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15화
이쪽으로 달려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우연과 양태원의 목소리라는 것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점차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몸을 놓쳤다.
아마 그건…… 그 손이 엄청나게 벌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 주, 죽…… 누나가, 죽…….”
듣기만 해도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차가운 액체가 가슴의 상처에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포션인 것 같았다.
앗, 지금 이런 상처에 포션을 함부로 사용하면…….
“해독 작용이 있는 포션을 사용한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걱정을 할 의식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밉살맞긴 하지만 이우연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라서 다행이다. 독이 있는 상처에 포션을 함부로 붓다간 그냥 전신에 독이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반면에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할 정신이 남아 있지 않은 녀석도 있었다.
“누, 누나 죽은 거야? 죽은 거 아니지? 가슴에 구, 구멍이…… 얼굴이 파래…… 죽은 것 같은데, 아니, 그럼 영혼이 보여야 하지 않나? 안 보이는데?”
이 와중에 태원이는 무서운 소리를 하고 있다. 영혼이라니, 결국 그거 귀신 아닌가? 정말로 귀신이 보이는 거야?
퍽!
“악!”
“옆에서 귀찮게 굴지 말고 그 시간에 네 힘이라도 불어넣어 봐. 악마가 입힌 상처이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어.”
저거 지금 정신 차리라고 애를 팬 건가……?
하지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상처에 무언가 시원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지부진하던 상처의 회복이 빨라지는 것 또한.
동시에 놀랍게도 까맣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가 점차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지에도 약간이나마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 방금 손가락 꿈틀했어!”
“그러니까 닥치고 계속 해.”
“어, 으, 으응! 알겠어!”
내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손등 위로 무언가 액체가 뚝, 뚝 떨어지는 것을 보아하니 눈물 같은데, 양태원인 모양이다. 맞잡은 손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다.
“제발, 제발, 제발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에 저절로 죄책감이 들었다.
딱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양태원은 그렇지 않아도 헌터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고, 심지어 친분이 있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 걸 본 적이 많지도 않을 테니까…… 후자는 사실 경험이 많든 적든 충격적인 모습이고.
쿠콰콰쾅!
그 와중에 그나마 돌아오기 시작한 청력이 계속해서 전투의 소리를 주워 담고 있었다.
“몬스터 자식들, 갑자기 왜 이렇게 날뛰는 거야!”
“밀리지 마라!”
한국 헌터들이 싸우면서 울리는 병장기 소리, 마법이 폭발하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아마도 릴리스라는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다른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릴리스의 지휘를 받아 더욱 교활하게 공격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젠장, 어쩐지 A급만 있더라니.’
물론 A급 몬스터도 제법 강한 몬스터이기는 했다. 숫자도 10만 마리나 되고.
다만 생각해 보면 몬스터의 등급 자체는 애매했다.
물론 말도 안 되게 많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만렙인 강예나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반쯤 졸면서 대응해도 A급 몬스터에 의해 죽을 일은 없단 말이다.
심지어 한국 헌터들이 가세하면서 몬스터 처치 숫자도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었고.
그러니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만렙인 강예나를 상대로 한다면 적어도 A급 몬스터를 지휘할 수 있는 S급의 마몬 정도는 나와 줘야 적절한 난도가 될 거라는 말이다.
뭐 그런 위화감 따위는 릴리스를 본 순간 사라졌지만.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했다.’
그도 그럴 게 릴리스의 등급이…… SSS급이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평소처럼 두 번쯤은 죽었다 깨어나야 겨우 클리어가 될까 말까 한 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망할. 시스템 밸런스 조정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그냥 죽여라, 죽여…….”
“누, 누나!”
양태원이 신력을 쏟아부은 결과.
겨우 정상적으로 돌아온 시야 속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눈물 콧물을 다 빼고 있는 양태원의 얼굴이었다.
“괜찮아여?!”
“괜…… 찮아.”
파랗게 질려서 엉엉 울고 있는 얼굴을 밀어내며 나는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죽여주게 아팠다.
어지간한 독에는 다 당해 봤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진짜 상상을 초월하게 아프다.
그래도 시력이 돌아온 덕에 그제야 떠올라 있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 ‘앙겔루스의 가호’가 일부 손상되었습니다. 충격 감소 옵션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 앙겔루스의 가호가 당신의 신체를 정화하고 있습니다!
- 앙겔루스의 가호가 당신의 의지에 힘입어 스스로 손상을 복구합니다.(현재 복구 진행도 10퍼센트)
앙겔루스의 가호가 손상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거 아주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인데.
앙겔루스의 가호는 어지간해서는 손상되지 않는 영구 아이템인데, 상대가 SSS급이니만큼 버티지 못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SSS급이면 그 옵타티오와 같은 등급 아닌가.
게다가 사실 앙겔루스의 가호는 환상 마법 따위의 정신 방어력은 강하지만, 물리 방어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 물론 그래도 내구도가 까이지 않는 갑옷이니만큼 그 가치는 충분하다.
에이펙스의 광검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어 용사 클래스와 궁합도 좋고.
