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31화
이선은 잠시 상황도 잊고 감탄했다.
‘와, 진짜 물건이다. 물건.’
사회적 예의나 은인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잡다한 미사여구를 빼고 나니 딱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우연이 그렇게 말했었다.
강예나를 처음 봤을 때 ‘저런 인간이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튀어나왔지.’ 하고 생각했다고.
지금 이선의 감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강예나가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던전 공략 경험이 풍부한 것도, 실력도 대단하다는 수준을 넘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는 건 유령의 성 던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내뱉을 배짱까지 있을 줄이야.
‘어디에 넣어도 잘했겠는데?’
이 던전에 들어와 공략조를 편성할 때 강예나와 다른 헌터들의 충돌 발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는데, 그런 걱정을 한 자신이 바보 같아질 지경이었다.
사실 강예나가 갑자기 달려가더니 김성연을 발로 차 버릴 때만 해도 어떻게 되려나,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아마도 양태원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겠지.
다만, 경솔하게 여겨진 것만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이건 강예나가 나서 보았자 더 복잡해지기만 할 문제였으니까.
김성연은 분명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고, 이 던전 안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기적인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건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할 문제였다.
강예나 개인이 나서 보았자 사적 제재일 뿐이었으니.
게다가 김성연 본인이 워낙 한국 헌터계를 꽉 잡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어지간한 문제로는 끌어내릴 수 없을 만큼 이미 그 위치가 견고했다.
이런 상황에, 현재 헌터계 내에서 별 입지가 없는 강예나가 김성연에게 먼저 시비를 건다?
김성연이라면 그걸 어떻게 이용할지 뻔했다. 겸사겸사 본인의 잘못까지 묻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큰 건이다.
그러니까, 깜짝 놀란 이선이 허겁지겁 해안가로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분명히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강예나가 마지막에 내뱉은 말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선은 김성연과 강예나를 둘러싼 헌터들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모두 제각각이었다.
충격받은 얼굴도, 가소롭단 얼굴도, 이해하지 못한 낯도 있었다.
하지만 저 말 한마디는 분명히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다음에 무시당하는 건 당신의 목숨, 이라…….’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헌터가 된 이유를 묻자면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자부심이나 공명심, 혹은 이걸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력이나 명예…… 뭐든지 될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 김성연에게 붙은 헌터들은 대개 그 재력 때문에 헌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처음에 그 어떤 이유로 헌터 일을 시작했든, 모두가 결국은 언제고 생명의 위협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시간도 인원도 자원도 부족했고, 위기는 시도 때도 없이 닥쳐왔다. 당장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포션 잔량을 계산해야 했던 적조차 많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안다.
생과 사를 오가는 그 갈림길, 온갖 멍에를 벗어던지고 온전히 생존만이 걸린 상황에서 생각나는 것은 단순한 이득만은 아니다.
때로는 나보다도 곁에 선 사람이, 당장 내가 입은 상처보다 다른 이의 목숨이 문득 눈에 들어와 도저히 참견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이 던전 안에 있는 헌터들 대부분에게는 직접 겪었거나, 적어도 곁에서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아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금 김성연과 강예나를 둘러싼 헌터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강예나의 말을 들은 순간, 반박하기 이전에 문득 어떠한 의문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저 말이 옳은 건 아닐까?’
이번 행적은 분명 김성연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을 따르는 헌터들의 이득을 챙겨 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자신이 온전히 책임을 지겠다고도 말했다. 김성연도 그 지점을 노리고 한 일일 것이다.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김성연 측에 완전히 붙어야 얻어먹을 수 있는 이익이다.
결국 김성연이 한 일은 자신의 이득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타인의 뜻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양태원처럼 무시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김성연의 편에 붙은 사람들조차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이미 강예나의 승리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김성연도 그냥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강예나에게 걷어차이고 해변에 나동그라진 채 있었던 김성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챙!
김성연이 검을 소환해 강예나가 겨누었던 칼끝을 쳐 내자 해안가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이선이 완드를 채 쥐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강예나는 순순히 힘을 빼고 김성연이 쳐 내는 대로 검을 물려 주었다.
강예나가 한발 물러서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밀려난 쪽이었지만, 오히려 쳐 낸 쪽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니까, 엄연히 말해서 ‘물려 주었다.’는 것이다.
검에 별반 소질이 없는 이선이 보기에도 힘의 차이가 명확했다.
게다가 강예나는 그저 물러나 주었을 뿐 검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검 끝이 닿아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다시 휘두를 수 있다는 듯 기세가 흉흉했다.
전혀 위축되지 않는 강예나를 향해 김성연이 목에 핏대를 올렸다.
“이, 이……!”
“불만 있으면 한판 하든가. 난 상관없는데.”
“억!”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양에 기어코 김성연이 뒷목을 잡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 다 그만 하세요!”
그리고 이제야말로, 정부 소속인 이선이 나설 때였다.
