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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177화 (178/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77화

제목 : 홍대입구역 던전 공략 실시간 중계 같이 볼 사람

내용 : [LIVE] 실시간 뉴스 특보 <너튜브 실시간 주소

여기 들어가면 볼 수 있음 ㄱ

- 어젯밤부터 뜬눈으로 보고 있는데 진전이 없네

- 벌써 3일째 대피소 생활하는 거 실화냐

- 지금 정부에서는 최장 일주일 본다던데

└ 뭐? 일주일은 너무 길다 경제 타격 심할듯

└ S급 몬스터가 나타난 건데 일주일도 짧은 거 아닌가? 이건 어디서 나온 이야기임?

└ 지금 공략이 지지부진한 건 주위 피해 최소화시키는 공략 방법 찾느라 그런 거고, 일주일 지나면 다소 피해 보더라도 공략 진행시킬 거라고 합니다.

└ 절대 한 주로 안 끝날 듯…… 서울 한복판에서 피해가 다소에 그칠 수가 있나

└ 저기서 몬스터 놓치면 연남동부터 신촌까지 다 난리 아님? 말은 그렇게 해도 쉽게 손 못 댈 듯

- 신촌도 공략 시작 시 대피 명령 내릴 수 있다고 미리 알림 문자 왔더라

- 보니까 몬스터가 또아리 튼 건물 거의 붕괴 상태인ㅤㄷㅔㅋㅋㅋㅋㅋ공략되어도 한동안 역 근처에는 못가겠다

- 홍대역 근처에 가게 있는 점주인데…… 건물주가 이 와중에 월세는 그대로 입금하랍니다……

└ 이거 진짜 개너무하다 힘내세요

- 나도 바로 그 근처 회사 다니는 회사원인데 그냥 출근하래 우리 사장은 아포칼립스가 터져도 출근시킬 듯

└ 사실 시스템 생긴 이후로 세미 아포칼립스지

└ 그건 그러네 근데 한국 정도면 엄청 빨리 적응한 축이라 그런지 별로 실감 안 나서

└ ㅁㅈㅁㅈ 어쨌든 포화도 관리 하면서 일상 적응 빨리 해서,전세계에서도 빠른 편

- 근데 대체 왜 이런 일이 터진 거임 연트럴파크 던전 포화도 관리 꾸준히 한다고 홍보했잖아

└ 아무도 모름…… 시장이 바로 1시간 전에도 포화도 관리 잘하고 있었다고 발표함

└ 전국 던전이 갑자기 다 터진 걸 보면…… 다른 데는 그나마 번화가가 아니라 다행이었던 거고 저긴 그냥 운이 없었던 듯

- 이 최근 몇 개월간 강남, 신촌, 홍대까지 터진 거 보면 진짜 무슨 대격변이라도 일어난다는 전조 아닌가 싶어서 너무 무섭다

└ 하긴 갑자기 랭킹 같은 게 뜬 것도 이상했지……

└ 이런 말 하지 마 여기 성지될라

└ 미리 성지순례합니다 ▶◀

└ 미친 새끼 뭘 다는 거야

- 그래도 모나미가 바로 그 근처에 있어서 실드 안에 가둔 덕분에 인명 피해도 없다는데…… 모나미가 어떻게든 해 주지 않을까?

└ 공식 발표로는 하필 몬스터가 항마법 속성 있어서 마법사 클래스로는 공략 어렵다캄

└ 모나미는 마검사 아니야?

└ 그래도 기본적으로 화력은 마법 광역기로 내는 편이니까…… 순수 검술로 들이박는 건 무리인가봄

-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지금 S급 몬스터 공략할 만한 검사 플레이어가 없단 거임?

└ ㄴㄴ있긴 한데, 저기가 번화가라 문제인 거. 던전 안에서는 구조물 다 들이박으면서 싸워도 상관없지만 저기서는 그러면 안 되니까. 공격하면 당연히 몬스터도 맞반격할 텐데, 그걸 주위 건물들이 다 뒤집어쓰거나 아니면 다른 구역까지 이동하면…… 서울 X되는 거

└ 그러니까 S급 몬스터를 한 방에 죽여야 된다 이거네, 이거 가능하긴 함?

