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29화 (130/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29화

양태원은 생각했다.

종말의 날이 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아니, 분명 더욱더 끔찍한 모습일 테지. 지금은 희망이 있으니 그리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 할 수 있겠어? 지금이라도 못 할 것 같으면 말해.”

로프를 잡는 양태원에게 이선이 거듭 물었다. 양태원은 히죽 웃었다.

“아, 당연히 가능하죠. 제가 하자고 한 건데요.”

물론, 말만 그렇게 했지 사실은 무서웠다.

하지만 스무 살의 자존심은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사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양태원 자신조차 약간 속았다.

그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못 할 게 뭐야?’

이우연도 하고, 저기 저 백사현도 하는데! 양태원은 거듭 다짐하며 로프를 붙잡고 심호흡을 했다.

“좋아, 간다!”

“조심해! 자, 3팀은 양태원 헌터가 안전하게 내려갈 때까지 실드를 유지해 주세요!”

이선의 말을 마지막으로 양태원은 한 발, 한 발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까 전 한 번 내려가 본 길이었지만 하늘과 땅 사이만큼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은 가까운 바다에 분노한 거만의 왕이 출현해 파도가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머리 위에서는 폭죽처럼 온갖 공격이 화려하게 터지고 있었다.

펑! 퍼펑!

이우연이 날려 대는 마법이 터질 때마다 눈앞이 새하얗게 깜박이는 듯했다. 아마도 바다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여러 마법을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1팀, 한 번 더!”

절벽 위에서는 공략을 지휘하는 이선이 절벽 위에서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렸다. 소리에 맞추어 온갖 색깔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들이 바다뱀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콰아아앙!

수면이 크게 일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양태원은 저도 모르게 로프를 잡은 채로 고개를 뒤로 돌려 보았다.

바다뱀의 꼬리가 힘없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도 절벽으로 향하려던 그 공격을 막아 냈을 강예나가 요령 좋게 바다뱀의 몸통을 발판 삼아 다시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진짜 미쳤다. 게임 캐릭터도 저렇게는 안 만들 것 같은데.’

모름지기 근접 딜러란 해상전 에피소드에서 만큼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해, 진작 원딜 캐를 제대로 육성하지 않았던 자신을 원망하며 아예 리셋하는 게 왕도인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강예나를 보면 역시 현실이 게임보다 더한 것 같았다. 바다고 강이고, 저렇게 뛰어다니는 걸 보면 말이다.

뭐 저런 사기캐가 다 있지? 용사는 원래 다 저런 건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별별 잡생각을 하며 로프를 내려가는 와중에도 등 뒤에서는 계속해서 천둥 번개 소리, 그리고 고래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양태원의 몸을 보호하듯 칭칭 감고 있던 청룡은 고개를 들어 그런 혼란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바다와, 인간들과, 그리고 해안선을 꽉 메운 고래들이 비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태원은 아까 전부터 자신이 모시는 신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 참으로 서글픈 일이로구나.

다른 인간들에게는 그저 괴이한 울음소리로만 들리는 소리였으나 청룡은 달랐다. 청룡은 그 아픔을 고스란히 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지금 양태원의 귀에는 바다뱀의 비명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려오고 있었다.

저것은 고통도 분노도 아니었다.

슬픔이었다.

- 나의 아이, 사랑스러운 아이……

새끼를 잃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숱한 고래들의 울음소리.

그 또한 분노가 아니었다. 새끼 잃은 부모를 위로하는 울음이었다.

헌터들에게는 목숨을 건 싸움터겠지만 양태원에게 이곳은 곡소리가 나는 현장이었다.

- 발밑을 조심하거라.

휘몰아치는 슬픔 속에서 청룡이 가만가만 조용한 목소리로 소곤댔다. 자신에게만 들려오는 속삭임을 들으며 양태원은 로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확실히, 부담감이 크기는 했다.

한정된 마력을 소비해 가며 자신의 몸 주위를 견고히 둘러싼 실드. 그리고 강예나를 비롯한 몇몇 헌터들은 목숨을 걸고 보스 몬스터의 주의를 끌고 있었다.

이 던전에 들어온 모든 헌터들이 양태원의 말 한마디 때문에 다른 클리어 루트가 있으리라고 믿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절벽을 내려갈 때마다 새삼스럽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데, 내가 만일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났다.

청룡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스무 살짜리가 감당하기에 수십 명의 목숨은 너무도 무거웠다. 누군가 가슴 위에 돌을 얹어 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차라리.’

차라리, 포기할까.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었다.

양태원 또한 미숙하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헌터였다. 현재 이 던전에 들어와 있는 공략대가 총력을 다하면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소리치면 어떻게 될까?

그다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갖은 뾰족한 말을 퍼부으면서도 이우연이 날아와 자신을 절벽 위에 내던지고 갈 테고, 이선도 엄하게 혼을 내기는 할 테지만 곧바로 공략 방향을 바꿔 줄 것이다.

