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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55화 (155/318)

熲 155화 嗲 때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정말로… 황녀님이랑 결혼하실 건가요?”

역시. 그것 때문에 출발할 때부터 저기압이 었구나.

아버지 ! 거 괜한 소리를 하셔서 몇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듭니까!

그 말만 안했어도 이럴 일은 없었을 텐데!!

볼을 긁적인 카일은 일단 성녀를 벤치로 안내했다.

자리에 서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그거 때문에 아까부터 기분이 별로셨군요?”

“네 ? 아, 아니에요! 전혀요!”

“그래요? 그런데 성녀님께서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걸까요.”

“그, 그거야! 그거 야… 아! 구, 궁금해서 ! 궁금해서 그렇죠!”

카일이 ‘그래요?’ 라고 반문하자 성녀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게 느껴졌지만 일부러 모르는체 해본다.

“저랑 황녀님은 친구잖아요. 벗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래서 궁금한 거예 요!”

“그렇군요. 허면 성녀님은 황녀님의 벗이니까, 황녀님이 저와 결혼한다고 하면 성녀님의 기분은 어떠실까요. 역시 좋으시겠죠?”

.

그러자 카일의 예상과는 다르게 성녀가 입을 다문다.

여 태 하던 대로 속내 를 숨기는 말을 곧장 내 뱉을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이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 하겠다는 듯 침묵하고 있었다.

“성녀님?

“•••그렇죠.그래야 하죠. 원래라면 황녀님과 카일 형제님이 결혼하신다면 축하하는 게 맞는 일이죠.황녀님은 제 벗이니까.그런데 … 솔직히 말하면요. 잘 모르겠어요.”

말하는 와중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일까.

성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네요. 더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안좋을것 같아요. 네. 안좋아요.”

“그러시군요.”

“•••정말로 황녀님이랑 결혼하실 생각이세요?”

처음 질문을 할 때보다 다급함이 더 묻어 나는 느낌 이 다.

괜히 답을 물리거나 망설인다면 이상한 반응이 나올 것 같다.

해서 카일은 성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결혼 생각 없습니다. 그냥 황녀님 혼자 그러시는 거예요. 성녀님도 아실 텐데요? 황녀님이 자꾸 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거. 제가그 때 즐거워하는 표정이었습니까?”

“•••아뇨.상당히 곤란해 하시는모습이었어요.”

“그겁니다. 그게 제 대답입니다.”

그러자 성녀가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사자에게서 확답을 들으니 여태 품고 있던 불안감이 사라진 모양.

“저,그런데. 카일 형제님. 그러니까….”

“왜 제 아버지.존 나센 남작께서는그걸 긍정적으로보시는느낌이었을까 .그게 궁금하시죠?”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성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는본인도 더 빼지 않는 게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하고 싶은모양.

“그거는말이죠.황녀님이 제 아내로서 마음에 든다는게 아닙니다.”

“그러면요?”

“뻔하죠. 그냥 강하니까. 단련된 몸을 지 녔으니까. 제 아버지로서 가 아니 라 존 나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를 평가하는. 그냥 칭찬한 것에 불과합 니다. 정 말이 에요. 제 가 보증합니 다.”

즉, 이번에도 성녀 혼자만의 오해라는 뜻이었다.

거기까지 들은 성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다가 ‘아!’ 하고 탄성을 흘린다.

“그,그러면….”

혼자 오해하고, 혼자 토라지고, 혼자 심통을 부렸어.

카일 형제님께 무례를 저질렀어. 바보 같이! 아무 일도 아닌데!

“흐이익….”

풍선에서 피유우, 하고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드는 성녀였다.

부끄러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정들이 밀려든다.

정 말 아무 일도 아니 었는데 . 그런 의 미를 지 닐 수조차 없었는데

혼자 온갖 이상한 생각을 하며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버렸다.

“죄송해요….”

그렇게 한참을 부끄러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입을 연다.

제 오해 때문에 카일은 얼마나 난처했을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런 부분들을 떠올리니 너무 미안해서 눈물까지 찔끔 나올 정도였다.

“아뇨! 괜찮습니 다. 정말 괜찮습니 다. 성녀님.”

“하지만….”

“오히려.흠흠. 이런 말씀을드려도될지 모르겠지만,귀여우셨습니다.”

“네?!”

거짓말이 아니다. 당연히 귀 여울 수밖에 없었다.

이 런 면모까지 지녔을 줄은 몰랐다. 그냥 조언자 역할만 하는 줄 알았다.

조연이 아니라 주연급이었다면 무조건 떡상각이었는데.

대체 왜 작가는 이런 여자를 일개 조언 역할에만묶어둔 걸까.

“새로웠습니다. 성녀님이 기분 나쁜 티를 내시는 것 하며. 불쾌해하고, 토 라진 모습을 보이시는 것 하며. 신기했습니다. 정말로.”

“그런 건 신기해 하지 않으셔도 된단 말이에요….”

성녀의 대답에 카일은 일부러 소리 내 어 웃었다.

그리고는 슬쩍 손을 내밀어 성녀의 손을 붙잡았다.

움찔 떨리는 성녀의 조그마하고 새하얀 손.

하지만곧 떨림은 사라지고, 카일의 손을 맞잡는다.

전해지는 온기가 무척 따스하다. 참으로 보드라운 손이다.

투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제 손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리 생 각하니 혹 아프지는 않을까, 그런 생 각도 든다.

“죄송합니다, 성녀님. 제 손이 좀 거칠죠?”

“아뇨!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당연한 거잖아요, 카일 형제님.무인의 손이 저처럼 매끄러우면 이상한 법이죠. 저는 되레 제가 부끄러운….”