- 아니 우리나라에 김성연 길드장 있잖아 김성연이 검사 클래스에서는 최강자 아님? 김성연 어디서 뭐함?

└ 얼마 전 공략에서 부상 입어서 회복중이래ㅠㅠ얼른 회복하시길~

└ ㅋㅋㅋ이거 거짓말이란 소문 있던데~(신고된 댓글입니다)

- 그래 그럼 김성연 길드장이야 부상땜에 안 된다 치고, 그럼 방구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님?

└ ㅁㅈ 얼마 전에 방구가 S급 몬스터 처치하는 영상 떴잖아 그거 보면 방구도 검사 맞는 것 같은데 왜 안 맡김?

└ 왜겠어요 당연히 그 영상이 조작이라 그런 거지

└ 2222 조작인거지…… 그 퀄 떨어지는 영상 믿는 새끼가 아직도 있었네

└ 순수 검사 클래스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됨 ㅋㅋㅋ실제로는 영원 길드장 발치도 못 따라갈 듯

└ 아직까지 정부가 안 맡기는 거 보면 조작 확정인 듯

- 아놔 얼마 전에 =3 공략 영상 올라온 후로 그거 진짜 =3 맞냐 아니냐로 X나 싸우네 개지겨워

- 이 판국에 겨우 랭킹으로 싸우는 새끼들 제정신이냐?

└ 겨우라니? 랭킹 1위 먹은 주제에 사기를 쳤으면 욕 먹어야지 ㅋㅋㅋ

└ 누가 사기래? 나는 방랑하는 구도자님 믿는다 ㅗ 인정할 건 해야지

└ 응 그래봤자 =3=3=3

└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싸워 새끼들아

……

- 야야야 지금 중계 보는 사람? 지금부터 공략 준비해서 바로 공략 들어간대

- ㅁㅊㅁㅊ이렇게 갑자기?! 어젯밤만 해도 보류한다더니

- 공중파 3사 다 망원렌즈 동원해서 실시간 영상 송출하겠대

- 와 대박 현실에서 실시간 공략 보는 거 엄청 오랜만 아님? 그것도 S급 몬스터 공략 ㄷㄷ

- 근데 누가 공략함? 김성연 길드장이 부상 회복하고 온 건가?

└ 아직 모름 정부가 지금 기자들 브리핑 대기중

- 미쳤다 오늘 저녁에는 내 집 가서 잠들기 가능?ㅠㅠㅠ제발 집에 가서 자게 해 주세요 대피소 생활 힘들어

- 정부 브리핑 떳다

- =3떴다

- 미친 방랑하는 구도자님 떴다

- 와 진짜로?

- 방구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 저번에 방구 공략 영상 올라온 거 못 봄?

└ 그거 조작이잖아

- 와…… 정부 돌았나? 능력도 없는 헌터 말 믿고 공략 냅다 맡기는 거임? 이러다 서울 한복판에 몬스터 풀리게 생겼네

└ 아직 실력도 인증 안 된 거 아님? 뭘 믿고 이런 중요한 공략을 맡기는 거지;;

└ 브리핑에서는 현장 책임자 판단이라고 발 빼던데 잘못되면 잘릴 듯 ㅋ

└ ㅁㅊ그 현장 책임자가 누군데?

└ 어제 브리핑에서는 랭킹 4위라던데 그 이선 헌터

└ 아 나대서 죄삼다

- 난 방구 영상 진짜라고 믿는데 ㅋㅋ 잘했으면 좋겠다 지금 대피소에서 지내시는 분들 오늘 밤에는 집에 들어가서 주무시면 좋겠네요

└ 응 그럴 가능성 없음~개처망할 듯

- 와 =3 안티 되게 많다 방구가 대체 니네한테 뭘 잘못함?

└ 사기 친 죄

└ 갑자기 랭킹 1위 먹은 죄

└ 신원을 감추는 죄

- 아 그만 좀 싸워 진짜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되겠지

- 실시간 현장 영상 송출 시작했다 ㄱㄱ

……

- 내가 지금 뭘 본 거임?

- ??

- 이게 뭐야

- 뭐야?? 공략 끝났는데?

