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54화
“…….”
“…….”
알버트가 사라진 후 나와 알리시아는 잠시간 죽음 같은 침묵에 빠졌다. 어지간한 일은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설마 저 괴물 자식이 던전에 입장한다는 방법으로 내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것과 별개로 감탄은 했다.
‘쓸데없이 똑똑하네.’
그야 던전 입구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하기야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은 없었겠지. 플레이어가 던전에 입장하는 것을 다른 플레이어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
망할.
“이해가 안 돼.”
알리시아는 공중에 떠올라 있는 던전 문양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대체 저 자식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왜 던전 안으로 들어간 거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첫 번째, 던전 내에서 자리를 잡고 상처를 회복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건 말도 안 돼.”
알리시아가 내뱉었다.
“그 정도로 만만한 던전은 아니야. 게다가 이미 두 번이나 중독된 몸이라서 당분간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거야. 그냥…… 저 상태로 던전에 들어가면 죽어. 그런데 대체 왜……?”
“그래, 그게 두 번째 가능성이야.”
나는 냉정하게 알리시아의 의문을 끊어 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던전 내부에서 죽는 게 합리적이잖아.”
“합리적이라고?”
“그래, 던전 안에서 죽으면 클리어 실패가 되고, 그렇게 되면 포화도가 넘칠 테니까.”
내 말을 들은 알리시아가 눈을 크게 떴다.
“뭐, 뭐라고?”
알리시아가 왜 놀라는지 모를 지경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떠올렸는데.
아마도 알리시아가 아직도 알버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증거겠지.
하지만 그 환상을 지켜 줄 수는 없었다.
나는 다소 냉정하게 내뱉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거란 소리야.”
애초에 던전 포화도는 이미 위험 상태였다. 그러니 만일 알버트가 던전 안에서 죽는다면 곧 던전 브레이크로 이어질 것이다.
자기 보호 수단 따위는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이백 명 남짓한 아이들 코앞에서.
그리고 그건…… 알리시아의 생존 확률도 따라서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건…… 그건 말도 안 돼.”
내 말을 들은 알리시아가 머리를 쥐어뜯는 것이 보였다. 언뜻 공포감이 어린 것 같기도 했다.
“설마, 알버트가…… 그렇게까지 한다고?”
“그렇게까지 할 것 같은데.”
둘 사이의 역사는 딱히 더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알버트에게서는 집념에 가까운 열렬함이 엿보였다.
게다가 어차피 알버트라는 놈에겐 승산이라는 게 없다시피 하다. 그놈의 목표가 알리시아에게 복수라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 괴물은 자신의 일생을 건 복수가 실패하는 순간을 목전에 두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알버트에게는 아직 선택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 알리시아는 알버트를 제압하기는 했어도 곧장 목을 치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어떤 말을 듣더라도 그가 한 짓을 용서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알리시아는 마지막까지 알버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렸다.
제삼자인 내 눈에도 뻔히 보이는 일을 알버트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알버트는 알리시아가 기다리던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던전 안으로 도망쳤다.
‘그 시점에서 결론은 난 거야.’
그리고 나는 알리시아와는 달랐다. 나는 알버트라는 괴물에게 일말의 선의가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알버트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수단으로 사용해 알리시아를 죽이고자 했다.
결국 알리시아는 마지막까지 배반당했다.
- 해당 던전의 포화도는 ‘매우 위험’ 상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 삼아 계속 조회하고 있던 포화도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친 새끼.’
끝까지 악의로 점철된 마무리였다.
나는 아직도 불신과 공포가 반반씩 섞인 채 던전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알리시아를 향해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 우리는 움직여야 해.”
“하지만…… 난…….”
알리시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저렇게까지 감정적인 동요를 드러내는 녀석은 아닌데…… 하기야 일리아스도 아는 녀석이라고 했지.
아무래도 정말 깊은 인연이 있던 사이였나 보다.
그러고 보니 가끔, 어릴 때 함께 갇혀 있던 다른 애들을 구해 주지 못한 게 마음의 빚으로 쌓여 있다고는 말하곤 했지만…….
‘내 입장에선 별로 동정하고 싶지는 않군.’
당장 내 앞에 차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수단으로 고통받은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구하러 온 알리시아는 알버트 때문에 이미 죽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내 손으로 죽였어야 하는데.’
용사 클래스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정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딴 클래스에 미련도 없다. 설령 성검을 다신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 손으로 죽였어야…….
- 에이펙스의 광검이 항의를 표시합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파트너께서 불만을 표출했다.
……그래, 하긴 널 못 쓰게 되는 건 좀 아쉽긴 하겠다.
“내가, 그냥 곧바로 에너지 코어를 찾아서 부쉈어야 하는데…….”