이번에도 일시적으로 충격 감소 옵션만 하락했을 뿐, 정화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뜨고 있으니까 이대로라면 상처를 통해 침입한 독도 곧 해결될 것이다.
그때까지 뒈지게 아프기야 하겠지만.
문제는 사지에 언제 힘이 돌아오느냐, 인데…….
‘보통 독은 아닌 것 같아서 조한율한테 좀 물어보고 싶은데…… 메시지가 없네.’
이 꼴을 보았다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리 없으니 아마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왜 필요할 때 없는 건지 모르겠네.
“흑, 흐흑……!”
잠시 내 상태를 점검하던 나는 들려온 울음소리에 헉, 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그 짧은 사이 밤탱이가 된 양태원이 이제 숨이 넘어갈 것처럼 끅끅대고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끅, 거예요?! 죽은 거 아니었어요?”
“죽지는 않았…….”
“아니, 한 번 죽었던데.”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얼음처럼 서늘한 목소리.
“당신이 심장을 꿰뚫리는 걸 봤거든.”
이우연이었다.
“그럴 정도는…….”
차가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드디어 이우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상황도 잊고 내 눈을 의심했다. 혹시 시력이 아직 덜 돌아온 건가?
“……울어? 너 울었어?”
“누가? 내가?”
“그래, 네가.”
시야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 들려오는 목소리가 멀쩡한 데다 양태원을 구박하길래 제법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력이 돌아왔을 때 보인 이우연의 얼굴은…….
‘완전 울었는데?’
흰 피부라 그런지 붉어진 눈가가 훤히 보였다. 자세히 보니 땅을 짚고 있는 손도, 꿇고 있는 한쪽 무릎도 떨리고 있었고.
오히려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양태원이 나아 보일 지경이다.
이우연 쪽은 충격을 갈무리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꼴이 태풍 앞의 난파선 같다.
나는 그 점을 지적했다.
“엄청 겁먹었잖아.”
그러자 이우연이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야…… 정말 죽은 줄 알았다고.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봐. 당신 같으면 안 그래?”
나는 잠시 생각해 본 후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나 같아도 겁을 좀 먹었을 것 같다.
그래도 저렇게 비 맞은 강아지처럼 덜덜 떨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분노심에 앞뒤 따질 것 없이 릴리스의 대가리를 따러 가기는 했겠지.
“걱정시켜서 미안. 그래도 이젠 괜찮아. 네 처치도 효과적이었고.”
앙겔루스의 가호가 있었다지만 그래도 해독 작용이 있는 포션과 양태원의 신력이 없었더라면 회복이 훨씬 느렸을 것이다.
게다가 일어나서 상황을 보아하니 내 주위로 작은 실드가 펼쳐져 있었다.
이 실드가 없었더라면 회복하기 전에 주위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한테 압사당했겠지. 여러모로 이우연의 빠른 대처가 없었더라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역시 전투에서는 정말이지 손발이 잘 맞는 녀석이었다.
“고맙다, 이우연. 네 덕분에 살았어. 그리고 태원이 너도.”
솔직한 심정이었다.
“너희들 아니었으면 이번에는 진짜 죽었을 거야.”
사실이기도 했고.
그런데 기껏 감사 인사를 했으니 평소처럼 밉살맞은 소리 나 해 댈 거라고 생각했던 이우연은…… 침묵하고 있었다.
오히려 얼굴이 더 차가워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까부터 대체 뭐가 문젠데…….
“어헝…… 허어어엉!”
심지어 양태원은 본격적으로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덩치도 큰 녀석이 달라붙어서 오열을 하는 통에 한쪽 어깨가 축축해지고 있었다.
“저는 진짜 누나가 죽는 줄 알고오……!”
“그래그래.”
그런데 이럴 때가 아니다.
이 녀석들의 반응이 꽤 감동적인 것은 둘째 치고…… 나는 양태원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켰다.
“릴리스는 어디에 있지?”
내가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묘지기를 비롯한 다른 한국 헌터들은 한창 전투 중일 것이다.
게다가 양태원과 이우연이 이 전투에서 빠질 수 없는 강력한 전투원인 만큼, 내가 이들의 시간을 더 이상 뺏을 수는 없다.
심지어 릴리스가 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앞으로의 전투는 더욱더 힘든 양상이 되어 갈 것이 뻔했다.
- 침입자 처치 수 12,613 / 50,001
- 제한 시간 19:16:57
심지어 아직 19시간이 남아 있다.
더욱 골 때리는 건, 어떻게든 릴리스를 처치한다고 한들 그게 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아니라는 것.
이번에는 트리플 S를 달고 온 릴리스를 처리하는 것과 별개로 저 침입자 처치 수를 채워야 한다는 게 문제다.
심지어 지금 이 전장에는 한국 헌터들이 있다.
함께 몬스터 처치 수를 채운다는 점에서는 든든한 아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릴리스가 있는 이상 모두가 내 약점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나는 기사회생이라는 내 손에 들고 있던 가장 큰 패를 잃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
누가 봐도 개같은 상황이다만…….
“누, 누나?”