- 나 지금 틀었는데 무슨 일이야?

- 이무기 그냥 죽었는데?

- 한번 빛 번쩍하더니 몬스터가 죽었어

- 원샷원킬??

- 님들아 지금 근처 대피소에 있는 주민인데요 방금 시스템 공지로 공략 완료 떴어요!! 시스템창 볼 수 있는 사람들 다 환호성 지르고 난리남

- ㅁㅊㅁㅊㅁㅊ 이왜진

- 누가 방구 마석 던전 공략 영상 조작이라고 했냐? 찐 맞았네 조작설 밀던 새끼들 대가리 박아라 ㅋㅋㅋ

- 방구 미쳤다 우리나라 원탑 맞네……

- (박수)(박수)(박수)

- ↖=3=3=3=3=3↗

- 방랑하는 구도자님 원탑 인증 클라스 와

- 이건 진짜 ㅇㅈ. 반박불가 원탑 톱클래스 박아버렸네 ㅋㅋ

- 영원 길드장 나가리 현장ㅋㅋㅋㅋ

└ 아놔 내 주식 떨어지는 소리

- 방금 그 빛 뭐임? 검임? 저번 공략 영상에서도 저런 아템 쓰지 않았나?

- 사람들이 청동검으로 추측하긴 하던데……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모르지

- 아니 S급 몬스터 맞아? 사실 D급인데 잘못 알려진 거 아님?

- 헌터가 아니다뿐이지 시스템창 볼 수 있는 사람이 한둘인가…… 던전 터졌을 때 대피하던 홍대러들 다 S급 글자 보고 혼비백산해서 뛰댕겼잖아

└ 맞아 나도 그때 홍대에 있어서 봤는데 확실히 S급이었음

└ 애초에 저 정도 사이즈에 파괴력인데 당연히 S급이지 아직도 사기설을 미는 새끼들은 뭐임

└ 아니 정체를 안 밝히니까 믿음이 안 가잖아

└ 응 헌터들끼리 질투해서 음해하는 현장 잘 봤고요~이제 안 통함~

- 야 이걸 보고도 방구 욕하면 진짜 나쁜 새끼다

- ↖방랑하는 구도자님은 신이다↗

- 위대한 ↖방랑하는 구도자님↗은 신이십니다 다시는 방구라고 안 놀리겠습니3ㅏ

└ 이 나쁜 새끼 ㅋㅋㅋ

*   *   *

“와, 인터넷 난리 났다.”

일찌감치 장어 덮밥을 3그릇째 비운 다음 4그릇째가 오길 기다리는 도중 핸드폰을 켰던 양태원이 놀라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바도 아니었기에 나는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그랬겠지.”

서울 한복판에서 공략을 하는 터라 실시간으로 영상이 송출될 예정이라는 것은 이선 헌터에게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 난장판이 될 인터넷 댓글을 생각하면 그리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저번 마석 던전에서 레비아탄을 공략하는 내 영상이 풀린 이후 맛집 서치 하려다가도 악플을 보기 일쑤였는데, 그보다 더 난리가 날 것이 아닌가.

한동안 인터넷 끄고 살아야지.

“그래도 이제 누나를 은근히 까 내리면서 김성연 길드장 올려치던 새…… 녀석들은 좀 조용해지겠어요. 누나 실력을 직접 봤으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그나저나 김성연 길드장에 대한 소식은 놀라웠다.

‘그렇게까지 최악인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선 헌터가 살짝 귀띔해 주었는데, 듣자 하니 이번 이무기 공략 관련으로 정부와 밀당을 하면서 질질 끌었다고 한다.

아마 내 부재를 알고 나서 이참에 제 주가를 올릴 요량으로 수작을 부리려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내가 저번에 본인 체면을 구긴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목숨이 걸려 있는 판에 제 주가 좀 올리겠답시고 저런 행동을 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내가 이렇게 곧장 정리해 버렸으니 그 속 시커먼 목적은 날아가 버린 셈이지만.

“아, 속 시원해. 안 그래도 새벽까지 키배 뜨느라 피곤했는데 이제 발 뻗고 자겠다.”

“너 그런 것도 해? 그런 놈들이랑 뭐 하러 싸우고 있어?”