그때 알리시아가 허망함이 드러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감상에 휘둘리는 바람에…….”
나는 혀를 찼다.
정말 못 들어 줄 소리를 하고 있군.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그리고 나도 솔직히 알리시아만큼이나 위로에는 젬병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리아드네는 말재주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본성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온갖 유혹에 휩싸여 잠시 흔들리는 것뿐이고, 자신은 그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애였다.
그런 아리아드네라면 알버트에게서도 일말의 동정심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건 나였다.
“이제 와서 자책해 봤자 뭐가 달라져?”
내 말에 알리시아가 어깨를 움찔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바닥을 훑어보다가 저 구석에 떨어져 있던 내 ‘은의 장막’을 찾아냈다. 가면을 주워 흙먼지를 털어 내니 말끔해졌다.
“그럴 시간에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국은 그랬다.
신이 아니라 인간인 이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적을 해치우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단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게 살아남아라.
그것이 내가 알리시아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내 말을 들은 알리시아가 멍하니 눈을 껌벅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할 겸 은의 장막을 다시 착용하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알리시아에게 한 말은 당장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알리시아’의 생존
- 남은 시간 45:56:58
어쨌든 알버트라는 위험 요인은 제거되었는데도 아직 메인 퀘스트가 끝나지 않았다.
그건 즉, 알버트라는 존재가 없다고 한들 남은 시간 동안 알리시아는 여전히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고민에 빠졌다.
일단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눈앞의 던전 클리어 조건이 무엇이냐, 였다. 조건이 어떠냐에 따라서 대처 방법이 달라질 테니까.
나는 곧장 알리시아에게 물었다.
“예전에 여기에 있었다고 했지? 저 던전, 어느 정도 수준이야?”
알리시아는 여전히 멍해 보였지만 일단 기계적으로 대답은 했다.
“어, 클리어 조건은 A급 몬스터 30마리 처치. 던전 내 몬스터들은 분산된 편이고, 급은 C급부터 A급까지 다양한 편이야.”
심지어 클리어 조건이 만만한 것도 아니로군.
나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물론 지금의 나나 알리시아가 처리하지 못할 수준의 던전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서른 마리를 처치하려면 최소한 반나절 정도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나 몬스터가 분산되어 있다면 던전을 뒤지고 다녀야 할 확률도 높다. 운이 없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다.
‘새삼, 타르토스 쪽 던전 난도가 높긴 하군.’
한국 정부 기준으로는 S급에 해당할 조건이었다. 잠깐 한국에 가 있었다고 체감 난도가 확 다르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럼 선택지는 이제 세 가지였다.
첫 번째, 나와 알리시아 두 사람이 던전에 들어가 알버트를 처치하고 던전을 클리어해서 포화도를 낮춘다.
‘……이건 안 돼.’
우리 둘 다 던전에 들어가는 건…… 지금 옆 건물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영 불안했다.
내가 간수들을 기절시켜 제압해 두긴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감옥의 건물은 이미 거의 부서진 채였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전투 때문에 일어난 소란을 들은 숲속의 몬스터가 접근한다면?
심지어 겨울 왕의 숲속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이자 훌륭한 방책이었을 감옥은 이제 거의 바스라진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은 무방비한 상태로 공격에 노출될 것이다.
그럼, 두 번째.
둘 중 하나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머지 한 명은 남아서 아이들을 지킨다.
‘이것도 안 돼.’
결국 지금 메인 퀘스트는 알리시아의 생존 여부다. 알리시아 와 함부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럼 남은 건…….’
나는 빠르게 선택지를 정리했다.
이것밖에는 없다.
‘튀자.’
던전 브레이크는 어쩔 수 없다. 터지면 터지는 대로 내버려 두자.
그게 내 결론이었다.
어차피 겨울 왕의 숲은 이미 몬스터들의 자생지였다. 하나쯤 몬스터 부락이 추가된다고 해도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잘되면 다른 몬스터 무리들에게 습격받아 자멸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은 알리시아와 애들의 목숨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해.’
그러려면 결국 이 감옥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겨울 왕의 숲에서 나가야 했다.
겨울 왕의 숲에 몬스터가 우글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숲을 벗어나 마을까지만 가면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다.
숲에 몬스터와 던전이 많다 보니 근처 마을에 파밍과 레벨 업을 목적으로 온 용병들이 많은 데다,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를 정기적으로 토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남은 시간 내에 알리시아를 포함해 아이들을 마을까지 데려다주면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소리다.
문제는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
나나 알리시아 둘이라면 몰라도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틀 만에 숲을 벗어나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저번처럼 119 버튼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쫓겨나는 엔딩은 사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지?
