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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81화 (181/318)

<181화〉허락된단하루, 치팅데이

누구는 지옥이라 부르는 존 나센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존재 자체가 강철 같은 이들이라고 해도 태생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련만 할수는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최소한 하루는 쉬 어가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날카로운 검도 휘두르기만 하면 무뎌져서 쓸 수가 없는 법.

한 번 정도는 기름칠도 하고, 날을 다시 세우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 날’ 존재하는 법이다, 라고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치팅데이요? 그게 뭔가요? 처음듣는 말인데요, 카일?”

덜컥-.

봉을 기구에 걸어두고서 고개를 갸웃거 리는 티샤.

혹시 본인은 모르는 새로운 단어인가 싶어 하는 눈치다.

그러나알도리가 없다. 책에서도본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일단다들 모여보세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어렵게 설명해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잠깐 생각하던 카일은 곧 머릿속을 정리하곤 말을 이었다.

“티샤. 지금부터 계속 주술 공부만 할수 있겠어요?”

“네 嘗 어,그럴 수 있다면 그럴 것 같은데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 빼면 전부 다주술에 투자하 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없이, 오직 혼자서.주구장창, 끊임없이, 계속.”

거 기까지 들으니 티 샤라고 해도 바로 ‘네.’ 하고 답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기에 카일도 포함되는 거잖아.

대답 잘못 해서 혹시나 건수를 잡히면 큰일이다.

“그,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이곳 사람들도 그래요. 계속 단련만 할 수는 없으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그 하루만큼은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러는 거죠. 혹시나 마음이 느슨해져도 그 날 하루를 위해 내가 참고 또 참는다는 생각 도할수 있고요.”

“헤에.존 나센 사람들도그런 면이 있었군요.처음 알았어요.”

감탄했다는 투의 엘가와 고개를 끄덕거리는 성녀.

황녀도 이해했다는 듯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일단 설명은 이렇게 했는데….’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치팅데이가 왜 있나싶은 의문이 든다.

그런 거 없어도 여기 사람들은 아무문제 없이 단련을 하지 않을까싶다.

몇 달에 한 번, 그것도 다들 전통이라고 억지로 하는 분위 기.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해도 안 먹는 이들이 태반이다.

혹은 먹어도 정말 찔끔 먹고, 그것마저 안타까워서 단련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한번은도대체 이걸 왜 유지하나싶어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러자돌아온존 나센 남작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도 의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 날이 필요한 이유가 또 있으니.”

대체 그또 다른 이유가뭐냐고, 아버지를 보챘던 카일.

그러자 남작은 평소와는 다르게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얼굴빛도 묘하게 붉은 것이, 부끄러워하는 눈치 같았다.

“단순히 먹는 게 끝이 아니다.휴식을취하는 것만이 아니다.그 날을 이용 해서, 그동안 소홀했던 남녀 관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날로서 ….”

거기까지만들어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난 날도그날이라고 했던가.

어쩐지 그 날이 되면 이상하게 커플들이 많이 보이기도했다.

단순히 하루 정도 먹고 싶은 거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가 아닌.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존 나센에서 벼락치기 연애를 하는 날.

그게 바로 이곳에서 말하는치팅데이의 실체였던 것이다.

‘방학숙제도 아니고 연애를 벼락치기로하는 인간들이 어디 있냐고! 그런 데 짜잔! 그런 인간들이 여기 있었군요!’

다만, 이걸 눈앞의 네 여인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할수는 없다.

여 태 까지 는 서 로 같이 운동하고 또 고생 하는 동지 였다 치 지 만.

그 이 야기를 하는 순간 저 넷은 순식 간에 적 이 되는 거다.

두 달 간의 평화와 화합은 바로 냉 전으로 변화할 테 고 말이 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긴 하다. 본인이 불러온 재앙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 만 최 소한 제 국 내 에 서 그러고 싶다. 고향에 서 는 사절하고 싶 다.

결정적으로, 그 모습을 어머니께 보였다가 또 귀를 뜯기고 싶지도 않다.

“•••일단, 이틀 후가그런 날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세요. 그 날이 되면 드 시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셔도 아무도 뭐 라고 하지 않을 겁니 다.”

카일의 말에 얌전히 듣고 있던 황녀가 번쩍 손을 든다.

명백한발언권 요구.그에 카일은 선행 조건부터 내걸었다.

“저는 분명히 쉬 는 날이 라고 했어 요. 그러 니 까 대 련 요청은 금지.”

움찔!-

저, 저. 찔려서 움찔하는꼴좀보라지.

혀를 찬 카일은, 여전히 손을 내리지 않은황녀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랑 대 련 중개해 달라는 것도 금지.”

황녀의 팔이 더 크게 휘청거린다.그러나 아직도 내려가진 않았다.

“개 인 트레 이닝도 쉽 니다. 애당초 황녀님은 봐줄 거 없다고요.”

그러자 잔뜩 실망한 얼굴빛으로 풀이 죽어 손을 내리는 황녀.

두 달 사이 티샤와 엘가, 그리고 성녀까지 개 인 트레 이 닝을 한 번 이상씩 해주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무엇보다 전문적인 육체 단련을 한 적이 없으 니까.

그에 반해 황녀는 알아서 잘한다. 단련에 관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러니 카일이 황녀에겐 따로트레이닝을 하지 않는게 당연했다.

본인은그게 못내 아쉬워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지만.

번쩍!!—

그러나 황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손을 들었다.

