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196화
이제까지 내 목표는 그저 멸망한 타르토스의 운명을 뒤집는 것, 내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을 보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
나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타르토스를 구할지, 한국을 구할지 선택하라고?
“……모르겠어.”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건……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쪽이 더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내게는 타르토스가 더 소중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살기는 했지만 ‘나’라는 사람을 만든 건 다른 세계에서 했던 경험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만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타르토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뒤로 펼쳐진 도시를 바라보았다.
슬슬 새벽 동이 터 오며 도시의 구석구석이 좀 더 잘 들여다보였다.
높디높게 쌓아 올려 인간의 번영을 자랑하던 대도시는 이제 흔적도 없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는 묘지기 외에 보이지 않는 폐허.
멸망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든 뒤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다.
내가 없더라도 잘 돌아갈 것이 뻔한 곳. 나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세계.
그런데 이 세계가 만일 멸망한다면…….
그 모습을 외면할 수 있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망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으로 타르토스에 떨어졌을 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다가도, 결국에는 실낱같은 희망조차 버리고 절망했던 순간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겨우 스무 살쯤 되었던 어린애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세계에, 그것도 시스템이 열린 지 10년 차쯤 되는 세상에 뚝 떨어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했다.
몬스터의 살을 가르는 게 쉬울 리는 없었다.
처음부터 강했던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쪽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었던 만큼 몬스터보다 같은 인간이 더 큰 적이었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잡아 얻은 아이템으로 먹을 걸 구하려고 해도 시세조차 제대로 모르니 사기당하기가 일쑤였고, 안전한 파티에 넣어 준다는 말에 속아 몬스터 사이에 미끼로 버려지기도 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결국, 나는 한 번 꺾였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더 이상은 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죽고 싶지 않았다.
홀로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도움을 청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도와 달라고.
……만일 누구도 들어 주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모른 척을 했다면 나라는 인간은 그걸로 끝이었을 테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나였으니 그런 호소쯤이야 얼마든지 무시해도 되었을 텐데, 그 이야기를 들어 준 사람이 있었다.
“원래 사람은 서로 돕고 사는 거예요. 세상이란 건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고요.”
그게 아리아드네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내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손을 뻗어 주었던 타인.
그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해 줬던 사람.
아직도 나를 향해 뻗어 준 손과, 반짝이는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리고 아리아드네가 나를 도와준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안다.
그 애가 도운 내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
그렇게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
나는 그 신념을 절대로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라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구성하는 요소였다.
“……이게 뭐야.”
차라리 허탈해졌다.
이건 타르토스와 지구 중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를 묻는 게 아니었다.
그냥,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가 문제였다.
일단 알게 된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타르토스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이딴 게 다 있어?”
대체 무슨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건지, 정말 기가 찼다. 억울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냥 둘 다 구하면 안 되는 거야?”
그 말에 멸망한 한국에서 홀로 살아온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굴러가면 얼마나 좋겠어. 너도 알잖아?”
나 자신의 뺨을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얄미운 발언이었지만, 이것도 맞는 말이었다.
조한율은 이 대한민국이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선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또 다른 내가 겪은 사건, ‘세계 서버 통합’ 또한 어쨌든 이 몇 년 안에 일어날 것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이렇게 멸망한 한국의 모습만 보아도 그 과정이 얼마나 가혹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적어도 내가 타르토스를 구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는 없게 되겠지. 전력을 쏟아붓더라도 겨우 해낼 수 있을까, 말까일 것이다.
그야 물론 서버 통합 같은 이벤트가 일어나기 전에 타르토스를 멸망에서 구해 내고, 그 후 한국 또한 지켜 낸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타임 리밋이 있기야 하지만 적어도 일말의 가능성은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럼 나는 타르토스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잖아.’
이제까지 그것만을 보면서 달려왔는데도.
잘해 봐야 나는 내 친구들에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칫하면 두 세계 다 지키지 못하고 모두 멸망할 가능성조차 있었다.
결국에는 어느 루트로 흘러가더라도 배드 엔딩이지 않은가.
“뭐, 적어도 지금 당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긴 하지.”
여자는 여상한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쉽사리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하기야 그렇겠지.
저건 나니까.
