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41화
Chpater 6. 각자의 이유
“네, 네 이놈!”
이우연을 보는 순간 군주가 나에게 외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비명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순간적으로 기가 질릴 정도로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인연이 없는 자에게는 절대로 내지 않을 법한 목소리.
더불어 주위의 기사들 또한 경악과 증오에 찬 악을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감히 여기에 올 생각을!”
“죽은 게 아니었단 말인가?”
“뭐야, 저 환영 인사는? 혹시 아는 사이야?”
나는 이우연과 잡은 손을 바지에 탁탁 털고서 물었다. 이우연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설마 그럴 리가. 내가 ‘빙의’한 인물 문제인 것 같은데?”
아, 맞아. 그런 설정이었지.
그러고 보니 ‘날개’를 인지한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시야 제한을 해제했다는 알람을 띄웠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우연이 이우연 그대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뭘로 보이지?
“누구한테 빙의했는데?”
“성주.”
“어이구야.”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모를 사연투성이인 전장인데, 그 사연의 중심에 있을 성주로 빙의했으니 이 격렬한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감히, 감히!”
왕은 숫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우연은 왕을 빤히 바라보다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야, 저 새끼는?”
성질이 단단히 오른 어투다. 무서워서 살겠냐.
“구시대의 유물. 왕이래.”
“아하, 어쩐지! 온몸에서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더라니.”
“그것뿐이야? 아무 정보도 안 떠올라?”
“기억 계승은 거의 못 했어. 무슨 제한이 있다고 하던데. 왜, 그것도 이 던전 공략에 필요할 거 같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이우연에게는 성주의 기억이 거의 이어지지 않았다는 건가.
사실 이우연이 성주로 빙의했다고 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는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 허공을 힐끗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정보를 차단하고 싶기에 이렇게까지 철저한 거지.
“폐하! 무리하시면 안 되옵니다!”
“시끄럽다!”
보스 몬스터가 피를 쿨룩 쏟으면서도 이우연, 아니, 그의 입장에서는 성주일 인물을 바라보며 왕홀을 집어 들었다.
내가 기사회생 스킬 사용 후에 어느 정도의 너프를 먹었듯이, 저 자식도 분명히 비슷한 상태일 텐데 아주 무리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만일 이게 우리 둘만의 싸움이라면 내가 꼬챙이가 되는 엔딩일 거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이우연이라는, 쌩쌩한 상태로 이곳에 도착한 새로운 인물이 있었다.
“저 상태면 해볼 만한 것도 같고.”
아니꼽게도 지금 내게 유일한 구명줄인 남자는 레바테인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아무래도 나를 약 올릴 셈인 듯했다.
“이대로 내가 SS급 몬스터를 토벌하면 누가 업적치 1위가 될까?”
“당연히 나지, 이 개자식아.”
“세상에, 그렇게 입이 험해서 어떡하나. 1위가 이러니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어.”
그렇게 농담을 했지만 이우연의 결단은 빨랐다. 왕이 왕홀을 들어 올리는 동시에 이우연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나와 이우연의 곁으로 반투명한 원형의 실드가 나타났다.
파지직!
다른 마력이 각자 충돌하자 스파크가 튀었다. 이우연이 실드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실드 활성화 시간이 엄청나게 짧아. 기본적으로 보스 몬스터 근처 어느 정도 반경 내에서는 마법사들에게 너프를 먹이는 것 같은데. 마력 장악이 힘들어.”
이렇게 마법을 다루는 몬스터가 플레이어보다 월등히 뛰어날 경우 주위의 마력을 장악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리치를 상대할 때는 내가 리치의 생명 보급원을 끊으면서 마력 흐름을 휘저어 놓아 이우연도 대규모 마법 캐스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 정도라면 이동 마법은 불가능하겠군.”
“아쉽게도 그래. 진언도 발현 못 할 것 같고. 아쉽지만 업적치는 뒤로하고, 일단 당신을 챙겨서 후퇴하는 게 최선이겠는데.”
역시, 의견이 일치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후퇴하자.”
이곳은 마법사인 이선을 기준으로 마법사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보스 몬스터가 나타난 필드다. 이우연이 아무리 쌩쌩한 상태라고 한들 궁합이 좋지 않다.
그래도 혹시 제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격 마법이라도 쓰려 하면 뒤통수나 갈겨 줄 생각이었는데, 해볼 만하네 어쩌네 한 주제에 금방 계산을 해치운 모양이다.
내 상태가 괜찮다면 모를까. 어차피 이우연도 혼자서는 저 몬스터를 공략할 수 없었다.
애초에 클리어 조건인 권속의 30% 이상을 멸해야 한다는 것도 이제야 막 알게 된 참이니까.
십만의 군대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3만이다.