질기다, 질겨. 뭐 가 더 남았지 嘗 따로 생 각나는 건 없는데.

“•••이번엔 뭔데요, 도대체.”

대련도 거절했고, 대련 중개도 안 된다고 했고, 트레 이닝도 반려했다.

또 뭐가남아서 저렇게 ‘나! 나!! 말할 거 있어!!’ 라고 표정으로외치는 걸 까.

어디 한 번 들어나보자는 식으로 카일이 말했다.

“데이트.”

“•••예?”

“뭘 해도 된다면서. 그러면 나랑 데 이 트 해.”

어, 시발. 잠깐만요, 황녀님嘗 이 타이밍에 진돗개 하나를 때려버린다고?

황녀 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마녀와 공녀 , 그리 고 성 녀 까지.

다른세 여인이 거의 동시에 휙! 하고고개를돌려 카일을바라본다.

설마 그런 것도 되 냐고 눈빛으로 묻는데 그 기 세 가 살벌하기 까지 하다.

« ” …-

여기서 그런 식으로 선전포고를하면 어떻게 합니까, 황녀님.

나보고 저 여자들을 당장 어떻게 다 감당하라고.

차라리 둘이 있을 때 말이라도하던가! 왜 하필 여기서!!

치팅데이는 이틀 후인데,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카일은 잠깐 다녀올 곳이 있다며 뒤도 안돌아보 고 도망쳤다.

여기서 본인이 더 있어봤자좋은꼴은못볼 것 같다는 직감이 들은모양.

네 여자.아니,정확히는세 여자사이에 설명하기 애매한기류가흐른다.

눈치도 보고, 경계도 하고, 견제도 느껴지는 눈빛.

“다들운동 안해? 치팅데이라는 거, 이틀후라고 했잖아.”

핵폭탄을 떨어트려놓고 정작 본인은 태평한 황녀 였다.

본인을 제외한 다른 여자들이 왜 이러고 있는지 관심도 없는 모양.

‘치팅데이에….’

‘카일 형제님이랑….’

데이트?!’

데이트, 감히 상상도 못 하고 있던 단어다.

매 일이 지옥 그 자체인 단련의 연속인데 무슨 데 이트란 말인가.

본인들도, 그리고 카일도 항상 바빴다.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단련을 소홀히 하는 순간 바로 존 나센에서 아웃이다.

다른 경쟁자들이 아직 멀쩡히 버티고 있는데 내쫓길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더더욱 카일과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한데, 그 겨를이 생겼다. 그것도 존 나센에서 보장하는 식으로.

이것은 말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라 할수 있었다.

“크흠! 흠!”

이제는 리토리오 대공가의 정식 후계자가 된.

언젠가는 제국의 단 셋뿐인 대공이 될 엘가가 헛기침을 한다.

“일단 루틴이 나 마저 돌리죠. 황녀 저하 말씀대로, 그 날은 이틀 후라고 하 잖아요.”

치팅데이는 아직 이틀이나 남았다. 그 전까지는, 여전히 단련이다.

혹시 마음이 풀어질 것을 노리고 카일이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며칠 후의 일에 마음이 풀어지는 모습을 모이면 바로 점수가 깎인다.

엘가의 말에 일단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하던 루틴을 마저 돌리지만, 그래도 눈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 생 각하는 바는 결국 똑같다.

먼저 나서는 쪽이 유리하다.하지만, 먼저 나서면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 다.

상황을 잘봐야 한다. 무조건 처음이 좋은 게 아니다.

“황녀 저하.”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역시나 엘가였다.

“말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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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팅데 이는 하루라고 했죠. 그러면 그 데 이트라는 거, 어쩌 실 생 각이세요 嘗,,

“당연한 걸 묻고 있네,공녀. 그거야….”

“황녀 저하만 그 생 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 에요.”

그러자 황녀 가 하던 말을 멈추고는 슬그머 니 주변을 살핀다.

자신을 바라보는 엘가와 티샤, 하다못해 바로 아래서 봉 벤치 중인 성녀 까지.

알게 모르게 본인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 이여자들이?’

아무리 행동이 먼저 나가는 황녀라고 하지만, 아예 눈치 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 않는다.

여기 모인 모두가 다 똑같은 생각이 니 순번을 정하자는 거다.

혹 찬성하지 않겠다면, 공동의 적이 되는 걸 각오하라는 말이다.

슬쩍 고민을 해본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마음 같아서는 그냥 대놓고 저들과 경쟁을 하고 싶다.

합당한 자격 이 있는 자만이 가치 있는 것을 쟁 취 하는 법 .

존 나센의 기준에서 최고의 여자는 자신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그게 카일의 기준에도 들어가느냐.

존 나센이 지 만 존 나센과는 조금 다른 사내 다.

그래서 흥미를 느꼈고, 그래서 소유 당하고 싶은 거다.

‘카일도 경쟁을 원했다면 다른 반응을 보였을 거야.’

혼인을 앞둔 귀족 영 애들을 비 밀리 에 만났었다.

가문끼리의 암묵적인 관계가 아닌, 정말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는 이들.

그들에게 물었다. 남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 냐고.

“이해하는 거랍니다. 황녀 저하.”

이해.그걸 강조했다.그렇다면, 자신도 카일을 이해해야한다.

싸우고, 경쟁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조금은 평화로운 방식을 원한다면.

자신도 그걸 이해하고서 따라주려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해서, 황녀는 일단 한 발자국 물러서 주기로 했다.

“•••조금 더 진중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네.”

흐낭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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