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55화
“이게 말이 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시스템 관리자의 운영 모드로 지켜보고 있었던 조한율은 기어코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난 영화도 코미디만 보는데!”
그렇지 않아도 근 몇 년간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 시간이 나면 팝콘 무비나 가끔 즐기는 정도였는데, 이건 정말 너무했다.
도중에 나갈 수 없는 영화관에서 취향도 아닌 영화를 강제로 시청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러닝 타임도 장난 아니게 길었다. 이제 거의 한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조한율에게는 절실하게 사이다가 필요했다.
“아오, 개답답해! 그냥 바로 목이나 따 버리지! 나 그만 볼래!”
- 운영자 모드, ‘공략 과정 관찰’ 기능을 종료하시겠습니까?
- 종료와 관계없이 플레이어, ‘방랑하는 구도자’의 던전 공략은 계속됩니다. 이후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던전 공략 완료 후 알람을 설정하시겠습니까?
이럴 때만 쓸데없이 유능한 시스템이 메시지를 띄웠지만 조한율은 빽 소리를 질렀다.
“아, 냅둬!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볼 거니까!”
지금 조한율의 화면 속에서는 어린 꼬맹이가 된 강예나와 알리시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다 무너진 건물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강예나가 흙벽에 발을 디딜 때마다 흙이 파스스 무너졌다. 심지어 앞선 전투 때문에 그들이 있는 건물도 이미 붕괴하기 직전이었다.
조한율은 자신의 손에 땀이 흥건한 것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무너트리면서 싸운 전투의 여파 때문인지, 겉으로 보기에 강예나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만일 이게 영화라면 주인공이 겨우 이 정도 장애물을 넘어가지 못하고 무너질 리는 없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 밑에서 기어 올라간다? 아슬아슬하게 탈출한 후 짠, 하고 멋있게 나타날 게 뻔했다. 심지어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죽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조한율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죽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코드화를 사용해 현실을 실감하지 않으려 애를 써도, 죽음은 결국 죽음이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
그걸 모를 리도 없을 텐데 강예나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아, 진짜.”
조한율은 저도 모를 충동에 이끌려 강예나와 알리시아 발밑에서 위협적인 빛을 내고 있는 던전의 포화도를 조회해 보았다.
- 해당 던전의 포화도는 ‘매우 위험’ 상태입니다.
“아, 저게 말이 되냐고.”
알버튼지 뭔지, 끝까지 고구마만 주고 가네.
조한율은 진심으로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솔직히 조한율은 강예나가 어떻게 되든 간에 상관없었다.
물론 뛰어난 실력자의 부재는 아쉽기야 하겠지만 결국 강예나는 그저 한 명의 인간에 불과했다.
존재 자체만으로 대한민국 서버에 부담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사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강예나가 저기서 죽더라도 별반 손해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조한율이 여기에 개입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지금까지 강예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이유는 저 위협적인 존재를 그대로 둬도 좋을지, 아닐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고…… 뭐, 결론은 이미 났다.
‘괜히 용사를 건드렸다가 클래스가 빌런으로 바뀌면 곤란하지.’
저건 진짜 용사다. 그런 존재를 굳이 이쪽에서 건드렸다간 잠자리가 찜찜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엔 후환이 두렵다.
그러니까 만일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사는 대로 내버려 두자.
그게 강예나라는 인간을 보고 내린 조한율의 결론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하지만, 조한율은 도통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스템 운영 모드에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조한율은 지금 강예나가 갖고 있는 ‘메인 퀘스트’가 무엇인지는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운명의 씨앗이라는 외부 시스템에서 온 아이템과 관련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건 간에…… 지금 강예나가 던전 속에서 세운 목표는 분명했다.
강예나는 그저 아이들을 구하려고 했다.
그냥 그뿐인데, 왜 저렇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조한율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강예나가 성공해도, 실패해도 그만이잖아. 보기 싫으면 보지 않고 떠나면 그만이다. 대한민국 일도 아니고,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간섭해 봤자 뭘 한담.
조한율은 눈을 꾹 감았다.
그냥 그만 보고 집에나 가자. 지난 몇 달간 제대로 잠도 못 잤는데…….
“…….”
아, 때려치워.
조한율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인정하자.
떠날 수 있었으면 진작 떠났다.
조한율이 그런 성격이었더라면 진작 대한민국이고 뭐고 될 대로 되라고 내팽개쳤겠지. 그리고 통장에 쌓인 돈으로 백수 생활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서 결국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
‘500억 받고 세상 구하기 vs 500억 받고 백수하기’에서 전자를 택하는 미친놈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나라니!
조한율은 결국 한숨을 쉬며 눈앞의 키보드를 잡았다.
