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64화 嗲대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만?
“후우, 후우.
이른 아침. 남들은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시간.
진작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카일은 푸쉬업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원래는 운동하기 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간단하게 정자세로 100개만 했 었다.
하지만 얼마 전 아버지를 보니 묘하게 자극을 좀 받았다.
그 후로 아침 마다 오른손은 뒷짐 을 진 채 왼 손으로만 버 티 기 로 마음먹 었 다.
‘이번 공녀 턴도 사건사고 없이 얼추 잘 지나갔고.’
리토리오대공가의 둘째 공자가다시 방에 처박히는 거? 내 알바인가.
불행한 사연을 지닌 것도 아니고 저 혼자 무덤을 판 건데 어쩌 라고.
누나한테 직접 맞지도 않았으면서 혼자 지레 겁을 먹은 것부터 마음에 안 든다.
다시는 기 어 나오지 못 할 것이 다. 엘가와 대 적하기를 포기할 거다.
나중에 또 딴 마음 품고 스리슬쩍 얼굴 들이밀면 다시 PTSD 일으켜주면 그만.
딱보니 견적이 나왔다. 이 악물고 버틸 그런 깡이 있는놈은 절대 아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진작 털고 일어서서 다시 엘가와 싸웠을 것이다.
리토리오대공의 반응도 예상외로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어찌 되었든 제 아들인데 좀 과하게 대했으니 한소리 해도 충분했건만.
오히려 미안하다는표정까지 지으면서 그부분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도 않았다.
아마 어제 일로 확신이 선 게 큰 이유인 것 같다.
차기 대 공으로 누구를 지 목해 야 하는지 . 누가 그 자리 에 앉아야만 대 공가 가 더 강력해질지. 빈틈이 없는 리토리오 대공으로선 그것으로 확실하게 알 았을 터 .
‘이제 방학만이 남았군.젠장, 어째 방학이 가장힘겨울 것 같은데.’
방학이 라 함은 본가로 돌아가야 함을 의 미 한다.
누군가에겐 그리운 가족들,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카일에게는 ‘그리운’ 보다는 ‘무서운’ 이 맞을 것이다.
일단 돌아가면 그 살인적인 스케줄을 다시 소화해야만 한다.
엄격한식단관리도 피할수 없다. 한동안 비행과는 안녕이다.
아카데미 에선 설렁설렁하던 운동도 존 나센으로 돌아가면 꿈도 못 꾼다.
사실 조금 억울한 게, 그 설렁설렁 하는 게 아카데미 사람들은 기겁을 할 강도였다.
그게 존 나센에서는 ‘그게 운동임嘗 그냥몸풀기지.’ 라서 안타까울뿐.
“후우!
숨을 한번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푸쉬 업 백 개도 끝냈고 슬슬 유산소 한 번 조져줄 시간.
슬쩍 창 바깥을 바라보니 저 멀리 연무장이 하나 보인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대공가 사람이라면 모두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했던 가.
아카데미에 있던 것과비슷한 넓이다. 저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싶다.
곧장 방을 벗어난 카일은 새벽 공기를 뚫고 연무장에 다다랐다.
‘기사들은아직 안일어났나? 새벽 단련 안해?’
리토리오 대공가의 기사들 수준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내 가 너무 일찍 나왔나? 볼을 한 번 긁적인 카일은 일단 달리기로 했다.
타다다다!!-
‘대체 뭐했다고 벌써 한 학기 가 지 나갔을까. 시간 참… 더럽게 빨라.’
진짜 한 거 없는데.운동좀 하고, 운동 좀 가르치고. 그게 다인데. 몇 달이 금방 흘렀다.
이렇게 가다간 뺵년의 시간도 눈 몇 번 깜빡이 면 끝날 것 같다.
뺵년의 탈출 시간을 얻어서 얼마나 행복했는데, 그 중 반년이 날아갔다니.
“카일!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응? 하고 고개를돌려보니 반대편에 엘가가 서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엘가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뭐래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라고 했던 건 카일 당신이라고요?”
“그렇긴 한데, 아직 기사들도 안 나왔던데요.”
“그건 저나 카일이 너무 일찍 나온 거고요. 이제 다들 준비하고 나올 시간 이에요.”
그런가? 내가 너무 일찍 나왔나? 이럴 줄 알았으면 푸쉬업 백 개만 더 하 고나올걸.
