
‘온다, 온다. 아이고. 아주 날아오네.’
존 나센답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카일이 영주를 바라본다.
“영주님.참고로 이건 황제 폐하께서 내리는자비입니다.”
“•••뭐라고?”
“죽이지는 않는다고요. 대신, 여기저기 부러질 겁니다. 파도 구실은 못 하 겠네요.”
널
주변 해역을 잠시 돌고 오던 파도잡이, 아케 인은 부리나케 영주성으로 달 려갔다.
제국에서 수상한 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불길했다.
.
‘요근래 제국의 행보가 예전의 그 패도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파르달 섬은 제국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독립 영주들의 중심축이다.
여태까지는 제국이 딱히 남쪽 전부를 손에 넣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에.
해서 제국과 적당히 교역을 하며 잔잔한 시간을 보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국의 생각이 바뀌 어서 남은 곳 전부를 지배하겠다고 결정을 했 을 수도 있다.
이미 조난자들, 정확히는 연합의 탈출자들에 의해 소식까지 전해 들었다.
제국이 마침내 칼을 뽑고 연합을 향해 휘둘렀으며, 배신자들로 인해 무너 졌다고.
자신들은 힘껏 저항했으나 이미 결정적인 패배를 당해서 어쩔 수가 없었 다고!
서쪽을 정리한 제 국이 다. 그러 면 그 다음은, 동쪽이 나 남쪽이 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제국에서 왔다는 이가 영주성으로 갔다?
아무리 이상한 놈이라지만, 조사가 필요하다지만, 그리고 영주의 명이 있 었다지만!
정체도 모르는 이를 어떻게 영주의 거처까지 그냥데려간단 말인가!
‘멍청한놈들! 만에 하나 암살자면 어떻게 하려고!!’
해적으로 꽤 긴 세월을 보냈던 아케인이다.
그렇기에 더러운 수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시기에 무엇이든조심해야하는 법인데,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아케인 님? 어,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영주님은!”
“아까 데리고 온 한 청년과 함께 있습니 다.”
“그 분혼자서?”
“어, 잘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수갑도 채우고 바로 곁에 기사들도….”
쯧, 혀를 찬 아케 인은 급히 걸음을 옮겼다.
느껴진다.희미하지만,확실한강자의 기운이다.
설마 했는데 은밀한 암살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제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앞에 서있던 기사들과 병사들까지 전부 물리친 채 그는문을 열었다.
“영주님!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아케인이 고성을 내지른다.
한눈에 봐도보통 청년이 아니다. 영주 따위는웃으면서 찢어 죽일 자다.
급히 사이에 끼어든 그는 영주의 목숨을 노리던 상대를 마주했다.
“역시, 이러려고했던거냐. 이 역겨운 제국놈들.”
“예? 아니, 저기요. 지금….”
“연합에는 배신을 종용하고 내분을 일으켜 스스로 무너지게 하고. 이제는 남쪽의 중요 인사들을 암살하고 혼란한 틈을 타 먹어치우겠다는 거냐?!”
아케인의 일갈에 카일이 두 눈을 껌뻑이다 이내 미소를 짓는다.
“뭐라는 거야, 시발 새끼가.”
내뱉어지는 말은, 절대 미소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 었지만 말이다.
‘뭐? 암살? 일부러 대낮에, 그것도 대놓고들어왔는데 암살? 돌았나, 시발 ?’
세상 어떤 미친 암살자가 이딴 식으로 암살을 하겠는가.
생각머리 가 있으면 그런 말 함부로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조금 전까지 정말 즐거운 마음만 가득했는데, 갑자기 확 짜증이 치민다.
좋은 마음으로 찾아왔는데 대뜸 욕을 한 사발 처먹은 느낌이랄까.
카일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긴다.
“이놈! 지금 어디를….”
“아가리 하고.”
원래 나이가 있는 어르신한테는 예의를 지킨다.
나름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니 최소한 존대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존 나센’을 모욕하면, 어른 공경이 아니라 어른 공격 이되는 거다.
어떻게 ‘암살’ 이라는, 극악무도하고 끔찍한소리를 할수있단 말인가.
모름지기 싸움이란 정면에서 정정당당하게 쾅, 하고 부딪치는 것이거늘!
“좀 맞자.”
널
마티유와 싸웠을 때는 정말로 즐거웠다.
약쟁이들이 판을 치는 연합에서, 심지어 동료들조차 약을 빠는데.
오직 그만이 양심적인 인간으로서 그리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마티유가 자신을 대하는 모습도 매우 바람직했다.
어 리 다고 얕보거 나, 제국 사람이 라고 무조건 적대하지 도 않았다.
경계심은 들지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강자로서 인정하는 모습이 었다.
딱 봐도 느껴지는 ‘노력한 자’ 의 기운에 최소한의 존중을 보였다.
‘그런데 이 새끼는보자마자반말에 떽떽거리고 자빠졌네.’
마티유의 모습만상상해서 그런 걸까. 어지간히 실망이었다.
또 한 번의 멋진 전투를 치르고, 그에 걸맞은 강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 을까 했는데.
지금눈에 보이는 건 그야말로 ‘꼰대’ 라 할수 있는 게 전부였다.
“제국의 더러운… 감히 암살 같은 추악한수….”
봐라. 지금도 인상을 팍찡그린 채 제국이 어쩌고, 암살이 어쩌고.
절로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행태에 카일은 머리를 비웠다.
아, 몰라. 이 시간부로 황제 폐하의 자비 따위 없는 거다.
“…하여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얼씨구. 시발. 지랄 염병을 떨고 앉아있네.”
누가 보면 마법 소녀물이 라도 보는 줄 알겠다.
왜? 거기서 옷 벗고 변신이라도 하지. 그러면 딱이겠다.
무슨 사연으로 제국에 저리 적의를 보이는지,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
이쪽은 예의를 다해서 들어왔는데 돌아온 건 무례였다.
그러니까 그 보답의 의미로, 무력을 쑤셔 넣어줄 생각이 었다.
채앵!-
“하아앗!!”
검을 쥔 채 달려드는 상대를 바라보던 카일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의 진심을, 상처 받은 전투종족의 마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