기어코 일어선 나를 보며 양태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웃고 있어요? 무서운데…….”
왜 웃냐니.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웃기라도 해야지. 태원이 너도 잘 배워 둬.”
“뭐, 뭘요?”
눈을 깜박이는 양태원을 향해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씩 웃어 보였다.
“이게 우리가 이기는 시작점이 될 테니까.”
“……그, 그렇구나. 누나한테는 아직 승부수가 남아 있는 거네요!”
잠시 멈칫했던 양태원이 부은 눈을 주먹으로 비비며 일어섰다.
“그럼 저도 포기 안 할게요!”
나는 그런 양태원의 어깨를 두드려 준 후 이우연을 향해 돌아섰다.
눈이 마주쳤다.
이우연은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교차한 순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내가 허세를 부렸다는 걸 안다.
태원이의 바람과는 달리 내게는 별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 또한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한테 할 말은 많지만 그건 나중에 하고…….”
그런데도 이제 충분히 익숙해진 모습의 검이 나란히 세워졌다.
“그래, 이번에도 한번 같이 해 보자.”
이우연은 포기하지 않고 내 옆에 다시 섰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그걸 본 양태원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더라도 웃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희망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 * *
“레나는 단발도 잘 어울리네.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이라니까.”
캉!
카캉!
내리치는 검을 맞받는 손톱에는 한 치의 흠도 나지 않았다. 그것을 본 강예나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아무리 SSS급으로 나타났다지만 악마인 만큼 용사에게는 약한 성질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까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다니.
하기야 저쪽 강예나가 아무리 쪼렙이라고 해도 기습당해 한 방에 뒈진 것부터가 이상했다. 분명 릴리스는 이 싸움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X발, 이 새끼 또 뭔 짓 했네. 너 이번에는 뭐 했냐? 인간 피에 목욕이라도 했어?”
“아이, 레나도 참. 악마는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자연 발생하는 존재란다. 즉 이 손톱도 자연산이다, 이 말이지.”
“네가 무슨 연어냐? 양식이니 자연산이니 따지게?”
피차간에 악의밖에 남지 않은 대화와 함께 맹렬한 공격이 오갔다.
얕은 타격 따위는 염두에도 두지 않는,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간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갈 정도의 맹위였다.
강예나는 좀처럼 나지 않는 승부에 이를 악물었다.
‘저쪽 녀석이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데…….’
같이 들어온 동료 헌터 두 명이 바로 달려가는 것을 보긴 했지만, 상태가 좋지는 않을 터.
가서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었다.
쓸데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도와준다고 나섰는데 저대로 죽었다간 정말이지 꼴사납지 않은가.
그래도 같은 ‘강예나’인데.
“자, 자. 레나. 나의 용사야.”
하지만 릴리스는 함부로 정신을 팔아도 될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서걱!
방심한 순간 뺨에 피가 튀었다.
“내가 제안을 하나 할까 해.”
피부를 파고드는 악의와 함께 들려오는 물결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사탕 같은 목소리.
물론 그 목소리에 담긴 악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아무런 감흥도 받지 못한 강예나는 무심히 넘겼다.
“또 헛소리 시작한다.”
아니, 넘기려고 했다.
- ‘욕망하는 화염’의 욕망이 시스템의 눈을 가립니다.
허공을 연주하는 듯한 흰 손가락이 보였다. 그 손가락에 감겨드는 무언가의 힘이, 실 같은 가닥이 있었다.
파지직!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어 금단의 과실에 손을 댄 악마를 벌하기라도 하듯 사정없이 릴리스의 살점을 녹였다.
시스템 간섭의 흔적이었다.
- SSS급 몬스터 : 욕망하는 화염
- 클리어 조건이 추가됩니다.
- 클리어 조건 : 보스 몬스터와의 내기에서 이기는 경우 클리어로 판정됩니다.
“또 무슨 개짓거리를…….”
“만일 내게 이긴다면 너에게 ‘운명의 씨앗’을 선물할게.”
순간적으로 강예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운명의 씨앗.
그것의 존재를, 강예나는 저쪽의 자신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지만 저쪽의 강예나에게는 허락된 것. 이미 결정되어 버린 운명에 다시 한번 도전해 운명을 뒤틀 수 있다는 아이템.
만일 그게 있다면…….
릴리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운명의 씨앗이 있다면 너는 이번에야말로 네 세계를 구할 수 있어.”
악마는 용사를 타락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다.
악마가 그 어떤 세속의 영달을 약속하건 용사는 현혹되지 않았다.
네 목숨 대신 타인의 목숨을 바치라고 해도 결코 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강예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용사는 세계를 구할 수 있다…….
“물론 대가는 필요해.”
드디어 가장 적합한 제물을 찾아낸 악마는 입가가 찢어져라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용사를 죽여서 내게 바치렴.”
단지, 그 자신을 포기했을 때.
별처럼 반짝이는 악의 속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네게 세상을 구할 기회를 줄게.”
- 욕망하는 화염이 플레이어, ‘강예나’에게 내기를 제시하였습니다.
- 내기에 응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