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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206화 (207/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06화

“이상해?”

묘지기가 기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만렙을 찍었다고는 해도 본인에게로 쏟아지는 집중 포화를 모두 피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니, 사실 피하기는커녕 본인이 제 발로 들어간 셈이다.

한국 플레이어들과의 레벨 차이는 현격하지만, 여러모로 머리를 잘 썼다.

용사 클래스라는 것까지야 모르더라도 어쨌든 ‘강예나’의 약점이, 마법을 동원하지 않은 단순한 물리적인 공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건물을 무너트리고 폭탄을 터트리는 것까지야 그렇다손 쳐도, 솔직히 지하철이 통째로 머리 위에 떨어지는 걸 볼 때는 나조차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현재 내 능력치라면 십중팔구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심지어 만렙을 찍은 강예나조차 저 꼴이니.

내 앞에 선 묘지기의 무릎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미세한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내 눈에는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런 여자에게 다시금 물었다.

“그 시간제한 퀘스트, 한국 헌터들이 여기에 온 순간부터 떴던 거라면서. 왜 보는 순간 죽이지 않은 거지?”

“아, 그게 궁금했던 건가?”

묘지기가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상하게도 어쩐지 안심한 것처럼 보이는 웃음이었다.

……역시 이상한데.

“별 이유는 없어. 그냥, 본인들이 한국 소속 헌터라고 주장하기에 호기심이 들어서 살려 뒀을 뿐이야. 내가 알기로 한국 소속 플레이어는 더 이상 없거든. 그리고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이우연이 말한 예상 답안과 그리 벗어나지 않는 답안이었다.

누가 들어도 그럴 법하다고 납득할 만한 설명.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형편없이 당해서 무릎이나 꿇고 있는 주제에 그게 무슨 소리야. 방심했다는 헛소리나 지껄일 건가?”

“아픈 데를 찌르네. 뭐, 확실히 괜찮은 한 방이었어. 지하철을 떨어트리다니.”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감탄이 섞여 있었다.

“저 정도 중량을 순수 마력으로 컨트롤하다니, 상당히 재능 있는 마법사잖아. 레벨이 여기서 더 올라가면 상대하기 무섭겠는걸.”

물론 류세연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본인은 마력으로도 컨트롤하기 힘든 무거운 쇳덩어리를, 무식하게 힘으로 두 동강을 낸 주제에 잘도 지껄이는군.

“그래서? 물어볼 말은 그게 끝인가?”

내게로 향한 검 끝에 서서히 흰빛이 소용돌이치며 감겨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눈앞에 나타난 사냥감을 놓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나를 노려보는 여자의 눈매에 날카로운 빛이 깃들었다.

“죽을 준비는 됐겠지?”

묘지기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강예나, 지금 뭐 하는 거야!

‘푸른 인연의 귀걸이’를 통해 온 메시지였다. 물론 상대방은 이우연이었다.

―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당장 돌아와!

이우연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본래대로라면 이번 함정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을 경우, 다른 헌터들과 함께 대공원 쪽으로 몸을 숨기는 게 작전의 다음 단계였다.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을 끄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앞으로 대략 30시간 동안만 이 서울 안에서 술래를 피해 다니면 이기는 게임이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그 작전을 정면으로 어기고 뛰쳐나온 셈이다.

이제껏 같이 행동하고 있던 이우연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겠지.

이우연 말마따나 최대 전력인 내가 트롤러가 된 것이다.

솔직히 동료로서 보내 준 신뢰를 배반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면 더욱.

― 뭐 하는 거야? 대답해!

하지만…….

“먼저 가.”

―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 믿는다며. 믿고 먼저 가. 곧 쫓아갈 테니까.”

허공에 대고 말하는 나를 향해 묘지기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지금 뭐 하는 거? 혹시 나 모르게 텔레파시 스킬이라도 깨우쳤어?”

“그럴 리가.”

그야 저 녀석은 ‘푸른 인연의 귀걸이’라는 아이템을 모르니 저런 반응일 수밖에 없을 테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우연뿐만이 아니었다.

조한율 : 예나 씨, 대체 뭐 해요?!

조한율 : 죽으려는 거 아니죠? 이상한 짓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조한율도 메시지를 보내 난리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이쪽은 가상 키보드를 끌어내 답장을 할 여유까지는 없었으므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 운영자 권한으로 보고 있겠지.

“나는 죽을 생각이 없어.”

이걸로 안심해 줬으면 좋으련만.

멘탈이 깨진 탓에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우연과 조한율, 그리고 이 장면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이선 헌터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우연과 조한율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메시지창을 꺼버렸다.

‘나중에 사과하는 걸로 하고…….’

나는 여전히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묘지기의 시선을 되받았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눈앞의 저 여자였다.

