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74화
제목 : 한라산 엑스칼리버 누가 뽑을 것 같냐?
내용 : 냉무
- 오늘 쌈판은 여기군
- 이 떡밥도 지겹다. 5년 전부터 이 플로우 아니냐
- 솔직히 이제 거의 관광 스폿됐다 인정?
ㄴ한라산 백록담은 원래 관광지였다
ㄴ그건 그러네
ㄴ이제 엑칼 제주도의 새로운 명물됐다 솔직히 관광 굿즈로 내야 됨
ㄴ한국인이 엑칼이 뭐냐 천부인이나 청동검이라고 제대로 불러줘라 아무리 그래도 단군신화인데
ㄴ실제로 그게 그 청동검이겠냐 시스템이 그냥 대한민국에 맞춰서 만들어 낸 거 아니냐?
ㄴ이게 맞음 다른 나라에도 사례가 있음 영국 엑스칼리버도 발견했다캄
ㄴ이건 위조로 판명됨
ㄴ굿즈는 이미 있음 제주도 박물관 가면 팜 링크는 여기
ㄴ자본주의란 무엇인가
ㄴ이미 관광 가이드 설명에 추가되었음 부모님 모시고 관광버스 타 봐 가이드가 천부인 설명 오지게 잘해줌
- 근데 애초에 그게 뽑을 수 있는 게 맞기는 함? 그거 발견된 후로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데
ㄴ시스템상 그렇다니까 뽑을 수 있는 거겠지
ㄴ그러니까 시스템을 어떻게 믿냐고ㅋㅋㅋㅋ
ㄴ안 믿으면 어쩔 건데 ㅋㅋㅋㅋ
- 이거 맨날 쌈판 될 수밖에 없는 게…… 청동검이야 떡하니 호수 정가운데 떠올라 있어서 누구나 볼 수 있잖아? 그래서 만만해 보이는데 막상 손은 못 대. 그런데 해금하려면 무슨 스펙이 정확히 제시된 것도 아니라서 누가 뽑을지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거임
- 나는 모나미에 건다 솔직히 모나미 말고 뽑을 놈 있냐?
ㄴ모나미는 엑칼에 관심 없다고 인텁 박았잖아 레바테인 하나면 된다고 하던데
ㄴ못하니까 망신당할까 봐 철벽 친 거지
ㄴ알못아 모나미 클래스가 마검사인데 파마검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걸 뽑냐?
ㄴ근데 파마검이 마법이랑 성질 안 맞는다는 건 사실?
ㄴ이건 조한율 피셜 그렇다고 했음
ㄴ그럼 사실상 파마검 쓸모없는 거 아니냐 현재 화력 제일 센 건 마법사랑 마검사인데 저걸 어따 씀
-왜 모나미만 이야기함? 백사현도 검사인데 백사현이 업글하면 뽑을 수도 있지
ㄴ응 백사현이 뽑을 수 있었으면 진작 뽑았지 아예 다큐로 프로그램도 찍었겠다 공중파에서 24시간 내내 틀었을걸
ㄴ이건 인정ㅋㅋㅋㅋㅋ
- 필연 길드장은 시도했는데 안 됐다고 솔직히 인텁해서 제외됐음……
- 사실 검사 클래스 자체가 적은 탓도 있지 않음? 나 창 열 수 있어서 지금 랭킹 50위까지 쫙 훑어봤는데 애초에 검사 클래스가 드물어
ㄴ클래스는 솔직히 공개 안 하는 놈도 많아서 집계 안 될걸
ㄴ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검사 클래스면 그거 뽑으러 안 가 본 놈 없다에 건다
ㄴㅁㅈㅁㅈ 나 같아도 검사 클래스 열었으면 당장 백록담부터 갔음 그런데도 아직까지 못 뽑은 걸 보면 우리나라의 아서왕이 아직 안 태어난 거임
ㄴ아서왕 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꼭 검사 클래스를 위한 검이 아닐 수도 있음 검을 다루는 다른 클래스일지도?