마음속으로 반성을 하는 사이 엘가가 슬쩍 옆에 선다.
“자, 가볼까요? 대신, 조금만 천천히 뛰어요. 조금 전에 도착해서 같이 뛰 려고 보고 있었는데 너무 빨라서 도저히 따라붙을 수가 없었다고요.”
“여기서 속도 더 줄이면 그건 달리 기가 아니라 그냥 걷는 거 아닙니까?”
카일의 대답에 엘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도대체 이 남자 기준에서 달리기란 무엇이고 걷기란 무엇일까.
방금도 연무장을 전력 질주하는데 무슨 말이 달리는 줄 알았다.
한데 더 무서운 건 그렇게 달려놓고도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는 것.
“뭐,일단 얼른 달리죠. 뛰다가 멈추니 맥탁 끊기네.”
그래도 부탁이라고 하니 진짜로 느리게 달려주긴 한다.
내심 챙겨주는 것이 보이는지라 엘가는 미소를 지은 채 카일의 옆에 붙었 다.
‘솔직히 새벽에 일어나는 건 진짜힘들다고요.’
어 제 도 운동하고 헤 어 졌는데, 오늘도 운동으로 시 작이 라니 .
조금은 로맨틱한 분위 기를 내도 좋을 텐데 아직은 힘들겠지 嘗
그래. 일단 이걸로 만족하자. 오히 려 나쁘지 않아. 무난해.
같이 운동하다 보면 보다 더 가까워 질 테 니. 티샤도, 성녀도 그랬다잖아?
아쉬운 기색을 애써 숨기며 카일의 옆에서 나란히 달려보는 엘가였다.
*
“모두 모였나?
“예 ! 전원 집합했습니 다!”
“좋아. 오늘도 평소처럼. 그러나 절대!”
“허투루보내지 않는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기사들의 하루 일과가 시 작된다.
우선 간단하게 연무장 외곽을 돈후 체력 단련을 하고 검술에 매진한다.
리토리오가 외교 부분에 영향력을 지닌 가문이긴 하나 무력이 약한 건 절 대 아니다.
오히 려 대공가이 기 에 다른 가문보다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 야한다.
“어?”
연무장으로 막 들어선 기사들이 갑자기 탄성을 내뱉는다.
바로 달릴 준비는 안 하고 갑자기 왜 그러나 싶은 선임 기 사가 앞으로 나서 니.
“•••공녀님?”
이미 연무장에는 선객들이 와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무장 외곽을 돌고 있는 이는, 리토리오 대공가의 공 녀.
기사도 아닌데 이 이른시간부터 체력 단련이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하아! 아! 다들 나온 건가요!? 하]•아, 하아!”
엘 가가 속도를 줄이 며 기 사들 앞으로 다가온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들.
귀 족 가문의 아리 따운 아가씨 가 보일 법한 모습은 아니 다.
사교계에서는 보기 그렇다며 얼굴을 찡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저런 모습에 박수를보낸다.
저렇게 자기 관리를 하며 단련을 하는 것에 대한중요성을 아는 사람.
그런 이 가 미래에 따를 주군이 라면 꽤 좋은 일이 아니 던가.
“이 른 시 간부터 운동을 하고 계 실 줄은 몰랐습니 다.”
“그래요? 아카데미에서부터 계속 이러고 있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 거 고요.”
“그러십니까.”
기 사단장이 흘끗 엘가 옆에 서 있는 이를 바라본다.
카일.그래,존나센 남작가의 카일이라고했던가.
완벽하다 못 해 박수까지 절로 나올 정도로 완벽한 신체 다.
수습기사, 평 기사, 선임 기사를 거쳐 단장 직 에까지 오른 자신이 다.
그러는 동안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도 많이 늘었다.
해서, 이 렇게 보기 만 해도 대 단한 인물이 란 건 바로 알 수 있다. ‘얼마 전 연합 삼걸 중 하나였던 마티유 경을 꺾 었다고 했던가.’
마티유는 제국에서 10강급 전력으로 쳐주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상처 하나 없이, 그것도 죽인 게 아니라 제압을 했다.
무력이라면 이미 그 일 하나로충분히 입증이 되었을 터.
“엘 가님.
그 압도적인 강자가 자신들의 아가씨를 무척 친근하게 대하고 있다.
마치 정말 친한 벗, 혹은 그 이상을 대하듯이 말이다.
