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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55화 (56/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55화

지겹다. 정말 지겹다.

뭐가 지겹냐면, 던전 공략 한 번 할 때마다 이렇게 매번 병원에 입원하는 것. 그리고 기절 한 번 할 때마다 귀중한 시간을 며칠씩 날려먹는 것 말이다.

그랬다. 신촌의 던전을 공략하고 나서, 나는 총 사흘간 기절해 있었다. 저번처럼 일주일이 아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리고 일어난 후로도 꼬박 하루를 더 정밀 검사에 소비해야 했기에, 지금도 입원한 상태였다.

몸에 쌓인 피로도가 상당한 편이니 정양하라는 권고가 나온 덕분이다.

그나마 이번 병원 생활은 1인용 병실이라 다른 환자들이 없어 쾌적해 다행이었다.

“오, 이거 맛있네.”

물론 옆에 앉아서 사과를 깎더니 자기 혼자 다 먹는 이 녀석이 없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이우연이 사과를 뭉텅뭉텅 깎는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과는 이 VIP 병실에 처음부터 놓여 있었던 것인데, 알알이 매우 탐스러웠다. 그게 저렇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너 과일 깎아 본 적 없지.”

“어, 처음이야. 어떻게 알았지?”

누가 봐도 처음이다. 사과 껍질에 알맹이가 뭉텅이로 붙어 있으니까.

저렇게 작살낸 사과가 두 개째였다.

그리고 이제 막 3개째를 작살내려는 차에 미리 약속되어 있었던 방문자가 찾아왔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예나 씨. 최민혁입니다.”

서류 가방을 병원 침대 밑에 내려놓으며 청년이 웃었다.

내게 내민 명함에 적혀 있는 이름은 최민혁. 내가 명함을 다 읽기 전에 최민혁이 자신의 직함을 설명했다.

“헌터 산업 진흥원의 헌터 서포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부 판정 S급 헌터 중 강예나 씨를 전담하게 되었으니, 아마 저를 가장 자주 보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는 게, 허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 안경을 쓴 예민한 인상이 제법 잘생겼다.

그는 병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병실이 약간 좁네요. 급하게 준비한 거라,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딱히 좁지도 않다. 대형 병원의 VIP 병실인데 오죽하겠는가.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오랜만이네요.”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이우연도 인사를 했다.

병실에 들어온 후 최민혁도 이우연을 봤을 텐데, 그는 영 꺼림칙해하는 기색으로 그제야 인사를 받았다.

“네, 이우연 헌터. 오랜만입니다.”

“거의 1년도 넘은 것 같네요.”

“그렇군요.”

대화를 이어 나갈 의지가 전혀 없구만.

나는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나저나, 최민혁도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우연이 있다 보니 대비 효과로 최민혁의 이목구비가 영 흐려 보였다.

이우연이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살짝 눈을 접으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응? 왜 그래?”

……저건 그냥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이우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최민혁을 바라보았다.

“환자분이시니, 시간 끌지 않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예나 씨, 현 랭킹 1위인 ‘방랑하는 구도자’가 맞으시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수리의 머리털이 쭈뼛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랭킹 1위라니, 랭킹 1위라니!

듣자마자 민망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게 당사자가 되어 보니 굉장히…… 오글거렸다. 남이 나를 랭킹 1위가 어쩌고 부르는 건 정말…… 내가 무슨 인터넷 소설 주인공도 아니고……!

“큭, 푸흡…….”

한동안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진 나를 보던 이우연은 아주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결국 한국 정부에게 내 정체를 들키고야 말았다.

기절해 있던 동안 VIP 병실에 입원당한 것도 다 그 덕분이었다.

물론, 들킬 거라는 건 각오하고 있었다.

이선 헌터가 내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던전 보스 몬스터 처치 후 최대 업적자 메시지가 떴다. 던전 내의 모든 헌터들이 그 메시지를 보았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방랑하는 구도자’의 정체가 기사단장으로 빙의한 헌터라고 추측하는 건 이미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김숙자 교수 앞에서 던전에 들어가겠다고 자청할 때부터 틀려먹었다.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 상황에서는 내가 투입되는 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 판단에 후회는 없었다.

그냥, 지금 당장 좀 민망할 뿐이지…….

하지만 민망함과 사람 목숨을 비교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나.

그나마 ‘빙의’한 상태라 다들 내 실제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게 다행이었다. 던전 안에서 마주쳤던 헌터들을 다시 만나도 날 알아보지는 못할 테니.

나는 옆에서 아직도 웃고 있는 이우연을 한 번 노려본 후, 표정을 가다듬고 최민혁을 바라보았다.

“……네, 맞습니다.”

“음, 일단 사실 확인 감사드립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민혁의 태도가 나름대로 사무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다들 본명을 쓰는 세상인데 왜 그런 이름을 정했냐고 묻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울 지경이다.

