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화 嗲 언제할 거냐?
“심심해요.”
“애들아. 조용히. 쉿!”
“심심해요.”
“어허. 조용히 하라고 했지?”
“심심해요!!!”
“맞아! 심심해요, 도련님!!”
.
합창하듯, 떼창하듯,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카일은 생각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애들은 똑같구 나.
심심하다고. 뭐라도 좀 하고 싶다고 아이들이 계속 투덜거린다.
몬스터를 신나게 잡을 줄 알았는데, 그게 이틀도 채 못 갔다.
본인들이 기대하던 두근두근 몬스터 사냥이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운 모 양인데.
이미 군단측에서 궤멸시킨 몬스터들의 숫자가꽤나 많기도 했고, 거기에 남은 몬스터는 아이들이 오는 족족 갈아버렸으니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필드 보스 수준으로 성장한 오우거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아버지가 말 그대로 지워버렸고.’
아직도 당시 만 생 각하면 절로 소름이 돋아난다.
정말 살살 주먹을 휘두른 것 같은데 . 전력의 반도 안 쓴 것 같은데.
필드 보스 오우거는 물론이고 그 뒤의 산들까지 날려버리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제국은 대체 어떤 싸움을했던 걸까.
처음에는 ‘와. 제국을 상대로 버틴 존 나센. 정말 대단해!’ 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와! 존 나센을 상대로 싸운 제국! 진짜 대단해!’ 가 맞는 것같다.
“다른 거 없어요, 막내 도련님 ?!”
“몬스터 더 주세요!”
“더 잡고 싶어요!!”
“아, 너희가이미 다잡아놓고나보고 어쩌라고!”
“도련님도 잡았다면서요! 치사해요!”
“맞아요. 치사해요! 혼자 잡으시고! 우리는요!!”
“그만. 자꾸 이러면 막내 도련님이 곤란하단다.”
닐 영감이 적절하게 나서서 아이들을 다독인다.
몬스터는 카일이 어떻게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냥 다 잡았으니 더는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우우우….
“몬스터 너무 약해요.벌써 끝이면 안되잖아요.”
이 말을 잘게 찢어진 몬스터들, 그리고 그 몬스터들과 격전을 벌인 병사들 이 듣는다면.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존 나센 애들이 있냐고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다.
자기들이 갈아놓고 ‘약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고코가 막힐 노릇.
“자자. 다들운동이나하자꾸나.하체부터 시작하자.”
“앗,네!”
“하체! 하체 시간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 아이들이 철없는 잼민이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를 치거나, 나쁜 짓을 하거나, 그런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가정교육이 철저하다.스스로를 갈고 닦는 곳이다보니 마음가짐이 중요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쁜 짓 하다 걸리면 그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엉 덩 이 라도 맞는 날이 면 진짜 목숨 걸어 야지.’
예전에 제 형이 어머니께 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다.
절대 함부로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그걸 못 참고 또 결투를 한 것.
당연히도 그 대 가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었다.
“그 때 어머니께 엉덩이를 맞았지.” “어땠냐고? 죽는 줄 알았다. 한 일주일 은하체할생각조차못했던 것 같아.”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리어가그렇게 말했었다.
존 나센 남작만큼은 아니 어도 그 아들답게 정말 엄청나게 강한데.
엉덩이 좀 맞았다고 하체를 못 할 정도였다니. 상상조차 힘들다.
“카일 형제님과똑같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프리실라 단장이 옆에 와있다.
‘이 여자는 왜 자꾸 돌아다녀. 아버지 가 계속 눈독 들이고 있는데.’
아버지 말리느라 본인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
모르겠지. 당연히 모르겠지. 알았다면 얌전히 어디 숨어있었을 거다.
“아이들 말입니다. 카일 형제님이랑 똑같아요.”
“운동하는 거요?”
“그것도 그렇고, 철저한 자기 관리도 그렇고. 존 나센 분들은 다 저럽니까 嘗,,
“저나 애들은 약과에요. 단장님이 진짜 존 나센 사람들을 보신다면 둘 중 하나에요. 지금보다 배는 더 감탄하거 나. 아니 면 진절머리를 내 거나.”
“글쎄요. 저는 전자일 것 같습니다만.”
모르는 일이 다. 다른 제국 10강은 후자였으니 까.
처음에는 그 사람도 전자였을 것이다. 정작 맞이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거다.
“서쪽 일도 이제 마무리가 되었는데. 언제 돌아가십니까?”
“성녀님께서 오늘 저녁에 전사자들을 위한 기도회를 여실 겁니다. 그러니 아무리 빨라도 귀환은 내일 오전이나 될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일정이 더 생긴다면 늦춰질 수도 있겠군요.”
“성녀님이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단장님도 그렇고.”
“성녀로서의 의무이지요.그분이 선택한건 아니지만.”
성녀의 의무.그러고 보니 문득궁금해지는부분이 있다.
성녀는 대체 어떤 식으로 선택되는 것일까.
정말 신이 점지해서, 찬란한 빛에 둘러싸여 계시를 받는 건가?
출신이 미천해도 얼마든지 성녀가될 수 있는 걸까?
언젠가 기회 가 된 다면 성 녀 에 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카일 형제님.”
“네,단장님.”
“성녀님은 참 좋은 분입니다. 선하시고, 따뜻하며, 그러면서도 굳은 심지를 지니신.”
“알고 있습니다. 성녀님은 참 대단하신 분이죠.”
그러니 조연이 었음에도 엄청난수의 ‘성녀단’ 이 있지 않았겠는가.
카일 본인도 그 성 녀 단의 일원 중 하나였고 말이 다.