“잠깐 쉬고 계시렵니까?”
“당신은 같이 안쉬고요?”
“기사분들이 오지 않았습니까.저 분들이랑 같이 더 달리고 싶은데요.”
“또뛰려고요? 이미 엄청 달렸는데?!”
“혹시 같이 더 달리실 거면 안 말리고요.”
“아뇨! 더, 더 뛰다오세요! 나는 저기서 숨 좀 돌리고 있을 테니까!!” 질겁해서는 손까지 휘휘 내젓는 엘가였다.
아무리 운동으로 점수를 따고 있다지만 이건 진짜 너무 나갔다.
여 기서 더 뛰 라고? 누구 기 절하는 꼴 보고 싶나? 그것도 기 사들 앞에 서 ?!
“그러면 잠깐쉬고 계세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사들의 체력단련에 끼어드는 카일.
잠깐 눈치를 보는 기사들이었으나 곧자신들의 훈련에 집중한다.
두두두!!-
수십에 달하는 인원들이 연무장 외곽을 달리기 시작한다.
원래도 속도를 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빨리 달린다.
손님이 끼어들었는데, 그손님이 존 나센에서 온 인물이다.
10강급 인물을 둘이나 꺾은 강자다. 황실의 치하를 받은 청년이다.
그런 생 각이 드니 저도 모르게 다들 조금씩 긴장도 하고 흥분도 한 모양.
“후우, 후우!
“헉! 허억!”
거친 숨들을 내 뱉으면서도 계속 속도를 유지한다.
그런 기사들의 선두에는 역시나 카일이 위치해있었다.
‘지치지도 않는건가?!’
‘역시, 대단한청년이다. 역시 존 나센이야!’
감탄하면서, 그리고 경쟁심을 불태우면서, 기사들이 이를 악문다.
저 청년을 앞지를 수는 없어도 뒤로 쳐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더 빨리 안 뛰 나? 조금 더 빠르면 좋겠는데.’
정 작 카일은 기 사들이 생 각보다 느려서 안타까웠지 만.
널
카일은 기사들의 체력단련에 딱히 훈수를두지 않았다.
저들에게는 저들만의 관리법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성녀나 엘가가 아 니다.
이쪽의 방법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해도 강압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몸을 가꾸는 이들에게 가장불쾌한 것이 바로 그런 훈수질이니.
‘알아서 다가오게 해야지.그러러면 역시 결과물을보여주는게 좋겠지?’
기 사들의 훈련 바로 옆에서, 카일은 엘가와 함께 마저 운동을 이 어나갔다.
엘가에 대한 트레이닝이 주를 이루었는데, 확실히 처음보다는 좋아졌다.
“다섯개만 더하죠.”
“여기서 다섯 개만 더 하면 그 더’ 가총합스무 개에요. 알고 있어요?!”
“스무 개를 더 하는 엘가님이야말로 진정한최고십니다.”
그러자 으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다시 횟수를 늘려가는 엘가였다.
둘이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혹은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이렇게 운동을하면서 가까워지는 느낌이 배는 더 진하게 들었다.
“단장님.보세요.공녀님이 전보다훨씬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그 사이 휴식에 들어간 기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방에 틀어박혀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둘째 공자.
그를 대신하여 새롭게 나타난 공녀 가 구슬땀을 흘리 며 몸을 가꾸고 있다.
내심 책상 앞에 앉는 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게 불쾌했던 기사들이다.
기사단의 지지를 원하면서도 그 기사들과 함께 땀을 흘리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저렇게 땀방울의 가치를 아는 이가 있다면, 앞으로 어떨까.
‘생각해보니 대공 각하께서 가신들을 전부 모이라고 하셨다지.’
설마, 했는데 아마도 자신의 예상이 맞는듯 했다.
후계자에 대한 논의를 종결짓고 미래의 가주를 정하는 자리.
그래. 이번 대공의 호출은 아마도 그것 때문인 모양이 었다.
기사단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표하는 게 여태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그것도 경우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영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여주는 공자와.
반대로 계속해서 대공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공녀.
이 사이에서 계속중립을표하는 것은되레 불충이 될 수도 있다.
리토리오의 영광과 번영을 위해서, 때로는 목소리를 내는 게 옳기도 하다.
‘결정이 나겠군.’
아마도, 저기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공녀를, 미래의 대공으로 맞이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