이우연이 당장 감당할 수 있는 숫자도 아닐뿐더러, 보스 몬스터의 처치가 가능해진다고 한들 지금의 나로서는 보스를 다시 공략하기 힘들다.
그러니 지금은 상태를 정비하고 후퇴하는 게 가장 나았다.
“실드,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느 정도야?”
“이대로라면 5분 정도? 당신이 포션 마시고 회복할 시간 정도는 돼.”
실드를 깨지 못한 왕이 열 받은 채 들고 있던 왕홀을 이쪽을 향해 내던졌다.
쩌적!
유리처럼 금이 가는 실드를 흘끗 바라본 이우연이 말을 정정했다.
“아니, 3분 20초.”
뭐, 아무리 마법으로 두른 결계라지만 물리적 충격으로 깰 수 없는 것도 아닌 데다, 보스 몬스터가 곁에 있는 만큼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터였다.
“연약하네, 마법사들은.”
“난 마검사거든.”
“둘 다 어중간하다는 뜻이군.”
“나중에 한번 시험해 볼래?”
매력적인 제안이다만 지금은 회복이 제일 중요하지.
나는 마비가 온 것처럼 저릿한 두 손을 주무르며 각종 포션을 꺼내어 빠르게 복용했다.
그래 봤자 포션으로 회복할 수 있는 수치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먹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후, 숨을 깊게 내뱉으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우연이 사무적으로 시간을 읊었다.
“남은 활성화 시간 앞으로 2분.”
나는 발을 탁탁 구르며 님페의 바람을 발동할 준비를 했다.
이우연이 엄호해 준다면 성까지는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을 듯했다.
날개를 펼친 상태인 이우연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손은 괜찮아도 이것까진 안 된다, 이거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1분 후 해제된다. 준비해.”
보스 몬스터는 이제 자신의 힘으로는 결계를 해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기사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숱한 기사들이 달려들어 검과 창으로 결계를 찔러 대기 시작했다.
문득, 실드 너머로 나와 대화했던 마법사가 보였다. 그는 이제 바닥에 엎드린 채 무언가 기도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주문이라도 준비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저 자식도 나와 마찬가지로 보스 몬스터의 부활까지 대화로 시간을 끌고 있었던 거로군.
즉 보스 몬스터…… 아니, 본인들 입장에서 ‘폐하’인 자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적군 측에도 마법사들이 있다는 건데. 성으로 돌아가서도 수성전을 치르려면 고생이겠어.”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이우연이 아, 하고 마침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보스를 제외한 몹들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면 대응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어?”
“나만 들어온 게 아니거든.”
나는 그 말을 듣고 성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성벽 위에 동동 떠서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까만 점. 아니, 사람? 모습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 저건 마법이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후보는 하나.
“……이선 헌터?”
- 플레이어명 : 이선을 인식하여 시야 제한이 해제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우연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응, 같이 들어왔거든. 우리 둘 다 빙의된 후 상황을 파악하느라 서로를 찾고 여기로 오는 게 약간 늦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을 맞춰서 다행이야.”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다짜고짜 들어왔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려고…….”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않아? 제일 무모하게 행동해 놓고. 심지어 다른 헌터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면서?”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무모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이우연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들이 신입이라는 점 때문에 배려했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찾아서 백업으로라도 활용하는 게 더 나았을 거야.”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
나도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야 제한이 해제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엔, 나는 다른 신입 헌터들의 얼굴이나 이름은 고사하고 특징도 잘 모른다.
해당 인물로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입 헌터들에게 제각기 자리에서 열심히 미션을 클리어하라고 외쳤다간 헌터들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죽고 죽이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누가 죽어도 책임 못 진다고.”
내가 부루퉁하게 대꾸하자 이우연이 픽 웃었다. 사실 그도 내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알고서도 저렇게 말하는 것일 테다.
즉,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게 도움이 되도록 써먹었어야 한다는 것.
“그야 누군가의 죽음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대책도 없이 잔소리부터 하기는.”
“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를 책임질 필요도 없어. 아, 시간 만료.”
이우연이 그렇게 말하기 전에 내 감각에 먼저 마력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실드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님페의 바람을 발동해 위로 뛰어올랐고, 이우연도 날개를 펼치며 나를 따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보스 몬스터가 무어라고 소리쳤으나 왕홀에 모인 마력은 아직 미약했다. 쏘아 낸 마법은 이우연이 펼쳐 낸 실드에 막혀 사라졌다.
병사들도 제각기 화살을 쏘아 대기 시작했지만 화살은 내가 검으로 쳐 냈다.
“■■■!”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으나 내 귀에는 노이즈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우연의 귀에는 다를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더니 이우연은 관심도 없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날파리가 웅웅대네.”
순간 균형을 잃을 뻔했다.
아니, 불길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 노이즈를 저렇게 표현해……?