ㄴ그러니까 그게 뭔데 ㅋㅋㅋㅋ아는 척 욱
ㄴ어차피 다 알못인데 추측이나 해 보는 거지 ㅅㅂ놈아
ㄴ근데 일리 있음 설화 생각하면 제사용 검인데 이걸 왜 검사가 뽑냐고
ㄴ근데 이게 시스템 설명대로 마법 파훼 가능한 검이라면 실제로 베는 용도로 쓰진 않겠지
- 근데 그거 뽑으면 뭐가 좋은데? 마법 파훼도 그냥 뇌피셜 아니냐
ㄴㅇㅇ아직 아무도 모름
ㄴ아서왕으로 추대됨
ㄴ백록담 위 허공에 떠올라 있는 검인데 졸라 좋은 아이템인게 뻔하잖음
ㄴ알고 보니 그냥 겉만 그렇고 구린 템이면 어떡함? 개웃기겠다
ㄴ너희들 낭만이 없네
- 근데 이제 시스템상 랭킹이 떡하니 있는데 랭1방구는 왜 아무도 후보로 이야기 안 하냐
ㄴ이건 처음에 써방명 정한 놈이 사과해라 =3 은 멋이가 없다
ㄴㅇㄱㄹㅇㅂㅂㅂㄱ
ㄴ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 신상은커녕 클래스도 아무도 모르니까
ㄴ업적치로 모나미 누르려면 화력이 있어야 하니까 마법사일 확률이 크지 않냐? 여튼 검사는 아닐 듯
ㄴ랭킹 1위에 검사 클래스였으면 이미 시도해 봤겠지…… 방구는 아닐듯
- 결국 오늘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 향후 10년 안에 나오긴 나오려나 지금이 헌터 1세대라고 보는 시각이 많던데 연구 진행되면 3세대쯤엔 가능할지도
ㄴ그래도 엑스칼리버는 1세대가 뽑아줘야 간지킹인데
ㄴ한국 이야기인데 이렇게 근본없는 외국어 드립이라니
ㄴ세종대왕 납셨다 게시글 내려라
* * *
정정하겠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며 몇 시간 전의 내 발언을 겸허하게 취소했다.
아무리 나라도 한라산은 못 뽑는다.
어우, 큰일 날 뻔했네.
“그나저나 저거 야자수 아니야?”
저게 원래 한국에서 자라는 품종이던가? 아니, 아마도 인위적으로 심은 거겠지?
주위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연신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 양태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거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건데, 처음 보셨어요?”
“어, 나 제주도 온 거 처음이야.”
그렇다. 이곳은 제주도였다.
고등학생 때는 제주도라는 장소가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였다.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으니까.
“헐, 보통 수학여행 때 오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만 나는 수학여행을 안 갔다. 성인이 되면 가 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렇게 오게 될 줄이야.
하여간 한라산에 가 보기로 결정하자마자 가장 빠른 표를 사서 내려온 것인데도, 애초에 만난 시간이 오후이다 보니 시간은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제주도의 날씨는 겨울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섬이라 그런 건지 바람이 아주 거셌다.
“그런데 누나, 왜 그렇게 춥게 입었어요?”
“금방 집에 들어갈 줄 알았지.”
능력치 덕분에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벼운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 누가 봐도 겨울 날씨에 적합한 차림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서울의 낮은 이제 꽤 따뜻해졌단 말이다. 제주도에 올 줄 알았더라면 재킷이라도 하나 걸치고 나올 걸 그랬다.
“뭐, 하여간 얼른 실내로 이동하자. 여기서 택시라도…….”
막 양태원과 이후 계획을 상의하려고 했을 때였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당연하게도 이우연이었다.
아니, 이 녀석 정도밖에 연락이 올 곳이 없긴 하다만…… 무슨 일이지?
“어, 이우연? 누나, 이우연이랑 아는 사이에요?”
내가 핸드폰을 꺼낼 때 옆에 꼭 붙어 있었던 양태원도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았다.
“친해요? 친한 사이에요? 무슨 사인데요?”
무슨 따발총처럼 말하는군.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안 친하…… 지는 않네. 적당히 친해.”
친하지 않다고 하기에는 집들이까지 했다.
아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한국에 있는 사람 중에선 이우연과 제일 친한 것도 사실이다. 비교군이 아주 협소하다만.
일단 전화부터 받자.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한 건지도 모르니까.
