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16화
“그래서 결국 조건이 뭘까?”
이우연이 동굴 입구에 들어서며 말했다. 한참 일행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던 이선이 낄낄댔다.
“아까 셋이서 엄청 길게 토론하는 것 같더니 아직도 못 찾았어? 이야, 우연이 감 다 죽었다.”
우스갯소리에 이우연도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냥 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이래서 이선 헌터랑 던전 들어오기 싫다니까. 조금만 덜떨어진 짓을 하면 이렇게 뭐라고 하고.”
“원래 잘하는 사람이 삐끗할 땐 외부의 조언이 필요한 법이거든.”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이우연에게 눈치 주는 게 재미있는 것 같은데.
진입한 동굴은 제법 넓었다. 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락거려도 전혀 좁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입구가 넓은 것에 비해 동굴 안이 구불구불하게 꺾여 있어 햇빛은 비쳐 들지 않았다.
헌터들이 설치해 둔 조명 덕분에 아주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누구냐. 여기에 감성 전구 달아 둔 사람.
그리고 그 외에도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버려 둔 건지 공용으로 사용하는 건지 모를 물품들이 보였다. 한쪽에는 태극기를 걸어 두기까지…….
이렇게 보면 어디서 번데기라도 팔고 있을 것 같은데.
“겉보기엔 무슨 관광지 같은데 느낌은 오싹하네요.”
나처럼 초행길인 양태원이 주위를 둘러보며 제 팔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그러게 멋 부린답시고 가죽 재킷 하나만 덜렁 걸쳤을 때부터 알아봤다. 몸을 둘둘 감고 있는 청룡에겐 딱히 보온 기능은 없나 보다.
“무슨 몬스터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히 A급 이상이겠다.”
양태원처럼 오싹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이우연에게 적당한 아이템 하나를 넘겨받은 이후로 동굴 안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만만한 몬스터는 아닌 듯싶었다.
“나도 동의.”
이우연이 끼어들었다. 양태원이 그런 이우연을 노려보았다.
싸우지 마라.
어쨌든, 릴리스와 마주했을 때처럼 확연한 위압감을 느끼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직 클리어 조건이 나오기 전인데도 이 정도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몬스터의 급수가 높을 가능성이 컸다.
얼마 걷지 않아 동굴 내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 나타났다.
오른쪽은 제법 넓고 사람의 손을 탔는지 바닥이 반듯했다.
마석이 채굴되는 안쪽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반면에 왼쪽은 사람 둘이 같이 지나갈 수 있을까 말까 한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아니, 길이라기보다는 굴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보다는 짐승이 활용할 것 같은 길이었다.
나는 내 뒤에서 왼쪽 굴 안을 살피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우연에 이선 헌터는 10위권 안. 침묵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는 백사현도 30위권이고, 태원이도 아직 랭킹 순위가 높지 않다뿐이지 특수 클래스인 걸 감안하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인재다.
“우리가 왼쪽 길로 가죠.”
미탐험된 구역 쪽에서 뭐가 나올 확률이 높겠지.
“전 찬성.”
내 제안에 넉살 좋게 끼어든 김하현도 초면이지만 이선이 여기에 끼워 넣은 걸 보면 실력은 있을 것이다.
이선도 동의했으므로 길은 쉽게 갈렸다.
2조의 헌터들은 오른쪽 길로 빠졌고, 3조에 속한 헌터들은 왼쪽 굴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전혀 빛이 들지 않는 굴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마법도 좋지만 전통적인 방식이 최고지.”
그렇게 말하며 이우연이 돌멩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적당한 크기의 짱돌이었다.
그가 뭘 하려는지 알아챈 내가 한마디 했다.
“힘 조절 잘해라. 괜히 부수지 말고.”
“당신까지 잔소리야?”
굴 안으로 돌을 던지자 한동안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가 나더니 어느새 소리가 뚝 멈췄다.
그리고 한참 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은 텅, 하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나와 이우연은 동시에 마주 보았다.
“길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밑으로 떨어지는 구멍이 있나 본데.”
“소리가 멈춘 다음 다시 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 구멍이 꽤 깊은 것 같아.”
“그럴 수 있어요. 여기는 아직 미탐색 지역이라 뭐가 나올지 몰라서…… 다들 마석 채굴하느라 신경들을 안 쓰기도 했고.”
이선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만큼 여기에서 클리어 루트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단 거지.”
이우연이 굴 안을 바라보았다. 훤칠한 키를 가진 그가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넓이밖에 되지 않았다.
양태원이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재수 없어,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만, 만일 몬스터가 출현한다고 해도 검을 휘두를 만한 공간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것 같긴 했다.
진입이 까다롭긴 하군.
“……그런데 말이야. 굳이 이 던전, 공략을 진행해야 해?”
다들 돌아가며 굴 안을 살펴볼 때였다.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던 백사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백사현은 잠시 움찔했지만 도로 입을 다물지는 않았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미공략 던전이라고 했던 말을 못 믿는 건가?”
