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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72화 (173/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72화

절벽이 무너졌다.

괴물은 높은 폭포에 휩쓸려 손쓸 새도 없이 저 먼 물길 속으로 사라져 갔다.

- SS급 몬스터 : ‘눈이 먼 외눈박이’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 당신의 업적치를 계산 중입니다…….

- 해당 퀘스트 완료 후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떠오른 메시지를 읽자 그제야 긴장이 탁 풀렸다.

무릎이 후들거리는 것을 겨우 지탱하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끝났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이 난 것이다.

‘이게 정말로 먹히다니.’

혹시라도 폭포 소리를 듣고 계획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음 부스를 최대한으로 넓게 설치하고, 알리시아가 알버트의 주의를 끄는 사이 하급 몬스터들의 독으로 발목을 잡은 후, 폭포 밑으로 떨어트려 물밑으로 가라앉힌다.

누가 SS급 몬스터 아니랄까 봐 외피는 공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견고한 반면, 그에 반해 속은 비어 있다는 것에 착안한 작전이었다.

결국 작전은 대성공해, 알버트는 제 속으로 스며든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깊고 깊은 호수 속으로 가라앉았다.

고생한 것에 비해 허무하다 싶을 만큼 쉬운 결말이었다.

솔직히 SS급 몬스터다 보니 도중에 계획이 틀어질 확률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었다.

약간의 고양감이 가슴을 채웠다가 곧 언제 자리를 잡았냐는 듯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눈앞에 알리시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니지.’

알리시아는 절벽 끝에 선 채, 알버트가 떨어져 내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게는 그저 던전 보스 몹 중 하나였지만 알리시아에게는 오랜 친구 중 하나였을 테니.

나는 그런 친구의 뒷모습을 잠시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자니 문득, 알리시아의 뒷모습이 왠지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껏 알리시아는 내게 등을 돌린 적이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마주 보았으며, 전투를 할 때는 나란히 섰고, 궁지에 몰렸을 때는 서로의 등을 맞대고 함께 싸워 왔다.

그렇게 항상 내 옆을 지탱해 주었던 사람이다.

그런 알리시아의 등은, 지금 무척이나 작게 보였다.

그 심정을 감히 헤아리기 어려웠다.

물론 내가 알버트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알리시아에게 한 말도, 알버트에게 던진 말도 진심이었다.

알리시아와 알버트는 같은 과거를 겪었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것이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알버트가 겪은 일이 안타깝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이들에게 한 짓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무슨 일을 겪었든 그건 결코 정당화되거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지금 나에게 등을 보이며 슬픔을 삭이고 있는 친우의 감정이 그릇됐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것은 아픈 일이다.

그게 설령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알리시아는 친구의 배신도, 죽음도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알리시아’의 생존

- 남은 시간 00:21:59

“…….”

그래서 정말로 싫었다.

나도 알리시아에게 상처를 안겨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SS급 몬스터 공략에 성공한 건 정말 다행이지만, 그게 내 남은 시간을 늘려 주는 건 아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20분 남짓.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이제 알리시아의 생존 자체는…… 보장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이었다.

일단 보스 몬스터를 해치운 상태라는 게 컸다.

게다가 알버트를 유인하며 호수까지 달려온 터라 어느덧 숲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인가에 가까워진 만큼 알리시아를 위협할 만한 몬스터가 나타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또 애초에 알리시아가 이 숲속에서 생존을 위협받았던 것은 알버트의 존재, 그리고 이백 명 남짓한 아이들을 지키면서 몬스터들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알리시아가 보호할 대상은 내가 여기를 떠나면 덩그러니 남겨질 꼬맹이 하나뿐이다. 이 정도라면 눈 감고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란스러워하기야 하겠지만.’

내 퀘스트 시간이 끝난 후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이름 모를 꼬맹이가 의식을 되찾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내가 돌아간 다음 꼬맹이에게 이 기억이 남는지도 의문이었다.

‘이 꼬맹이가 기억한다면 사정을 설명해 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도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내가 더 이상 친구의 옆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싫은 것은, 도대체 왜 알리시아가 전 대륙적으로 수배령을 받았는지 알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거란 점이었다.

나는 내 친구가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심지어 이유를 알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금 내게 남겨진 시간은 겨우 몇십 분 정도니까.

그 생각을 하자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SS급 몬스터 앞에서 목숨을 위협받을 때도 결코 맛보지 못했던 감각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무력감이었다.

이건 정말로, 너무했다.

