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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53화 (154/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53화

님페의 바람이 내 몸을 휘감는 것을 보며 알리시아가 외쳤다.

“그런 것까지 똑같을 필요가 있나?!”

보통은 왜 그런 것까지 똑같은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냐, 이 돌대가리야!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만 그 의문을 담아 두기로 했다.

알리시아는 정말이지, 육감은 뛰어났지만 머리를 쓰는 일에는 소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히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 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던데 알리시아는 그 고생할 육체가 너무 좋다는 게 문제였다. 대부분의 일은 저 녀석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슨 별똥별처럼 지상에 날아들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

아니, 그렇지만 교단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파악한 게 알리시아뿐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나도 쟤한테 멍청하다는 소리를 할 자격은 안 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상황도 잊고 웃었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내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와 함께 전장에 서는 것이.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나와 알리시아가 위로 솟구치는 한편, 감옥의 고층 복도에서 괴물이 발을 구르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저거야말로 지상을 파괴하는 유성 같은 모습이었다.

“둘이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괴물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너희들 모두를 죽이고 이번에야말로 승리자가 될 테니까!”

안타깝게도 그 말은 어느 정도 옳았다.

이쪽이 불리했다.

괴물은 자연의 섭리에 힘입어 밑으로 내리꽂히고 있었고, 우리는 위를 향해 땅을 박차고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알리시아는 자신을 향해 유성처럼 날아오는 괴물을 피하지 않았다. 체중을 이용한 일격이 알리시아에게로 내리꽂히려 할 때, 알리시아가 외쳤다.

“지금!”

바로 옆에서 땅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고 있던 나는 그 외침에 알리시아의 몸을 발로 가볍게 차 버렸다.

알리시아의 몸이 허공에서 가볍게 뒤로 밀려났고, 그 반동으로 나도 밖으로 밀려났다.

그 약간의 공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괴물이 치고 지나갔고, 알리시아는 팔을 뻗어 그런 괴물의 머리를 잡아채며 그 거대한 몸뚱이에 달라붙었다.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알리시아!”

그리고 허공에서 격렬한 격투가 이루어졌다.

괴물은 제 몸에 달라붙은 알리시아를 통째로 중앙의 감시탑 벽에 박아 버렸지만, 여전히 알리시아를 떼어 낼 수는 없었다.

알리시아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괴물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갈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얻어맞고 있었다.

본능만이 남은, 야생의 짐승이 벌이는 것 같은 전투였다.

둘 다 건물 따위는 상관도 하지 않고 격렬하게 오가는 통에, 중앙의 감시탑은 물론이고 감옥의 층마다 멀쩡한 바닥이 거의 없었다.

아니, 사실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교착 상태는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났다.

괴물이 달라붙은 알리시아를 떨쳐 내기 위해 한 번 더 벽을 차고 날아올라 바닥에 내동댕이치려고 했을 때였다.

알리시아의 한쪽 어깨에 붙은 몬스터의 팔이 단단하게 괴물의 머리를 고정했고, 두 다리는 유연하게 괴물의 몸을 타고 올라 팔과 함께 괴물의 목을 조였다.

어쩔 수 없이 잠깐 동안 괴물의 사지가 경직되었다.

허공에서, 완전한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압!”

나는 빠르게 튀어 나가 괴물의 머리를 검으로 냅다 후려쳤다.

알리시아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괴물은 손쓸 새도 없이 그대로 내 일격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엉킨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콰쾅!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작살이 나 있던 바닥은 한 번 더 아작이 났다. 던전의 입구를 표시하는 문양만이 애처롭게 떠다니고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직 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바닥에 다시 착지했을 때였다.

무언가 둔탁한 바람이 일었다. 본능적으로 다시 발을 굴러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무언가가 내 몸통 전체를 가격했다.

나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몸을 가격한 무언가를 안은 채 뒤로 굴렀다.

“아, X발!”

물론 알리시아였다.

결국 괴물에게 통째로 던져진 알리시아가 욕설을 지껄이며 내 몸 위에서 일어났다. 무게에 완전히 짓눌려 있었던 나는 그제야 겨우 막혔던 숨을 토해 낼 수 있었다.

알리시아가 깜짝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앗, 미안. 혹시 압사당한 거 아니지?”

“거의 그럴 뻔했어!”

그대로 짜부라지는 줄 알았다고. 망할, 못 본 사이에 살찐 거 아니야? 더럽게 무거웠다.

나는 매우 진심이었는데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인 건지 알리시아가 씩 웃었다.

“말하는 거 보니 일단 폐가 멀쩡한 건 확실해.”