진짜 난놈은 난놈이다.
등 뒤로도 공격이 쏟아졌으나 나와 이우연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성으로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님페의 바람은 이우연의 날개와 달리 발을 박차야 발동이 되는데, 조금 전 보스에게 달려들 때와는 내 능력치가 천지 차이라 아무래도 출력이 모자랐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허공으로 뛰어오르기 위해 매번 병사들 사이로 푹푹 내려앉아야 했다. 이우연이 내가 땅을 박찰 때마다 곁을 엄호했다.
나도 땅에 내려설 때마다 최대한 사방으로 검기를 날려 적군을 해치웠다. 보스가 움직일 수 없을 때 조금이라도 더 숫자를 줄이는 게 유리하니까.
생각해 보니 이우연이 이동 마법을 쓰지 않은 것도 나와 같은 계산을 했기 때문이겠지.
의견이 잘 맞는 건 다행이다.
“쫓아오진 않는걸.”
내게로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화염을 쏘아 보낸 이우연이 뒤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게 의문이었다.
수성전은 이미 6일 차로 접어들고 있었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가 이 성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확고했다.
만일 첫날부터 SS급 몬스터가 나섰다면 마법사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성은 하루면 함락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이 6일간 버틴 것 자체가 그동안 적군 측에서 성의 투항을 기다리며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일정 시점까지는 SS급 몬스터가 직접 행동할 수 없도록 제한이 걸려 있는 거야.”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물론 언제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가혹한 미션을 주지만, 제법 절묘하게 밸런스를 지켰다.
정말 죽었다 살아나면 깰 수 있을 정도의 미션.
SS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던전에 겨우 스무 명의 헌터를 입장시킨다면 이 정도 밸런스 패치는 해 줄 법했다.
그리고 하나 더.
“쫓아오질 못하는 걸 보면 지금도 일정 범위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네.”
“흐음, 하긴 이 정도 난이도라면 그 정도 제한은 걸려 있겠지.”
이우연도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패퇴하고 물러나려니 속은 쓰리지만, 어쨌거나 얻은 것은 있었다. 보스 몬스터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혔으니 시간을 벌었고, 행동 범위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으니까.
얻은 수확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젠장.”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혼자라면 원래의 나라도 절대 공략하지 못했을 몬스터인데, 나도 도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막상 이렇게 물러나고 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이는 것 같다.
내 능력치만 초기화되지 않았더라도.
“갚아 주면 돼.”
내가 어지간히 성질난 얼굴을 하고서 공중을 달리고 있었던 건지, 이우연이 옆에서 간지럽게 속살거렸다.
이우연을 흘깃 쳐다보자 그는 예의 그 여우 같은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 나도 있고.”
“연약한 마검사 하나 추가되었다고 클리어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던전은 아니던데.”
“아, 그야 그렇지. 랭킹 1위도 던전에 들어온 지 겨우 몇 시간 만에 죽을 뻔한 던전인데, 하찮은 2위가 들어와 봤자 뭐.”
“너 죽을래?”
조금 진심으로 주먹을 들었지만 이우연은 낄낄대며 허공에서 공중제비라도 하듯 한 바퀴 몸을 틀어 날았다.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마. 이제 이선 헌터가 왔으니 나머지 헌터들도 모을 수 있을 거야.”
“…….”
“당신 혼자 이걸 감당해야 할 필요는 없단 이야기.”
나는 빙긋 웃는 이우연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 성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참 웃기지.
상황은 사실 그리 나아진 것도 없었다.
나는 내 가장 큰 무기였던 망토를 이미 써 버렸고, 기사회생 스킬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보스 몬스터는 3만 이상의 군사를 해치워야 처치할 수 있는 데다, 당장은 제한이 걸려 있더라도 수성전이 진행되면서 점점 그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심지어 시스템은 내가 보스 몬스터에게 막타를 날리려던 순간 알 수 없는 안정화 따위의 메시지로 내게 제한을 걸어 버렸다.
현실은 언제나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버겁다. 그러니 저런 말 하나로 딱히 희망을 본 건 아니었다.
그래도.
“……고맙다.”
내 말을 들은 이우연이 잠깐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씩 웃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한마디 말에 불과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말.
그러나 말은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다.
루카스도, 아리아드네도, 내가 내 성질을 못 이기고 결국 앞으로 뛰쳐나갈 때마다 나를 나무라곤 했다.
“그렇게 혼자 달려 나가는 짓 좀 그만둬. 네 옆에, 뒤에 누가 있는지 보라고.”
“외로워하지 말아요. 저는 항상 여기에 있으니까.”
이상하게도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급하기만 하던 마음이 가라앉곤 했다.
그래, 나는 여전히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아직은…… 괜찮다고.
그렇게 나는 홀로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