나는 약간 긴장한 채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자기야, 뭐 해?
“죽고 싶냐?”
나는 대체 무슨 걱정을 한 거지? 전화를 받자마자 끊고 싶어졌다.
전화 너머로 이우연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질색하는 걸 보고 놀리는 데 맛이 들린 모양이다.
- 아, 알았어, 알았어. 끊지 마.
“그럼 안 끊게 용건이나 말해.”
- 그나저나 전화라도 받으니 다행이긴 한데, 이래서야 내가 당신한테 아이템을 준 이유가 없어지지 않아? 어지간하면 귀걸이 좀 하고 있어.
“……그냥 무슨 일인지나 빨리 말하라고. 나 바빠.”
- 어? 왜 바빠? 저번 던전 공략은 당일치기로 끝났다고 들었는데.
이쯤 되면 정부가 무능한 건지, 이우연의 정보통이 유능한 건지 모르겠군. 게다가 바쁘다더니 순 거짓말인 것 같은데.
“다른 던전 공략하러 왔어. 그래서 용건이 뭐냐니까?”
내가 재촉하자 거기서 처음으로 이우연이 약간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 용건은 딱히 없는데…… 없으면 연락하면 안 되는 거야?
“응?”
- 나야 그냥 오늘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했지. 마침 당신 집 근처에 와 있기도 하고.
나는 침묵했다.
이게…… 차라리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전화로 풀이 죽은 것 같은 목소리만 들리니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 나는 제주도라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대답하려는데.
“웩. 이우연 맞아? 미쳤어.”
옆에서 양태원이 토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멈칫했다.
이거, 목소리 전화로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 너머가 무섭게 조용해졌다.
- ……양태원?
우와, 이거 이우연 아니지.
나는 저도 모르게 핸드폰에서 귀를 떼어 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 거기 왜 양태원이 있어?
이어서 들리는 말투와 목소리가 아주 낯설었다.
와, 평소에 나한테 내숭 떨고 다니는 거야 알고 있었다만, 알고 있었는데도 소름이 돋았다.
나는 팔뚝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일이 좀 있어서 태원이랑 같이 제주도에 왔어. 그래서 오늘 저녁은 안 되겠다.”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양태원은 끊임없이 제 목을 잡고 온갖 시늉을 다 하는 중이었다. 이건 이것대로 아주 꼴 보기 싫다.
한참 후에야 이우연이 침묵을 깼다.
- 태원이?
“어? 어, 양태원 헌터. 아는 사이 아니었어?”
-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하하하. 이거 아주 어이없네. 예나야, 태원이 좀 바꿔 줄래? 저 새끼 방금 내 이름 불렀지?
“응, 그랬네.”
“아이고, 또 저놈의 병이 도졌네. 형이라는 소리 안 들으면 죽는대?”
내 옆에서 이우연의 목소리를 들은 양태원이 이죽거렸다.
이우연은 침묵 중이었다. 그 간극이 이제 슬슬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이해한다, 이우연. 아무리 그래도 다섯 살 많은 형인데. 나 같아도 꿀밤 한 대 정도는 쥐어박아 주었을 것이다.
아니지, 같이 던전 공략한 의리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한 대 쥐어박아 줄까.
내가 주먹을 쥔 순간 눈치 빠르게도 양태원이 헤헤, 웃으면서 먼저 물러섰다.
“아, 통화하는 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누나. 우연이 형 목소리 오랜만에 들으니까 너무 반가워서 그랬어여.”
순간 핸드폰 너머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태가 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기 전에 나는 대강 내 선에서 통화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우연, 할 말은 있겠지만 나중에 해라. 나 지금 던전 공략하러 내려온 거라서 지금 양태원이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거든.”
“누나!”
- ……당신이 제주도에 볼일이라니. 설마 한라산 그거?
이래서 눈치 빠른 놈이랑 대화하기 싫다니까.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인 이우연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 진짜? 당신, 엑스칼리버 뽑으러 가?
“……너희들 말이야, 한국 놈들이 엑스칼리버가 뭐냐? 혹시 국적이 영국이야?”
- 아니, 그렇게 재미있는 걸 하러 가는데 나는 왜 안 불러? 나도 당신이 검 뽑는 장면 라이브로 보고 싶은데.
