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88화
백사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멸망한 서울의 모습을 한 던전이라니.
이제껏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환경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온 곳인데 이렇게 무너져 버린 모습을 보니, 던전이라고는 해도 기분이 영 이상했다.
아니, 애초에 단순한 던전이 맞긴 한 것인지. 그리고 왜 하필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하기야 이상한 게 한두 가진가.’
사실 처음부터 이 던전의 존재 자체가 이상하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게, 미공략 던전이 드물다고는 하나 잊을 만하면 전국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왜 하필 이런 산골짜기에서 발견이 된 것이며, 또 그걸 우연히도 조한율이라는 거물이 발견한 데다, 그 거물이 정부에 연락을 넣어 모든 헌터들을 소집했다.
여러모로 찜찜한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시스템 같은 게 나타난 세상에 그런 걸 따져서 무엇에 쓰겠냐마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조한율한테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했는데 소용도 없었고.’
‘그’ 조한율이 던전 연구차 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처를 기웃거렸다가, 김숙자 교수가 조한율 전용 대기실로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철수한 참이었다.
안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왠지 그 교수님은 어려웠다.
물론 느와르 장르 영화의 주인공 같은 교수님과 허물없이 교류를 하는 인물이라고 해 봐야 본인 제자 외에 누가 있겠냐, 싶지만.
‘정말이지, 요새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네.’
랭킹이 발표된 순간부터 시작해, 호수 공원에서 랭킹 1위에게 얻어맞았던 때도 그렇다.
그전까지만 해도 구국의 헌터로 잘나가고 있던 백사현은, 나날이 자신을 찾는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헌터는 랭킹 1위인 방랑하는 구도자였으니까.
그래서 백사현은 무척이나 초조한 상태였다.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해.’
이번 던전에 참여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굳이 따라온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한 달마다 갱신되는 랭킹 발표에서 순위를 올리려면 업적치를 채워야 하고, 랭커들이 모두 참여하는 던전이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용사 클래스 이해도도 올려야 하고.’
배우 클래스는 자신이 이해한 모든 클래스를 연기할 수 있게 만들지만, 결국 해당 클래스의 본질을 이해해야만 연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백사현의 용사 클래스 이해도는 겨우 레벨 1 수준.
저번 마석 던전에서 레비아탄을 물리치는 랭킹 1위의 모습을 보았지만 레벨은 전혀 오르지 않았으니, 아직도 용사라는 존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히든 클래스인 용사 클래스를 확실히 이해해서, 제대로 능력치를 올려야만 했다.
즉, 이번 던전에서 백사현의 목표는 이것이었다.
공략에 도움이 되어 업적치를 얻는 것, 그리고 용사인 방랑하는 구도자의 관찰.
백사현은 방랑하는 구도자의 주위를 맴돌며 힐끗 시선을 던졌다.
다만, 이 장대한 목표에는 장애물이 있었는데…….
“도무지 쓸 만한 게 없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를 점검해 보던 이우연이 혀를 찼다.
현재 이 던전에 진입한 헌터들은 한동안 도보로 이동하다가 아파트 단지를 발견해, 각자 흩어져 쓸 만한 이동 수단은 없는지 주변을 수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래도 서울 전체가 필드가 된 이상,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이 편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행 조건이 존재하는 미공략 던전이라면 체력을 아끼는 게 상책이니까.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이동 수단이 아파트 주차장에 널려 있었다.
“영화에선 잘만 움직이던데.”
한동안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던 양태원도 연속으로 시동을 거는 일에 실패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불량하게 차를 툭툭 찼다.
신발에 차인 자리가 푹푹 패였다.
“형, 전기 마법 쓸 줄 알지 않아? 그냥 테X라나 찾아보자. 이 근처는 부자 동네니까 어디 있을 것 같아.”
“넌 내가 무슨 배터린 줄 알아?”
그렇게 저 두 사람조차 고전하고 있는 한편으로 그 화제의 랭킹 1위, ‘방랑하는 구도자’는…….
“자동차는 무슨 자동차야. 그냥 걷든가 자전거나 타.”
일찌감치 자전거에 쌓인 흙먼지를 털어 내고 안장에 올라탄 상태로, 주변을 돌아다니는 헌터들을 관망하고 있었다.
“솔직히 자전거라도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무슨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찾아? 시간 낭비야.”
‘저거 진짜 꼰대 아냐?’
백사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저번 일산 호수 공원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느꼈지만, 성격도 어지간히 더럽고 사사건건 저렇게 지적을 하는 것으로 보아 생각보다 연령대가 높은 것 같았다.
물론 목소리만 듣자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일 것 같지만, 이미 편견이 쌓인 백사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에이, 그래도 이동 수단은 초기에 확보해 두는 게 좋지. 여기서 며칠을 지내야 할지 모르는데.”