기껏 이렇게 만났는데도 애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함께하고 있던 삶이 강제로 분리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알리시아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내 상황이 어떤지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시스템의 경고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어디 가지 말고 나랑 있어.”

나도 그러길 바랐다.

- 남은 시간 00:14:16

나는 천천히 알리시아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 토닥였다.

“알리시아.”

“응.”

울고 있는 건지 목소리가 약간 젖어 있었다.

“괜찮아?”

“괜찮지 않을 것도 없지.”

알리시아는 팔로 몇 번 얼굴을 훔치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보았다. 핏줄이 터지기라도 한 건지 눈이 벌겋다.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얼굴이다.

“그러는 너는? 다친 곳 없어?”

“나는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당장이라도 쓰러져서 죽을 것 같아.”

죽기는 무슨, 이미 죽어서 그 운명을 뒤집어야 하는 꼴에 처한 건 내가 아니라 알리시아였다.

그걸 생각하니 또 머리에 피가 오르는 기분이었다.

당장에 입에서 잔소리가 줄줄 새어 나왔다.

“웃기지 말고 너나 잘해. 수배령이고 나발이고 숲에서 나가면 당장 신관부터 찾아가. 겨우 포션 마시고 자연 치유되겠거니, 하지 말고. 한 번 쉴 때 제대로 쉬어서 치료해야 하는 거 알지?”

“아니, 그야…….”

“그리고 애들은…… 루카가 알아서 하겠지만, 메이라는 애가 특히 똘똘하니까 말이 통할 거야. 합류하면 잘 알려 주고…….”

“잠깐만, 레나.”

알리시아가 손을 들어 내 말을 제지했다.

깜짝 놀란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말해? 너도 같이 가는 거잖아. 그렇지?”

“……알리시아.”

얼굴이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알리시아가 무언가를 직감했음을 느꼈다.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알리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속삭였다.

“그러지 마.”

알리시아가 다시 우는 것처럼 속삭였다.

“레나, 제발.”

“……미안.”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설명 대신 약속이었다.

“알리시아, 나는 왜 너희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된 건지 반드시 알아낼 거야.”

이번 퀘스트는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았다.

인간이었던 알버트가 갑작스레 보스 몬스터가 된 것도, 또 세계의 운명을 뒤집을 퀘스트에 알리시아의 생존 여부가 왜 클리어 조건으로 걸렸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타르토스의 운영자라는 존재도.

이 메인 퀘스트를 계속해 나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겠지.

“반드시 알아낼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몇 번이고 도전할 거야.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하러 올게.”

결코 잊을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알리시아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기억 속에 하나하나 새겼다.

눈 밑의 잘게 난 생채기들과, 목의 살갗이 베인 부분, 몸 여기저기에 난 상처 같은 것이 눈에 자꾸만 밟혔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생각해 봤자 소용도 없지만.

결국, 내게도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드시 여기로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알리시아는 한동안 나를 빤히 응시했다. 투명한 눈동자가 부풀어 올랐다가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거지.”

억누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미안.”

알리시아가 쓰게 웃었다.

“네가 더 죽을 것 같은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미안.”

“사과하지 마. 난 멍청해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 건 알겠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알리시아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너는 이미 나를 구해 줬어, 레나.”

몬스터의 형태를 한 손도, 인간의 손도, 온기는 같았다.

우리는 잠시 말을 꺼내는 대신 서로를 응시했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알리시아가 침묵을 깼다.

“하나만 더 약속해 줘.”

“뭔데?”

알리시아의 손이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다치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죽지 마. 행복하게 살아.”

“뭐?”

“내가 너를 모를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목숨 같은 건 내던지고 달려들지. 난 그런 거 싫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위해 죽느니,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아니, 나는…….”

“너도 그럴 거잖아.”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수도, 그렇다고 순순히 동의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알리시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볼을 꼬집었다.

“또, 또 귓등으로 듣지. 하여간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들어. 그 이상한 스킬이 괜히 발현된 게 아니라니까.”

“아, 내 스킬이 뭐가 어때서…….”

“하여간,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정말 괜찮아.”

알리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너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먼 곳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수가 적지 않았다. 적어도 열은 될 듯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집었지만 그 경계심은 곧 쓸모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왜냐하면, 숲 저편에서 나타난 것이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지금이 무척이나 밝은 낮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달려오며 숲을 죄다 훼손해 버린 탓에 빽빽이 들어서 하늘을 가리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넓고 푸른 하늘이었다.

그 하늘을 등지고 백마 위에 올라타 있는 한 사람.

