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314화 (314/318)

제국력 283년 9월 – 황제 폐하께서 존 나센 남작령에 후작 작위를 내리시다.

존 나센 남작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뜻을 밝히다.

이유를 물으시니 현재의 자리에 만족한다고 답하다.

제국력 283년 12월 – 황제 폐하께서 존 나센 남작령에 백작 작위를 내리시다.

존 나센 남작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뜻을 밝히다.

다만 그 황송함에 직접 제도로 찾아와 황제 폐하를 알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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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284년 7월 – 교단 성녀의 회임 소식을 듣고 황제 폐하께서 친히 축하하시다.

존 나센 남작령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교단을 방문하다.

이름을 하사하시니 교단에서 신의 축복이라며 감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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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285년 3월 – 5황녀의 회임 소식이 전해지다.

황제 폐하께서 매우 기뻐하시니 궁에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태자가 말하기를 ‘이것은 모두 폐하의 복이옵니다.’

제국력 285년 11월 – 보건성의 첫 번째 정식 사업이 완료되다.

황제 폐하께서 친히 인원들의 노고를 칭찬하시다.

제국의 각 지역마다 단련장을 만들라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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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286년 1월 – 5황녀가 여아를 순산하다.

어미를 빼닮았다 하여 황제 폐하께서 귀히 여기시다.

황실의 아이를 받은 이들을 크게 치하하시다.

제국력 286년 4월 – 왕국 연합이 자치령을 포기하고 제국의 치세에 들어가길 청하다.

남쪽 독립 영주들이 황제 폐하께 충성을 맹세하다.

황제 폐하께서 기뻐하시며 그것을 허락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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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287년 2월 – 리토리오 대공이 후계자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다.

제국의 새 대공이 입궁하여 황제 폐하 앞에 충성을 서약하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제국의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천명하다.

제국력 287년 5월 – 바다 건너 대륙에서 정식으로 사절단을 파견하다.

사절단이 부디 제국과의 우호 관계가 영원하기를 바란다며 고개 숙이다.

황제 폐하께서 기꺼워하시며 제국의 사절단을 보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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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님. 잘 다녀오세요. 제발.”

“뭐야, 카일. 엄청 걱정하는 눈치네? 무슨 일 있어?”

암요. 무슨 일이 있고말고요. 이미 한 차례 그쪽을 아주 뒤집어 놓으셨다고 했는데.

제국의 사절단 자격으로 거기를 또 가니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거기 사람들이 ‘제국이 우리를 지배하겠다는 거야!’ 하고 게거품을 물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아마 황제나 황태자도 그 부분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카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다만, 레아가 하도 본인이 가고 싶다고 부탁하다 못해 우기기까지 해서.

나름 사돈 가문의 일인데 거기서 대놓고 황실이 ‘안 된다!’ 할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황명으로서 사절단에 레아를 포함시키고 만 것이었다.

“매제. 그, 자네 누님한테 잘 좀 설명 좀 해주게. 제국 사절단의 일원으로 가는 것이니 혹 화가 난다거나 불쾌한 일이 있어도 조금은 자제해달라고.”

아카데미 반파는 애교였다. 거기 가선 아예 대륙을 완파시키려고 했으니.

제국 입장에서는 레아를 보내는 게 당연히 걱정이 될 만한 일이었다.

카일 또한 그런 제국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부류였고 말이다.

“가서 또 막 뒤엎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거기 사람들 놀라서 쓰러져요.”

“에이.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그 때 볼 거 다 봤을 텐데 놀랄 게 더 있으려고?”

“….”

그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시니 제가 더더욱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차마 바깥으로는 내놓지 못할 말을 속으로 투덜거리는 카일이었다.

“그것보다, 우리 조카! 고모랑 얼마 보지도 못하고 헤어져서 슬프지?”

“아우! 거머! 우으아!”

“그래, 그래. 고모 금방 다녀올게. 올 때 우리 에르 선물도 사올게요!”

레아의 말에 황녀 품에 안겨있던 조그마한 아이가 힘껏 팔을 흔든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레아를 빤히 쳐다보는 게, 마치 ‘선물 기대하고 있겠다!’ 하고 속내를 내비치는 것 같다.

“아우아! 아아아!”

“응응! 나중에 또 보자, 우리 조카! 고모가 좋은 거 많이 가져올게!!”

이후 레아는 이만 가보겠다며 사절단과 함께 길을 떠났다.

존 나센 순간이동을 하면 금방일 테지만 명색이 사절단의 일원이기에.

마침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도 하고 싶다고 해서.

바다 건너에서 제국에 선물로 준 마력선을 타고 이동하게 될 것이다.

“…어째 볼 때마다 강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옆에 있던 황녀가 멀어져가는 사절단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본디 사람이란 최고 수준의 전성기가 있고, 그 시기를 지나면 조금씩 하락하게 된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게 세상의 순리다. 오르막길이 있었기에 내리막길이 있는 법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 10강도 벌써 몇이나 바뀌지 않았던가.

하지만, 존 나센 사람들은 달랐다. 끊임없이 강해지고 또 강해졌다.

나이를 먹으며 약해지는 게 있긴 한데 제국 사람들에 비하자면 어림도 없다.

