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09화
백사현이 그 인터뷰를 접한 것은 마침 광고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게 뭐야?”
“어, 어? 무슨 일이야?”
매니저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물었지만 백사현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난 매니저는 차가 빨간 불에 걸리자마자 고개를 돌려 백사현을 돌아보았다.
“왜 그래, 사현아?”
하지만 백사현은 답이 없었다. 백사현은 핸드폰에 눈이 파묻힐 것 같은 기세로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운전 중이라 매니저는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대답도 재촉하지 못하고 백미러로 백사현의 안색만 살펴야 했다.
어쩐지 점점 퍼렇게 질려 가는 것 같기도 했다.
‘왜 저래?’
최근에는 그래도 꽤 얌전해지긴 했지만, 매니저 입장에서 백사현이란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지금도 어쩐지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저러다 또 내일 스케줄 펑크 낸다고 하면 어쩌지?
매니저가 끔찍한 상상을 하든 말든, 백사현은 포털 메인에 뜬 기사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때는 월요일 오후 3시.
수많은 직장인들이 월요일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식곤증에서 겨우 벗어나 퇴근만을 손꼽을 시점에 뜬 기사였다.
덕분에 백사현뿐만 아니라 그 기사를 발견한 숱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단독] 현 랭킹 1위 헌터의 심경 고백…… ‘나한테 왜 그럴까? 그저 평범한 헌터로 살아왔을 뿐.’
본래 대한민국은 헌터 랭킹이 발표된 시점에서 한 번 뒤집어졌었다.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 헌터가 1위를 차지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랭킹 1위인 ‘방랑하는 구도자’가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했던, 속칭 한라산 엑스칼리버를 손에 넣게 되면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꽤 많은 헌터들이 공익을 핑계로 대며 랭킹 1위에게 정체를 밝히고 제대로 다른 헌터들과 공략 정보를 나누라 종용했고, 그 수위가 비판이 아니라 비난에 가까운 것도 화젯거리였다.
물론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저 비난이 정말로 공익을 위한 게 아니라 헌터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모든 사람들이 그 익명의 1위 정체를 궁금해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익명의 1위는 인터넷상에서 가해지는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인터뷰가 떠오른 것이다.
당연히 어떤 사람이든 주목할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했다.
과연 익명의 랭킹 1위 헌터는 어떤 인물일 것인가?
기사 내용은 이랬다.
……
…
- 해당 인터뷰는 신원 보호를 위해 철저한 익명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Q. 먼저 우리 언론사를 찾아 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떻게 당사와 인터뷰를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A. 제일 유명하고 화제성이 있어서 골랐다.
Q.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익명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신원을 밝힐 생각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A. 평범한 사람으로서 내 정보를 굳이 타인에게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도 계획은 없다.
Q. 그럼 인터뷰를 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헌터 협회를 비롯해서 많은 헌터들이 나를 찾길래 나도 답례로 입장 발표 정도는 해 둬야 할 것 같았다(웃음).
Q. 어떤 입장을 발표하려는 것인지.
A. 간단하다. 나는 평범하게 던전을 클리어해 업적치를 쌓았고, 시스템 기준으로 1위였던 것뿐이다. 바라는 것과 달리 딱히 밝힐 만한 특별한 정보나 치트키 같은 건 없었다.
Q. 그렇다면 일단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던전을 클리어한 업적자이니까.
A. 감사를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다.
Q. 하지만 일부 헌터들은 랭킹 1위 헌터의 플레이어명인 ‘방랑하는 구도자’라는 이름을 던전 클리어 기록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글쎄, 시스템보다는 본인들의 눈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 잘 찾아보면 내 이름이 있는 던전이 있을 거다.
……
…
여기까지 읽고 백사현은 비명을 질렀다.
“이거 미친 거 아냐?!”
물론 백사현은 지난 일산 호수 공원에서의 일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여자가 상당히 만만찮은 성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방심하다가 한 방 얻어맞고 만 하루를 꼬박 기절해 있기도 했었고.
그렇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대책 없는 성격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통렬히 다른 헌터들을 비꼴 줄이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은가?
