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嗲스치면 안녕입니다
갑작스러운 이들의 등장에 군단의 모든 이들이 어버버 하는 사이.
카일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이쪽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을 맞이했다.
그런 카일의 얼굴을 보자, 아이들이 ‘어!’하고 탄성을 터트린다.
“막내 도련님 !”
“막내 도련님이다!!”
우르르르II-
I •••••• • •
밝은 표정들로, 반가운 얼굴을 한 채 달려오는 아이들.
여전하구나. 아무튼, 애들은 어디를 가나 다 똑같아. 그러지 애들이겠지.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려던 카일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만.’
하나나둘, 그래. 셋? 아니. 다섯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기 달려오는 애들은 아무리 못 해도 열 명은 훨씬 넘는다.
저 애들이 다 달려들면? 버틸 수 있나? 그대로 바닥에 처박힐 것 같은데?
‘거기에 몬스터 부스러기 잔뜩묻히고 있잖아!’
벌렸던 팔을 접고 그대로 몸을 돌린다. 그리고 냅다 도망친다.
“막내 도련님 !”
“어디 가세요!!”
“다 저리 가, 이것들아! 그런 모습으로 안으려고 하고 있어 가서 씻고 와!! ”
평원을 질주하며 쫓고 쫓기는 레 이스를 벌이는 카일과 아이들.
거 기까지 만 보면 그냥 단순한 장난으로 보이 겠지 만, 전혀 아니 다.
군단 소속 인원들은 물론이고 프리실라 단장조차 당황한 얼굴이다.
저들이 내는 속도가, 어지간한 기병은 충분히 따라잡을 속도였던 것이다.
‘사람이 … 저렇게 빠를수 있나?’
카일은, 그래. 카일은 그래도 가능하다고 치자.
10강인 자신과 어렵지 않게 싸우고, 연합의 마티유마저 꺾었으니까.
그 정도면 10강중 하나를 꺾고 새로운 10강이 되기 충분하니까.
문제는 그 뒤를 쫓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다.
가장 나이 가 많아 보이는 녀석도 기껏 해봐야 십대 후반.
그런 아이들이 카일을 붙잡을 듯 말 듯 따라붙고 있다!
“허허허! 아이들이 막내 도련님을 뵈니 기분이 좋은모양입니다.”
채앵!!-
갑작스레 들려오는 너털웃음 소리에 프리실라가 검을 뽑아든다.
기척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 했기에, 반사적으로 나온 반응.
시퍼런 검날이 순식간에 상대방의 목으로 향했다.
투웅—.
“아이고. 놀라신 모양입니다. 죄 송합니 다, 레이디. 허허허!”
그 검을, 앞에 선 한 백발노인이 한손으로 막아냈다.
비록 검기를 불어넣지 않았다고하지만, 그래도 예기가흉흉한 ‘병기’ 인데
노인은 허허 웃으며 여유롭게 검을 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적의는 없다.그저 자신이 기척을눈치채지 못한것뿐이다.
제 실수를 알아챈 프리실라는 급히 검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형제님. 제가 결례를.”
“아닙 니 다. 놀라셨다니 오히 려 제 가 죄 송합니 다.”
손을 휘휘 내젓는 노인을 바라보며 프리실라는 생각했다.
‘ 강하다.’
꿀꺽,하고 절로 마른침이 넘어간다.
강하다. 본연의 힘도 힘 이 지만, 몸 전체에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느껴 진 다.
이것은,그래.수없이 많은 전투를 거치며 여기까지 온노병의 완숙함이다.
“영감님.”
이때, 양팔과 다리에 아이들을 주렁주렁 단 채로 카일이 다가왔다.
무슨 사람이 가득 열린 나무를 보는 것 같다.
그 모습에 노인이 환하게 웃으면서 허리를 꾸벅 숙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막내 도련님.음… 큰도련님과 아가씨 말대로군요.”
“형님이랑 누님이 뭐라고하셨는데요?”
“집에 있던 것보다 살도 살짝 찐 거 같고, 근육량도 적어지신 것 같다고 말입니다.”