“적어도 세계 통합…… 다음 스테이지가 열릴 때까지는 고민해 볼 수 있는 거잖아? 시간이 몇 년은 있다고.”
“그게 뭐야. 무슨 시한부냐?”
언제 날이 떨어질지 모르는 단두대에 목을 밀어 넣고 있는 듯한 심정이었다. 차라리 날이 떨어진다면 그대로 포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런 나를 보며 묘지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보다, 나는 타르토스의 운영자 쪽이 어떤 놈인지가 더 궁금한걸.”
“뭐?”
“그것도 그럴 게, 웃기지 않아?”
그 말과 함께 묘지기가 벨리알을 짓밟고 있던 발을 떼어 냈다. 마왕이 고통에 찬 옅은 신음을 흘렸다.
“걔가 너한테 이 멸망한 한국을 보여 준 거.”
“그게 뭐가 웃기다는 거야? 그냥 나를 방해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건데.”
그야말로 악의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조한율이 던전 난이도를 조정하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알버트를 몬스터로 변이시키기까지 하면서 알리시아를 노릴 때도 그랬다.
이번 던전만 해도 명백히 나를 노리고 만든 것이고.
여러모로 강적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내 말에 픽 웃었다.
“아니, 그거야 당연하고. 왜 모르는 거지? 역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봐야 보이는 건가?”
“도대체 뭐가?”
“그러니까 널 노리고 이런 방법을 썼다는 것 자체가…… 그 운영자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잖아.”
“……나를 잘 안다고?”
“그래, 내가 아닌 보통 사람이라면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로 마무리될 일 아냐?”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고갯짓으로 멸망한 세계를 가리켰다.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 보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걸 희생하는 걸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한다고.”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건…… 확실히, 내가 이제껏 생각해 본 적 없던 관점이었다.
이 멸망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타르토스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나를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
‘하지만, 그건 마치…….’
말문이 콱 막혀 버린 나를 향해 묘지기가 비웃음처럼 보이는 미소를 베어 물었다.
“이렇게 남처럼 나를 보니까 투명하네. 나 정말 목표만 보고, 그 외의 다른 건 하나도 보지 않고 달려들잖아. 무슨 황소도 아니고.”
“……그거야말로 네 얼굴에 침 뱉기 아니냐?”
“그건 아니지. 나는 꽤 오랫동안 목표랄 것도 없이 살았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날’ 볼 수 있는지도 모르지.”
그 말에서는 얼핏, 미묘한 감정의 일렁임이 보였다.
“그나저나, 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짜증이 나네. 나를 겨우 그런 이유로 이용했다는 게.”
“크억!”
여자가 발밑에 깔려 있던 악마를 다시 한번 짓밟았다.
부러진 뼈가 장기를 찌르기라도 했는지 벨리알이 한 번 더 울컥, 하고 피를 토해 냈다.
그렇다고 목숨을 끊을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은, 그저 화풀이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아니, 근데 저거 살아 있었네. 누가 마왕 아니랄까 봐 끈질긴 녀석이었다.
“뭐, 물론 그게 네 잘못은 아니지만…… 응, 네 말을 들어 보면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게 그 운영자 놈이 한 일이잖아? 정말 끔찍할 정도로 질척한 악의네.”
콰득!
벨리알은 이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손끝이 파들거리고 있었다.
저래도 안 죽냐.
“그렇게 생각하면 너를 내 눈앞에 나타나게 한 것도 의도를 의심해 볼 만해. 가령, 내가 화풀이 삼아 너를 죽이게 만들려고 했다거나……?”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평온한 수면 밑에 깔린 무언가를 짐작하게 할 만한 구석이 있었다.
“……부정하긴 어렵군.”
질투에 눈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나 또한 내가 돌아온 시점의 한국 시스템이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저렙이라 능력치가 초기화되고 서버가 불안정해지는 등, 여러 사건을 겪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 모든 것이 외려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미 정해져 버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조차 없어져 버린 B루트의 강예나와는 다르게.
저 녀석에게는 두 세계를 놓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일일 것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이제 급기야 허리를 숙여 벨리알의 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던 여자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만렙의 용사란 마왕조차 저렇게 심심풀이 땅콩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건가.
나는 약간 질린 얼굴로 또 다른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저게 B루트의 또 다른 나라는 건 이제 충분히 알겠지만…….