도리질을 치며 급하게 무인들의 멋짐을 설명한다.

혹시나 자신이 멋쩍 어할까 노력하는 모습은, 역시나 귀 여웠다.

“제가 말씀드렸죠? 저는 성녀님을 좋아한다고.”

“그러셨죠.”

“거기에 성녀님께서 답하셨죠.그걸 이성에 대한호감으로변하도록하겠 다고.”

“제,제가그렇게 말했었나요? 그게 아니라저는….”

“말은 달라도 결국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게 그거이지 않습니까. 혹시 아니었나요?”

그 반문에 꼼짝없이 고개를 내젓고 마는 성녀였다.

여기서 긍정을 하면 그냥 서로 존경하는 사이로 머무르자는 말이 되 니까.

“저도 성녀님을 그냥 단순히 존경만 하는 건 아닙니다.”

숨기지 말자. 숨길 필요 따위 없다. 결국 다 진심 이니까.

순수하게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었다.

이 제 다음으로, 그렇다고 해서 이 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아니 라 말할 차례다.

“여자로서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매력이 있으시고, 아름다우시고, 너무나 선하신 분. 어떻게 남자로서 선 그어놓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성녀님이 좋습니다. 참 많이요.”

“아아….”

“다만, 성녀님도 아시다시피 제 주변 상황이 조금, 아니 많이 꼬여서 말 입니다.”

“알 것 같아요. 황녀님도 계시고… 또 엘가공녀님이나 티샤 자매님도 계 시고요.”

알고 계 셨군요? 라고 반문하자 성 녀 가 미 소를 짓는다.

엘가와 티샤가 만나면 매일 나누는주제가 카일 형제님, 당신에 관한 건데

그걸 어 떻게 눈치 하나 못 채고 넘 어갈 수 있겠냐고.

“카일 형제님의 그 말씀은, 아직 곁의 여성분들 중 하나를 택할수 없다고 느껴지는데요.”

“•••정확하십니다.”

“미안해서 그러시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이신가요.”

“미 안하기 도 하고, 또 좋은 부분들도 자꾸 보이고 … 그렇습니 다.”

흐음, 하고 성녀가 다른 손으로 볼을 긁적인다.

그 모습에 카일은 저도 모르게 고개 를 처박고 말았다.

“카일 형제님은 좋은 분이니까. 황녀님조차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걸 보면 엘 가 공녀님 이 나 티 샤 자매 님 도 그러 시는 게 , 이 해는 가네 요. 물론 기 분이 조금… 묘하긴 해요.”

“죄송합니다. 혹 불쾌하셨다면….”

“다른 분들도 다 알고 계시지 않나요? 서로가 서로의 연적이라는 거.”

“대충 알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엘가는 확실하게 모두를 연적이라 여기는 눈치 였다.

황녀도 알게 모르게 성녀를 견제하는 기색이 보였고.

티샤는… 음. 티샤는 그냥 자신과의 관계에만 신경을 쓰는 듯 했다.

“그러면 결국 카일 형제님의 결정이 중요하겠군요.”

“해서 더더욱 부담이 되고, 더더욱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네? 굳이요? 적당히 의견 조율만하면 평화롭게 해결이 가능할 텐데요.”

평화롭게 해결이 가능하다니.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못 하겠다.

연적끼리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이 있나?

남자든 여자든 연적을 두고선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게 당연한 수순이던 데.

“경우에 따라서는 여럿의 부인을 두는 분들도 계세요.”

“•••예?”

“제가 알기론 고위 귀족들이 그런다는데 ••• 존 나센 남작가를 향한 제국 의 대우를 보면 카일 형제님도 그게 가능하실 것 같거든요.”

잠깐만, 뭐야.그러면. 나라에서 하렘을 허락한다는 거야?

여기 세계관 로판 아니었어? 로판에 일부다처제가 있어도 돼?

이러면 뭔가 좀 많이 이상해 질 가능성 이 높지 않나?

“성녀님.그게 정말입니까…?”

“네. 아,물론흔한경우는 아니에요.오히려 적죠. 여인들끼리의 마찰도 있 을 테고 여인의 본가에서도 계속해서 첫 번째 부인 자리를 노릴 테 니까요. 교단에 있으면서 제국의 몇몇 고위 귀족들을 만났는데, 좋은 점만 있는 건 아 닌 것 같았어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지금 간단하게 상상만해도 벌써 깜깜하다.

황실의 적녀 겸 제국 10강, 율리카. 제국에 단셋 뿐인 대공, 엘가.

마법과는 또 다른 분야에 절대적인 지분을 지닐 주술 천재, 티샤.

남들은 한 명만 해도 감당이 어렵 다며 손사래를 칠 지 경 이 다.

‘거기에 성녀님까지 참전한다면….’

어어. 이거, 상상하던 하렘과는 좀 많이 다르겠는데.

절대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상당히 많이 시달릴 것 같다.

이것은 단순한 예감이 아니다. 분명히 그럴 것 같다.

“카일 형제님?”

“•••아, 네. 성녀님. 말씀하세요.”

“이것으로 얼추 해결된 거 아닐까요?”

“예 ?”

“마음에 지니고 있던 부담감이요. 하나만 택해야 한다는 그 고민이요. 그 거, 지금 제가 전부 지워드린 거 아닌가요?”

따지고 보면 그렇다. 미처 모르던 이곳 세계관 설정을 알려준 셈이다.

해서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녀가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더니 아주 조금 더, 카일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면, 이제 괜찮으신 거네요? 저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도.”

“아….”

“그리고. 카일 형제님도, 제 곁으로 조금 더 와주셔도요.”

옆에 앉은 이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며.

밤하늘을 바라본 채 잔잔한 콧노래 를 부르는 성 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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