“제가 딱히 싸우려고 한 게 아니라, 저는 맞는 말을 했는데 걔들이 시비 건 거예요!”

양태원은 그렇게 주장했지만,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의심쩍다.

그렇지 않아도 저번 마석 던전 건으로 검찰청까지 다녀온 걸로 죄책감을 느낀다 싶더니, 그걸 설마 인터넷에서 내 실드 치는 걸로 풀고 있었을 줄은.

“그런 거 안 해도 돼. 어차피 핸드폰 안 하면 댓글 볼 일도 없는데.”

“와, 어떻게 폰을 안 볼 수가 있어요? 현대인으로서 가능한 일인가요?”

“응, 가능해.”

강제적으로 핸드폰을 10년 정도 쓸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 누구나 적응하게 되기 마련이다.

솔직히 가끔은 그런 게 내게 있다는 것도 까먹을 지경이다.

‘그리고 뭐,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욕 좀 먹어도 할 말 없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내 책임도 있는 셈이니.

그래서 ‘운명의 씨앗’ 1차 던전을 공략 완료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던전 브레이크 사태 수습을 돕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하긴 다들 강예나 씨 찬양만 하고 있으니까 굳이 볼 필요도 없어요. 뭐, 그런 걸 봤으니 당연하겠지만. 아마 전설이 될걸요.”

그리고 어쩐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든 이 조한율이야말로, 던전 공략에서 돌아온 나를 차에 태워 홍대입구역까지 배달한 장본인이었다.

도로에서 얼마나 속도를 냈는지 가는 길에 과속 카메라며 단속 경찰한테 잡혔는데, 그때마다 신분증을 들이밀고 거침없이 도로를 주파하는 모습은 거의 황소에 필적했다.

하기야 나 외에는 손도 못 댈 S급 몬스터가 서울 한복판에 떨어졌으니 조한율의 속도 알 만했다.

조한율 입장에서는 괜히 상관도 없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한국에 손해만 입힌 꼴이 된 것이기도 하고.

지금도 웃고 있기는 하지만 얼굴에서는 여전히 피로감이 엿보였다.

“하여튼 수고하셨어요, 다들. 이건 제가 쏘는 거니까 많이 드세요.”

“네, 잘 먹고 있어요!”

양태원이 4번째 그릇을 받아 들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아첨도 잊지 않았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갑부. 이렇게 밥까지 얻어먹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그래, 저렇게 돈 많은 어른한테 얻어먹을 수 있을 때 얻어먹어야 한다는 자세는 좋다고 본다.

비록 여느 때처럼 양태원을 보호하듯 칭칭 감고 있는 청룡은 이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까부터 계속 애 머리를 꼬리로 때리고 있기는 했지만.

“사람을 이렇게 부려 먹어 놓고 겨우 이런 걸로 입을 씻으려고?”

반면에, 장어 덮밥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어른도 있었다.

조한율을 바라보는 이우연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다.

사실 이우연은 조한율이 우리 식사 자리에 따라온다고 나섰을 때부터 저기압이었다.

우리, 라고 하니까 이상하기는 하지만…… 공략이 끝난 다음 양태원이 당장 달려와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이우연도 끼었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이선 헌터에게도 권했지만 뒤처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이라 후일을 기약하면서 빠졌다.

그런데 그때 근처에 있던 조한율이 보양식을 사겠다며 따라붙은 것이다.

물론 그때부터 이우연은 대놓고 싫다고 했지만, 내가 같이 가자고 했다.

그도 그럴게, 공략 현장 근처는 죄다 교통 통제 중인지라 그 부근에서 차를 가지고 있는 건 조한율뿐이었던 것이다.

어딜 보나 조한율과 함께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또, 다른 사심이 없지는 않았다.

‘조한율과는 되도록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해.’

그 생각은 조한율의 정체가 운영자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부터 했던 것이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번에 타르토스를 공략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시스템 운영자의 권한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

조한율도 조한율이지만, 무엇보다 타르토스 운영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왜 멸망했다는 타르토스에 운영자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하여간 이번 공략에 그 문제의 운영자가 개입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타르토스의 운영자가 개입할 거라고 생각해야 했고, 운영자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도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려면 왜인지는 몰라도 이전까지는 다소 적대적이었던 조한율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뀐 지금을 노려야 했다.