그리고 이우연이 그답지도 않게 살살 어르는 것만 봐도 그랬다.
저건 또 뭘 잘못 먹어서 저러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보고 있기가 역겹다.
거기다 어째서인지 방랑하는 구도자와 친해진 듯한 양태원도 끼어들었다.
“사실 이런 아포칼립스물에선 대형 마트나 백화점부터 점거하는 게 국룰인데. 우리 1차 목표 지점이 석촌 호수라고 했죠?”
그랬다.
박소희 헌터의 맵핑 스킬 결과, 석촌 호수 부근에 A급 몬스터가 대거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선행 조건이 나타나지 않은 미공략 던전의 경우, 아무래도 등급 높은 몬스터를 공략하는 것이 조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1차 목표 지점을 석촌 호수로 잡고, 이동 수단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근처에 큰 마트가 있는데. 점거하자고 공략 팀에 의견을 내 볼까? 식량 문제는 미리 해결해 두는 게 좋긴 하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면 상당히 납득이 갈 만한 합리적인 흐름이었는데, 이번에도 방랑하는 구도자가 딴지를 걸었다.
“굳이 마트까지 확보해야 해? 포션만 있어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잖아.”
“어우…….”
“으으…….”
과연, 이번에는 이우연과 양태원 둘 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백사현도 공감하는 바였다.
아무리 던전 공략이 가혹하다고 해도 그렇지, 당장 몬스터에 쫓기는 상황도 아닌데 인간인 이상 기본적으로 먹고 자는 일은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설마 이제껏 뭘 먹지도 않고 포션으로 대충 때우며 공략을 진행해 왔다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어지간히 미친 짓이었다.
심지어 어지간히 던전 공략에 미쳤다는 소문이 도는 이우연조차 질렸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당신, 삶의 질을 너무 안 챙기는 거 아니야? 이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집에서도 무슨 침낭이나 깔고 자려고 들질 않나…….”
옆에서 듣던 백사현도 경악했는데, 양태원은 더했다.
그 불량한 인상의 청소년이 순간적으로 얼이 빠져 보일 정도였다.
“침낭? 집에서 침낭을 깔고 잔다고요? 왜요?”
“……내가 잘못했다. 그냥 다른 이야기하면 안 되냐?”
“누나, 온돌 바닥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이불이라도 사요…….”
공략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대화가 다른 쪽으로 빠졌다.
‘속도 편하지.’
백사현은 여전히 껄끄러운 속내를 감출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자신은 미지수의 던전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전신에 긴장이 감돌고 있는 것을 느끼는데, 저 세 사람은 자신과는 달리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도 다 능력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백사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약하니까.’
그러니까, 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방랑하는 구도자를 연구하고, 용사 클래스를 몸에 익혀야만 한다.
그래서 백사현이 아닌 척, 슬슬 주위를 맴돌며 랭킹 1위를 주시하던 그때였다.
“……헉!”
마침 고개를 돌린 랭킹 1위와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마도 백사현의 시선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아이템 때문에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방랑하는 구도자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사실은 톡톡히 전해져 왔다.
그리고, 랭킹 1위가 운을 떼었다.
“백사현 헌터.”
백사현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덮쳐 오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던전 밖에서는 일반인들을 배려한다고 나름대로 신경을 쓰더니, 여기선 그럴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어…… 예? 나, 나?”
“그래, 혹시 공략 건으로 의견이라도 있는 건가? 할 말 있으면 해.”
담담한 말투였는데도 그 기세에 이미 위축된 백사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목소리가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 데…….”
본인이 듣기에도 한심할 정도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사방이 노출된 도로였다.
백사현의 대답에 랭킹 1위의 시선이 더욱 삐딱해졌다.
“……그럼 왜 쳐다보는 건데? 무슨 의도지?”
‘아니, 도대체 이거의 어디가 용사라는 거야?’
저번에 만났을 때는 심지어 한 대 얻어맞았음에도 이렇게 짜증을 내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지금 랭킹 1위의 심기가 평온하지 않다는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따, 딱히 의도 같은 건…….”
“그런데 왜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건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주위 맴돌지 말고 나한테 직접 해. 뭐야?”
그 날카로운 말투에 백사현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랬다.
이번 목표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이거였다.
도대체가, 백사현은 이 여자의 어디가 용사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랭킹 1위라는 자리에 걸맞게 강한 건 인정한다. 또 강한 몬스터 앞에 솔선수범해서 나서는 것도.
하지만, 그 정도는 몬스터를 해치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백사현 자신도 적당히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 상대로는 겁을 먹지 않는 것처럼.
적어도 백사현은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니까? 내 말이 안 들려?”
이대로 있다간 또 얻어맞는다.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백사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쳐다본 것도 아니고. 그쪽 착각이야.”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미 기세에서 눌린 지 오래인 데다, 호수 공원에서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억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던 터라 백사현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발뺌도 먹히지 않았다.
