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35화 嗲 왜들 이래요 진정하세요
“폐하. 敢황녀 저하가방금 입궁하였습니다.”
“바로 이곳으로 불러 오거라.”
원래라면 조금이라도 여독을 풀 시간을 주는 게 맞다.
상대 가 敢황녀, 율리 카가 아닌 다른 이 였다면 황제도 그리 했을 것이 다.
하지만 항상 직진만하는 그녀는 그런 시간을 스스로 아까워했다.
그 점을 잘 알기에 황제 또한 입궁하자마자 바로 찾아오라고 하는 거고 말이다.
잠시 후, 황명을 수행한 율리 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녀왔습니다, 폐하.”
잘 다녀왔느냐』
무릎을 꿇은 제 딸을 바라보며 황제가 살짝 미소를 짓는다.
혹 신하들이 오해라도 할까 황태자를 제외한 자녀들에겐 살짝 거리를 두었다.
쉽게 웃어주지도 않고 먼저 다가가는 모습 또한보이지 않았다.
그런 황제 가, 오늘 따라 은은한 미소를 짓고서 딸을 바라본다.
“그래. 갔던 일이 잘 풀렸다는 건 전해 들었다.”
“카일에게서 받은 연합의 강경파들은 바로 뇌옥으로 보내고 국문하면 되 겠습니까?”
.
“이미 그존 나센의 청년이 모든 정보를뽑아냈다고하지 않았더냐.”
“그렇습니다.”
“허 면 되 었다. 그가 뽑아낸 게 전부라면 전부일 테 지.”
대공가의 보고조차 의심을 품으며 몇 번이고 재조사를 했던 황제다.
그런 그가 되 었다, 라는 말을 하다니. 장관들이 곁에 있었다면 크게 놀랐 을 것이다.
‘사위를 믿는 게 또한 딸을 믿는 거라고 했으니.’
정작 카일은 어떤 생각도 없는데, 벌써 예비 사위로 점찍은 모양이다.
율리 카 또한 황제 가 카일을 믿 어주는 모습을 보이 니 미소를 짓는다.
“파르달 섬이 복속 의 향을 밝힌 건 알고 있느냐.”
“네. 카일에게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파도잡이라는 자가 꺾 인 게 가장 큰 이유일 테지. 그렇게 나 믿 던 인물이 패배를 당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게야.”
남쪽 바다에서 제국과 껄끄러운 분위 기를 가진 곳 중 가장 큰 단일 세력.
비록 제국과의 전쟁 에서 승리할 수는 없어도 남쪽 항로를 쑥대 밭으로 만 들수도 있는곳.
그게 바로 파르달 섬이 었고, 그 섬이 스스로 제국에 고개를 숙였다.
정복 전쟁 시절에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초기에는 해군이 부족하여, 이후로는 저항이 너무 거세서.
그리고 말기에는 서로가 잃을 게 너무 많아서 적당히 끝을 맺었다.
‘전쟁성에 의하면 파르달섬을 무력으로복속시키는 데에 1함대 전체와 1
0강 인물 하나 정도는 걸어야 할 거라고 했었다. 엄청난 피해 예상이었지.’
해전은 보통의 전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띤다.
배 가 침몰하면 그곳에 타고 있던 이들은 모조리 수장 당한다.
일개 격군부터 제국의 최고 전력인 10강까지, 예외는 없다.
그런데 카일은 그걸 수영을 해서 갔단다. 기어코 당도해서, 그냥뒤집어 엎 었단다.
10강들조차 꿈에 도 생 각지 못 할 황당한 짓을 달성해 버 린 것이 다.
“아. 그리고 파도잡이를 살려두면서 황제 폐하의 자비를 언급했다고. 부 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와중에 황제의 면까지 세워주는 세심한 마음이라니.
오롯이 악명 만 받기 보다는 황제 가 말을 해서 해치 지 않았다는 게 된 다.
그리 되면 파르달섬의 영주도, 황제 본인도 민심을 다루기 쉬워질 터.
“문제될 거야 없다.오히려 아주반가운 소식이구나.”