‘강예나’라는 이름의, 그러나 나와는 또 다른 시간을 보내온 나 자신.

저 여자에게 이걸 묻지 않고서는, 설령 이번 던전 클리어 조건을 성공해 던전을 나가더라도 개운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계속해서 드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나는 알아야만 한다.

“너, 혹시…….”

나는 가만히 묘지기를 쳐다보다가 물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냐?”

“뭐?”

“일부러 이러는 거냐고.”

주어도 무엇도 없는 그 물음에 여자의 눈 밑이 약간 기묘하게 떨렸다.

“……무슨 소리지?”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때로는 굳이 대답하지 않더라도, 심지어는 애써 숨기려 하더라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 줄 때가 있는 법이다.

‘역시, 무언가 숨기고 있어.’

언젠가부터 느끼고 있었던 위화감.

정확히 말하자면 벨리알이 내 클리어 조건을 언급했던 그때부터 묘지기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 클리어 조건이 본인에게 충격일 수는 있겠지.

다른 세계에서 온 또 다른 자신의 클리어 조건이 본인을 죽이는 것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 수야 없을 것이다.

나에게 살의를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나를 대신해 내 세계에 가겠다느니, 뭐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소리였다.

본인의 퀘스트가 있으니만큼 그냥 나를 죽인다면야 그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굳이 나를 자극하는 말을 건네다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만약 정말로 저 녀석의 목적이 나를 대신해 내 세계에 가는 거라면, 그걸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저 녀석과 나의 실력 차이는 명백하다. 굳이 날 자극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곧장 검을 빼 들고 기습했더라면 나는 눈치도 채지 못하고 절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 녀석은 나를 자극한답시고 입을 털다가 검을 들이댔고, 그 덕에 내가 방비할 시간을, 이우연을 비롯한 다른 녀석들이 개입할 수 있었던 여유를 준 셈이 됐다.

물론 나를 향한 공격에 담긴 살의가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이우연의 말대로, 그 살기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방금 전 함정이 있을 게 뻔한 곳으로 직접 걸어 들어온 저 녀석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아무리 저 녀석에게 침입자를 배제하라는 퀘스트가 있다고는 해도, 오히려 그렇기에 이렇게 정면에서 부딪혀 올 이유가 없다.

한국 헌터들 개개인의 무력은 묘지기와 비교하는 것조차도 미안할 정도로 약하다.

그러니 저쪽 입장에서는 이렇게 준비된 함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보다는, 기습을 노려서 헌터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을 터.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나는 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정말로 내 목적이 한국 헌터들을 죽이고 살아남는 것이라면, 굳이 이렇게 정면 승부를 받아 줄 이유조차 없다.

그야말로 상대가 나 자신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위화감.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실제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에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즉, 저 녀석에게는 분명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

여기까지는 확실한데…….

‘하지만,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야?’

조한율이 알아냈고, 우리의 시스템 클리어 조건도 갱신된 이상, 묘지기의 퀘스트가 제한 시간 이내에 침입자들을 서울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는 것 자체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의 목표는 침입자인 한국 헌터를 죽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죽으니까.

‘…….’

설마, 저 녀석…….

나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설마 지금 내 손에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나 아니면 저 녀석이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 나 대신 죽어 주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하지만, 그렇게 묻자 묘지기의 얼굴이 팍, 하고 일그러졌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지은 표정이라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지은 표정 같았다.

“내가 미쳤냐?”

“…….”

노골적으로 향해 오는 경멸의 시선에 나조차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였다.

내 얼굴로 저렇게 재수 없는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군.

묘지기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네 손에 왜 죽어?”

여전히 감돌고 있는 적대적인 분위기도, 살의도 여전했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아프게 다가왔다.

“설마, 내가 널 위해서 희생 같은…… 뭐 그런 거라도 할 것 같아?”

검 끝이 다시 나를 향하고 있었다.

“건방지게 굴지 마.”

팟!

묘지기의 발 주위로 바람이 감돌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거라곤 운이 좋았을 뿐인 주제에!”

나와 같은 님페의 바람이라 저 녀석이 언제 발을 떼고 내게로 검을 휘두를지, 그 타이밍이 훤하게 보였다.

카캉!

“……윽!”

물론 그 타이밍이 보인다고 해서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검을 맞받은 나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만큼 상대방과의 전력 차는 컸다.

검을 휘두르는 버릇, 땅을 박차고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저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내 것과 같은데, 체근민 수치가 차이나는 만큼 완전히 다른 동작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어제 제대로 아작이 났던 어깨조차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

저 녀석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캉! 카캉!

맞부딪치는 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네가 뭐라고, 내가 굳이 그런 짓까지 할 것 같아?”

울분에 찬 목소리가 주위의 공기를 울렸다.

