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5화
나는 다음 날 아침, 바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 병원비가 저렴하기는 해도 현재 내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퇴원한 후에는 곧장 내가 묵고 있었던 호텔로 이동했다.
체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호텔 직원이 헌터라고 들었는데 상처는 괜찮으시냐고 친절하게 묻기에, 피투성이가 되어 실려 나가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렇게 병원비에 일주일 치 호텔 숙박비, 그리고 병원비를 계산하고 나니 내 수중에는 백만 원 남짓한 돈이 남아 있었다.
짐을 들고 호텔 밖을 나오니 바람이 차가웠다.
아, 이 짐 어디다 맡기지.
짐이라고 해 봤자 캐리어 하나 분량의 옷밖에 없었지만 오늘 밤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나중에 조금 더 저렴한 숙박업소를 찾아 봐야 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였다.
나는 먼저 헌터 등록 사무소에 들렀다. 동사무소와 함께 있었는데, 최종 등록 절차는 정말 간단했다.
이미 비대면으로 가등록이 돼 있으므로, 아이템을 소지창에서 소환해 사무소 직원에게 보여 주고 확인받는 것이 다였다.
공무에 지친 직원은 내가 꺼낸 하급 포션을 보고 사무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인되셨습니다. 제가 승인 신청 눌렀으니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후부터 확인 가능하실 거예요. 일주일 후에도 승인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필요 사항 입력 미비로 인한 것이오니 다시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행정력 파이팅…….
헌터 등록 사무소에서 나온 후 시간을 확인해 보니 볼일이 다 끝났는데도 오후 1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우연과 약속한 시간은 4시.
그렇다. 고민은 좀 했지만, 나는 오늘 이우연이 불러 준 주소로 찾아가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좀 꺼려지긴 했다.
무슨 개수작이지.
왜 하필 본인 집으로 오라고 하는 걸까?
아무리 사람 눈을 피해야 한다지만 굳이 네 집에서 만날 필요가 있어?
대놓고 그렇게 물었더니 이우연은 이렇게 대답했다.
― 사람들 눈을 피하기에는 우리 집이 최고야.
“보통은 당신 집이 가장 주목을 모으는 장소 아니야? 막 감시하는 헌터들이라거나, 기자가 깔려 있다거나.”
― 아니, 우리 집 근처는 헌터들이 암묵적으로 안 오는 구역이라서. 기자들도 안 와.
……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저렇게 된 거지?
그 점이 의문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우연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사람들 눈은 최대한 피하는 편이 좋았다.
혹시 이우연이 개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일주일이 지난 덕에 용사를 기리는 망토의 사용이 가능하니,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만했다.
하여간에, 그래서 4시까지 시간이 좀 비었다.
그때까지 뭘 해야 하나?
하지만 고민한 것도 무색하게, 나는 어느새 눈에 띈 분식집에 홀리듯 들어가 떡볶이와 참치 김밥을 먹고 있었다. 더불어 정신을 차려 보니 근처 카페에서 산 고구마 라떼가 손에 쥐여져 있었고.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까먹으면서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이 3시였다.
탄수화물 천국에 다녀온 기분이다.
이우연이 불러 준 주소는 광화문역 근처의 한 아파트였다.
사실 처음에는 이우연이 내가 지정하는 장소로 차를 보내 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볼일도 있고 영 내키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이젠 직접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혼자 갔다간 헤맬 게 뻔했으므로 그냥 그러라고 했다.
나는 적당한 시간에 광화문역에 내렸다.
여기까지는 헤매지도 않고 계획대로였는데, 지하철역 코인 락커에 갖고 온 캐리어를 넣으려고 했더니 하필이면 풀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다른 숙소를 잡아서 짐을 두고 올걸.
그러나 이미 시간은 늦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든 채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9번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이우연은 말한 대로 광화문역 근처 이순신 동상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딱 오후 4시였다.
겨울의 오후였지만 날씨가 화창한 덕에 아직 밖이 환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햇살에, 이우연의 얼굴이 빛…… 나지는 않았다.
목도리에 모자, 안경까지 쓴 채였기 때문이다.
그 놀라울 정도로 예쁘장한 얼굴이 가려지니 이우연은 그냥 멀대만 한 눈사람 같았다.
“무슨 연예인이야?”
“그러는 당신은 어디 여행이라도 가?”
만나자마자 상쾌한 인사가 이어졌다.
이우연이 얼굴 반을 가린 목도리를 살짝 끌어내리고 나를 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춥게 입었어? 걸으면 되는 거리라서 차 안 가지고 왔는데, 택시 타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이우연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내민 것을 보고 의아해 그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 아직도 악수에 미련이 남았냐?”
“……캐리어 달라고, 캐리어.”
나는 이우연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우연이 얼른 달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내 짐은 왜 들어 주겠다는 거야. 혹시 이 자식, 내 근력이 평균 이하라는 걸 비꼬는 건가……?
이우연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캐리어가 무거운 건 사실이었다.