- 운영자 전용 스킬 : ‘던전 레벨 조정’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어떻게 그냥 놔두냐고.’
조한율은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강예나나 알리시아라는 이름의 정체 모를 누군가는 그렇다 치고, 아이들은 무슨 죄냔 말이다.
게다가 이 상황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모를까, 조한율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적어도 아이들이 안전해지는 건 봐야 오늘 집에 가서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던전 브레이크를 아예 취소시키는 건 어차피 힘들어.’
알버트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일부러 던전 브레이크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진짜 게임이라면 일부러 트롤링을 하는 플레이어의 계정을 차단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한율은 플레이어의 자유 의지도, 그리고 그에 따르는 결과도 막을 수 없다.
다만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출 수는 있다.
‘한 시간 정도만이라도.’
그 정도의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조한율은 화면에 떠오르는 코드를 미친 듯이 수정하기 시작했다.
- 운영자 전용 스킬 : 코드화를 사용 중입니다.
- 던전 레벨 조정 중…… 마이너 업그레이드
- 경고! 플레이어가 해당 던전에 입장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오류를 겪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렇게 던전 레벨을 조정하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래도 던전 브레이크를 아예 취소시키는 것도 아니고 터지는 시간을 약간 늦추는 정도라면……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근처 던전에서 강한 몬스터 개체가 튀어나오는 정도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조한율 본인이 몸빵 하면 될 일이고…… 망할, 왜 내가 내 무덤을 파고 있지? 하지만 길들여진 손가락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한율은 빠르게 눈을 굴렸다.
이미 작성되어 있는 코드는 내버려 두자. 조건문과 새로 쓸 변수만 끼워 넣으면 된다. 어차피 던전 속 던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서버 속 던전도 아니니 대충 돌아가기만 하면…… 크게 생각하지 말고…… 조한율은 머리가 빠개지는 두통을 참아가며 한동안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코드가 변경되었습니다. 변경된 코드를 저장 후 적용하시겠습니까?
- Y/N
됐다.
조한율은 망설임 없이 Y를 눌렀다.
하지만, 그때였다.
파지직!
조한율이 보고 있는 화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손가락이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었다.
“뭐, 뭐야!”
조한율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에 뒹굴었다.
파직!
파지직!
그리고 조한율이 튕겨 나온 다음에도 스크린에서는 계속해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명백한 이상 현상이었다.
그리고 조한율의 눈앞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 코드 변경이 거절되었습니다.
- 경고! 해당 던전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조한율은 눈살을 찌푸렸다.
접근 권한이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된다.
“강예나는 대한민국 서버 소속 플레이어야. 그런데 내게 접근 권한이 없다고?”
이쯤 되면 처음 겪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조한율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스크린에 가까이 다가갔다.
불과 조금 전까지 조한율이 보았던 코드는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숱한 경고 메시지뿐이었다.
그리고 조한율은 그 메시지 속에 섞여 있는, 종전과는 다른 메시지 하나를 발견했다.
- 시스템 간의 간섭은 운영자의 안전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 해당 던전은 서버 : 대한민국 운영자 ‘조한율’의 간섭을 거절하였습니다.
- 운영자 클래스의 중복 간섭은 불가능합니다.
그 경고 메시지를 막 다 읽었을 때였다.
조한율의 화면이 갑작스럽게 검게 변했다.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화면에 조한율이 당황하며 시스템창을 불러내려고 했을 때였다.
- 건드리지 마.
검게 변한 화면에 흰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한율은 눈을 크게 떴다.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내용이 떠올랐다.
- 이건 내 거야.
그 공격적인 메시지에 조한율이 숨을 크게 들이켠 순간이었다.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 경고! 서버 : 대한민국이 타 시스템의 간섭을 받았습니다.
- 서버가 불안정해집니다.
- 즉각적인 안정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두통이 내달렸다. 조한율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짚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 이상한 채팅 메시지가 떴냐는 듯, 화면은 조한율이 언제나 보는 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허어.”
그제야 조한율은 숨을 내뱉었다. 등골에 오싹한 소름이 내달렸다.
방금 전 그건 대체…… 뭐였지?
그러나 되새김질해 볼 틈도 없었다.
- 경고! 경고! 경고합니다!
붉은색 경고창이 떠올랐다.
전체 서버창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전체 서버창을 확인한 조한율은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전국적으로 던전 상태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D급 던전에서 B급 몬스터가 나오질 않나, A급 던전은 시간제한이 줄어들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한마디로, 망했다!
“X발, 개 같은 새끼야!”
욕설을 뱉은 조한율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전체 서버창에서 밀려나 작게 변한 화면 속에서는 강예나가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한율은 그걸 도와줄 수 없었다.
