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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00화 (101/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00화

달력을 넘기다가 정소현은 문득 웃었다. 그걸 보고 동생이 과일을 깎다가 말고 타박을 했다.

“뭐가 좋다고 웃고 있어?”

“그냥. 내가 해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당연히 넘기겠지. 올해 일주일밖에 안 남았거든?”

과일을 깎던 손길이 잠시 멈칫해서 정소현은 잠시 동생에게 미안해졌다.

신내림을 받은 어릴 때부터 정소현은 동생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는 거의 연락이 끊겼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시야가 다른 정소현과 동생의 사이가 좁혀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정이 많은 애라서 아예 인연이 끊기지는 않았다.

아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야 조금 친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로군.

정소현은 드물게 눈이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웃었다.

청룡이 흐린 하늘을 유유히 배회하는 풍경이 눈에 비쳤다. 구름 속을 청룡의 몸체가 지날 때마다 황홀한 푸른빛이 물에 푼 물감처럼 번졌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네게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싫어.”

동생이 딱 잘라 거절했다.

동생은 귀신을 사람처럼 보는 정소현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영적인 것들을 배척하는 성격으로 자랐다. 그게 둘 사이가 소원해진 이유기도 했고.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태원이나 더 신경 써 줘. 내일 퇴원하는 거 맞지?”

그렇지만 일 년 전쯤 정소현이 한라산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와 준 것도 동생이었다.

심지어 직장 때문에 강원도 쪽에서 살고 있었는데 휴직계까지 내고 입원한 정소현 대신 태원이를 돌보고 있었다.

정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얼마 만에 다시 들어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소현은 그 말을 목 뒤로 삼켰다.

그래, 정소현은 그 밤 이후로 살아남았다.

실체를 가진 악귀의 손이 자신의 배를 뚫고 지나가 모든 생기를 빼앗아 가던 것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정소현은 병원에 닿을 때까지 생명을 유지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유를 전혀 모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몸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었다.

의식을 아주 오래도록 잃고 있었고,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중환자실에 있어야 했다.

일반 병실로 옮긴 후로도 부러진 뼈가 붙을 때까지 또다시 몇 달.

그러고 나니 이미 두 번의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겨울이 깊어지는 동안 퇴원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몸의 상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계속 병원으로 돌아오기를 또 여러 번.

정소현은 자신의 수명이 끝나 가는 것을 천천히 느끼고 있었다.

한라산의 끝, 백록담 위에서도 이미 그걸 느끼고 있었지만…… 그때는 다행히도…….

정소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는…… 누군가가.”

“뭐?”

동생이 다 깎은 과일을 플라스틱 접시에 늘어놓다가 고개를 반짝 들었다.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뭔가 기억난 거 있어?”

정소현은 그런 동생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미안. 아무 생각도 안 나.”

1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 없는 대답에 동생이 실망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과일을 이쑤시개로 찍어 건네주었다.

동생은 과일을 정말 못 깎았다.

“그래, 뭐.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기억을 못 하기도 하니까.”

그랬다.

정소현은 자신이 왜 일 년 전 그날, 한라산 정상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는지 도통 기억하질 못했다.

남아 있는 기억은 그저, 어떤 악귀에게 당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는 것뿐이다.

아마도 악귀에 홀린 것이겠거니, 그렇게 추측하고 있기는 했지만 청룡이 아무런 대답도 들려주지 않는 것이 수상쩍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는 그날 밤 한라산으로 갔던 걸까?

“그 범인 자식, 잡히기만 해 봐라.”

“아직도 찾고 있어?”

“당연하지! 목격자도 없고 산 입구 CCTV에도 잡힌 게 없어서 문제긴 하지만…….”

그러다가 동생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본인 일인데 나한테 그렇게 태평하게 물어볼 일이야?! 언니 몸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찾자는 건데. 억울하지도 않아?”

“억울하기야 한데…….”

정소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픽 웃었다.

“왠지 안 잡힐 것 같아서.”

그러자 동생이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정소현을 노려보았다.

“또 그 귀신 어쩌고 하는 이야기야?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래?”

“음, 그래. 알았어. 안 할게.”

“……언니 진짜 많이 변했다. 원래라면, 네 눈이 둔해서 안 보이는 걸 나더러 어쩌냐고 대꾸했어야 하는데.”

정소현이 사과하자 동생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하기야 동생의 말대로, 예전에는 동생과 참 많이도 싸웠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동생이 저렇게 말해도 그리 속상하지 않았다.

죽음이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새는 어쩐지 속에 얹혀 있던 응어리가 풀린 느낌이야.”

언제나 억울했었다. 남들이 왜 내 눈에 보이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평생 인간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악마와 싸워 왔다. 그러다가 정작 자신의 소중한 것을 많이도 놓쳤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평생을 바친 것은 아니되, 그래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했던 것 같다.