“폐는 두 개 있거든!”

아마도 한쪽 폐에는 구멍이 났을 것이 분명했다.

알리시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알리시아가 뻗은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놈은 어디 있어?”

“저기 있네.”

슬슬 흙먼지가 가라앉았고, 나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른 형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괴물은 여전히 멀쩡했다.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도대체 우린 뭘 한 거야? 너무 멀쩡한데.”

“어쩔 수 없지, 저 녀석을 제압하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알리시아가 괴물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건 나처럼 개량된 녀석이니까.”

“마치 너처럼? 웃기는 말을 하는군.”

괴물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기라도 하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유일한 성공작이야, 알리시아. 너는 그저 실패작일 뿐이고.”

“네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알버트.”

알리시아도 친근한 어조로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을 들은 괴물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분노에 차오른 쉿쉿 대는 소리가 들렸다.

“감히…… 나를 그 이름으로……!”

“나는 너를 실패작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나는 알리시아와 괴물을 힐끗 바라보았다.

알리시아는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나는 그 눈동자에 깃든 약간의 연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군. 그냥, 우리는 한때 함께 갇혀 있었고…… 함께 살아남았지.”

그리고 알리시아는 조용히 덧붙였다.

“또 이곳은…… 우리가 한때 있었던 곳이기도 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알리시아가 정보에 뛰어나서 아이들이 납치되어 겨울왕 숲속 어딘가로 끌려갔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들,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단숨에 그 납치된 장소를 짚어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미 이 장소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저 괴물도…… 알버트도, 분명 알리시아가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이 모든 일을 벌였다.

그래, 알리시아가 내게 자신의 모든 과거를 말해 준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 단지 나는 둘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역사가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래그래, 우리가 한때 있었던 곳이지!”

내가 모르는 시간을 껴안고 있는 알버트가 소리 높여 웃었다. 끔찍한 웃음이 건물의 벽을 타고 감옥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감옥 안은 전투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만 중요한 구조는 그대로였다.

각 층에는 철창이 있었고, 지하에는 던전이 있고, 실험실이 있으며, 누군가를 억지로 가두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두 명의 사람은, 세월이 흐른 지금 여기에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알버트는 분노에 차서 알리시아를 향해 속삭였다.

“그리고 네가 나를 버리고 떠난 곳이기도 하고.”

나는 당연히 알리시아가 그 말에 반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알리시아는 그냥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웃었다. 변명 대신 조용한 인정이 잇따랐다.

“그래, 아직도 그날의 네가 내 마음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알리시아는 바닥을 박찼다. 바스타드 소드는 여전히 알리시아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죄책감도 여기서 끝이야.”

챙!

알버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아까 전 제 몸에 꽂혀 있던 검 하나를 주워들고 알리시아의 검에 맞섰다.

검을 집어든 괴물의 눈이 이채로 빛났다.

“네 검에 무슨 짓을 했구나.”

나 또한 그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내 성검으로는 어지간해선 뚫을 수 없던 괴물의 피부조차 쉽게 뚫어 낸 알리시아의 검이, 이번에는 평범해 보이는 롱소드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말했을 텐데. 개량 인간에게도 듣는 독을 발명했다고!”

검을 맞댄 알리시아가 웃었다.

“그리고 내 망할 오빠 새끼는 언제나 네가 빌어먹을 놈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날 거라고 말했거든!”

검이 연속해서 맞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괴물의 두꺼운 팔에 비해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검이었지만, 알버트는 놀라울 정도로 롱소드를 잘 다루고 있었다.

알리시아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나는 안 믿었지만!”

그래, 마치 눈앞에 있는 알리시아처럼.

저 알버트의 검술이 누구에게서 연유된 것인지 나는 싫어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준비했어. 네가 나타나면 막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럴 줄 알았어!”

찢어지는 검음 속에서 알버트가 울부짖었다.

“나를 구해 줄 생각 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거지!”

그렇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알버트의 손에 들린 검이 알리시아의 바스타드 소드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조각난 검날과 함께 알리시아가 괴물에게로 달려들어 검을 사선으로 휘두르며 괴물의 몸을 갈랐다.

그리고 상대의 가슴을 발로 차 뒤로 쓰러트리며 알리시아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나는 이미 공중으로 날아오른 지 오래였다.

허공으로 몸을 밀어 올리는 님페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다음 순간 나는 감옥의 천장에 닿았다.

그리고 힘차게 천장을 박찬 후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분히 의도된 추락이었다.

콰직.

발을 딛는 순간 감옥의 천장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감옥을 구성하던 벽돌 조각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괴물을 향해 떨어졌다.