“그런 게 아니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사현이 울컥하며 말을 이었다.
“단지 클리어 조건이 안 나온 상태로 내버려 두면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뭐?”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놔두면 되지 않아? 이렇게 방치해도 포화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굳이 들쑤실 필요가 있나, 싶은데.”
내가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백사현의 말을 들은 이선의 눈길이 사나워졌다. 관자놀이를 짚고 있는 걸 보니 직장인의 특성이 도진 모양이다.
“저기요, 백사현 헌터. 이곳이 던전인 이상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던브라도 터지면요?”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대체 왜 하냐고요. 저는 그냥 조사대인 줄 알고 왔을 뿐인데…….”
백사현이 그렇게 웅얼거리다가 이번에야말로 내 시선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이선이 차갑게 말했다.
“말씀드렸지만, 중도 퇴장하셔도 상관없어요.”
그렇게 두려우면 이선의 말대로 던전에서 나가면 될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백사현은 의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제 의견은 그렇다고요.”
“아, 그래요.”
그러니까 결국 쓸데없는 소리였다. 제대로 된 의견도 아닌데 그냥 하기 싫어서 딴지만 걸었다는 소리밖에 더 되나.
이선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자신이 이 얼렁뚱땅 만들어진 공략조의 리더라는 입장을 떠올린 것인지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았다.
뭐, 사실 놀랍지는 않았다. 갑자기 목숨 걸고 몬스터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게 생겼으니 백사현이 저렇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공명심을 가지고 있는 쪽이 특이한 일이지.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반면에, 백사현의 딴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마력을 흘려보내 굴 안을 탐지하고 있었던 이우연이 반짝 눈을 떴다.
“한 500미터 앞에 밑으로 빠지는 구덩이가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 밑으로는 도통 뭐가 안 잡히네. 꽤 깊은 것 같아.”
“그럼 무작정 뛰어내리는 건 위험하겠네.”
“나는 날아서 내려가면 될 것 같긴 한데.”
이우연이 제 등 뒤로 두 손을 날개처럼 파닥여 보였다. 웃기지도 않은 짓이 제법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은 얼굴 덕분일 것이다.
이우연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모두가 곧바로 내려가는 건 위험할 것 같군요. 그러니 저랑…… 음, 방랑하는…….”
“그만 처웃어. 맞는다.”
“흠흠. 우리 두 사람이 먼저 가는 걸로 하죠. 나머지는 혹시 모르니 대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선 헌터 생각은요?”
“그게 낫겠다.”
일행을 둘러본 이선이 순순히 동의했다.
나도 이의는 없었다.
이선은 여기뿐 아니라 다른 조들의 상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니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되고, 백사현은 벌써부터 딴지를 거는 걸 보니 들여보냈다간 별 소득도 없을 게 뻔했다.
또 김하현은 아예 초면이라 논외고, 양태원은 내 개인적인 감정을 차치하고서도 지원형에 가깝다. 초반 진입 멤버로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손발이 맞는 이우연과 진입하는 게 편하다.
“저도 별 불만 없습니다.”
김하현은 그냥 어깨를 으쓱였고, 백사현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으며, 양태원은 부루퉁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치고, 저는 왜 빠져요?”
“양태원, 너는 그런 걸 굳이 묻는 시점에서 이미 탈락이야.”
“웩.”
그 반응에 이우연이 흔치 않게 얼굴에 짜증을 드러냈다. 애를 상대로 뭘 저렇게 열을 내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양태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필요하면 부를 테니까.”
“넵!”
“…….”
오, 이우연 빡쳤다.
이선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이우연 헌터와 제가 계속 텔레파시 스킬로 연락을 하고 있을 테니 혹시라도 우리가 진입할 상황이 되면 곧바로 알려 주세요.”
“그러죠. 그럼 내가 앞장설까?”
“아니, 넌 뒤로 빠져. 내가 간다.”
“성질은.”
나는 좁은 굴의 입구에 훌쩍 올라섰다. 안쪽에서부터 축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밖으로 이어지긴 한 것 같은데.”
이우연이 마력으로 유지되는 불빛을 내 손끝으로 옮겨 주었다.
나는 불빛에 의지하며 신중하게 길을 더듬어 나갔다. 언제 어떤 생물이 나타날지 몰라 한 손에는 짧은 단검을 든 채였다. 손가락에 닿는 동굴의 벽이 묘하게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얼마 걷지 않아 길이 뚝, 끊겼다. 손으로 길을 더듬자 푹 꺼진 구덩이가 있었다.
나는 손끝에 매달린 불빛을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가져갔다.
“뭐가 좀 보여?”
“아니, 아무것도.”
입구 자체는 사람 몸으로 겨우 통과할까 말까 한 작은 구멍이었고, 이런 미약한 빛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듯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불빛을 더 강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저 밑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짓을 섣불리 하기는 힘들었다.
‘그렇다면…….’
“자, 여기.”
마침 이우연이 내게 자그만 돌멩이를 건넸다.