“뺘아! 빠! 빠리! 빠리이이!!”

“아이고. 에르야. 알겠으니까 그만 좀 보채렴. 오빠랑 동생들 금방 보러 갈 테니.”

품에 안겨있던 카일과 황녀의 딸, 에르제베트가 자꾸 파닥거린다.

누구를 닮아서 이리 성격이 급한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일 정도다.

“방금 그 생각했지, 카일? 우리 에르가 누구를 닮아서 이럴까, 하고.”

“귀신같네요. 그래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죠. 황녀님?”

“으음. 하지만 아이란 본디 부모 양측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에르가 이 정도만 성격이 급한 거예요. 황녀님 성격 다 받았으면 지금쯤 머리 끄댕이를 붙잡고 어서 가자고 소란을… 으엑! 으게겍! 에, 에르야! 아빠 머리 다 빠져요!”

아무래도 카일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에르가 계속 빠! 빠! 거리며 카일의 머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하하! 이거, 아무래도 내 성격을 그대로 받은 것 같은데?”

“웃음이 나옵니까?! 우리 딸이 황녀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데!”

“뭐… 나처럼 어떻게 잘 살겠지. 나도 이렇게 잘 지내고 있잖아.”

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데, 이게 또 사실을 말한 것이라서.

차마 거기에 부정을 하지 못하고 딸에게 시달리는 카일이었다.

*

“아, 오셨어요. 카일 형제님?”

“오셔써요!”

성녀 자리는 이제 완전히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모두에게 성녀라 불리는 여인.

그녀의 무릎 위에는 아주 잘 생긴 남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네. 성녀님. 우리 왔습니다. 요한! 에르 왔다!”

“와아아! 에르! 에르!!”

“빠아! 빠!”

한 살 터울인 요하네스와 에르제베트.

엄마가 되는 황녀와 성녀가 이전부터 굉장히 가까운 벗이어서 그럴까?

이 둘 역시 벌써부터 굉장히 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르가 어째 엄마, 아빠보다 요한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임신 막바지 개월에 이렀기에, 한껏 부푼 배를 만지작거리며.

티샤가 두 아이들을 바라보곤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요. 저러다가 나중에 둘이 엄청 싸우면 안 되는데.”

대공 승계를 위해 부득이 마지막이 되었던 엘가.

덕분에 이미 아이를 낳은 두 여자와 낳을 시기가 가까워진 한 여자와는 다르게.

이제 겨우 회임을 하고서 임신 초기에 들어선 상태였다.

“아휴. 것보다 걱정이네요. 요한이나 에르를 보니 우리 아가들도 똑같을 거 같은데.”

“제가 딱 그랬잖아요. 엘가님. 조용하던 녀석이 운동기구만 보면 발로 뻥뻥!”

“으으으. 나도 그러려나요? 나중에 배 나오면 운동기구를 치워둬야 하나?”

티샤와 엘가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자 성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 때는 전혀 안 그랬다고. 우리 요한은 뱃속에서도 아주 조용했다고.

어찌나 이 엄마를 생각해주는지 지금도 기특하다고 말이다.

“저, 성녀님. 그렇게 말하기엔 요한이 하는 게… 딱 존 나센이잖아요.”

지금도 봐라. 에르를 앞에 두고 능숙하게 푸시업을 하고 있다.

저게 어떻게 두 살이 된 아이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단에서도 성기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고 들었다.

“아하하! 그건 카일이 옆에서 운동하는 거 보고 따라하다 그런 거라는데?”

“황녀님 말씀이 맞아요. 카일 형제님이 하던 걸 요한이 보고 그대로 하더라고요.”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아이한테 벌써부터 너무한 거 아닌가요?!”

“아니… 요한 본다고 운동을 안해서 몸이 찌뿌둥한데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제가 보고 따라하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요한이 그렇게 된 건 다 존 나센 본능 때문에 그런 거죠!”

자신은 억울하다는 듯 열심히 스스로를 변호하는 카일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게, 본인은 당시 구석에서 푸시업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방해를 받을까 아주 조용히, 얌전하게 맨몸 운동만 한 것인데.

설마 요한이. 제 아들이 그걸 빤히 보고서 바로 따라할 줄은 몰랐다.

“왜들 그래? 난 굉장히 바람직한 조기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황녀님은 애당초 에르한테 이상한 걸 원하고 있잖아요!”

“이상하다니. 우리 에르를 생각하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미래잖아.”

현재 황녀가 자신의 딸인 에르제베트에게 바라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커서 뭐가 되었으면 하냐는 질문에 ‘황실 최종 병기’ 는 뭔데요! 그거 듣자마자 황제 폐하께서 크게 당황하셨던 건 기억하고 계시죠?”

“난 억울해. 특히나 엘가, 너는 그러면 안 되잖아. 너도 저번에 네 아이한테 뭘 가르칠 거냐고 하니 이렇게 답했어! 힘없는 외교는 없는 법이라고!”

“그, 그건 아이가 생기기 전에 한 장난 같은 말이었어요!”

황실 최종 병기이니, 힘없는 외교는 없다느니.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존 나센 의지에 감염된 여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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