“결국 들켰네, 랭킹 1위 씨.”

옆에서 놀리는 이우연이 있어서 그런지 더 고맙다. 저걸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내 사회적 체면이 있으니 참았다.

최민혁이 웃는 이우연을 흘깃 본 후 헛기침을 했다.

“음, 앞으로 할 이야기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라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같이 들으실 겁니까, 이우연 헌터?”

명백한 축객령이었으나 이우연은 코웃음도 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이 병실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저렇게 하는군. 아주 어른스럽다.

“그건 강예나가 정할 문제죠. 예나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습니다만.”

최민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사실 제가 불편한데요.”

“그건 제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닌 것 같고요. 강예나, 나 나갈까?”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다.

둘 사이에 영 불편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상황에 대해 이선 헌터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바가 있었다.

사실, 이선 헌터는 내가 깨어났단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 프론트 전화를 통해 내게 연락을 했다.

물론 이선의 성격상, 내 목소리를 듣고 안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바로 병실에 찾아오려고 했지만, 내 옆에 이우연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는 걸 듣고 당장 찾아오는 건 포기했다.

얼굴 보면 싸울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환자 앞에서 싸우기 싫다나?

역시 어른이었다.

하여튼, 그래서 이선은 본인이 찾아오는 대신, 정부에 소속된, 헌터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려 주었다.

동시에 ‘이우연은 정부에 소속된 사람과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으니 잠시 집에 돌아가 있으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도.

그런데 그 팁에 따르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이우연이 고구마 라떼를 사 와서 차마 쫓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구마 라떼가 너무 먹고 싶은데, 일단 환자 입장이라 밖에 나갈 수가 있어야 말이지.

……이건 사실 반쯤 농담이고.

내가 한국 사정에 무지한 만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니 눈치 빠른 놈이 옆에 있으면 나중에 설명을 요구하기 좋겠다, 싶었다.

지금 내가 이우연에게 숨겨야 할 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같이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내용은 예상이 가니까요.”

“……그러시다면.”

최민혁은 여전히 약간 망설이는 기색이었으나 그도 결국은 외근 나온 공무원이었다. 이우연에 대한 불편함보다 시간이 귀중한 공무원은 곧 본론을 꺼냈다.

“그럼, 강예나 씨. 정부에 직접 등록하셨던 능력치는 모두 허위로 기재된 정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어…….”

내가 어떻게 입력했더라?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기 있습니다.”

내가 영 기억을 못 하는 기색이자 최민혁이 프린트된 A4 용지로 내가 등록한 능력치를 보여 주었다.

어깨너머로 흘깃 쳐다본 이우연이 픽 웃었다.

“체력 20은 너무했다, 강예나.”

아니, 그거 실제로 한 달 전 내 능력치거든?

생각해 보니 이건 그 당시 내 능력치를 솔직히 기입했을 뿐이다. 허위 기재가 아니라고.

그나저나 이 허접 깡통 같은 능력치로 잘도 살아남았군.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는 병원 천장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음, 제가 숫자에 약해서요.”

“…….”

최민혁은 침묵했으나, 곧 단련된 사회인답게 이렇게 대답했다.

“……능력치 기재 부분은 자진 신고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정확한 수치 입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헌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아무래도 이를 악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걸 굳이 솔직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또, 랭킹이 발표된 이후 정부에서 한헌협, 한국 헌터 협회에 정식 공고문을 내서 강예나 씨를 찾았던 건 알고 계십니까?”

“아뇨.”

내 즉각적인 부정에 최민혁이 그럴 리가 있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떳떳했다.

실제로도 정부가 나를 찾겠거니, 하는 생각은 했지만 공고문은 못 봤다. 왜냐하면 난 한헌협이라는 거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그게 뭔지도 모르니까!

“그냥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모두 자진 신고제다 보니 강예나 씨가 위법 사항을 저지른 것도 아니거든요.”

“진짜 몰랐는데요.”

“……알겠습니다.”

전혀 납득하지 못한 어조다.

최민혁의 눈길이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듯했지만 나는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이런 건 대강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는 게 최고였다.

최민혁이 자진 신고제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정부 입장에서 내 행동이 기꺼울 리가 있나. 능력치 기재도 허위에 랭킹 1위를 찾는다고 해도 나서지 않았는데.

그렇지만 뭐, 어쩌겠냐는 말이다.

나는 팔짱을 꼈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으신 말이 뭡니까? 다 자진 신고제이니 신경 쓰지 말라, 이런 말을 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요.”

사실 정부의 의도는 뻔하다.

헌터 하나하나의 무력이 중한 판국이다. 심지어 나는 시스템상 랭킹 1위에 이선과 이우연의 보장이 붙은 S급 매물.

저쪽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포섭해야겠지.