고개를 끄덕인 황제는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공식적인 보고는 이게 끝이라고 해도, 이 다음이 있을 것 같은데 .
다른 게 있어야만 한다. 그래. 꼭 있어야만 한다.
그걸 기대하고서 굳이 율리카를 남쪽으로보낸 것이 아니던가.
연합의 강경파들을 놓친 것에 대한 제국의 미안한 마음이라 포장했지만.
결국 카일 곁에 율리카의 등을 떠밀어 두려는 것이 진짜 속내였다.
존 나센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된다면, 제국에 다시는 없을 행운이다.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지요.”
물론 율리카가 그걸 재빠르게 포착하지는 못했다.
결국 황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 막내딸의 연애사에 물어보기로 했 다.
“그게 전부였느냐. 그러니까, 남쪽에 내려가서 말이다.”
“카일을 만나고, 도움을 약속하고, 결과를 받아왔습니 다.”
“그리고 그 이후 말이다. 바로 돌아온 게 아니지 않느냐.”
이 제 야 황제 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얼추 눈치를 챈 모양이 다.
가벼운 탄성 을 흘리 는 율리 카. 그리 고 그 긍정 적 인 반응에 희 망을 품는 황 제.
“싸웠습니다.”
“•••?”
허나돌아온대답은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지,지금 뭐라고 했느냐?”
“카일과 싸웠다고 했습니다. 정말 즐겁게 한 판 붙고 왔습니다.”
너무나 평온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율리카를 바라보며, 황제는 이마를 짚 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막내의 생각을 도통 모르 겠다고.
대체 어쩌다가 이런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까, 하고 말이다.
“알겠다. 피곤하겠구나. 어서 물러가거라.”
이만되었다는듯 황제가손을 휘휘 내젓는다.
그에 율리 카는 알겠다고 대 답하며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황제는 그런 제 딸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저거, 저거, 정말 시집은 갈 수 있으려나. 가슴이 답답하다. 답답해.
널
‘아, 맞아. 그러고 보니 그걸 말씀드리지 않았네.’
황궁을 나서는 길. 율리카는 아, 하고 탄식을 흘렸다.
카일과싸우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황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돌아가서 다시 말씀을 드릴까도 했으나 관두기로 했다.
얼른 물러가라고 손짓하던 게 꽤나 피곤한 기색처럼 느껴졌다.
황제가 피곤하다면 신하된 자로서 얼른 물러나는 것이 맞을 터.
실상은 육체적으로 피곤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로한 황제였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율리카 때문이 었고 말이다.
유일하게 혼자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율리 카는 잠깐 생 각에 빠졌다.
‘궁에서 할 일도 없고… 성녀님이나보러 갈까.’
황궁에 들어가 봤자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할 일이 없는 자신이다.
기껏 해봐야근처에 머무는 10강과의 대련이 유일하게 하는 일이다.
그나마도 최근 서쪽에 생긴 일 때문에 그들 모두가 자리를 비웠다.
듣자하니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몬스터가 문제라고 했던가.
짐승보다 약간 더 강한 것들에 불과한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아무래도 자신도 서쪽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품어본다.
‘마침 성녀님도 남쪽에서 돌아오면 그쪽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었지.’
성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겸 제 지루함도풀 겸.
이것이 야말로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며 율리카는 곧장 아카데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아카데미의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로 말이다.
*
“우리들의 선한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널리 이롭게 ….”
기도문을 외우며 신께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마침내 기도가 다 끝나자 성녀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원 래 였다면 기 도를 끝내 고 잠깐 산책 을 하고, 식 사를 하고.
이후 몸을 정갈히 하고 잠자리 에 들 준비를 했을 것이 다.
하지 만 최 근 들어 서 그 사이 에 기 도 다음으로 중요한 게 생 겼다.
- 런지자세 잡는 법
부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가득들어간운동 책자.
세세하게 쓰고, 심지어 자세까지 아주세밀하게 그려두었다.
실내 연무장에 있는 것보다훨씬 더 좋은 퀄리티를 지녔다.
이 것은 오로지 단 한 사람을 위 한, 바로 성녀 만을 위 한 카일의 선물.
“후후.