누가 들으면 내가 검 뽑는 걸 예약이라도 한 줄 알겠다.
- 그건 그렇고, 검 뽑으러 가는데 양태원이 왜 필요해? 둘이 언제부터 아는 사이였고?
질문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걸 설명하려면 내가 마계로 이어지는 던전을 뒤집어 놓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마디로 불가능했다. 설명해 줄 생각도 없고.
나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네. 못 뽑을 수도 있는 거니까 벌써부터 호들갑 떨지 마.”
- 응? 천하의 강예나가 그게 무슨 말이야.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다, 너.”
- 에이,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어지간히 승산이 있으니 도전하는 거 아닌가? 당신이 아니면 누가 그걸 뽑겠어?
웃기고 있네.
이우연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저 녀석이 꽤 냉정하게 승산을 가늠하는 성격이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백록담의 천부인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근거는 아무 데도 없다.
그걸 모를 리 없는데 저런 낙관적인 말이라니.
그냥 내가 평소와 다르게 처져 있으니 위로한다는 것이 뻔하게 보인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뭐. 나도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하긴 했지.
“승산이 무슨 상관이야. 내가 승산 있는 싸움만 하는 겁쟁이라고 생각해?”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잠깐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곧 이우연이 피식 웃었다.
이제 이우연도 언제 화를 냈는지 모를 정도로 평소와 별반 다름없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
- 오, 강예나. 진짜 멋있다. 이러다 반하겠어.
“그건 싫다.”
그렇지 않아도 다루기 힘든 녀석이 더 다루기 힘들어지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한 번 더 이우연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알겠어. 그럼 나는 혼자 쓸쓸하게 저녁 먹어야겠네. 서울 올라오면 연락해. 성공하면 문자 정도는 넣어 주고. 그럼 수고~.
중간에 양태원의 목소리가 난입한 덕분에 화를 냈던 것치고 전화는 깔끔하게 끊어졌다.
그게 신기했던 건지 양태원이 묘기라도 본 것처럼 박수를 쳤다.
“와, 둘이 진짜 그냥저냥 친한 사이에요? 엄청 친한 것 같은데.”
“너 그러다 진짜 이우연한테 한 대 얻어맞는다. 울어도 난 몰라.”
서로 싫어하는 건 알겠다만, 내가 볼 때 아무래도 싸우면 양태원이 밀릴 것 같다. 그것도 붙으면 아주 엉망진창으로 맞을 것 같은데.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양태원이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저도 꽤 하거든요? 랭킹이야 업적치 기준이라서 낮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금방 올라갈 거예요.”
그야 양태원도 헌터로서 강점이 있기는 하지.
하긴, 미래의 일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냥 두 사람이 싸우면 둘 다 응원해 줘야겠다.
“하여간, 이제 어떡할까? 택시라도 잡아서 바로 백록담으로 가면 되나?”
그나저나 뭐 그런 곳에 던전이 생겼대. 왜 던전이 생기는 족족 산이냐고. 누가 국토의 약 70퍼센트 이상이 산 아니랄까 봐.
“아뇨, 벌써 날이 저물었잖아요. 이럴 때 산을 올라가서는 안 돼요.”
양태원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기에 나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무슨 무속적인 이유라도 있는 거야?”
“뭔 소리예요. 밤에 등산하는 건 위험하니까 그렇죠. 거기다 올라가는 것만 해도 4시간 정도 걸릴걸요?”
아, 그건 치명적이군.
사실 나야 지금 당장 올라가도 상관없지만 양태원은 이미 체력적으로 약간 지친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런 상태로는 억지로 데리고 가 봤자 효율이 좋을 리 없다.
“그래, 그럼 근처에서 하루 자고 내일 아침에 올라가는 걸로 하자.”
공항 근처에 호텔이 있을 테니 적당한 곳을 찾아 하루 머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태원이 이렇게 제안했다.
“아뇨, 돈 아깝게 무슨 호텔이에요. 그냥 우리 집으로 가죠?”
양태원이 씩 웃으며 덧붙였다. 윙크하는 꼴이 가관이다.
“어때요. 콜?”
에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불량 청소년에게는 교육상 따끔한 한 대가 필요할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