그러면서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알리시아의 팔에 붙잡힌 덕분에 괴물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괴물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을 보며, 나는 바닥으로 쏜살같이 추락했다.

그리고, 그대로 괴물의 배에 검을 내리꽂았다.

그것은 성검이 아니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아까 전 한때 괴물의 몸에 꽂혔던 검이었다.

일리아스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검은 너무도 쉽게 괴물의 배에 꽂혔다.

우두둑.

이번에야말로, 나는 그 검이 괴물의 배를 뚫고 지나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커헉!”

괴물이 고통에 찬 숨을 토해 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켜!”

나는 빠르게 다시 한번 몸을 굴려 뒤로 물러섰다.

내가 천장을 부수면서 달빛이 새롭게 감옥 안으로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개를 들자 나는 조금 밝아진 시야 속, 그림자 진 형태가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리시아는 괴물을 향해 제 몸을 내리꽂았다.

쿵!

콰콰쾅!

굉음이 일었다.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게가 괴물의 몸을 짓누른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바닥이 쩍 갈라졌다.

그리고 내가 꽂았던 검은 마치 못처럼 검자루만 남기고 괴물의 몸 정중앙에 완전히 박혀 버렸다.

아까 알리시아가 괴물을 제압했을 때와 완전히 같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내가 검을 든 채 괴물의 목을 노리고 있었고, 알리시아가 알버트의 몸을 관통해 버린 검자루 위를 발로 밟고 고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괴물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그리고 알리시아가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잘했어, 꼬맹아.”

그 얼굴을 마주하며 나는 머리를 굴렸다.

말도 안 돼.

분명히 이겼다. 지금 상황은 그랬다. 이제 알버트는 완벽하게 제압되었다.

하지만 사실, 나 자신도 약간 이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알리시아의 생존을 위협했던 건 누가 봐도 저 괴물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부상이 따르기는 했지만, 우리는 지금 함께 이 괴물을 제압했다.

그럼 이대로 메인 퀘스트에 성공하는 건가?

이제 알리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시스템 메시지를 살폈다.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알리시아’의 생존

- 남은 시간 46:18:18

……남은 시간이 아주 공교롭군.

하지만 성공 메시지는 어디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알버트.”

검자루를 밟고 선 알리시아가 냉혹한 어조로 선언했다.

“다 끝났어. 포기해.”

괴물이 바르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검을 괴물의 목에 향한 채 알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검을 빼면 그대로 재생할 텐데?”

“아, 일단 재생 코어…… 몬스터의 핵 같은 건데, 그걸 찾아낼 때까지 알버트를 조각낼 거야. 그걸 부수면 당분간 재생은 하지 못하게 되거든.”

알리시아는 일부러 더욱 위협적인 어조를 꾸며 내며 알버트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알리시아는 이미 엄청나게 위협적이었다.

“그러니까 네 온몸을 조각내기 전에 순순히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알버트.”

괴물은 그 협박에 눈을 껌벅였다.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였다.

“듣기만 해도 아플 것 같지만, 그렇게 한다면 반대는 하지 않을게.”

내 의식 안에서 숨죽이며 이 장면을 지켜보는 꼬맹이는 분명 아주 훌륭한 인격자지만, 그렇다고 복수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잠시 소란스럽던 감옥 안에 죽음 같은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괴물은 배를 들썩이며 소란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크, 크하하하하하!”

분명히 웃음이었지만, 비명과 다름없는 소리였다. 고통이 분명한 그 웃음에 알리시아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알버트가 악을 쓰기 시작했다.

“정말 우습군, 알리시아! 포기? 널 죽이는 걸 포기하고, 나는 이대로 실패작으로 남으란 말인가?”

“알버트, 너는…….”

“같잖은 소리 집어치워!”

괴물의 눈은 분노로 시퍼렇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차피 내겐 복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게 끝이었다.

나는 등골을 스치는 불길함을 예감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본능 같은 것이었다. 서늘한 것이 신경을 침범했고, 나는 늦었다고 생각했다.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버트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나, 늦었다.

이제까지 우리가 싸우는 동안 내내 옆에 있던 던전의 입구 문양이 희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알리시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알버트, 그만둬! 무슨 짓을……!”

그렇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양이 빛나는 것과 동시에 알버트가 사라졌다.

괴물의 몸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깊숙이 꽂힌 검 한 자루뿐이었다.

나와 알리시아는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며 내뱉었다.

“미친.”

“X됐다.”

- 해당 던전의 포화도는 ‘위험’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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