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61화 嗲대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만?
“…그렇게 해서 파도잡이인지 뭔지 하는놈 인수분해를끝냈죠.그러니 섬 의 영주가 바로 존대로 다가오더군요.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직전까지 하대 하던 인간이 말입니다.”
“원래 사람이란 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지.”
대공이 그리 답하며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닭고기를 덜어낸다.
카일과의 대화, 그리고 식 사에 만 열중하는 모습이 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근히 제 아들을의식하는 짓 따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겨내라. 감당해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라.
그럴 수 있다면 넌 다시 링 위에 올라올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못 한다면 너는 끝없이 추락할 테니.
‘엘가말이 맞구나.진짜냉정하신 분이시네.’
이 자리에 걸맞지 못 하다면 잘라낼 수밖에 없다.
허니 증명하라.증명해서,리토리오를더 현명하게 이끌자가되어라.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대공의 눈에서 그런 생각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러 니까 더더욱 아웃이 지 . 리토리오가 어 떤 가문이 야. 제국의 외교를 맡 는곳. 명백한 적은 절대 두지 않는곳이야. 한데 그후계자라는놈이 존 나센 을도발한 거잖아.’
계속해서 눈앞의 남자를 쥐고 뒤흔든다.
저 인간의 미래? 알바인가?애당초황천길로직행하는게 맞았는데.
야만족이라는 말도 열 받는데 약하다는 말을 했다고? 죽고 싶어 환장한 거지.
심지어 레아누님께? 누님의 진심 펀치는 맞아보고그런 말을 한 건가?
저런 놈이 리토리오의 주인이 된다면 그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건 엘 가를 위 한 것과 동시 에 , 예 비 처 가인 리 토리 오 또한 위 하는 것 이 다.
장인어른. 안타깝지만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시길. 이건 진짜 아닙니다.
“서쪽몬스터 토벌 때는고향에서 아이들이 왔습니다.”
“아이들이라. 갓 성년이 된 이들인 겐가?”
“아뇨. 이제 갓 열 살된 녀석도 있고, 열다섯이 된 녀석도 있었죠.”
“으음?
“그 녀석들이 사방팔방 날뛰면서 몬스터를 찢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제가 잡을 게 없어져서 얼마나 지루했던지. 재미를 못 봤습니다. 당시만 떠올리면 너무아쉬워서 원.”
콰득-.
단순히 투정 부리듯 떠들며 테이블을 슬쩍 움켜쥔다.
그러 자 테 이 블 한쪽이 와직! 하는 소리를 내 며 흉하게 구겨졌다.
엘가도 놀라고 대공도 놀랐지만, 역시나 가장 크게 놀란 건 유겐.
아마 슬슬 되 살아나고 있을 것이 다. 그 날의 악몽이 , 마주했던 지옥이 .
“그러고보니 유겐 공자님. 예전에 제 누님과마찰이 있으셨다고들었는데
“아.그, 그게… 그, 저….”
“이미 대공 각하께 죄송하다는뜻을 전달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 니 라 존 나센을 대 표해 서 말이 죠. 하지 만 공자님 께 다시 한 번 죄 송하다 말 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 말한 카일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한다.
거기까지만했다면 유겐도 어떻게 겨우 버텨냈을 것이다.
“한데, 생각해보니 공자님께서도 물의를 일으키셨죠. 먼저 누님을 자극했 다고들었는데.뭐라고했더라? 아…. 야만족? 아닌데. 아아! 약하다!”
순간 유겐은 볼 수 있었다. 카일의 눈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화마를.
존 나센 청년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뛰쳐나와제 목을 조를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지를 뚝뚝 분지르고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릴 것 같 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여자가 했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걸 가루로 만 들것이다.
“거기에 대한 사과, 혹시 하실 마음은 없으십니까? 제가 전해드릴 수 있는 데.”
끼긱,끼기직-.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잘 말린 공으로 만들어버린다.
자리의 어느 누구도 왜 그러냐고 의문을 표하지 못 한다.
그 의문을 표하기 전에 잘 엮인 쇠공을 보고 말문이 막혔을 테니.
무슨 찰흙을 만진 것 같다. 사람 두개골도 비슷하게 다루지 않을까 싶다.
“유겐 공자님?”
웃으면서 다시 한 번 묻는다.
그게 유겐에 게는 저승사자가 웃으면서 손짓하는 것과 같았다.
아니,저승사자도지금의 카일을보면 ‘아, 이건 좀.’ 하고도망갈것이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유겐이 말도 없이 연회장을 나선다.
당황한 엘가가 제 오라비를 부르지만 들은 척도 안 한다.
대공은 그냥 묵묵히 식사만 할 뿐, 제 아들을 붙잡지 않았다.
‘헛된 기대였음을.더는희망이 없는걸 알았겠지.’
이겨내지 못했다.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대공 입장에선 더는 미련을 둘 이유 따위 없다.
한 번 허물어진 후계자 따위 나중의 어려움에도 또 무너질 테니.
덤으로 알려주었다. 저놈이 대공이 되면 존 나센은 이곳과척을 지겠다고.
외교 부분을 담당하는 리토리오 입 장에선 치명적 인 실책 이 될 거다.
엘가는 더는 후계자 싸움에 카일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 작 카일은 달랐다. 내 가 왜 엘 가, 당신 편을 들었는데.
대공 되는 모습 보려고 한 거야. 대공의 여동생 따위 필요 없어.
“아직 사과하시 긴 부끄러운 모양이 네요.”