그런 굴곡진 덩어리가 언제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가벼워졌다.

희미한 기억 속의 누군가가 손을 뻗어 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배가 한 번 뚫려서 그런가?”

“미쳤어? 농담을 왜 그딴 식으로 해? 그럴 정신 있으면 잠이나 자!”

동생에게 등짝을 맞아 가며 정소현은 천천히 침대를 눕혔다.

창밖에서는 청룡이 아직도 오랜만에 눈이 오는 제주도의 하늘을 배영하고 있었다.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눈이 드문 지역이라 그런 걸까.

하기야 조금만 지나도 이 눈이 곧 비로 바뀔지 모르니 지금 즐겨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겨울밤의 폭우는 아주 춥고 힘든데, 이번에는 좀 더 튼튼한 우산을 사 둬야…… 그렇게 생각하던 정소현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두서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우스웠다.

기억을 잃었던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나긴 일어났었구나.

그리고 그건 아마 생각만큼 잔인한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수명이 끝나 가는 걸 알고 있는데도 어쩐지 후련한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우리 애 앞가림은 하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일 동생과 함께 변호사를 찾아가서 여러 절차를 밟고 나면, 적어도 아직 어린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밥 굶을 일은 없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세상을 떠났더라면 할 수 없었을 조치를 이렇게나마 취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그리고 내일 눈을 뜰 것을 확신하며 정소현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   *

정소현이 잠들어 있는 곳은 제주도의 한 납골당이라고 했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들를까 했지만, 내가 무슨 염치가 있겠나 싶어 관두었다.

양태원에게 변명할 말도 마땅치 않고.

어쨌거나 정소현은 그 후로 1년을 더 살면서 병원 신세를 제법 오래 졌다고 들었다.

그건 내가 쏟아부은 수많은 포션이 어떻게든 도움이 됐다는 의미기도 했고…… 거꾸로 말하자면, 포션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겨우 1년밖에 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게 청룡이 말하던 천명의 뜻이었을까.

그래, 살아 있는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기야 하겠지.

어제 들끓던 분노나 자괴감 같은 것은 청룡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어쨌거나 정소현이 홀로 외롭게 백록담 정상에서 죽어 가지는 않았다고 하니까.

“……이걸로 된 건가.”

그래, 된 거지.

자문자답이었다.

더 이상 내가 이 일에 얽매일 필요는 없었다.

청룡의 말대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제 무척이나 바빴다. 이번 던전을 겪으며 알게 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정리해 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심지어 아직 시스템 보상창도 까 보지 않았다.

내가 갈 길이 앞으로 구만리는 남았고, 심지어 그것도 가시밭길일 텐데 남을 신경 쓸 여유가 어디에 있어.

“…….”

심지어 나는 정소현이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했다. 던전 속에서 겨우 며칠, 그것도 시스템에 엮여서 우연히 스쳐 지나간 인연에 불과하다.

괜히 여기에 얽매여 심력을 소모할 필요 없단 것이다.

“아, 짜증 나.”

그렇지만 굳이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필요를 넘어선 감정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래, 남은 건 내 감정의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결국 모든 생각이 하나의 의문으로 귀결되었다

내가 혹시…….

내가 릴리스를 혼자서 상대할 만한 힘이 있었더라면.

혹은, 릴리스에게 멍청하게 속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정소현이 나를 밀치고 릴리스의 공격을 대신 맞지 않았더라면…….

잘 모르는 여자지만, 그래도 정소현이 더 오래 살 수 있지는 않았을까.

딱히 정소현더러 영원을 살라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현재로 돌아와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건넬 수 있을 만큼…… 딱 그 정도의 시간만.

그런 생산성 없는 의문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질겅.

저도 모르게 담배 필터를 짓씹다가 캡슐을 톡 터트리고 말았다. 인공적인 향이 거북해 금방 입에서 뱉었다.

이건 버려야겠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피울걸.

“담배 피워? 몸에 좋을 거 없는데.”

도로 건너편에서부터 들리는 발걸음 소리 때문에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물었다.

“누구세요?”

“정말 정체를 숨기고 싶었다면 나한테 그 아이템에 대해서 알려 주지 말았어야지.”

파란 하늘을 등 뒤로 둔 이우연이 천사처럼 웃으며 비꼬았다.

“내 세상에서 이렇게 보이는 건 당신밖에 없거든.”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사실 아까 정부에서 파견한 조사단에 이우연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 일부러 가면을 쓴 것이었는데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런데 저게 말이 되나? 애초에 이 가면은 상대방의 인지를 흐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만한 아이템을 눈치 하나로 간파할 수가 있지?

“너는 어릴 때 만화 영화도 안 봤어? 이런 건 끝까지 모르는 척하는 거야.”

