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63화 嗲대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만?
“•••예. 각하. 그럴 겁니다. 저는 이 분을, 엘가님을 도와드릴 겁니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리토리오 대공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옆에서, 계속.”
그런 것인가. 제 아들은 실패했고 반대로 딸은 성공한 것인가.
생각해보면 오히려 상황은유겐 쪽이 훨씬 더 좋았다.
녀석이 레아존나센을 자극하지 않고오히려 좋은 관계를 확보했다면.
리토리오의 차기 대공으로서 분명한 강점을 지녔을 것이 분명했다.
반대로 엘가는 리토리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존 나센에 먼저 다가갔다.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앞으로의 이득을 판단하여 한수 접은 것이
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최고의 선택 이 었다는 결론으로 돌아왔고 말이 다.
‘엘가가 남쪽의 섬들과접점을 두었던 것에서 이미 크게 격차가벌어졌는 데.’
유겐은 서쪽 왕국 연합과의 관계에 많은 역량을 투자했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뒤통수. 그 후 존 나센을 앞세운 제국에게 대패했다.
결국 그로 인해 어느 정도 확보되 어 있던 상당수의지 지 세력을 잃었다.
반대로 엘가는 이전부터 남쪽의 섬들과 교류 부분을 늘렸다.
왕국 연합에 비해 크지 않은 부분들이라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오라비와부딪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거기를 택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설마그 남쪽 섬들이 일제히 친 제국으로 돌아설 줄은몰랐지.’
어느 순간 반 제국파의 중심 이 었던 파르달 섬 이 제국에 납작 엎드렸다.
심 지 어 복속하라 하면 복속할 의 향도 있다고 황실에 친서까지 보냈다.
오롯이 엘가가 이루어 낸 일은 아니 다. 그럴 수가 없다.
하지 만 남쪽에 역 량을 쏟은 것은 확실하다. 가신들은 알고 있다.
그 덕에 엘가의 판단력에 의심을 가지던 이들이 많이 사라졌다.
종국에는 둘째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엘가에게로 간 이들도 많다.
“으음….
슬슬 결정할 때가 온 것인가. 좀 더 상황을 지켜볼까도 했는데.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더는 미뤄서 좋을 것이 없을 듯 하다.
오히려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엘가에게, 그리고 리토리오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딸랑-.
탁자 위 에 놓여 있던 종을 가볍게 한 번 울리는 리토리오 대공.
그러자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집사가 방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소식을 전하게 . 사흘 후 회의를 열 예정이 니 성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가신들까지 전부 모이라고. 중대한 사안이니 반드시 참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이야.”
리토리오 대공의 말에 집사가 얼추 눈치를 챘다는 듯 탄식을 흘린다.
이 시국에 대공이 가신단 전원을 소집할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자네. 내말들은 겐가?”
“예. 알겠습니다. 대공 각하.즉시 알리겠습니다.”
바로 방을 나선 집사가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리토리오 대공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옆에서 계속지켜주겠다고.’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인물이 아니 다. 그런 사람들이 아니 다.
어쩌면 엘가가투자한그 어떤 일보다도 카일과손을 잡은 게 더 대단한 것은 아닐까.
문득 이 런 생 각도 든다. 한창 때의 남녀 가 서로에 게 취해, 사고를 저지르 는 것.
사랑의 결실이 예기치 못한때에 빨리 찾아오는그 일 말이다.
정 말 그런 일이 일어 나면 바로 혼인을 올려도 큰 문제 가 없을 거다.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눈길을 받을 것이다. 아마 많은 수군거림이 있겠지.
하지만 그 남녀가 대공가의 여식, 그리고 존 나센의 사내면 괜찮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황실과 경쟁하기도 전에 좋은 명분을 만드는 셈이니 나쁘지 않 다.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군.’
대공가의 주인이라곤해도 어쩔 수 없이 딸을 지닌 아비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대뜸 사고부터 친다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모름지 기 양가의 허락을 받고 모두의 앞에 서 축복을 받은 후.
그렇게 정식으로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새로운 출발을 한 이후가 맞다.
‘엘가도 그런 생 각은 하고 있지 않을 게 야. 자존심 이 있는 아이 이니. 누구 딸인데. 어느 가문의 공녀인데. 암, 그렇고말고.’
정작 그 딸이 손님의 방에 들어가선 그 무릎 위에 올라탄 건 꿈에도 모르 는대공이었다.
“…하아.”
후련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흘러나온다.
가문을 위해, 그리고 이 자리에 오를 단 하나의 자식을 위해 냉정한 아비 가되기로 했다.
물러 터진 자가 되 면 결국 피를 보는 것은 자식 이요, 리토리오를 따르던 모 든 이들이다.
가장 나은 이 가 대공이 되 는 것이 다. 그러니 가장 나은 자임을 증명해 야 한다.
그것이 이 가문에서 태어난 자의 숙명이다. 싸우지 않으면 밀려나고, 밀려 나면 죽는다.
‘각오는 한 일이지만, 이리 결정을 내리고자하니 답답하구나.’
여태까지 계속 후계자확정을 미루던 리토리오대공이다.
그런 이가갑자기,왜 이제 와서 마음을굳힌 것일까.
카일 때문에 ? 존 나센 때문에 嘗 엘가의 수완이 예상보다 뛰 어나서 ?
둘 모두 아니 기도 하고, 또 둘 모두 맞는 말이 기도 했다.
정확히는 테이블 위에 올라와있는 한 장의 짧은 보고서가 가장 큰 이유였 다.
- 동쪽에서 뒤숭숭한분위 기 감지 -
보다 자세한 건 더 많은 정보들이 들어와야 알수 있을 터.
하지만 대공은 앞으로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얼추 예상하고 있었다.