“너희 세계 같은 건 내 알 바 아니야!”

은빛의 검로가 마치 꽃잎처럼 어지럽게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더 이상 위화감의 정체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미친, 아직도 이럴 힘이 남았다고?’

한국 헌터들의 공격이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되, 역시 상대의 저력은 대단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을 받아칠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상대방의 능력치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곧장 베인다.

그럼에도 내가 저 녀석의 검을 겨우겨우 맞받아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감이었다.

나라면 상대를 이렇게 공격했겠지, 하는 감각.

그것이 고스란히 상대방의 공격으로 바뀌어 내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감각에 기대어 휘둘러 오는 검과 맞부딪혔다.

그것은 아주 기묘한 감각이었다.

사실 타르토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내 능력치가 자꾸 널을 뛰다 보니 내 검은 영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술이라는 것이 몸의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라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검술이 발전하기는커녕, 능력치 자체가 정체된 만큼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범 답안 같군.’

눈앞의 이 여자는 나와 다르게 타르토스의 능력치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한국에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 내 검이 추구해야 할 길을 이미 달려 나간 나 자신의 검과 싸우는 것은 배움 그 자체였다.

휙!

내지른 검이 묘지기의 볼을 스치고 날아갔다.

여자의 얼굴에 놀라움이 내비쳤다.

본래 능력치대로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그러나 맞부딪힐수록 내 검술은, 선구자의 검로를 닮아가며 점점 정연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감각은 인지를 초월해, 나는 그저 무아지경으로 상대의 검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다.

휩쓸고 지나간 검풍이 피부를 스친 상처에서 피가 맺혔다.

그럼에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는 그 순간에는, 그 순간만큼은 그저 검과 나, 그리고 상대방만이 모든 것을 초월해, 이 우주에 오롯이 단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문득 상대방의 미소가 언뜻 느껴졌다.

그리고, 검을 내지른 손에 무언가가 관통하는 감각.

나지막한 숨을 내쉬는 소리.

푹!

살을 꿰뚫는 소리와,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아득히 멀어졌던 감각 속에, 갑자기 현실의 무거움이 찾아들었다.

무거운 팔.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와, 피에 젖은 손.

“제법이잖아.”

그리고 묘지기의 웃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 어깨에는 내 검이 꽂혀 있었다.

휘황찬란한 흰빛을 뿜는 성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방금 그건 대체……?

“축하해.”

정신을 빼앗긴 것도 잠시, 나는 묘지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창백해진 얼굴에 떠올라 있는 것은 조소가 아니었다.

묘지기가 들고 있던 성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휘황찬란하던 빛이 손을 벗어난 순간 툭, 사라져 버렸다.

“이겼네.”

단순한 칭찬과 축하, 그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기묘했다.

말마따나 패배한 것이 본인이기에 더욱 그랬다.

아마 이대로 검을 움직이면, 눈앞의 이 적은 죽는다.

그런 감각이 있었으되 나는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전의 전투는 다 뭔가.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남이 보기에는 팽팽한 전투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인 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건 전투가 아니라…….

“자, 이제 끝내자.”

그렇게 말하는 묘지기의 시선은 이제 나를 넘어 허공의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시스템창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

그런 묘지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거, 내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보니 친구들의 말이 이해가 간다.

‘너는 거짓말을 못 한다.’라고 하는 것이.

마치 거울을 상대하듯 검을 부딪혔기에 몸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있었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었네.’

저 녀석,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에게 보란 듯 내뱉은 말뿐만이 아니었다.

표정에 띄우고 있었던 살기도, 검에 실린 살의도, 행하는 검로까지도 그 모든 것이 계산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 입은 치명적인 부상까지도.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 묘지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래, 자신이 발산하는 살의조차 진심인 것처럼 위장하고, 곧 죽어도 그걸 들키지 않으려는 것은 알겠다.

꼭, 누군가에게 보여 주려고 하는 것처럼.

그러나, 대체 그럴 이유라는 게 무엇이라는 말인가?

묘지기가 상대해야 하는 적이란 나를 비롯한 한국 헌터들뿐인데, 우리를 상대로 이런 연기를 할 이유가 뭐지?

지금 저 녀석이 이렇게 부상마저 감수하면서 거짓말을 계속하는 이유라는 건 대체…….

‘아…….’

나는 눈을 깜박였다.

아니, 잠깐만.

적은 나를 비롯한 한국 헌터들뿐이다…….

‘설마……?’

*   *   *

그리고 그 시각.

이우연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멋대로 뛰쳐나간 강예나 때문에 열이 받기는 했지만 일단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에, 싫다며 떼를 쓰는 양태원까지 데리고 작전상 정해진 위치까지 퇴각을 했는데…….

“저게 뭐지?”

하늘 위.

반투명한, 둥그런 돔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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