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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41화 (142/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41화

42호, 그러니까 꼬맹이가 감시탑의 조명이 돌아오는 것을 피해 나를 데려간 곳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방 중 하나였다.

조명이 이쪽을 비추기 전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두꺼운 나무문을 닫았고, 덕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방 안을 슬쩍 둘러보았다.

사실 방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크기였다. 청소 도구 같은 것이 널려 있었고, 아이 둘이 겨우 누울 만한 공간이 있었다. 다만 차가운 돌바닥 위에는 낡은 담요가 몇 겹 깔려 있을 뿐이다.

차가운 돌벽에는 물건을 올려 두는 널빤지가 달려 있었고, 그 위에는 잡동사니와 촛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 것 같았다.

나무문 뒤에 주저앉은 꼬맹이가 숨을 몰아쉬었다. 음, 절대로 42호 따위로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헉, 헉…… 다행이다. 망할, 걸려서 뒈지는 줄 알았어.”

입이 엄청 험한 꼬맹이었다. 나는 주저앉은 아이 앞에 같이 앉아서 얼굴을 관찰했다.

열 살이나 되었을까. 아이의 얼굴은 무척 창백했고, 누가 봐도 한참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얼굴이었다. 젖살은 찾아볼 수 없어 광대뼈가 앙상하게 드러났고, 손이며 얼굴은 추위로 하얗게 터 있었고, 금발로 보이는 머리칼은 부스스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애초에 금발이 아니었다. 머리 전체가 기묘하게 흰빛을 띠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내가 빙의한 녀석은 대체 어떤 꼴을 하고 있는 건지, 슬슬 무서워지는군.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방 안 어디를 찾아보아도 거울은 볼 수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꼬맹이가 겨우 숨을 가다듬고 그런 나를 마주 쳐다보았다.

“왜 그래? 진짜 뭐 잘못 먹기라도 했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꼬맹이의 눈이 홉떠지더니 두 손이 내 양 볼을 잡았다.

“괜찮아?!”

그 반응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격렬했다. 나는 부드럽게 내 양 볼을 꼬집은 애의 손을 잡고 안심시켰다.

“응, 괜찮아. 그런데 아무래도 기억에 약간 혼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괜찮은 게 아니잖아?”

“뭐, 그건 그러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도 전혀 모르겠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혹시 ‘해당 인물로서 행동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지는 않는지 흘끗 눈짓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뭐라도 얘기 좀 해 줄래? 대체 그 망할 77호라는 게 뭐야?”

솔직히 이렇게까지 대놓고 기억 상실을 가장해 정보를 캐묻는 건 도박이었다. 혹시라도 ‘금지된 행동’이나 혹은 ‘메인 퀘스트 종료’ 따위의 메시지가 뜨면 끝장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번과 다르게 손발이 묶인 상태라 빠른 상황 파악이 필요했다. 도박이라도 해 볼 수밖에.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야? 너는 누구고?”

내 말에 꼬맹이의 얼굴이 멍해지는 것이 보였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지만, 시스템은 조용했다.

‘좋았어.’

이번 발언은 이 인물이 할 법한 행동으로 판정된 모양이다. 운이 좋았군.

그렇게 생각했다가 나는 문득 혀를 찼다.

‘망할.’

체근민 수치가 도합 100에도 미치지 않는 꼬맹이 머리가 이상해져도 납득이 가는 환경이 행운이라니. X발, 다 망해 버리라지.

나는 얼어 버린 아이의 어깨를 최대한 다정히 잡고 이야기를 시도해 보려고 했다.

“있잖아, 뭐든 괜찮아. 뭐든 괜찮으니 이야기를…….”

“어, 어떡해?”

그러나 그 시도는 아이의 겁에 질린 목소리 때문에 금세 가로막혀 버리고 말았다.

아이의 이빨이 달달 떨리는 게 보였다. 그건 결코 추위 탓이 아니었다.