“•••운동은 하루도 안 빼먹고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영감님.”
“그러시겠죠. 저는 걱정 안 합니다. 막내 도련님이 다 알아서 하시겠죠. 허허!”
곁에 붙은 아이들을 하나씩 떼어내며, 카일이 프리실라 옆으로 다가온다.
“인사하세요, 단장님. 닐 영감님이라고. 아버지를도와주시는 분중 한분 이세요.”
“아 존 나센의 집사… 이신 겁니까?”
“허허! 그건 아닙 니 다. 집사라요. 그냥 이 것저것 잡일이 나 하는 사람입 니 다.”
잡일. 잡일이 라. 도대체 무슨 잡일을 하기 에, 이리 강한 걸까.
10강도 존 나센에 가면 그냥 검 좀 쓰는 손님 이 라는 게 헛소문이 아니 었던 모양이다.
“아,그리고.”
프리실라를 쿡쿡 찌른 카일이 한 마디를 덧붙인다.
“저 영감님이 바로 ‘그 분’ 입니다.”
“•••설마.”
“네 . 프리 실라 단장님 이 찾던 그 분. 맞습니 다.”
카일의 말에 프리실라가급히 닐 영감을 바라본다.
겉보기에는 예순을 갓 넘은 사람이다. 그런데 실상은, 여든을 훨씬 넘었다 니.
자신의 조부와 멋진 전투를 벌였고 끝내 패배를 안겨준 존 나센의 전사.
그 인물이 노쇠한 기색 하나 없이, 이렇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니.
‘•••다행이다.’
그래. 다행이다. 할아버님께서 아무에게나 패한 게 아니셔서.
또 다행이다. 본인 또한, 그런 인물에 게 감히 가르침을 청할 수 있어서.
다시 한 번, 다행이다. 할아버님이 저 인물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되어 서.
아마 저 노인을 본다면 제 조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지 않을까.
병환 따위 검사를 막을 수 없다고 외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제 가 나중에 닐 영감님 께도 따로 말씀을 드리 겠습니 다. 단장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카일 형제님. 꼭 좀, 부탁하겠습니다.”
몇 번이고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하는 프리실라 단장이 었다.
걱정 말라며 그녀를 안심시킨 카일은 닐 영감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영감님. 아버지는….”
“아,그게. 애들이 놀랄까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제가보기에는 일 부러 안 들어오시는 것 같습니 다만.”
닐 영감의 말에 카일은 흘끗, 군단 쪽을 바라보았다.
제국이 자랑하는 정규 군단.착착움직이는 전쟁 기계, 살육에 특화된 자 들.
대륙의 어느 누구라고 해도 무시할수 없는 거대한 세력이다.
‘애들 맞지. 음. 맞고말고.’
그 군단을 애들이라고 해버리는 것에 적극 동의하는 카일이었다.
“저, 프리실라 단장님. 이 애들 좀 데리고 먼저 군단으로 복귀하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건 없습니다만, 형제님은 안 가십니까?”
“가서 인사도하고, 모셔오기도해야 할분이 계셔서요.”
“모시고 오셔 야할 분이 라면 • • •.”
“아버지요.”
카일의 말에 프리실라 단장이 ‘아… 아아!’ 하고 탄성을 흘렸다.
‘제국조차두려워했던 북쪽의 괴물!’
아니, 어쩌 면 괴물이 라는 말조차 부족할 것 이 다.
적어도 괴물은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은가.
제국이 북쪽 사람들과 전쟁을 벌일 당시.
보통 전장에서는 나타나지 않다가 강자가 투입되 었다 하면 나타나는 인 물이 있었다.
그의 손에 패배한 인물이 셀 수도 없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10강도 여럿.
목숨을 잃지 않은 건 순전히 그 사내의 자비가 있었기 때문이 었다.
“돌아가라. 가서 더 강해져서 와라.”
라는 말을 남기면서 살려주는데, 사기가 유지될 수가 있나.