‘서쪽과남쪽은친 제국으로돌아섰다. 이런 때에 동쪽에서 불온한움직임 이 보인다면 황실이 내놓을 결론은 결국 하나로 귀결될 터.’
그리고그 결론의 가장선두에, 어쩌면 존나센이 있을지도모르겠다고.
리토리오 대공은 그리 생각하며 창 바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널
“흐으읏!!”
여 인의 애 타는 신음 소리 가 조그마하게 들려온다.
거칠게 내뱉어지는 호흡 속에 진한 열기가 가득했다.
!
.
하필이면 밤시간, 거기에 또하필이면 침실 바로 옆.
설마 정말로 사고라도 치는 걸까. 기어코 선을 넘으려는 걸까.
“한번만 더요. 할수있습니다.”
“모,못해요 이, 이걸 어떻게 해!!”
“말할 힘이 있다면 할수 있는 겁니 다.”
지금 그녀는 달밤의 체조, 아니 달밤의 턱걸이를 하고 있는 중이 었다.
그와중에, 어디 단단히 고정된 봉에서 하는 게 전혀 아니다.
엘 가는 봉 대신 카일의 팔을 붙잡고 낑낑 거리고 있었다.
“어서요! 하나 더!!”
팔을 길게 뻗어 거기에 엘가를 매달고 있는 카일.
아무리 몸무게가 가볍다고해도다큰여자를 팔하나에 달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버티기는커녕 단숨에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잘못하면 저 러 다가 팔 근육이 상하거 나 뼈 가 부러 질 수도 있다.
하지 만 카일은 너무나 평온한 모습이 었다.
되레 제 팔에 매달린 엘가를 계속해서 보챈다.
“한 개 더 할 수 있는 거 다 압니다! 어서요!”
“아,진짜!! 내가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란말이에요!!”
비 명을 지르며 , 두 손을 부들부들 떨 며.
엘가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기어코 카일의 팔뚝에 턱을 댈 수 있었다.
“다, 다섯! 지, 진짜못 해요! 다섯 개도, 다섯 개도 많이 한 거잖아요!!”
“으음. 그렇긴 하네요. 알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그대로 깩! 하고 바닥에 허물어지는 엘가.
그도 모자라선 아예 소파 위에 픽 쓰러 지 고 만다.
공녀로서, 여자로서 마땅히 지키고싶은모습이 있는법.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너무 힘들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 어디 그냥 뻗어버리지 않으면 기절할 것 같다.
‘맨몸 운동이라면서!!’
억울하다. 진짜 너무 억울하다. 맨몸 운동이 라고 해서 살짝 방심했다.
적 당하게 몸 좀 움직 이 면서 카일와 오붓한 이 야기를 나눌 거라고 여 겼다.
거기에 또 자세를 잡아주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리가무척 가까워질 터.
한 발 더 나아가서 몸에 손을 대 다보면 어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사람죽일 일 있냐고요….”
턱걸이를 한 번 할 때부터 뭔가 잘못 되 었다는 걸 직감했다.
그만두려고 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몸을 사리려고 했다.
엘 가님 이 라면 무조건 두 개 이상은 할 수 있다는, 카일의 말만 아니 었다면 말이다!
결국 이를 악물고 두 개를 해냈다. 이제 끝이겠지? 싶었다.
“두 개도하셨으면 세 개도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넘어가서 진짜, 진짜고생해서 세 개까지 했다.
이제는 정말 무리라고. 이건 진짜 너무 힘들다고, 그러면서 내려오려고 했 는데.
“티샤는 네 개도 거뜬히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없던 힘 마저 나게 만드는 가히 기적의 한 마디라고 할 수 있었다.
비명까지 지르며, 엘가는그렇게 네 개까지 해내고 말았다.
이 제 정 말 끝이 라고 여 겼다. 티 샤보다 더 하진 못 했지 만 동점 이 다.
하지만 카일은 자비가 없었다. 유독 운동할 때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다섯 개를 하는 순간 돌아가신 할아버님을 뵌 것 같았다.
“고생했습니다, 엘가님.”
“시끄러워요…. 진짜, 카일 당신….”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여자를 멀리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예상치 못 한 기습으로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남자인데.
대체 왜 운동과 관련이 되 면 무자비한 트레 이너만 남는 것인지 .
“이것으로티샤의 기록을 넘으셨네요.”
“그런가요.”
“네.그리고 성녀님 기록도 당연히 넘었어요.그분은 아직 한 개도못하셔 서.”
성녀의 이야기가 나오니 저도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슬그머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엘가가 입술을 뗀다.
“•••그러면, 내가 성녀님보다조금 더 앞섰다는 거네요?”
“그렇죠. 성녀님이 노력을 좀 더 하셔야겠네요. 턱걸이가 맨손 운동의 알 파이 자 오메 가. 그러 니 까 최 고로 쳐주는 운동이 거 든요. 존 나센에 서도 정 자 세 대결이 끊이지 않고 말이죠.”
성녀를제쳤다.조금 더 앞서나가게 되었다.그 말을들으니 갑자기 활기가 돋는다.
그저 운동 조금 더 열심히 한 걸로 저런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카일의 반응을 보니 대공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운동 열심히 하는 걸 더 쳐줄 것같은데!?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무조건, 무조건 그리 해야지.
속으로 몇 번이고 그렇게 다짐하는 엘가였다.
“저 기, 카일.그러면요. 황녀님은 몇개나 하시 나요?”
“글쎄요. 한 번도 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정자세로 쉰 개는 하지 않을까요 ?”
“으에 ? 아… 그, 그렇군요. 쉰 개. 50개나… 하신 다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횟수로 황녀를 앞서는 건 불가능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