역시, 하는 생각이 똑같다니까.
나는 곧바로 구덩이 속으로 돌멩이를 떨어트려 보았다. 구멍의 높이를 재기 위해서였다.
“…….”
텅.
하나, 둘, 셋…… 숫자를 일곱까지 세었을 때 겨우 돌멩이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텅 빈 공간이네.”
거대한 공동(空洞)이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 물이 차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생물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거 애매하네.
여러모로 계속해서 예상이 빗나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이우연이 뒤에서 태평한 소리를 했다.
“있지, 우리 중학생 즈음에 자유 낙하 운동의 법칙이란 걸 분명히 배웠잖아. 그걸 적용해서 계산해 보면 이 굴의 깊이를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까먹은 지 오래니까 기대하지 마.”
“에이, 저번에는 곧바로 암산하더니.”
“단순 계산하고 공식을 기억하는 게 같냐? 하여튼, 대강 짐작해도 못 뛰어내릴 정도의 높이는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넓게 난 구멍 가운데로 손을 가져다 대어 보았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공기 저항을 꽤 받을 것 같고, 돌멩이보다는 내가 무거우니 더 빨리 지면에 도착할 것 같지 않아?”
“비교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네. 당신 몸이 진짜 돌이라도 되는 줄 알아?”
시시껄렁한 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한 번 더 구멍 속을 내려다보았다.
정체불명의 장소에 진입하는 게 좀 꺼려지는 건 사실이다만 한번 조사해 볼 필요성은 있었다. 몬스터가 동굴 어딘가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이렇게 되면 어떻게 내려가느냐가 문젠데…… 물론 부유 마법을 거는 게 베스트긴 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되도록 마력 소모는 줄이는 편이 좋을 테고…… 내가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누나, 밑에 뭐가 있긴 있나 봐요.”
뒤에서 태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문득 뒤로 고개를 돌리자 이우연의 어깨너머로 조그마한 굴 사이에 양태원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를 휘감고 있는 청룡의 모습도 언뜻 보이고.
“왜? 뭐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또 청룡이 힌트를 준 모양이다.
“그냥…… 잘해 보라는데요?”
다만 양태원의 오묘한 표정과 그 입에서 나온 대답을 보니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힌트였다. 좀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 덧나나, 하는 속마음이 꼬맹이 표정에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지금 내 표정도 비슷하려나.
“그래, 알았어. 고맙다고 전해 줘.”
“네, 복채 받았습니다~.”
“뭐야, 뭔데? 둘이 뭐냐고.”
그 와중에 이우연은 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우연은 청룡을 보지 못한다고 했나?
어쨌든 청룡의 입에서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은 걸 보니 잘 풀릴 여지는 있는 듯했다. 적어도 백록담에서 던브가 터졌을 때처럼 목숨의 위협 운운은 하지 않았으니.
“그럼 어차피 가야겠네. 내가 먼저 간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가 아니라면 약간의 위험 정도야 감수할 만 했다.
나는 구덩이의 입구로 다가갔다.
“아니, 설마 지금 바로 뛰어내릴…… 잠깐만!”
이우연이 말리려고 손을 뻗는 것 같았지만, 한발 늦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구멍 사이로 몸이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감각이 제법 짜릿했다.
축축한 공기가 거꾸로 내 몸을 스쳐 지나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
- 님페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번지 점프는 언제나 안전 장비가 있을 때 즐거운 법이지.
익숙한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허공에서 발을 구를 때마다 바닥에 닿은 바람의 반동으로 몸이 위로 솟구쳤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해, 이윽고 천천히 바닥에 닿았다.
텅.
바닥에 발이 닿은 소리가 넓게 퍼졌다.
암순응(暗順應)을 기다리면서 가만히 소리에 집중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날개가 보였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저건 무슨 형광등도 아니고.”
무슨 후광처럼 보이는 빛을 두른 이우연이 천천히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무슨 천사처럼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우연이 화가 나 있었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강예나! 그렇게 무작정 뛰어내리면 어쩌자는 거야? 위험하잖아!”
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깜짝 놀라서 옆에 내려서려던 이우연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이우연이 깜짝 놀라며 위로 푸드덕 날아올랐다.
“컥!”
“야, 이름 부르면 어떻게 해!”
다른 일행들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지만 동굴이라 소리가 메아리쳐서 들릴 것이다. 백사현과 김하현에게 내 본명을 알린 꼴이 된 것이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이우연이 옆구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며 말했다.
“소, 소음 차단 마법 걸었어…….”
아, 그렇다면야.
이우연이 아픈지 맞은 부위를 연신 문질러 대더니 곧 손가락 위로 조그마한 불빛을 피워 올렸다.
“그럼 어디, 대체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건지 살펴볼까?”
그렇게 이우연의 발이 완전히 지면에 닿았다.
그 순간이었다.
- 축하합니다!
- 히든 루트 : ‘숨겨진 요람’ 진입 조건을 충족하여 히든 루트가 활성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