‘그야, 엄청 세기는 했지만!’
그 정도 실력이라면 누가 덤벼도 무섭지는 않겠지만, 백사현은 속으로 꿍얼대기 시작했다.
그래, 뭐. 근거 있는 자신감인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비꼰다고?
하지만 놀라운 것과 별개로 인터뷰가 흥미롭기는 했다.
백사현은 계속해서 인터뷰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Q. 성격이 아주 화통하신 것 같다.
A. 본래 말을 잘 못한다.
Q. 정부 측도 정체를 모른다고 하던데.
A. 낭설이다. 정부는 개인 정보 보호법을 잘 지키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니까(웃음). 그 외에도 내 정체를 알고 있는 헌터들이 몇 있다. 다들 내 의사를 존중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이왕 법치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헛소리에는 법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Q. 말을 잘못한 것 같다(웃음). 그 외의 계획은? 던전 클리어라든가.
A. 앞으로는 미공략 던전 클리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다른 헌터들도 나와 함께 미공략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Q.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혹시 함께 던전을 공략하고 싶은 헌터가 있다거나, 혹은 길드에 가입할 예정이 있는지?
A. 아직은 없지만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긍정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다들 힘을 보태 주길 바란다.
……
…
“오늘 인터뷰 고맙다…… 당연히 고맙겠지!”
백사현은 인터뷰의 끝마무리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인터뷰를 한 언론사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언론사는 아마 이게 웬 떡이냐, 싶었겠지. 이렇게 조회 수가 잘 나올 만한 내용에 자극적인 워딩을 쓰는 화제의 인물이라니!
백사현이 언론사 사장이라면 가는 길에 레드 카펫이라도 깔아 주었을 거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매니저가 고개를 쭉 빼고 묻는 것에 백사현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랭킹 1위께서 아주 대단한 인터뷰를 하셨어.”
“헉, 랭킹 1위? 왜, 정체라도 밝혔어? 뭐 하는 사람이래?”
“정체는 안 밝히고 어그로만 끌었어.”
물론 헌터 협회 쪽이 먼저 시비를 걸기는 했다.
하지만 저쪽이 적당히 장갑만 던진 수준이라면, 랭킹 1위라는 헌터는 그 답례를 한답시고 주먹으로 뺨을 갈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헌터 협회랑 척을 지려는 건가?”
이렇게 대놓고 헌협 놈들이 하는 짓이 개수작이라는 인터뷰를 내놓다니.
물론 개수작이 맞기는 했다. 그들이 잘 살고 있는 1위를 굳이 자극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개인적으로 심사가 꼬인 몇몇 헌터들이 있기야 했겠지만, 결국 헌터 협회의 목적은 랭킹 1위 헌터 또한 헌협에 소속시키려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은 정부와 길드들 간의 여러 문제가 수면 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였다.
당장 아이템부터 포션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에서 유통되니, 길드 입장에서는 애먼 수수료만 떼이는 데다 자금 경로가 너무 투명하다는 게 문제였다.
그 외에도 정부가 던전의 입장 인원을 통제하는 것 등, 헌협이 내세운 문제는 무척 많았다.
다만 누가 봐도 자본주의에 입각한, 누가 봐도 속이 시꺼먼 논리 때문에라도 여론은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헌협이 자신들의 입지를 늘리려고 필사적인 것이었다. 되도록 많은 헌터들, 특히 랭킹 순위권의 헌터들이 모두 헌협에 들어와야 자신들의 입김이 세지니까.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랭킹 1위 헌터가 헌협에 들지 않는 것은 헌협의 모양새에도, 위신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보면, 랭킹 1위는 헌협의 압박에 굴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이 인터뷰를 요약하자면, 현재 제기된 의혹은 모두 네놈들 눈깔이 삔 것뿐이고, 내 정체를 밝힐 의향은 없으니 꿈 깨란 뜻이지 않나.
그러면서도 길드에 가입할 생각은 있다는 여지는 남겨 두었다.
아마 지금쯤 헌협에 가입하지 않은 길드들은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헌협도 랭킹 1위가 저렇게 나오는 걸 보면 쓸데없는 중상모략은 관두어야 할 테고.