웃으면서 쥐고 있던 쇠공을 테 이블 위 에 올려둔다.
“엘가.”
“네네. 아버지.”
“식사나마저하자꾸나.”
너무나 담담한 대공. 그리고 여유만만인 카일.
그 사이에 앉은 엘가는 잠깐 갈등하다가 결국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 식사는 어땠나.주방장이 꽤나고생했다하던데.괜찮았나?”
식사자리에 한차례 폭풍이 왔다갔음에도, 대공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여유로운 기색까지 보이며 카일에게 식사가 어땠는지 묻고 있다.
오히려 엘가가 바짝 긴장한 낯빛으로 대공을 살필 정도였다.
“예,각하.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도중에 공자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게 참 아쉽군요.”
엘가가 이번에는 그 대답을 한 카일을 바라본다.
오라비를 말 그대로 내쫓은 카일, 그걸 아무 상관도 하지 않는 대공.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어쩌겠나.자리가맞지 않았던 모양이지.본인의 선택이니 본인이 감당할 터.”
호록—.
차를 입가에 머금은 대공이 천천히 한모금을 넘긴다.
그를 따라 카일도 역시나 찻잔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둘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눈치던데. 내 말이 맞는가?”
대공의 말에 찻잔을 쥐고 있던 엘가의 손이 움찔거린다.
그 말대로, 카일은 자신의 둘째 오라비를시작부터 적대했다.
여실히 느껴졌다. 어서 이 자리에서 꺼지라는 그 무언의 압박.
필요 이상으로 험악한 내용들과 섬뜩한 기운의 눈빛까지.
이제 겨우 악몽에서 벗어난 듯 하던 오라비가 다시 도망칠 만 했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 저도 모르게 카일을 바라본다.
왜 그랬냐는 물음을 던지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냈다.
경 쟁 상대 라고 하지 만 이곳은 리 토리오가 아닌가.
대놓고 그리 대했으니 대공의 입장에서 불편해해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예.마음에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일은, 그딴 건 관심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되 레 당연한 걸 묻고 있다는 듯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 까지 낸다.
그 모습에 엘 가는 그만 생 각을 멈추고 말았다.
제국에 단 셋뿐인 대공이 바로 앞에 있는데.
심지어 그 대공 앞에서 그 아들을 협박하여 내쫓기까지 했는데.
옆에 앉은 이 남자는 긴장하기는커녕 너무나 여유로웠다.
“확답이군.”
“먼저금기를깨지 않았습니까.그러고서 사과도 안하시니 어쩔수 없죠.”
“사과를 한다면 물릴수 있나?”
“늦었습니다.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해도 받아줄 생각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대공이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내 딸아이와손을 잡았다고했지.”
‘그렇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결례를 저지른 쪽과 반대로 적당히 수긍할수 있는 제안을 한쪽. 외교 부 분에서 봤을 때 누구의 손을 잡을지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대공 각하.”
리토리오는 제국의 전반적인 외교의 중축을 맡고 있다.
해서 외교로서 비유를하니 대공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끄덕였다.
“그러면 말일세. 왜 내 딸아이였지?”
“이유는 말씀드린 것 같습니 다만.”
“아니.그런이유 말고. 조금더, 인간적인 부분에서.”
아마도 대공이 묻는 저 질문은, 왜 엘가가 대공이 되어야 하냐고 생각한 건지.
그 부분을 자신에 게 물어보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이유고 뭐고 할 것도 없어.’
엘가는 대공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다.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 다른 놈이 오르면 절대 안 된다.
리 토리오는 그 시 작부터 오로지 엘 가를 위 해서 존재하는 곳이 다.
“대공의 자리에 마땅한 분이니까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와 눈빛. 그걸 리토리오 대공도 분명히 느꼈다.
잠깐 엘가를 바라본 대공은 톡톡, 테 이블을 두드렸다.
고민할 때 나오는 그만의 버릇. 그러자 카일이 바로 말을 잇는다.
“물론, 엘가님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좋은 이야기만 해서는 납득시키기 어렵다.
문제점을 말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이롭다.
“하지만그 부족함을 메워줄 이들. ‘사람’을 구별하고 욕심을 내실 줄 알죠 . 제가 판단하기에 그런 감각이 공자님보다 좀 더 좋다고 봅니다만.”
“그래서 자네와손을 잡았다는 건가?”
“리토리오 대공가와 껄끄럽던 사이인 존 나센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까지 들은대공이 천천히 고개를끄덕인다.
이 후 그는 엘 가와 카일에 게 이 만 방으로 돌아가서 쉬 라고 명 을 내 렸다.
“카일.”
막 자리에서 일어서던 카일을 대공이 다시 부른다.
“마지막으로하나 묻겠네.”
“예,대공 각하.”
“앞으로도 내 딸아이를 옆에서 계속 도와줄 건가?”
네, 라고 반사적으로 대 답하려던 카일.
하지만 그 순간 옆에 있던 엘가가 제 손을 꼭 잡는다.
그 덕분에 대공이 무슨 의미로 저런 질문을 했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
‘옆에서 계속, 이라고.’
저 질문은 앞으로 자신과 엘가의 사이를 묻는 것.
대공으로서 후계자를 논하는 게 아니라, 아비로서 딸의 미래를 묻는 것이 다.
“•••예. 각하. 그럴 겁니다. 저는 이 분을, 엘가님을 도와드릴 겁니다.”
어차피 이제 와서 뒤로물러설 생각은 없으니.
“옆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