어쨌든 단순한 플레이어인 나보다는, 조한율 쪽이 타르토스의 운영자가 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건지 파악하기 쉬울 거란 생각도 있었고.

하여간 그런 내 사심 때문에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꼴도 보기 싫다는 조한율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 이우연은 계속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본인 몫으로 시킨 장어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고, 대신 분풀이를 당해 거의 갈기갈기 찢긴 상태다.

저렇게 음식 가지고 장난하다간 벌 받을 텐데.

“이 사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거야, 조한율.”

이상한 건 이우연의 저 적의가 상당히 노골적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이우연이 나한테나 내숭을 떤다 뿐이지, 남한테는 상당히 가차 없는 성격이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건 처음 본다.

심지어 이 장유유서 개념이 철저하게 박힌 유교 사회에서, 이우연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조한율 상대로 존칭 생략은 물론이고 반말까지.

오죽하면 평소에도 이우연에게 자주 갈굼을 받는 양태원조차 이우연 눈치를 보며 얼어붙어 있을까.

물론 그 와중에도 밥은 잘 먹고 있다만.

하여간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적을 대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이우연은 조한율이 운영자인 걸 안다고 했는데.’

타르토스에서 중간에 연락할 일이 있었을 때 조한율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나를 제외하면 이우연이 최강의 플레이어라 협력할 일이 많아 알리게 되었다고.

하지만 지금 하는 꼴을 보면 협력은커녕, 칼을 들고 덤비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더욱 이상했다.

그야 플레이어 입장에서 운영자의 존재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이우연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라면 조한율이 운영자라는 걸 아는 만큼, 이 며칠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과 조한율을 쉽게 연관 지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야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 내야 했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일반 플레이어로서 운영자와 척을 져 보았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었다.

당장 나부터도 능력치에 제한이 걸리니 운영자인 조한율과 적이 될까 봐 은근히 몸을 사리게 되는데, 이우연은 왜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적의를 표시하는 걸까?

‘혹시 저 태도…… 이우연의 목적과 연관이 있나?’

별것 아닌 의심일수도 있지만, 워낙 평소에 의뭉을 떠는 놈이 저렇게 구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 설명한다고. 그런데 밥 먹고 나서 해도 되잖아. 이게 무슨 예의 밥 말아먹은 짓이래?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그리고 그런 이우연의 성질을 상대하는 조한율도 어지간히 질린 표정이었다.

효율상 협력한다더니, 이쪽도 딱히 이우연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이우연이 코웃음을 쳤다.

“밥은 무슨. 지금 내가 식사 따위를 챙기게 생겼어? 그쪽이 내 입장이 되어 보지 그래.”

“그러니까 설명한다고. 나라고 좋아서 너 같은 놈한테 부탁한 줄 알아?”

“그러게, 누가 부탁할 일을 만들라고 했나? 나 같은 놈한테.”

“야, 이……!”

“잠깐만.”

그 개싸움을 듣다 못한 내가 손을 들자, 두 사람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싸울 거면 두 사람 다 나가서 싸워. 밥 먹는데 체하겠다.”

“…….”

“…….”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을 다문 두 사람의 고개가 양태원에게로 휙 돌아갔다.

“켁…….”

막 4그릇째 장어 덮밥을 먹고 있던 양태원은 그 시선을 받고 사레라도 걸렸는지 갑자기 콜록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어찌나 시선들이 날카로운지…… 도대체 밥 먹는데 무슨 짓들인지 모르겠다.

나는 태원이에게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여기, 물 좀 마셔. 괜찮아?”

“네…… 방금 안 괜찮아진 것 같긴 하지만여.”

“괜찮아. 많이 먹어. 먹는 게 남는 거야.”

“넵!”

어쨌든 잘 먹는 걸 보니 어딜 가든 밥 굶을 일은 없어 보인다.

“참 나…….”

이우연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와 양태원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곧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애 키워 봤자 소용없다고 하는 건가…… 배신감 느껴진다.”

“나도 지금 이 순간 너와 같은 생각이라는 게 싫다…….”

조한율도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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