뒤로는 금빛 자수가 놓인 푸른 망토가 휘날렸으며, 옆구리에는 익숙한 모습의 롱소드가 있었다. 달려온 탓인지 평소에는 잘 단정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약간 엉망이 되어 있었고, 거리가 가까워지며 자세히 보이기 시작한 얼굴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건 루카스였다.

“모두 멈춰라!”

루카스는 알리시아를 발견한 순간 한 손을 들고 말을 멈췄다. 뒤를 따르던 기사들도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즉각 반응하여 행군을 정지시켰다.

“알리시아!”

그리고 루카스는 말을 멈추자마자 굴러떨어지듯 바닥으로 내려와 알리시아를 향해 달려왔다. 화려한 성장(盛裝)이 금세 흙먼지에 더러워졌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알리시아를 훑고, 친우의 무사함을 확인하자 안도감으로 물들었다가, 곧 다시 분노를 상기했다. 그리고 잠깐 알리시아 곁에 있는 내게도 시선이 와 닿았다가, 결국 루카스의 입에서 떨어진 첫마디는 호통이었다.

“이 구제불능의 멍청이 같으니라고!”

“아니, 루카. 그게 아니라…….”

“분명히 내 도착을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글자도 못 읽을 정도로 멍청해진 줄은 미처 몰랐군. 진작 알았다면 종이 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아니, 그게…….”

“내가 마을에서 우연히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지? 도대체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건가?”

재회의 반가움이 사라질 정도로 와르륵 쏟아지는 잔소리에 나마저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듣는 둥 마는 둥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그래도 다 옳은 말인데 듣는 척이라도 해라.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인 줄 알…… 뭐지?”

잔소리를 이어 가려던 루카스가 갑자기 말을 뚝 그쳤다. 눈치 빠른 녀석답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건지 나와 알리시아를 번갈아 보았다.

알리시아가 물었다.

“얘기 안 할 거야?”

나는 쓰게 웃었다.

“네가 나중에 설명해 줘.”

감 하나로 근거 하나 없이 진실을 때려 맞힌 알리시아와 달리, 루카스는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내가 레나라는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알리시아’의 생존

- 남은 시간 00:01:49

하지만 내게 그럴 시간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알리시아를 한 번 더 꽉 안아 준 다음 포옹을 풀었다.

이제 알리시아의 눈빛은 어딘가 결연한 구석이 엿보였다.

그리고 나는 루카스를 돌아보았다.

생각지도 못 하게 반가운 얼굴을 만나다니.

“…….”

본래대로라면 이런 오글거리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충동에 몸을 맡겼다. 마지막으로 이 건방지고 재수 없는 왕자님을 꽉 껴안은 것이다.

재수가 없기는 해도 어린애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상식은 있는 왕자님이 엉겁결에 내 포옹을 받아 주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간 다음 이 애한테 잘 해 줘. 정말로 용기 있는 아이야.”

“뭐라고……?”

“이 아이가 내게 힘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너희를 다시 볼 수 없었을 거야.”

연약한 믿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처음으로 시스템에 감사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알리시아를 다시 살려 낼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알리시아는 다시 살 이유조차 찾지 못했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채 외롭게 죽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 아이가 용기를 냈다.

겨우 그런 것으로 운명이 변했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그에 얽매이는 대신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가 나를 불렀고, 나는 이 아이를 도왔다.

그렇게 이 아이도 나를 도왔다.

그것을 기적 외의 무슨 말이라고 불러야 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까지 꼭 살아남아야 해.”

이번 퀘스트는 성공했지만, 운명의 씨앗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아직 타르토스가 멸망하는 운명을 전부 뒤집지는 못했다.

“정말로 포기하고 싶어지더라도 조금만 참아.”

내가 다시 구하러 올 때까지.

루카스의 눈동자가 의구심으로 가득해진 것이 보였다. 입술이 연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는…….”

하지만 내게 그다음 말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찬란한 빛이 주위를 감쌌다.

나는 내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루카스가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잠깐!”

미처 대답하기 전에, 루카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웃었다.

“또 보자.”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시스템창의 메시지였다.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알리시아’의 생존

- 남은 시간 00:00:00

- 메인 퀘스트에 성공하였습니다. (1/5)

- 운명의 씨앗이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습니다. 정해진 운명이 변화의 조짐을 보입니다.

- 당신은 해당 인물로서 훌륭하게 행동하였습니다. 해당 인물의 기억 파편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 해당 퀘스트의 클리어 보상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후 보상창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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