지금 최민혁이 강예나라는 인물에 대해 더 묻지 않는 것도 그런 계산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업적치 순서대로 랭킹을 매긴다면, 내가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건 너무나 이상한 일이니까.

심지어 조금만 알아본다면 내가 지난 5년간 강원도 원주의 병원에 누워 있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아마 나라는 인물이 꽤 수상해지겠지만, 그래도 내 능력이 보장되어 있는 이상 쉽게 캐묻지는 못할 거다.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테니.

다만 문제는 내 능력치가 아직 실제 랭킹 1위 정도로 올라가진 않았다는 건데.

뭐, 한국 헌터들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상위권이겠다 싶지만…… 나는 이우연을 흘끗 바라보았다. 저 새끼는 규격 외란 말이지.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 측이 내게 저자세로 나올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다.

오히려 최민혁이라는 인물이 생각보다 대가 센 인물 같다는 게 의외였다. 좀 더 고분고분한 성격의 인물을 보낼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알고 계실 텐데요.”

그리고 드디어, 최민혁이 울컥했다.

옆에서 이우연은 오오, 하고 입 모양만으로 내 약을 올리고 있었다.

“한국 던전의 안정화에 랭킹 1위로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이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져야만 하는 국방의 의무로…….”

구구절절한 설교가 이어질 태세이기에 나는 중간에 말을 잘랐다.

“즉, S급 헌터에게 부여되는 의무를 수행하라는 말씀이시죠. 한 달에 네 번 이상의 던전 공략 참가였던가요?”

“……맞습니다.”

이건 인터넷에는 나와 있지 않은, 현 S급 헌터 중 하나인 이우연이 직접 알려 준 정보였다.

정부에서는 이 의무의 고지부터 할 것이라고도 했다.

뭐, 정부 입장에서야 던전의 포화도 관리를 해야 하니 적절한 조치였다.

나로서도 불만은 없다.

실은 한국이 자진 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벌금형 정도는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하긴 정부 쪽에서야 유능한 헌터 한 명도 아쉬운 입장이니, 벌금형이고 뭐고 갑자기 내가 튀어나왔다는 게 반가울 법도 했다.

던전 밖으로 나온 몬스터는 현대의 무기로 피해를 감수하고 어찌어찌 처리할 수 있지만, 던전 안에 입장할 때는 소지창에 넣을 수 있는 아이템만 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던전 공략은 결국 헌터 개개인의 능력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던전 공략 참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두 가지 정도.”

내 계획대로라면 어차피 일정 횟수 이상의 던전 클리어는 필수였다.

오히려 던전 진입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다면 나야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예, 조건을 말씀하십시오.”

내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생각 외였는지 최민혁은 약간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내밀 조건이 아주 힘들 거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는데. 그리 대단한 걸 요구할 생각은 없다.

나는 천천히 내가 생각해 둔 조건을 말했다.

“일단, 제 정보는 비공개로 두었으면 합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이우연 헌터가 언질을 주셔서, 이미 기사가 올라왔던 건 손을 썼습니다.”

그렇다. 내가 기절한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신촌에서 일어난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 공략의 최대 업적자가 ‘방랑하는 구도자’라는 기사가 떴다는 것.

기사가 뜬 경위는 이랬다.

던전 클리어 후 시민들을 안심시킬 명목으로 긴급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그때 공략에 참가한 헌터 중 하나가 경솔하게 대답한 것이다.

이번 던전 클리어의 최대 업적자는 ‘방랑하는 구도자’라고.

누가 봐도 대서특필감이었다.

심지어 장소가 신촌이라 일반인들의 눈도 많았다. 근처 건물 옥상에서, 이우연이 던전에서 나오는 장면을 노리고 다들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이우연이 기절한 나를 대신해 ‘아마 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정부에게 전달한 덕에, 현재는 기사들 모두 오보라는 소식과 함께 내려갔다고 들었다.

그래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내 이야기를 하는 곳이 많았다.

어쨌거나 ‘방랑하는 구도자’라는 이름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는 거니, 기사가 내려가 봤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최민혁도 그 점을 지적했다.

“다만, 당장 기사를 내렸다고는 해도 인터넷이 워낙 발달한 시대니 말입니다. 솔직히 완전히 보장하기는 힘듭니다. 언론의 반발 문제도 있고.”

그 정도는 나도 감안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정부 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정도면 됩니다. 제가 스스로 밝힐 때까지요.”

그래도 활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해 둬야지.

적어도 내 능력치가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기 전까지는 최대한 공표하고 싶지 않았다. 고구마 라떼 마시다가 뒤통수에 칼을 맞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내 요구 사항을 메모한 최민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가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나머지 하나는 어떤 건가요? 물론 저희 부서 쪽에서는 S급 헌터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일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는데.

나는 입을 열었다.

“아, 나머지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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