아니, 사실 사감이 들어간 탓에 김성연이 철저하게 당하는 꼴을 충분히 본 다음에야 나서기는 했다. 아마 교수님한테 들키면 전혀 공정하지 못했다며 아주 길고 긴 경위서를 써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게 졸논보다는 낫기야 하지만.
“이선 헌터……!”
뒤늦게 끼어든 이선을 돌아본 김성연의 얼굴에 약간의 충격과 민망함, 그리고 수치가 담겼다. 저쪽도 처음 시작할 때는 상황이 이 꼴이 될 줄은 몰랐을 테지.
이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과열된 것 같네요. 일단 다들 무기는 집어넣으시고 평화롭게 해결합시다.”
“지금 내가 얻어맞은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그것 참 쌤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선은 강예나처럼 독고다이로 굴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살살 어르기로 했다.
더러워서 공무원을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원.
“마음이야 십분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어른이시지 않습니까. 점잖게 해결하셔야지요. 자, 자. 방랑하는 구도자 님도 검은 집어넣으시고요.”
“그 호칭 좀…….”
그렇게 말하려다가 강예나가 말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얼마 후 한숨을 쉬더니 매끄러운 동작으로 검을 집어넣는다. 그 모습에 그제야 주변 헌터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겨우 그걸로 김성연이 납득할 리도 없었다. 자존심이 남아나질 않은 탓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성연이 강예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득이라고? 나는 언제나 같은 처지에서 고생하는 헌터들을 위해 일해 왔어!”
아까 전 강예나가 한 말에 대한 반론인 모양이었다. 실제야 어떻든 그 본인은 그렇게 믿기에 나오는 강경한 어투였다.
“그러는 자네는, 이제껏 한국 헌터들을 위해 뭐 하나 제대로 한 건 있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아는 척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벼락 치듯 터진 고함에도 강예나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웃었으리라 짐작되는 숨소리가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무언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당신이 앞으로 신의를 증명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야.”
와, 씨. 이선은 속으로 감탄했다. 혹시 누가 대본이라도 써 준 거 아니야? 아까 전부터 명언이 터지는데.
“뭐, 뭐 저런 게……!
이제 김성연은 거의 말도 잇지 못하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검을 들고 달려들지는 못했다.
“이, 이, 건방진 새끼가!”
사실 이쯤 되면 사실 본인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다 때려치우고 시원하게 붙자고 할 법도 한데 김성연은 나서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선은 혀를 찼다.
‘벌써 눌렸네, 눌렸어.’
기세로든 뭐로든 이미 졌다.
놀랄 건 아니었다. S급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만 보아도 두 사람의 실력 차는 명백했으니까.
물론 헌터들끼리 붙으면 상성 문제가 있으니 전혀 승산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승률이 희박해 보이는 건 이선의 눈으로 봤을 때도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김성연이 부들부들 떨면서도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실력으로 찍어 눌리기까지 하면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니까.
김성연에게는 참 상황이 공교롭게 돌아간 셈이다.
던전 내에서 본인이 저지른 일쯤이야 입지와 권력으로 수습할 수 있다고 여겼을 텐데,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공격이 들어와 버렸으니 말이다.
정부라면 김성연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니 철저하게 처벌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예나는 달랐다.
어느 소속도 아니고, 바라는 것도 없었고, 하는 말이야 옳으니 반박하기도 힘들고, 힘으로 찍어 누를 수도 없다.
이것 참 깨소금 맛이었다. 앞으로 헌협과 부딪힐 때마다 김성연이 날아가는 장면을 두고두고 곱씹으면 힘이 좀 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대로 상황을 방치해 둘 수는 없었기에 이선은 한 번 더 제재에 나섰다.
“다들 뭐 하고 있어? 영원 길드원들, 길드장님 말리세요. 그리고 방랑하는 구도자 님은 먼저 던전 나가시죠.”
“네?”
“여기에 있어 봤자 상황만 복잡해지니까요.”
“……그래도 되겠어요?”
처음으로 망설임이 섞인 물음이 나왔다.
강예나가 뭘 걱정하는지 뻔히 보였다. 사고는 있는 대로 쳐 놓았는데 뒷수습은 이선이 해야 할 판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이선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네, 물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먼저 김성연 헌터를 공격하신 건 사실이니까.”
뭐, 김성연 입장에서 본인이 얻어맞았다는 걸 광고할 필요는 없으니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금일 건에 대한 처리는 보고 후에 따로 알려 드릴게요.”
그리고 공무원이자 헌터로 일하다 보면 이 정도 사고 뒷수습은 별것도 아니었다. 강예나식 계산법으로는 이선이 이미 빚을 갚았다던데, 이선식 계산법으로는 아직 한참 멀기도 했고.
강예나도 본인이 여기에 더 있어 봤자 이선만 귀찮아질 거라는 걸 깨달은 듯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어딜 나가! 사과는 하고 가야 할 것 아닌가!”
김성연이 펄펄 뛰기는 했지만 별로 문제 될 건 없었다.
결국 김성연도 검을 들고 달려들 생각까지는 없고, 이미 체면을 구긴 상황에서 싸울 의지까지 소실했다면 게임은 끝난 거니까.