“시, 실험을 당한 거야?”

“잠시만. 뭐라고?”

나는 방금 들은 정보 때문에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방금 실험이라고 말했니?”

“그래, 실험 말이야. 우리는 실험체잖아. 나는 42호, 너는 77호.”

꼬맹이는 그렇게 설명한 후 숨을 몰아쉬면서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어딜 보나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이제 꼬맹이는 퍽퍽 소리를 내면서 제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겨우, 겨우 2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그사이에……!”

방금 전 들은 정보가 망치처럼 내 머리를 때렸지만 정신을 팔 틈이 없었다. 나는 꼬맹이의 두 손을 잡고 더 이상 스스로의 이마를 때릴 수 없도록 고정했다.

“괘, 괜찮아. 일단 진정해.”

“어떻게 진정하겠어? 어떻게든 피해 왔는데, 결국 실험체가 되어 버렸잖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데, 대체 뭘 한 거지?!”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다는 거지?”

아이는 횡설수설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저런 충격적인 정보를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아이들을 가둬 놓은 거대한 실험장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는 거야?”

“그런 걸 물어서 뭐 하는데! 이제 넌 쓰레기처럼 처분될 일만 남았는데!”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아이의 녹빛 눈동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곧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아이를 달래는 데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우, 울지 마…….”

다만 반사적으로 눈물을 닦아 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이가 진저리를 치면서 팔을 들어 눈을 벅벅 닦았다. 거칠어진 살갗이 더욱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됐어. 어쨌거나 77호, 일단 당장 죽은 건 아니잖아. 내일까지만 도망쳐. 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하자.”

“왜 내일이라고 하는 거야? 내일이 무슨 날인데?”

울고 있는 꼬맹이 앞에서 달래 주기는커녕 정보만 묻고 있자니 한심했지만, 별수가 없었다.

꼬맹이는 내 질문에 눈을 부라렸다.

“내일이 바로 지하 던전에 들어가는 날짜잖아, 이 바보야! 이런 것까지 까먹은 거야?”

그 말에 누가 내 머리를 한 대 친 것 같았다.

던전이라고?

순식간에 이제껏 겪고 들은 일들이 취합되었다. 나는 말을 더듬었다.

“자, 잠깐만. 그럼 여기 간수들이…… 애들을 던전으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대체 애들을 던전에 들여보내서 얻는 게 뭔데?”

“그래야 실험이 성공했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

아이가 냉정하게 말했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화되었는지, 아닌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깨에 힘이 탁, 풀렸다. 도저히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의 침묵 후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고작 이런 거였다.

“대체 어떤 개새끼들이 이딴 짓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상황은 이랬다.

첫 번째.

이곳은 채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을 실험체로 이용하는 정신 나간 곳이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아까 그 두 사람을 좀 더 팼을 텐데. 아예 모가지를 부러트릴 걸 그랬지. 젠장.

그리고 두 번째.

이들은 아이들을 모종의 실험으로 강화시킨 후 던전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걸 생각하자 생리적인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순간적으로 친애하는 알리시아와 일리아스가 생각났다. 그들도 분명 어렸을 때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하지만 오랫동안 혼돈에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별안간 아이가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너무 흘렀어. 슬슬 밤 순찰을 돌 시간이야. 너는 여기에 있어.”

“뭐?”

“너도 나랑 같이 5층 담당이지만…… 오늘은 아파서 누워 있다고 말해 줄게. 순찰이 끝나면 돌아올 테니까…….”

“잠시만. 가지 마.”

나는 막 뒤돌아서 가려는 아이의 팔을 잡고 제지했다.

“오늘은 평소 같은 상황이 아니야. 아까 피터와 에이미가 쓰러진 거 봤잖아.”

아이가 눈썹을 찌푸렸다.

“다 잊어버렸다더니 그놈들 이름은 어떻게 기억해?”

무척 똑똑하군.