“그런 걸 바랐으면 최소한 앞머리 정도는 길게 기르고, 마법 요술봉을 휘두르며, 풍선 정도는 탔어야지.”

“검이라는 이름의 요술봉은 있는데.”

하는 일도 대개 비슷한 것 같기는 하다.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적의 입을 영원히 봉인해 버린다는 점에서.

천천히 다가온 이우연이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살기는 없었기에 그대로 두었더니 손가락이 가면 위를 스쳤다.

“이거 좀 벗어 봐. 그래도 오랜만인데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게 낫잖아.”

“누군지 안다면서 얼굴은 뭐 하러 봐.”

“얼굴을 꼭 사람을 분별하려고 보는 건가? 그럼 내 얼굴이 이렇게 잘생길 필요가 없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우연의 손을 쳐 냈다.

“귀찮아하는 거 안 보여? 좀 꺼져.”

으음, 이우연이 내게 쳐 내진 제 손을 바라보면서 불쾌하거나 기죽은 기색 하나 없이 빤히 웃었다.

“내가 귀찮다기보다는 우울해 보이는데? 그럴 땐 혼자 있는 거 아니야. 그래 봤자 생각만 많아지거든.”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아는 거야 없지.”

아는 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우연은 지금 잘난 체를 하고 있었다. 코가 산만큼 솟아 있는 것 같은데. 피노키오 아니야?

“그렇지만 천부인쯤 되는 걸 얻은 던전 안에서 뭘 겪었을지 자세한 건 몰라도, 같은 헌터 입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뻔한 일 아냐? 어마어마하게 굴렀겠지.”

그거야 그랬다. 망할, 진짜 잘났네. 별로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그냥 코웃음을 쳤다.

결국 내 얼굴에서 가면을 벗기는 건 포기한 이우연이 내 옆 가드레일에 몸을 기댔다.

“하여튼 축하해. 그놈의 한라산 엑스칼리버가 드디어 주인을 만났네. 그런데 그런 걸 양태원한테 빌려줘도 돼?”

“빌려준 거 아니고 준 거야. 저거 내가 가져 봤자 쓸모없는 물건이거든.”

클래스상으로는 나도 장비 가능한 물건이었다만, 저 제사용의 둥글둥글한 날을 가진 청동검으로 몬스터 대가리를 벨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게다가 같은 성검이라면 나는 내 손에 익은 믿음직한 파트너가 있으니까.

이우연이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빠르게 긍정했다.

“하기야 쓸모없는 물건이라면 쓸 수 있는 인간에게 주는 게 던전 클리어에 효율이 좋긴 하겠지. 물론 양태원이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 혹시 태원이 싫어하냐? 괴롭혔어?”

“왜 갑자기 주먹을 쥐고 그래? 내가 뭘 괴롭혀. 그냥 기어오르길래 단련 좀 하려고 적당히 굴려 준 거…… 악!”

등을 철썩 얻어맞은 이우연이 자세를 굽혔다. 눈에 억울함이 차 있었다.

“지금 내가 그 새…… 녀석 괴롭혔다고 때린 거야?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건데?”

“안 친해졌고, 어린애잖아.”

“우리랑 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시끄러워.”

“벌써 차별까지 하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나랑 베프 먹은 거 아니었어? 집들이도 한 사인데.”

“베프는 무슨. 십 년은 이르다.”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뀔 시간이긴 하네. 뭐, 어쨌거나…….”

이우연이 고개를 숙인 내 시선에 맞추어 무릎을 모으고 앉아 밑에서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키가 훌쩍 크다는 게 보여서 아주 열 받는 지점이었다.

“시끄러워지기 전에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왔어.”

“뭔데.”

“같은 헌터로서 나는 이번 강예나 씨의 행보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우연은 미소 한 점 없이 말을 이었다.

“당신의 활약으로 이렇게 또 하나의 미공략 던전이 사라졌으니, 마땅히 모두가 감사해야 할 일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나름대로 진지한 어투기는 했지만, 나는 왠지 이우연의 이마라도 툭 쳐서 바닥에 주저앉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느꼈다.

저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라도 찧으면 볼만하겠는데.

하지만 그래도 이우연의 말이 가식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한숨과 함께 이상하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힘들긴 했다. 진짜.”

내 말을 들은 이우연이 피식 웃었다.

“그래, 고생했어.”

아무것도 아닌 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이우연이 손으로 제 눈을 가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음, 비가 오려나? 구름이 많네.”

“비 올 날씨 아니잖아.”

“와도 이상하지 않다니까. 이거 내가 장담하는 거야. 날씨란 게 워낙에 변화무쌍하잖아.”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변명을 하기엔 구름 하나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정도껏 해야 넘어가 주든가, 하지.

결국 나는 이우연의 이마를 톡 쳐서 바닥에 주저앉혔다.

“안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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