그리고 강예나는…… 별다른 말도 없이 그냥 머리만 쓰다듬어 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딱히 양태원이 특별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들은 그냥 아직 어리고 미숙한 약자에게 관대한 것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중압감에 사지가 후들거렸지만 발은 의지에 따라 한 발, 한 발 착실하게 뻗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양태원이 실패하면 공략대의 방향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으로 정해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 저기서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는 바다뱀은 확실히 죽게 될 것이다.

‘그렇게 놔두기는 싫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생명을 해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양태원은 태어나면서부터 청룡이 보였고, 정소현이 죽은 후 그릇이 완성되자마자 대를 이어 신을 받들어 모신 무당이었다.

무당이라 함은 본디 다른 이의 소원을 듣고 그 소원을 신에게 함께 비는 존재다. 적어도 양태원은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렇기에, 도저히 저 슬픔과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청룡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그 비명이 마치 인간의 언어처럼 들렸으니까.

들린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막지 못한 건 내 탓이야.’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혹은 사람들을 향해 제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잇!”

동굴의 입구가 가까워졌다.

양태원은 로프를 놓고 입구로 뛰어내렸다. 다행히도 입구 안으로 안착했다. 바닥에 엎어져 헥헥대다가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섰다.

‘빨리 제사를 치러야 다 끝나는 거야.’

그리고 아무리 그 슬픔에 공감한들 양태원 또한 결국은 인간의 무당이었다. 지금 저기서 자신의 말을 믿고 시간을 끌고 있는 친인들이 다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러려면 한시라도 빠르게 죽은 새끼 몬스터의 명복을 빌고 제사를 치러 줘야 했다.

‘별로 멀지는 않았는데.’

아까는 주위를 경계하며 달렸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양태원은 거의 엎어질 듯이 앞으로 달렸다.

동굴 속은 뻥 뚫려 있어도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고 길은 다듬어지지 않아 울퉁불퉁했다. 달리는 도중에 다리가 후들거려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지만, 그래도 계속 달렸다.

“여기 있다!”

양태원은 곧 아까 새끼 몬스터가 죽었던 장소에 도착했다. 휴대폰의 불빛을 비추어 보자 목이 잘린 몬스터의 시체가 보였다.

동굴 깊은 곳에 들어왔음에도 바깥에서 울리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비참한 울음이었다.

양태원은 가볍게 묵념했다.

청룡의 몸이 스르륵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 가엾게도.

본래 인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청룡의 몸이 몬스터의 시체 위에 살짝 닿는 것이 보였다.

양태원은 소지창에서 언제나 소지하고 있는 무복을 꺼내 갈아입고, 몬스터 곁으로 다가갔다.

괴이한 모양새의 몬스터의 목이 저 멀리 날아가 있는 것을 수습하고, 긴 무명베를 꺼내어 동굴 밖으로 길게 펼쳤다.

빠르게 제사대가 완성되고, 양태원은 청동검을 들었다.

강예나에게서 그 검을 넘겨받은 이후 처음으로 꺼내는 것이었다. 은은한 빛을 뿜는 청동검의 곡선이 동굴 속의 어둠을 밝혔다.

그 불을 바라보다, 양태원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본래 굿이라는 것은 절차에 따라 행해야 하는 것이고, 특히나 이렇게 망자의 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굿은 과정이 복잡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절차를 챙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천부인 중 하나인 청동검이라면 그 부족한 절차를 채우는 데 충분했다.

또한, 부족함을 메우는 것은 이 제사를 주관하는 양태원의 재량이기도 했다.

“무당이란 타인의 억울함을, 슬픔을 이해해야 하는 존재란다.”

영혼의 슬픔과 원망을 먼저 이해해야만 진혼을 할 수 있다.

양태원에게 그렇게 가르친 것은 다름 아닌 정소현이었다.

그래서 양태원은 아주 깊게, 깊게 저 괴물의 감정에 이입했다.

슬픔은 누구의 것인가?

슬픔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것이다.

부모를 잃은 아이를 칭하는 말은 있어도, 아이를 잃은 부모를 칭하는 말은 없다고 하던가.

그러나 양태원은 아직도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나서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했고, 그 순간의 심정을 형용할 말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

그보다 더 비참한 슬픔이 존재한다는데, 아무리 인간이 아닌 괴물이 외치는 비명이라 한들 어떻게 흘려들을 수 있겠는가.

원망 또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것이다.

원망도 모르는 바 아니다. 남겨진 자의 원망을 양태원 또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연민을 배웠다. 그 원망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마음이 고스란히,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밀려와 서서히 심상을 잠식해 나갔다.

심상에 잠겨 있던 양태원이 반짝 눈을 떴다.

그 눈에는 어느새 살짝, 눈물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청룡이 조용히 말했다.

- 시작하거라.

“네, 청룡 님.”

손에 들린 청동검이 은은하게 빛났다. 양태원은 검을 들어 진혼을 위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내 힘이 부족해 미안합니다.

그 슬픔을 풀 길이 없는 것도 압니다.

다만 오래도록 그 슬픔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   *   *

직접 저 굴속으로 내려간 양태원을 기다린 지 30분 정도 되었을까.