김성연이 시작한 여론전에서 승리한 건 강예나 쪽이었다.
그래서 이선은 산뜻하게 말했다.
“얼른 가세요.”
그리고 그 난장판을 지켜보던 류세연은 몰래 불끈, 주먹을 쥐었다.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지?”
옆에 서 있던 김하현이 비아냥거렸다.
“그거 자기소개야?”
물론 류세연은 무시했다.
사실 김하현의 비아냥 정도는 워낙 일상생활이라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지금 류세연이 신경 쓰는 건 다른 일이었다.
류세연은 소란을 틈타 몰래 헌터 하나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야, 너.”
“네? 누구? 저요?!”
갑자기 소문난 개차반에게 잡혀 버린 헌터가 깜짝 놀라 딸꾹질을 했다.
류세연이 조용히 속삭였다.
“촬영하던 그거, 이리로 갖고 와.”
“네? 이건 공략 목적으로 촬영한 거…….”
“웃기고 있네. 너 지금 누구 앞에서 밑장 빼기냐? 됐고, 달라고.”
협박에 헌터가 울상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다들 김성연과 랭킹 1위의 싸움을 지켜보느라 이쪽에는 신경을 두지 않았다.
“어, 그, 그…….”
“나 완드 들었다.”
“힉!”
류세연은 손쉽게 빼앗은 카메라를 몰래 갈무리했다.
뒤에서 조용히 영상을 재생해 보니 던전 공략을 시작한 제법 초기부터 찍혀 있다.
‘뭐, 거를 건 거르고.’
그러고 나니 건질 만한 부분은 하나뿐이었다.
절벽 위에서 촬영한, 절벽 안에서부터 폭발하듯 뚫고 나와 거대한 바다뱀을 검으로 내려치는 랭킹 1위 헌터의 모습.
그걸 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마디가 떠올랐다.
류세연은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뱉었다.
“존나 멋있지 않음?”
김하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언제는 재수 없다면서? 본때를 보여 준다면서?”
지극히 타당한 면박이었다. 하지만 류세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영상을 갈무리했다.
“이젠 아니야.”
“얼씨구.”
김하현이 코웃음을 쳤지만 역시 상관하지 않았다.
이제껏 신원 미상의 랭킹 1위가 한국 헌터들 사이에서 불신을 샀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 던전에서 목격된 적이 없다.
이 점은 아직 의문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 랭킹 1위가 나타난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점이 있었다.
아이템인지, 스킬인지는 몰라도 저쪽에서 먼저 말을 걸거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전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니까.
‘지금까지도 저런 식으로 정체를 숨겨 온 건지도 모르겠어.’
아마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일부러 정체를 숨긴다니, 이상하기는 했지만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 헌터들, 특히나 랭커가 될 정도로 강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납득이 될 이유만 있다면 딱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정말로 랭킹 1위가 될 정도의 실력이 있는가?
사실상 류세연을 비롯해 랭킹 상위권에 위치한 헌터들의 적개심은 대부분 여기서 기인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워 온 만큼, 헌터들에게는 자신이 인류를 지켜 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와 1위를 차지했다.
쉽사리 인정하기 힘들 수밖에.
하지만, 이 점도 참 과격한 방식으로 증명되었다.
절벽을 부수며 등장해 S급 몬스터의 대가리를 호쾌하게 후려치는 장면은, 분명 모든 헌터들의 뇌리에 각인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의혹은 어느 정도 풀렸고, 실력은 과하게 증명했으며, 꺼낸 말은 정론이다.
그래서 랭킹 1위가 김성연과 드러내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김성연 편에 붙은 헌터들조차 그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를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류세연이 가장 마음에 든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뭐, 실력이야 그렇다 치고 성격이 마음에 드네.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그래!”
소속이고 뭐고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메다꽂아 버리는 저 시원함!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 1위라면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그거 가지고 어쩌려고?”
“그야 당연한 거 아냐? 다들 볼 수 있는 곳에 풀어야지.”
어차피 김성연 측 헌터가 촬영한 이상 이 영상이 어느 때건 풀릴 건 확실했다.
“여기는 소강됐다 쳐도 나중에 여론전으로 가면 소속 없는 1위한테 불리해. 선빵을 쳐 둬야지.”
“겸사겸사 이번 보복도 될 거고 말이지.”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리고 어차피 풀릴 거라면 김성연을 엿 먹일 겸 1위에 대한 헌터들의 오해도 풀 겸, 호의적으로 편집해서 풀어 버리는 게 낫다.
그렇게 해 두면 나중에 김성연이 오늘의 일을 언론에 흘리더라도, 신원 불명의 뒤가 구려 보이는 랭킹 1위가 아니라 확실한 실력이 있는 랭킹 1위인 채로 노출되는 거니까.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너 그러다가 이선한테 혼난다.”
김하현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지만 취지에는 동감하는 터라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눈 뜨고 카메라를 빼앗겨 버린 헌터만 울상을 지었을 뿐이다.
그리고 3일 후.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