성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어 떤 누군가가 자신을 생 각하고 또 위 해준다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 었다.
그 마음이 고맙고, 또 감동스러워서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온다.
“성녀님.”
막 책자를 펼쳐 카일이 가르쳐주는 대로 자세를 취하려는 찰나.
예 배 당 출입 문 바깥에 서 교단 측 성 기 사의 목소리 가 들려 온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누구신가요.”
“5황녀 저하십니다.”
“아…! 얼른 안으로 모셔주세요.”
카일에 게는 미 안하지 만 운동 시 간을 조금만 써 야 할 듯 싶다.
아마 그도 이해해줄 것이다. 황녀에게서 카일의 소식을듣고자 하는게 자 신이니까.
문이 열리며 율리카가 안으로 들어선다.
다른 이들은 들어올 때면 간단한 기도라던가 성호라도 긋고 들어설 텐데.
율리 카는 그런 거 모르겠고 바로 성 녀 에 게 로 다가갈 뿐이 었다.
“성녀님. 오랜만이야.”
“오랜만인가요? 며칠 전에도뵈었는데.”
“그래 嘗 느낌상으로는 몇 주는 못 본 것 같아서.”
그리 말하며 자리에 앉은율리카는 바로제 이야기를늘어놓았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남쪽에… 카일을 만나… 제국의 지원을… 카일이 어 떻게 했냐면….”
항상 이 런 식 이 었다. 율리 카는 말하고, 성 녀는 들어 준다.
가끔 성 녀 가 입 을 열 기 도 하지 만 맞장구를 치 거 나 하는 게 다였다.
“•••그래서, 파르달섬의 영주가결국 굴복했어.”
“허면 연합에서 도망친 강경한무리들을 전부 붙잡은 거네요.”
“그렇지. 카일이 전부 인계 받았어. 조사도 다 마쳤고.”
“대 단하시 네요. 카일 형제님은. 설마 혼자서 그런 일을….”
“당연한 거지. 10강들과도 웃으면서 싸우는 남자가 설마 그 정도도 못 할까.”
율리카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내젓는다.
“아뇨. 10강이라고 해도. 혹은 그에 준하는 강자 분들이라고 해도. 다치실 수도 있고 아프실 수도 있어요. 결국똑같은 사람이니까요.”
“마음대로 생각해.”
어 깨를 한 번 으쓱인 율리 카는 마저 말을 이 어 나갔다.
“그리고 카일한테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보였어.”
“마음이라 하시면… 설마그거요? 카일 형제님의 소유가되겠다는 거?”
“응.”
“말씀드렸잖아요, 황녀님.그건 카일 형제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
“그래? 나는 진심을 다했는데? 그 앞에서 옷도 벗었어.”
“아무리 그래도 카일 형제님… 어, 어? 자, 잠시 만요. 지금 뭐라고 하셨죠 ?”
“진심을 다했다고.”
“아뇨, 아뇨! 그거 말고요!! 그 다음이요!!”
다급한 성녀의 외침에 율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답했다.
“옷 벗었어.”
•••황녀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그녀답지 않게 성녀가 소리를 지른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것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다.
“왜 그래?”
“그, 그런 망측한짓을! 카일 형제님께서 얼마나 당황하셨겠어요!”
“당황 안한 것같던데?”
“황녀님이 그렇게 생각하고싶으신 거겠죠! 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말했잖아. 그 남자의 소유가되고 싶다고.”
장난이 아니 다. 저건 진심 이 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다.
그래서 성녀는 더더욱 카일이 걱정되었다.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저리 강압적으로 다가가면, 진실한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을 수 있겠는가!
“대체 카일 형제님께 왜 그러시는 거예요.”
“왜냐니.그 남자 옆에 여자가 없잖아.그 자리, 내 거 하려고.”
하아아…. 하고 성녀 가 깊은 한숨을 내 뱉는다.
자꾸 이러니 카일이 더더욱 황녀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닌가.
이제는 카일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어요. 카일 형제님은 너무 좋은 분이니까요. ’
그러다가문득,성녀의 마음속에 이런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든다.
카일의 옆자리에 자신이 있는다면 어떨까,하는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