내가 홀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짝!
커다란 소리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소리를 낸 것은 알리시아였다.
“뭐, 뭘 한 거야?”
“찬물이 없어서 대신 뺨 좀 때렸어.”
그렇게 대답한 알리시아의 뺨에는 빠르게 피멍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 정도면 볼 안쪽도 터졌겠다.
나는 아연해졌다.
미친 거 아냐? 겨우 정신을 차리겠답시고 저렇게까지 해?
하지만 내 눈길은 상관없다는 듯, 알리시아가 혼자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애들부터 구해야지. 결국 나 때문에 여기에 끌려온 애들인데, 내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 없어. 알버트 새끼야…… 나중에 술이라도 진탕 마시면서 추모해 주지 뭐. 솔직히 그것도 감지덕지해야지. 마지막까지 개 같은 자식.”
“…….”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말해 봤자 들어먹지도 않을 테고, 솔직히 내가 알리시아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아서 말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를 제공했다.
“아이들은 간수들의 생활 공간에 모여 있어. 숫자는 이백 명 남짓.”
알리시아가 눈을 굴리는 것이 보였다. 설마 못 본 사이에 숫자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니겠지.
“좋아, 그 정도라면 문제없어. 그럼 모두를 챙겨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기 전에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군.”
“……문제가 없다고?”
의아함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알리시아가 뒷일 생각하지 않고 달려 나가는 타입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에 호언장담을 하는 타입도 아닌데…….
“준비를 해 왔거든.”
그렇게 말하며 알리시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나는 눈을 껌벅였다.
맙소사, 순간적으로 알리시아의 얼굴이 눈부시게 보였다.
“……준비를 했다고?”
네가?
그 말은 생략했다.
“당연하지. 아이들이 납치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데 설마 애들을 이송할 준비도 없이 찾아왔을까 봐?”
“…….”
너 그런 짓 잘하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는 말을 삼켰다.
초면의 꼬맹이가 할 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허언을 하는 타입은 아니니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준비를 하긴 한 것이다.
한 줄기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알리시아가 뻐근한 어깨를 풀며 스트레칭을 했다.
“됐다. 그럼 일단 아이들, 아니, 네 친구들부터 보러 가자. 간수들의 생활 공간에 있다고 했지? 그럼 간수들은 어디에 있는데?”
“기절시켜서 묶어 놨어. 아마 반나절은 못 깨어날 거야.”
과정이야 어찌 됐든, 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드디어 알리시아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나로서는 정말이지 다행인 일이었다.
“그럼 이쪽으로…….”
“아니, 그런데 잠깐만.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
막 발을 굴러 위로 도약하려는데 알리시아가 내 팔을 잡고 멈추게 했다.
돌아보자 알리시아로서는 드물게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순간 긴장했다.
뭐지, 설마 내 정체라도 알아차렸나? 그래 준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텐데…… 알리시아가 내게 물었다.
“이름이 뭐야?”
“…….”
나는 침묵했다.
솔직히 아주 실망스러웠다.
그러니까, 네가 한 첫 질문이 저거라고?
진심이냐?
겨우 열 살짜리 꼬맹이가 이렇게 강한 데다, 에이펙스의 광검을 포함한 온갖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그냥 네 친구 레나 그 자체로 행동하고 있는데?
‘적어도 어떻게 검을 얻었는지 물어봐라!’
그랬다면 ‘해당 인물로서 행동하라’라는 경고를 받지 않고 힌트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바보였다.
“이름이 뭐냐니까?”
맙소사, 내 절친이 돌대가리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그야 상식적으로 10살짜리 꼬맹이 몸에 친구가 빙의했다고 상상하기야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나는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야, 이 멍……!”
- 당신은 해당 인물로서 행동해야 합니다.
“…….”
망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이름은 없…… 는 것 같아. 아직.”
그 말을 듣자 왠지는 모르겠지만 알리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아, 그렇구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도 내 이름은 내가 지었어. 내 오빠 이름도 그렇고, 알버트도 그렇고.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알리시아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격려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뭐, 정 생각이 안 나면 네 이름은 내가 지어 줄게. 아주 죽이는 걸로. 내가 머리가 나쁘긴 해도 이 숲을 나갈 때쯤엔 좋은 이름이 생각날 거야. 어때?”
아주 다정한 목소리였다.
아, 진짜 이 멍청이를 어쩌면 좋지.
나는 머리를 짚었다.
“…….”
하지만…… 뭐, 대략 45시간 이후의 꼬맹이한테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기는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쓸 거야.”
내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알리시아는 밝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내가 꼭 지어 줄게.”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그래, 나도.
- 남은 시간 45:42:18
앞으로 45시간.
이번에야말로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