콰콰쾅!

이번에는 기어코 내가 채 막지 못한 바다뱀의 꼬리가 절벽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중을 떠다니며 시선을 분산시키던 백사현이 그 부서진 절벽의 돌에 맞고야 말았다.

“으악!”

갑작스러운 충격에 부유 마법이 깨졌다.

절벽 위에서 이선 헌터가 재빠르게 완드를 드는 것이 보였지만, 그 전에 백사현이 공중에서 떨어져 수면 위로 부딪힐 것이 뻔했다.

순간적으로 주위를 살피니 김성연 쪽은 해안가 필드로 들어가 저쪽 헌터들과 합류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우연은 절벽 중간의 실드를 강화하고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망할, 나밖에 없군.

탓!

마침 바다뱀의 몸통을 밟고 도약하려던 순간이었기에 나는 백사현을 향해 뛰었다.

떨어지는 백사현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추락 직전의 백사현의 눈이 크게 뜨이는 것이 보였다.

백사현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나도 잡아 주려 손을 뻗었는데, 거리가 애매하게 닿지 않았다.

이런, 어쩔 수 없지.

나는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었다.

퍽!

“너, 너…… 억!”

팔보다는 다리가 긴 법이다. 나는 발로 가볍게 허리를 걷어차 백사현의 몸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좀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선의 마법이 도착했다. 허공에 백사현의 몸이 안정적으로 붕 떠올랐다.

발로 걷어차인 백사현이 켁켁대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구해 준…… 건데.”

“그게 구해 준 거냐!”

“미안. 팔이 짧아서.”

고의는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 계속 백사현이 왁왁대는 걸 들어 줄 여유는 없어서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려 바다뱀을 향해 땅을 박찼다.

“야, 내 말 안 들려?!”

뒤에서 뭐라고 외치는 게 들렸지만 미안하게도 곧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실드 강화를 마친 이우연이 쇄도하듯 이쪽으로 날아왔다.

“발로 찬 건 너무했다!”

그런 주제에 입에는 왜 함박웃음이 걸려 있는지 모를 일이다. 백사현한테 돈이라도 떼어먹혔나?

“고의가 아니었다니까.”

그렇게 농담 한두 마디를 주고받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지만, 사실 상황이 아주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다.

공략대 자체의 수준이 높은 만큼 벌써 버티기 힘들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않고 소모적인 방어를 하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혹시 양태원이 실패라도 하게 된다면 그 칼날은 모두 그 애한테 쏟아지게 될 텐데…….

‘잘하고 있겠지?’

청룡이 옆에 붙어 있으니까 괜찮으려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일말의 불안을 삼키며 다시 검을 들었을 때였다.

“악! 귀, 귀가!”

“다들 귀를 막아!”

헌터들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비명이 터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막을 굵고 커다란 바늘로 찌른 것처럼 이명이 울리며 고통이 찾아왔다.

너 나 할 것 없이 귀를 막은 순간.

바다의 수평선을 가득 메운 고래들이 일제히 몸을 들어 올리며 물을 내뿜었다.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가 물보라 소리와 함께 멀리 퍼져 나갔다.

그리고.

거대한 바다뱀의 몸이 스르륵, 무너지듯 잠겨 들어갔다.

철썩!

바다뱀의 몸이 쓰러지며 일어난 거대한 물보라가 절벽 위의 헌터들을 덮쳤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 ‘거만의 왕’이 거대한 슬픔에 침몰하였습니다.

- 던전 클리어 조건 달성에 성공하였습니다.

- 해당 던전은 영구 클리어 판정됩니다

- 최대 업적자 : 양태원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클리어 메시지 떴어!”

“그것도 영구 클리어잖아. 이걸 해내다니!”

절벽 위에서도, 해안가에서도 헌터들이 각자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간 바다뱀이 사라진 수면 위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잠잠했다.

“거대한 슬픔…….”

영구 클리어 메시지가 떴음에도 뒷맛이 썩, 좋지 않았다.

수평선에서 울던 고래들이 서서히 다시금 저 망망대해 속으로 헤엄쳐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헌터들이 공격하더라도 이제껏 건재하던 강대한 뱀 또한 그렇게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체 공지된 황금색 메시지 외 내게만 보이는 흰색의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 서브 퀘스트 진행 중입니다.

- 축하합니다! 서브 퀘스트 (1/5)를 달성하였습니다.

- 서브 퀘스트 클리어에 따라 메인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소지창을 확인하십시오.

빙고.

이 던전이 시스템에 규정된 서브 퀘스트 던전이 맞는지 의심했는데, 거기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었나.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된 단서를 손에 넣은 기분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소지창에 보상이 들어왔다는 거지. 그럼 지금 당장 확인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절벽을 쩌렁쩌렁 울리는 노성이 들려왔다.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소리가 들린 곳은 해안가였다. 거기에는 상상도 못 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제 볼을 붙잡고 있는 김성연 헌터,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태원아?”

주먹을 들고 있는 양태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