“뭐?”
방랑하는 구도자의 손이 움찔 떨린 것이 보였다. 그 손이 검자루 위를 맴돌고 있었다.
백사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착각이라니, 그럼 내가…….”
“아, 1위 씨. 저기 김숙자 교수님이 부른다.”
그때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부자연스럽게도 이우연이 끼어들었다.
막 검에 손을 가져가던 랭킹 1위가 이우연을 돌아보았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개입에 기분이 상할 만도 한데, 방랑하는 구도자는 짜증을 내는 대신 의외로 잠시 가만히 이우연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곧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간다, 가.”
“그래, 다녀와.”
이우연이 빙글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는 1위의 등 뒤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이 중재가 퍽 의외라 백사현은 눈을 깜박였다.
‘쟤가 날 도와줄 애가 아닌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랭킹 1위의 모습이 멀어지자마자 이우연의 표정이 싹 돌변했다.
“백사현 헌터, 미쳤어?”
“내가 뭘?”
“눈치란 게 없나? 안 그래도 지금 시한폭탄 같은데 괜히 건드리지 마. 터지면 아무도 책임 못 지니까. 아니면, 김성연처럼 한 대 까일래? 그 김성연도 피를 토했는데 그쪽은 어떨 것 같아?”
그 말에 백사현은 울컥했다.
“아니,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저기요, 형. 아까부터 이쪽 얘기 엿듣는 거 엄청 티 났다고요.”
심지어 양태원까지 끼어들었다.
“이우연 말대로 좀 떨어져 있어요. 지금 누나 건드려 봤자 좋을 게 없거든요? 안 그래도 점괘가 불길해서 신경 쓰이는데.”
“뭐? 점괘가 불길하다고?”
잠시 백사현에게 기울이던 이우연의 관심은 그걸로 끝이었다.
이우연이 곧장 양태원에게 시선을 향했다.
“무슨 점을 쳤는데?”
“그냥 간단한 꽃점이라서 적중률은 그리 높지 않은데…… 승패 중 패가 나왔거든.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
“그렇군. 패배라…….”
이우연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아마도 무당 클래스인 양태원의 점 결과가 불길하게 나온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백사현도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양태원의 점 결과는 거의 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뭐야, 실패한다고? 그럼 혹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나오는 거 아니야?”
덜컥 겁을 집어먹고 물어본 백사현에게 이우연이 힐끗,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뭔데. SS급?”
저번 레비아탄만 해도 S급이었는데, 참 쉽게 SS급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다.
백사현은 질색했다.
“장난해? 당연하지. 첫 번째 던전, 기억 안 나?”
한국 최초의 던전이자 결국 공략하지 못했던 던전.
그땐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그런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만나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지금의 능력치로도 그때의 보스 몬스터는 잡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위험한 던전이었다.
오죽하면 그 당시의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도 너무 힘든 기억이라 희뿌옇게 흐려진 듯했다.
“그때 결국 히든 클리어로 나왔잖아. 정말 천우신조였지.”
“그래, 그랬었…… 지.”
어쩐지 대답하는 이우연의 말꼬리가 늘어졌다.
무언가 확신이 없는 듯한 말투라 백사현이 되물어보려던 순간, 이우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 지금은 그때처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나온다고 나 몰라라 도망칠 수는 없다고.”
“뭐? 그런 몬스터가 나오면 우린 다 죽어! 차라리 빨리 양태원 점괘 결과를 헌터들에게 알리고 일단 후퇴해서 히든 클리어 방법을 찾아보자. 먼저 제대로 공략법을 논의한 다음 다시 공략해도…….”
“아뇨, 잠시만요.”
양태원이 계속해서 흥분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던 대화를 멈추게 했다.
“제 점을 신뢰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이거 그냥 진짜 꽃점이에요. 신점 같은 게 아니라서 명중률이 높진 않다고요. 오케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싸우세요.”
싸웠다기엔 백사현이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모양새였지만, 양태원은 그런 걸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과연, 이우연이 몇 년 전부터 후배 삼아 데리고 다니며 키우더니, 저쪽 줄을 잡았다는 뜻인가.
그때 이우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공략 실패하면 난 죽을 텐데.”
“뭐?”
“……이 내가 도망을 가다니, 자존심이 상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소리야.”
그렇게 말하며 이우연이 턱끝으로 김숙자 교수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랭킹 1위를 가리켰다.
“게다가 역대 최강의 파트너도 있는데 말이지.”
옆에서 듣고 있던 양태원이 깐족거렸다.
“그건 누나 말도 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해.”
결국 양태원은 이우연에게 한 대 얻어맞고야 말았다.
그리고 괜히 방랑하는 구도자를 연구해 보겠답시고 곁에 왔다가 말로 흠씬 얻어맞고, 불길한 점괘 결과까지 들어 너덜너덜해진 백사현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