나는 순순히 캐리어를 넘겼다.
캐리어를 넘겨받은 이우연이 한 손으로 캐리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지금 근력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뭐가 이렇게 가벼워? 혹시 아무것도 안 들었어?”
하는 거 하나하나 이렇게 얄미울 수가……! 나도, 나도 근력만 회복되면……!
나는 택시를 잡는 이우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지금이라면 한 대 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눈치 빠른 이우연은 잽싸게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택시 뒷좌석에 올라탔다.
얼마 안 걸린다더니 택시는 정말 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은 내가 10년 전에도 이름을 들어 본 꽤 유명한 아파트 단지였다.
택시에서 내린 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우연이 캐리어를 들고 나를 재촉했다.
“뭐 해? 빨리 들어와.”
“보는 눈 없다며?”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늘 날씨가 춥잖아.”
아니, 그렇게 막 일어난 환자 취급은 안 해도 되는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이런 병자 취급을 받다니…….
나는 이우연의 재촉을 받으며 아파트 로비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것은 아파트의 맨 위층이었다. 이우연이 현관문을 열고 나를 들여보내 주었다.
“아, 옷 줘. 걸어 놓을게.”
얄미운 짓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매너가 수준급이다. 역시 첫인상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불여우네, 불여우야.
나는 감탄하면서 입고 있던 패딩을 건넸다.
사실 아파트 자체는 겉보기엔 세월이 흐른 느낌이어서 이우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집은 리모델링을 한 건지 몰라도 깔끔했다.
아니, 깔끔하다기보다는 그냥 물건이 없다.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 부엌에는 식탁과 의자가 두 개.
침실 문은 닫혀 있어 볼 수 없었지만, 그 안에도 딱히 별건 없을 것 같았다. 사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몇 가지만 갖춰 놓은 모습이었다.
“여기가 당신 집이라고?”
“일단은, 뭐. 그래.”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렇단 거야. 보통은 던전 공략하고 나서 피곤하니 가장 가까운 집에 묵거든.”
“집이 여러 개 있어?”
“그야 그렇지. 전국에 있어. 던전 공략하고 나서 호텔에 가면 신경이 예민해지니까. 여기는 한 달에 한두 번 올까 말까. 이 근처에는 내가 돌아야 할 던전이 두 개밖에 없어서…… 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내 패딩과 캐리어를 정리한 이우연이 그제야 목도리와 안경, 모자를 전부 벗었다. 어지간히 갑갑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오늘 처음으로 이우연의 얼굴이 전부 드러났다.
거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이우연의 윤곽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보면 볼수록 참 적응 안 되는 얼굴이다.
“일단 앉아 있어. 커피? 차?”
“아무거나.”
이우연이 나를 거실 소파에 앉혀 놓고 부엌에 가더니 커피를 가지고 왔다.
커피 잔과 컵 받침마저 깔끔하고 예뻤다.
“여기서 안 산다면서 이런 건 어떻게 다 갖춰 놨어?”
이우연은 이상한 말을 다 듣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샀지. 당신을 집에 불렀으니까 당연하잖아.”
“……이, 이…….”
여우 새끼…… 나는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우연의 성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그냥 봐도 알겠다.
다만 이우연은 내게 분명한 호의를 품고 있거나, 혹은 내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굴고 있었다.
아마도 후자에 가깝겠지. 그가 내게 호의를 품을 만한 이유는 딱히 없으니까.
……이렇게 사람 가려 가면서 내숭 부리는 놈들은 진짜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속으로 그를 욕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우 새끼는 거실 테이블 맞은편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그나저나 언제까지고 그쪽, 당신, 이렇게 부를 순 없잖아. 이름 안 알려 줄 거야?”
하긴 그것도 그랬다.
나는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내 이름?”
“그래, 이름. 참고로 나는 이우연이야.”
이우연이 싱긋 웃으며 무언의 압박으로 나를 재촉했다.
나는 약간 고민했다.
나는 한국에서의 기반이 없으니, 이제부터 해 나가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이우연에게 부탁할 것이 꽤 많았다.
그러니 이우연과의 사이를 어느 정도는 호의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고, 초면에 이름과 함께 나를 소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름을 알려 주는 것이 꺼려지는 건…… 이름 하나 가지고 뭘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 싶긴 한데.
에잇.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차피 이우연의 도움은 필수였고, 그가 나에 대해 알아낸다고 해도 감수해야 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강예나야.”
“그렇구나. 강예나 씨.”
이우연이 내 이름을 곱씹듯 한 번 더 되뇌고서는 마침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이름 세 자가 뭐라고.
그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턱을 괴고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난 또, 본명이 방랑자인 줄 알았지.”
“……너 진짜 나한테 한 대 맞을래?”
“그런데 몇 살이야? 난 올해로 스물다섯인데.”