“아주 제대로 엿을 먹였네.”
그리고 이미 그 랭킹 1위와 만난 바 있었던 백사현은 주먹을 꾹 쥐었다.
이상하게도 약간의 고양감이 가슴을 스쳤다. 그 고양감에 취해 백사현은 홀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하기야 딱 봐도 완전 고집불통에 남 말 안 들을 성격 같았다니까.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너희들은 모르고 지껄이고 있는 거지만, 나만은 그 랭킹 1위의 실체를 알고 있다……!
백사현이 랭킹 1위와 마주쳤다는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 있던 매니저가 그 말을 듣고, 백사현의 구미에 딱 맞는 어벙한 질문을 던졌다.
“어? 저번에 만났을 때 그렇게 느꼈던 거야?”
“그래!”
백사현은 소리를 바락 질렀다.
그 기세에 애꿎은 매니저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며 구시렁댔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신 백사현은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댓글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제목 : 랭1 인텁 떴다
내용 :
링크>> hunXpatch.co.kr
- 인터뷰 본 순간 식곤증이 단숨에 날아감ㅋㅋㅋㅋ 눈뜨고 보니 벌써 퇴근 시간이네……
- 나도 눈 비비는 중…… 대박이네 성격 보인다 진짜 ㅋㅋㅋ
- 방구 개화통하네…… 완전 직설적이다……
- 그럼 결국 방구 입장은 던전 클리어하다 보니 어느새 1위였다…… 이거네?
└ 솔직히 이건 좀 멋졌다
└ ㅇㅈ
└ =3가 아니라 ‘방랑하는 구도자’라고 풀네임 불러 주고 싶어짐;
- 여튼 =3 말대로라면 헌터 협회랑 다른 헌터들이 말한 거 다 틀린 거네…… 의혹은 근거 없는 거고 정부가 정체 알고 있다잖아.
- 사실상 헌협이랑 현피각 세운 거 아님?
└ 입장발표(웃음) < 이러는 거 보니 그게 맞는 듯ㅋㅋㅋ
- 인터뷰 보니 이건 헌협이 무리수 둔 게 맞는 듯…… 그냥 평범한 헌터래잖어;
└ 그걸 믿냐ㅋㅋㅋ평범하게 헌터해서 어떻게 1위가 되냐~
- 방구 입장에선 억울하게 욕 먹은 거니 빡치긴 했을 듯. 안그래도 요새 몇몇 사람들이 과하게 어그로끈다 싶더니…… 금융치료라도 받길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터뷰에서 저러는 거 보니까 보통 성격은 아님
└ ㅁㅈ헌협 입장문은 그냥 개어그로 취급받앗네;
- 인터뷰 읽어 봤지만 헌협이 제기한 의혹 반박하긴 했는데 근거가 하나도 없음…… 난 중립기어박음
└ 중립기어 박으면 어쩔거임?ㅋㅋㅋ 랭킹 1위인 건 사실인데
└ 시스템한테 항의라도 할 건가 보지ㅋㅋㅋ
└ 솔까 몇몇 애들이 주장하는 대로 스킬이어도 뭐 어쩔 거임ㅋㅋㅋ 랭킹 1위라고 뭐 더 대접을 해 주는 것도 아닌데.
└ 왜 대접이 없다고 생각함? 시스템이 무슨 특혜를 주고 있을지는 모르는 거임. 솔까 한 달 만에 =3가 한 일들이 맨땅에서 가능했을까?ㅋ
└ 응 일반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구여~ 던전만 잘 클리어되면 장땡~
- 딴소리지만 성격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원래 헌터들 다 한 성격 함…… 던전 들어가서 칼질해야 하는데 일반 사람은 아니지…… 는 내 경험…… 헌터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울고 감
└ 왜 갑자기 모든 헌터들 싸잡는 것 같지? 성격 좋은 헌터도 있거든?