나는 상황도 잊고 감탄했다. 다만 아이가 똑똑한 것과 이 상황은 별개였다.

“여기서 나가는 건 위험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나와 이 아이가 실험쥐처럼 이용되고 있고, 어른들이 모두 아이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간수라는 것만큼은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간수들은 피터와 에이미를 공격한 게 누군지 알아내려 할 것이다.

또, 내가 그들을 죽이지 못했으니 피터와 에이미가 기절에서 깨어나 나를 지목할 확률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나와 친근해 보이는 이 아이가 그 어른들 곁으로 돌아가는 건 위험했다. 화풀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겨우 이런 꼬맹이들이.

“나는 네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어. 적어도 내가 이 상황을 해결할 때까지.”

이미 상황은 끔찍했지만 더 끔찍해질지도 모른다. 젠장, 경고 메시지 같은 건 무시하고 그냥 죽였어야 하는 건데.

나는 욕지기를 참으며 아이를 다독였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러나 꼬맹이가 내 말을 딱 잘랐다.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간수들이 나는 어디에 갔냐며 다른 애들을 괴롭힐 거야.”

“그거 말인데. 질문이 하나 있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떠나려는 꼬맹이의 손목을 붙잡자 꼬맹이가 성질을 냈다.

“이럴 시간 없다니까!”

“몇 가지만 묻자. 아무런 기억도 안 나서 그래.”

한동안 꼬맹이는 고집을 부릴 것 같았지만, 내 얼굴을 보고 곧 눈가가 누그러졌다.

결국 꼬맹이 쪽이 항복했다.

“……뭔데?”

“너는 방금 우리가 갇힌 실험체라고 했지. 그런데 너랑 나는 이렇게 감옥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잖아.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자 실망하는 한숨이 아이의 입에서 빠져 나왔다.

“대체 네 기억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기억해야 할 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기억만 하고 있다니.”

“응, 미안.”

놀라울 정도로 순순하게 사과하는 말이 입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 사과하는 말은 내 것이 아니었다. 꼬맹이의 사나웠던 녹색 눈이 살짝 누그러졌다. 감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녹음의 빛깔이었다.

“멍청이.”

그 웃음에 내 영혼의 어딘가, 본래 주인인 꼬맹이가 안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환경에 처한 두 꼬마가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일 테니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각 층마다 두 명씩 반장이 뽑혀. 인원이 많다 보니 반장이 실험체를 같이 관리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5층의 반장이야.”

“뽑는 기준이라도 있어?”

“간수들 마음대로기는 하지만, 적당히 똑똑한 애들을 뽑긴 해. 우리는 아침과 저녁 기준으로 점호를 하고, 죽었거나 심각한 부상이 있는 실험체가 있는지 점검해서 숫자를 보고해. 시체가 나오면 빨리 치워야 하니까.”

“시체는 어디로 가지?”

“모아서 지하 던전에 버려.”

역겨운 내용이었고,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뱉기에는 너무 사무적인 어조였다. 죽음이나 부상 같은 단어와는 멀어야 할 나이인데. 하지만 당장 내가 무어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두통을 참고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어느 정도 행동의 자유가 있는 셈인데, 왜 탈출은 생각해 보지 않는 거야?”

“맙소사, 너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구나.”

아이가 제 머리를 짚었다.

“감옥에서 밖으로 나가는 정문은 어른 열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열 수 있을 정도로 두껍고 무거워. 어지간해선 열리지도 않아. 한 달에 한 번, 배급품이 들어올 때나 열리지.”

아, 그래서 아까 배급품 운운했던 거로군. 한 달에 한 번 배급품이 들어오는데 개중 술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악당들이 뭘 하는 놈들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듯했다. 감옥의 문이 열리는 게 한 달에 한 번이라니.

“다른 출입구는 없어?”

“간수들이 따로 사용하는 뒷문이 있기야 하겠지. 1층에 있다던데, 어차피 우린 근처에 가지도 못 해. 내려가 본 적이 없어서 길을 전혀 몰라.”