이번에야말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체감으로 나는 서른이지만 한국의 주민 등록 번호상으로는 스물다섯이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서른이라고 하고 ‘까불지 마라, 이놈아!’ 하고 유교적 사상을 주입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주민 번호라도 까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내가 말이 없자 이우연이 흐음, 하고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뭐, 이건 넘어가도록 할까? 오늘은 일이 있어서 만난 거니까.”
“……그래, 뭐. 물을 게 있으면 물어봐.”
이미 각오하고 온 바였다.
이우연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도 할 터였다.
이우연은 던전과 시스템이 생겨난 지 5년 동안 던전 공략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한 헌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초면인 내가 나타나 랭킹 1위를 차지하다니. 이우연의 의심은 당연했다.
“뭐든지 물어봐. 대답해 줄 테니까.”
이우연이 내게 어떻게 랭킹 1위가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사실을 대답해 줄 생각이었다.
나는 지난 10년간 다른 세계의 던전을 공략해 왔고, 그래서 내가 랭킹 1위가 된 것이라고.
내가 이우연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사실은 내가 다른 세계에서 돌아왔다는 황당한 소리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용사를 기리는 망토 없이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몸이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우연은 내가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했다. 내가 랭킹 1위를 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진실을 한 개 꺼내어 보여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 나을 것이란 계산이 섰다.
내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들은 이우연이 나를 다른 세계에서 온 강자 정도로 알고 경계하거나, 혹은 헛소리를 하는 미친놈으로 알고 내게서 거리를 두는 편이 가장 좋았다.
내가 어느 정도의 능력치를 회복해서 다른 랭커들에게 대응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나는 약간 긴장하며 이우연을 바라보았다.
자, 무엇부터 물을 거지?
“물어볼 거? 내가?”
그런데, 이우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검지로 스스로의 볼을 가리켜 콕 찍었다.
볼이 손가락에 눌렸다.
그 귀엽다 못해 어이없는 꼬락서니를 보자 긴장이 탁 풀렸다.
“……뭐 하냐?”
“내가 할 소린데? 내가 아니라, 당신이 나를 간절히 만나고 싶다고 한 거잖아. 그것도 되도록 빨리. 적극적으로.”
말에 약간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그건 그런데…….”
나는 약간 망설이다 운을 떼었다.
“안 물어보는 거야?”
“뭘? 당신이 어떻게 랭킹 1위가 되었는지? 아니면 당신이 왜 세간에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 혹은 어째서 아무도 당신의 존재를 몰랐는지?”
손가락을 꼽아 가며 말하다가 이우연이 씩 웃었다.
“그것도 아니면, 당신의 플레이어명 짓는 솜씨가 왜 그런지?”
“야!”
내가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면서 이우연이 빙글빙글 웃었다. 알면서 일부러 눙치는 게 여간한 솜씨가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 물어봤자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거짓말로 넘어갈 텐데 뭐 하러 물어봐?”
“아니, 사실을 말해 줄 생각이었는데.”
“그래, 당신이 말하고 싶은 사실이겠지. 그런 걸 들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거야? 재미야 있겠다만.”
이우연이 하는 말의 진의를 이해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저건 내가 숨겨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한 사람의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걸 굳이 캐내지 않겠다는 호의의 표시다.
그게 더 이상하군.
나는 이우연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이우연의 얼굴은 겉으로는 진심을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난 딱히 시스템이 정한 순위에 관심 없어. 왜 다들 내 말을 안 믿을까? 난 당신이 던전만 제대로 공략한다면 불만 없어. 제대로 공략해 왔다는 건 저번 전투만 봐도 알겠고.”
다들, 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이우연의 저 태도를 의문으로 생각한 사람이 또 있다는 걸까?
이우연의 태도는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솔직히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나도 열 받을 것 같은데. 목숨을 걸고 던전을 공략하는 용병, 아니, 헌터라면 누구나 자부심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심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우연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을 텐데.
하지만 이우연은 내 생각이 이어질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당신이 부탁할 게 무엇인지부터 말해. 당장 만나자고 한 걸 보면 꽤 급한 일 같은데.”
“아니, 당장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넌데?”
그러나 내가 급한 건 사실이었다. 나는 양해를 구한 뒤 소지창에서 리치를 처치한 후 획득한 아이템을 꺼냈다.
‘망령의 지팡이’와 ‘망령의 왕관’.
“먼저 저번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에서 얻은 아이템, 혹시 나 대신 처분해 줄 수 있을까? 수수료는 떼도 괜찮아.”
“아, 하긴 헌터 스토어에서 직접 팔 수는 없겠네. 뭐, 그 정도야 쉽지. 잔돈은 필요 없고. 그리고 또?”
이우연이 계속 얘기해 보라는 듯 턱짓했다. 예쁜 얼굴로 건방진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조금 더 얄미운 감이 있다.
하기야, 나도 여기부터 본론이다. 나는 손대지 않은 커피 잔을 한참 노려보다가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그때 떴던 시스템 메시지 말이야. 이상하지 않았어?”
“그야 이상했지. 그렇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그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