└ 이름 대봐
└ (대댓글을 달 수 없는 댓글입니다)
- 근데 인터뷰 보니까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 ㅋㅋㅋㅋ완전 던전 공략 처돌이 같은데? 완전 일반인인 내 입장에서는 반가움. 솔까 헌협 저러는 거 별로라서……
└ 모나미랑 천생연분이네…… 둘이 아는 사이일 듯
└ 모나미랑 사이좋기는…… 다른 건 몰라도 영원길드는 모나미 땜에 저렇게 나온 건데 웬수 사일듯
└ 모나미는 헌협 소속인데 뭔솔
- 아, 누가 후속 인터뷰 좀 따봐. 더 궁금해졌잖아!
- 이제 심층 인터뷰 나올 때까지 숨 참음 흡!
- 나 이제부터 미공략 던전 앞에 가서 죽치고 기다린다…… 방구 얼굴 도촬한다……
└ 헐 이거 가능할 듯 모든 파파라치가 다 포진하는 거 아님?ㅋㅋㅋ
“그게 잘도 가능하겠다.”
백사현은 댓글을 읽다가 결국 핸드폰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눈을 감은 것도 잠시, 백사현은 곧 눈을 뜨고 운전하는 매니저를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 어제 정부에서 오퍼 들어온 거 있잖아. 여의도 던전 조사단 참여!”
“응? 아, 그거. 네가 휴일에 그런 건 딱 질색이라고 해서 거절했는데.”
“아, 그걸 왜 벌써 거절해!”
매니저는 황당해졌다.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그런 쓸데없는 일은 당장 거절하라며 노발대발할 때는 어쩌고?
“지금 당장 다시 연락해! 할 거라고! 내가 갈 거야!”
“아, 알았어. 바로 연락해 볼게.”
백사현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매니저는 허둥지둥 핸드폰으로 소속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가 전화를 거는 것을 확인하며 백사현은 도로록 눈알을 굴렸다.
어제 조사단 참여를 거절한 것은 결과에 따라 귀찮은 일만 따라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혹시 마석이 무한정으로 채굴되는 던전이 정말로 미공략 던전이라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이라도 나 봐라. 헌협은 물론이고 다른 길드들도 아우성칠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하지만 랭킹 1위가 이렇게 인터뷰한 걸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 조사단에 랭킹 1위가 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정부에서는 그 여자의 정체를 안다고 했으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백사현은 주먹을 꾹 쥐었다.
‘다시 만나면, 그때는 진짜!’
진짜로!
* * *
“미묘하게 왜곡된 것 같은데.”
나는 인터뷰 기사를 보며 약간 감탄했다.
오늘 오후에 기사를 띄울 거라는 건 협의된 사항이었지만 전체 인터뷰를 읽는 건 나도 지금이 처음이었다. 워낙에 급하게 공개된 인터뷰라 어쩔 수 없었다.
내용을 읽어 보니 실제로 한 말이 맞기야 하지만 뉘앙스가 묘하게 달라졌다.
내가 저기서 웃었던가?
인터뷰를 전화로 진행했기에 저렇게 들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뭐, 내가 원한 키워드 자체는 다 들어갔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지정한 키워드는 ‘내 랭킹 1위는 정당함’, ‘신상을 밝힐 생각 없음’, ‘길드 가입에 대해서는 긍정적’, 이것뿐이었다.
물론 인터뷰하는 언론사 측에서는 정당하다는 근거라든가, 내 신상에 대한 은근한 떡밥, 그리고 긍정적인 가입을 고려하는 길드는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뽑아 주기를 바랐지만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내가 어떤 식으로 던전을 클리어해 왔는지는 김숙자 교수처럼 어느 정도 공신력 있는 인물에게만 밝히면 될 문제였고,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으니까.
그래서 인터뷰가 영 맹숭맹숭해진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걸로 내 목적은 그럭저럭 달성했다.
“어, 김숙자 교수님한테 연락 왔다.”
양이 많은 떡볶이를 소분해 주겠답시고 집에 들이닥친 이우연이,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곧 내게로 던져 주었다.
받아서 화면을 확인해 보자 메일 화면이 떠 있었다.
발신인은 김숙자 교수님.
“조사단 승낙 답변이 온 인원 목록이래. 특별히 원하는 사람 있으면 말하라는데?”
예상대로 만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