북쪽 사람들의 그 말도 안 되는 전투력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황제가 직접 북쪽까지 찾아온 이유는 역시나그사내 때문이었다.
‘그런 인물이 … 바로 코앞까지 !’
이 심장의 고동이 강자를 만난 것에 대한흥분인지.
아니면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존재를 앞둔 인간의 두려움인지.
모든 것은, 그를 조우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었다.
널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을 줄은 몰랐는데요. 아버지가 직접 오신 것도 그렇 고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카일은 닐 영감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로 했다.
“놀라셨군요. 이해합니다. 실은 수렵제를 한창 진행하던 와중에 소문이 들어왔습니다. 서쪽에 아주 강한몬스터들이 출몰한다고. 마침 아이들의 수 준을 한 번 점검해보고 싶다던 부모들이 아버님께 부탁을 하셨습니다. 애들 좀 데리고 서쪽으로 가줄 수는 없겠냐고 말입니다.”
“서쪽은좋은데, 굳이 애들은왜요.”
카일의 물음에 닐 영감이 입가에 미소를그린다.
“본인들이 가자니 근손실이 아쉽고, 또모르는 척 하자니 너무 궁금하고. 해서 좋은 경험도 쌓게 해줄 겸, 아쉬운 대로 아이들을 보내는 거였습니다. 막내 도련님.”
역시. 아무튼 우리 고향 사람들. 참 대 단한 사람들이 야.
본인들 못 가는 게 아쉬우니 애들을 대신 보내겠다니.
사람 잡아먹는 몬스터를 때려잡는 게 좋은 경험이라고 하는 건 여기 사 람들 밖에 없을 거다.
더 무서운 건, 십대 초중반에 불과한 그 아이들이 정말 그럴 수 있다는 것.
당장 군단 쪽으로 들이 닥치던 몬스터들을 아주 알뜰하게 털어먹지 않았던가!
몬스터들 입 장에서는 아마 황당한 최 후가 아니 었을까 싶다.
조그마한 애들이 달려들더니 신이 나서 사지를 찢어버렸을 테니까.
“다들 재 미 있어하는 눈치 여 서 다행 이 었습니 다. 혹 실 망하면 어쩌 나 싶었 는데.”
“고향몬스터들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크고 흉포하죠. 거기를 두고 갑자 기 서쪽으로 가자고 했으니 ….”
“몇몇 아이들은 벌을 받는 줄 알고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운동 더 열심히 할테니 더 센 몬스터를 잡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 야. 거 참, 존 나센의 미래가 참 밝다, 밝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발걸음을 옮기다가, 자리에 멈춰 선다.
저 앞에서 느껴지는, 익숙하고도 거대한 기운.
주변에 강자들이 득실댔던 고향에서도 저런 기운은 딱 한 명만이 내뿜었 다.
“잠시 이야기 나누고오시죠, 막내 도련님.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닐 영감의 말에 카일은고개를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한동안 보지 못 했던 아버지를 만나러 향했 다.
쿠웅—. 쿠웅—.
앞쪽에서 섬뜩해질 정도의 진동이 전해진다.
남들이었다면 지진이라도 난 거 아니냐고 설레발을 쳤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방금 전해진 진동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진동이 운동하느라 나는 거라고 하면 진짜 죄다 기절하겠지.’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카일이 본 광경은.
“왔느냐.,,
“네,아버지.”
무시무시한 크기의 바위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덤 벨 대 용으로 삼고 있는 다곤 존 나센 남작이 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형인리어도명함을 못내밀 상대다.
저 바위를 봐라. 손가락 들어갔던 곳이 푹 파였다.
손가락에 스치기만 해도 어디 한 곳 부러질 것 같다.
존 나센 중의 존 나센, 절대 전력을 내지 않지만이미 최강자.
“떠날때와조금달라졌구나.”
“운동은쉬지 않고했습니다.”
« ” …-
“정말입니다.”
« ” …-
“제 근육과 노력에 걸고 맹세합니다.”
바짝 긴장해서는 급히 덧붙이는 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