“그럼, 여기에 갇힌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런 건 몰라! 매일매일 실험을 못 견디고 죽어 나가는데 그런 걸 누가 세고 있어. 그래도 몇백은 되겠지.”

끔찍한 숫자였다.

아이가 그렇게 대답한 후 내 손에서 제 손목을 빼려고 애썼지만 나는 놔주지 않았다. 아이는 점점 더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익, 이거 놓으라니까?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큰일이…….”

“있잖아. 여기에 있으면 넌 안전하니?”

“뭐라고?”

“아니다. 나더러 여기에 숨어 있으라고 한 걸 보면 적어도 당분간은 이곳이 안전하다는 뜻이겠지. 그럼 됐어.”

그게 끝이었다.

나는 아이의 목덜미를 살짝, 아주 힘을 빼고 쳤다.

그 별것 아닌 타격에도 아이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나는 애가 곧장 딱딱한 바닥으로 부딪치지 않게 팔로 안아 들었다.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어디 보자, 소지창 어디에 쓸 만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타르토스에서는 노숙이 일상이었기에 나는 곧 소지창에서 푹신한 침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침낭 위에 아이를 눕혀 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상황 파악은 대충 끝났다.

어떤 악당들이 아이들을 가둬 놓고 인체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던전이 있었다.

누가 보아도 내게 주어진 일은 분명해 보였다.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악당들을 끝장내고, 던전을 공략한다.

나는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왜, 허공에는 아무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는가.

내 예상이 맞으려면 눈앞의 기절한 꼬맹이가 정보를 뱉어 내는 동안, 시스템에서 선행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말이 떠올라야 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여전히 조용했다.

즉, 내가 생각한 그 무엇도 선행 조건이 아니었다.

실험체로 이용당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은 감옥에 갇혀 있고, 심지어 아이들이 던전 안으로 내던져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게 퀘스트가 아니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허공에 대고 질문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왜 이 상황에서 퀘스트가 뜨지 않는 거야?”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났다. 그럼 시스템은 나더러 이 상황은 내버려 두고 내 퀘스트나 찾아서 떠나라, 이건가?

“X발. 내가 뭐 퀘스트가 없다고 못 본 척 내버려 둘 것 같아? 이깟 감옥 부수는 건 일도 아…….”

아니다, 그렇게 지껄이려던 순간이었다.

벽에 달린 서랍 위 잡동사니 중 하나에 시선이 닿았다. 촛불 하나만이 밝히고 있는 공간에서 그것이 둔탁하게 빛을 반사했기 때문이었다.

무시할 수도 있었던, 반짝임.

그런데 나는 홀린 듯이 다가가 잡동사니 속에서 그걸 집어 들었다. 내가 그걸 집어든 이유는 그저…… 그것이 매우 낯익었기 때문이다.

그건 조그마한 동전이었다.

내가 아는 한, 아무 쓸모도 없는.

“이게 여기 왜……?”

왜냐면 그건 화폐로 발행되었지만, 그저 기념주화였고, 그 기념주화의 주인공을 왕국의 지배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주화에 금을 섞지 않았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대륙 정세에서는 어느 왕국이 언제 멸망할지 몰랐기 때문에 화폐를 사용할 때 발행국보다는 금이 섞인 비율을 중시했다.

그런 이유에서 이 기념주화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었고, 그 일부의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

왜냐하면 그건…… 나는 신음했다.

수도 없이 많은 밤에 생각했고,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리움에 눌릴 것 같아 억지로 흘려보내야만 했던 이름.

그 이름을 육성으로 부르는 것은,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혀에 올려진 발음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그건 끔찍하게 느껴졌다.

“……루카스.”

나는 차가운 동전을 쥔 채 눈을 감았다.

- 플레이어, ‘방랑하는 구도자’의 재입장을 환영합니다.

타르토스.

지금 나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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