“하지만 가끔은,본인의 의무에 힘들어하시고,외로워하시기도하고.또 무엇보다 또래 소녀들이 지닐 삶을 본인도 누리고 싶어 하시 기도 합니다.”
프리실라 단장이 은근한 눈빛으로 카일을 바라본다.
“카일 형제님이 성녀님 곁에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부담주실 생각이라면 관두시죠.”
“죄송합니 다. 그럴 의도는 아니 었습니 다.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카일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어야만했다.
알아요. 젠장. 나도 알고 있다고요.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성녀님이랑 연애라.솔직히 말해 은근히 바라던 것 중하나긴 하다.
최애캐가눈앞에서 말하고, 감정을 내보이는 일은 정말 엄청난 일이니까.
문제는 어쩌다 보니 주변에 갑자기 참전을 선언한 이들이 많아졌다는 거 다.
엘 가나 황녀에 게는 아직 까지 큰 감정은 없지 만, 그 둘을 보면 포기 할 위 인 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서로가 너무 확고해서 밀어낸다고 밀릴 것 같지도 않다.
티샤는 솔직히 말해서, 계속 마주치고 또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맞대고
•
그러다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서 내치기가너무 어렵게 되었다.
소설을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티샤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진짜 이 일을도대체 어찌 해야할까….’
유예 기간은 아직 존재한다. 황녀를 제외한 모두가 이제 갓 성인이니까.
언제든지 마음이 돌아설 수 있으니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게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을 경우였다.
“막내 도련님?”
잠시 다른 생각을 해서 정신이 팔렸던 걸까.
바로 옆에 닐 영감이 왔다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
“네,영감님. 왜그러시죠?”
“제국 군단장이 남작님과 도련님을 모셔오라고 했답니 다. 두 분께도 감사 를 전하고 싶다고 말입니 다.”
“아버지가 가신대요? 그냥 되 었다고 하고 운동이나 하실 분인데.”
“그, 혹시 군단장에게 병사들 식단관리 좀하라고하셨습니까?”
닐 영감의 물음에 카일은 잠깐 생각하다가 ‘네.’ 라고 답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병사들 상태를 보고 놀랐다.
숙련된 병사들이긴 한데 몸들이 조금씩 아쉬운부분이 있어서.
해서 몬스터들 싹 정리한 다름에 바로 군단장을 찾아갔다.
“그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좀 더 구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남작 님께서 관심을 보이시며 찾아가겠다고 하셨고요.”
올바른 식 단과 훌륭한 운동법, 그리 고 꾸준한 노력.
그 세 개를 전도하는 것도 존 나센 저주 중 하나라고 했던가.
‘하기야. 나도그 저주에서 못 벗어나서 이러고 있는데.’
그러고보니 이안과 레토, 넬은운동 잘하고 있으려나.
티샤랑 엘가는 서로 경쟁이 붙어서 크게 걱정은 안 되고.
아. 교단도 다시 가서 점검해야 하는데. 기구 잘 다루는지 확인해야 하는 데.
이참에 아예 아카데미가아니라성녀 따라서 교단으로 가봐야할듯 싶다.
“가실겁니까, 도련님?”
“가야죠. 아버지 가 가는데 제 가 안 갈 수가 있나요.”
아버지만 보내기엔 너무 걱정이 되 어서요.
제가 옆에 붙어있어야 사람들이 조금은 안심할 거랍니다.
“하앗! 하아아앗!!”
“으랴아아앗!!”
•••뭔데, 이 상황은. 갑자기 왜 저런대?
군단장의 지휘 막사근처에 다다르니, 저 옆에서 기합소리가끊이지 않는 다.
무슨 일이야, 하고 살펴본 카일은 ‘허.’ 하고 탄식을 흘려야만 했다.
전투도 다 끝났고 이제 휴식을 취하면서 복귀할 일만 남았을 텐데.
제국소속 기사들이 제대로 흙먼지 범벅이 되어서 뒹굴고 있는 중이었다.
계 속 긴장 상태를 유지 하기 위 한 간단한 훈련 이 아니 다.
지금 저들은 진검만 안 들었지, 실제 전투에 준하는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뭔 지 랄이 야. 할 일도 다 끝나서 귀 환 준비 만 기 다리 는 거 아니 었어 ?’
비유하자면 놘시 퇴 근을 앞두고 50분에 갑자기 미친 듯이 업무 보는 상황 이다.
이럴 필요가 없는데 대체 왜 저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카일은 근처를 지나가는 장교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저것들 대체 왜 저러냐고.
그에 대한 아주 어 이 없는 이유를 머지 않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애들 때문이라고요.”
“예. 이제 겨우십대 초중반 아이들이 몬스터를상대했다는소식이 전해지 니 여러 부분에서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이도 있고, 아니면 조장들이 안 되겠다며 오늘부터 특훈이라고 미친 듯이 쪼아대는 것 도 있습니다.”
“참나….”
그런 생각을 한 기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아서라고.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당신들이 본 그 애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다른 부류라고 말이다.
“으아아아아!!”
“정신차려, 이새끼들아!!”
“힘줘 ! 뭐 했다고 벌써 쓰러져!! 일어나!!”
혹시 군단장이 뭐라고 했나? 애들보다못한것들이라고?
직속상관이 그랬다면 저렇게 까이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이 부분은 군단장을 만나서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도련님.저기 있는 기사들은왜 저러는 겁니까?”
“우리 애들한테 자극 받아서 특훈 중이라네요.”
“특훈이요?”
닐 영감이 허? 하고 어이가 없다는 탄식을 흘린다.
그도 다 끝난 상황에서 저러고 있으니 기 가 막힌 것일까?
“저게 특훈인 겁니까? 한두살 먹은 애들흙장난도 아니고무슨.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