아무도 강예나를 도울 수 없었다.
방금 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조한율은 혼란 속에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 * *
감옥은 다 무너진 상태였지만 다행히 아이들을 격리시켜 둔 생활공간은 무사했다.
아이템을 제거하고 문을 연 뒤 통로로 들어가자 문 너머로 아이들이 긴장하며 숨죽인 기척이 느껴졌다.
알리시아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다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한대?”
너 같으면 잠이 오겠냐, 그렇게 받아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나는 한숨을 쉬며 문을 두드렸다.
“메이! 괜찮아. 다 끝났어.”
그러자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곧 우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용사님!”
메이었다. 안도한 기색으로 달려나온 메이는 나를 보고 반색하다가 내 뒤에 선 알리시아를 보고 움찔했다.
“허, 허억……!”
“아차.”
알리시아가 제 몬스터 팔을 숨기려 애쓰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나는 메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 괜찮아. 도와주러 온 사람이야. 그나저나 너희는 괜찮았니?”
“네, 괜찮았어요.”
메이의 대답을 들으며 안을 살피자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넓지는 않았던 공간은 아이들로 물샐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아직 기절한 채 누워 있는 간수들이 보였다.
기절시킨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바로 옆에서 굉장한 소란이 있었는데도 잘도 저렇게 뻗어 있군.
내 의문을 알아차렸는지 메이가 잽싸게 말했다.
“정신이 들 것 같으면 바로 때렸어요.”
“잘했네.”
“잘하기는 뭘.”
한구석에서 짜증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나지막이 긴장하며 그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영 어설퍼.”
아까 전 내가 제압했던 용병이었다. 여자는 짜증이 단단히 난 표정을 하고서 손발이 묶인 채 구석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 술에 취해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게 어설프게 때렸다가는 그냥 정신이 번쩍 들게 도와줄 뿐이라고.”
“그럼 좀 도와주기라도 하지 그랬어?”
“저기요, 그쪽이 제 손발을 묶어 놨잖아요. 그리고 난 무료 봉사하는 취미는 없…….”
그렇게 말하던 용병이 깜짝 놀라 말을 끊었다.
다음 말을 예상한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용병왕이 왜 여기에 있어?!”
“그거 내가 할 말 아니냐?”
알리시아가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구르고 있는 용병을 노려보았다.
“뭐지? 어디 소속이길래 이런 거지 같은 의뢰를 받고 여기에 온 거야?”
알리시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여자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스쳐 지나간 표정을 묘사하자면 한마디로 ‘나 X됐다’, 이거다.
“오해입니다!”
“오해는 개뿔이. 애들이 이러고 있는데 뻔히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거지?”
여자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 보였다.
어째 내가 떠난 후에도 알리시아의 위명은 그대로였던 모양이다.
사실 용병왕이라는 건…… 정말 용병들이 세운 나라에서 왕위에 오른 건 아니고, 용병들 사이에서 가장 강하다는 증명을 받은 명예직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권위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소속감이고 뭐고 없는 프리랜서들 모두가 왕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제 몸뚱이 하나를 가지고 벌어먹는 용병의 세계는 간단한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제일 강한 놈이 왕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리시아는 폭군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의뢰를 받은 거냐. 어?”
나는 용병을 위협하는 알리시아를 툭툭 건드렸다.
“왜?”
“그만해.”
“뭐? 왜?”
나는 알리시아에게 주변의 아이들을 가리켜 보았다.
나도 딱히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만, 문제는 주변의 아이들까지 겁을 먹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의 얼굴을 본 알리시아가 갑자기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저런 쓰레기한테 쓰는 시간이 아깝지.’
그러고 보니 던전 포화도는 얼마나 찼지?
나는 쩔쩔매기 시작한 알리시아는 그냥 내버려 두고 시스템 창 한편에 띄워 둔 채인 던전 포화도 조회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떠오른 내용이…… 뭔가 이상했다.
- 던전 포화도 : 조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뭐, 뭐야?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레벨 조정 중이라니, 그런 걸 대체 누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문득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조한율인가?
‘설마.’
하지만 조한율이라면 이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 다른 후보가 없었다. 시스템에서 지정한 운영자인 만큼 당연히 던전 레벨 조정 권한도 있겠지.
하지만 조한율이 대체 왜 이런 짓을 하지? 설마 계속 지켜보고 있었나? 그건 좀 징그러운데, 하여튼 혹시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라면 좀 고맙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 나갈 때였다.
창이 새롭게 깜박였다.
- 던전 포화도 조회 : 위험 상태입니다.
……그냥 내 착각이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