‘내가 저렇게 괴팍한가…….’
허여멀건 볼에 악마의 피가 튀어 있는데도 무심한 꼴을 보니 과연 잔소리를 들을 만하다, 싶기도…….
“그래도 그런 의도에 놀아나 줄 생각은 없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악마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던 묘지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매일 통조림만 먹는 게 지겹기는 해도 또 다른 나한테 화풀이를 하고 싶지도 않아. 지나가던 악마라면 모를까.”
“역시 화풀이였냐.”
“열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긴 머리칼을 한 움큼 손에 쥔 여자가 쏘아붙였다.
그리고 그건 분명 정당한 분노였다.
“이렇게 되면 너랑 나의 차이점이란 건…… 단순한 ‘운’이었다는 결론이 되는 거잖아.”
그랬다.
우리는 타르토스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같은 루트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랬던 루트가 갈린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시점이다. 여기에 나라는 인간이 개입할 요소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언가를 잘해서, 저 녀석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이렇게 운명이 나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야말로 단순한 운.
제비뽑기에서 당첨과 꽝 중…… 저 녀석이 꽝을 뽑은 것임에 불과하다.
그나마 내가 뽑은 당첨이란 게 이따위라는 것도 우습지만.
‘나라도 빡치겠다.’
차라리 내가 잘못해서 이런 결과를 맞이한 것이라면…… 그래도 납득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내 생이 온전히 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나의 것이라면.
그러나, 이렇게 내가 개입할 수도 없는 시점에서…… 나의 결말이 결정된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렇게 보지 마.”
묘지기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미소를 지을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처절하게 실패했다고만 말해 두겠다.
또 다른 나이기에 저 표정을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기에.
그건 매우 기묘한 경험이었다.
여자가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여간에, 그럼 이제 그만 내 세계에서 꺼져 줄래? 널 보고 있으면 열만 받으니까.”
그 말에, 나는 홱 정신이 드는 것을 느꼈다.
이제껏 나와 저 여자만이 공유하고 있던 무언가에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기분이었다.
그래, 맞다.
- 클리어 조건 : 강■나를 처치■십시오.
돌아가려면 클리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이라는 걸 충족시키려면…….
“…….”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나를 보며 묘지기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 하긴 던전 형식으로 여기에 온 거라면 클리어 조건이 있겠네. 클리어 조건이 뭐야? 조건이 일본 침몰이라면 적당히 도와줄 수 있는데.”
농담이랍시고 꺼낸 말인 것 같기는 한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겨우 그런 게 클리어 조건이라면 나도 고민하지 않았겠지.
……어떻게 하면 좋지.
눈앞의 또 다른 내가 길어지는 침묵에 크고 까만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뭐야? 왜 말을 안…….”
그때였다.
파바밧!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황금빛의 스파크가 튀었다.
나와 묘지기, 둘 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왜 이래?”
파지직!
나는 방금까지 띄워 놓았던 클리어 조건의 글자가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설마 시스템 오류가 일어난…….
“아하하하하!”
별안간 발작적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웃음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묘지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넘치는 웃음을 흘린 것은 다름 아닌…… 방금 전까지 또 다른 내 발 밑에 짓밟혀 있었던 악마였다.
“나의 죽음, 나의 용사여…….”
벨리알이 킬킬대고 있었다.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 악마치고는 매우 즐거워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등골에 무언가 서늘한 것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이야 당연하다만, 정말이지 궁금하군.”
그건 직감이었다.
저걸 더 이상 말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직감.
나는 곧장 검을 든 채 발을 움직였다. 지금 당장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저 악마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악마의 손가락 끝은 이미 허공에 맞닿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손가락 끝에서, 기묘한 일렁임과 함께…… 어떤 글씨가 나타났다.
- 클리어 조건 : 강예나를 처치하십시오.
한국 측에만 보여야 할 클리어 조건.
그때까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또 다른 나의…… 클리어 조건 대상의 표정이 일변했다.
“……강예나를 처치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용사를 본 악마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귀기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 밑까지 쭉 찢어진 입꼬리.
그야말로 악마다운, 악의가 넘치는 미소였다.
“선과 선이 부딪힐 때는 과연 어느 쪽이 이길지 말이야.”
아, 저 X발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