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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218화 (219/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18화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나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서 갑자기 거대한 해일이 생겨나더니, 그 재해 같은 마법에 모든 것들이 휩쓸려 갔다.

단 두 명의 마법사가 해낸 일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위력이었다.

쿠구궁!

그나마 골조가 남아 있던 건물들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용케도 해일에 휩쓸리지 않으며 버티고 있었던 몬스터들도 대부분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버렸다.

- 침입자 처치 수 35,613 / 50,001

- 제한 시간 18 : 01: 23

그 결과.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거의 반수 이상의 악마들이 단숨에 처치된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리고 나만큼이나 놀란 듯한 릴리스가, 악마들이 모조리 쓸려 나가 버린 광화문의 광경을 보며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용사도 아닌 것들에게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것들 같으니라고!”

나와는 경악하는 지점이 다른 것 같았지만, 어쨌든 헤아릴 수도 없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왕에게도 이 광경은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릴리스에게 동의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놀라운 건 사실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이선의 진언 마법이 그 레벨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것이야 진작 알고 있었다.

예전 유령의 성 던전에서도 적군을 쓸어버린 적이 있었고.

그렇지만 그때는 상대가 대부분 병장기를 들고 있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A급에서 C급 사이의 악마들이다.

게다가 악마들은 B급 이상이 되면 항마력 속성도 생기기 마련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압도적으로…….

내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넋을 잃고 있을 때, 악마들이 몽땅 휩쓸려 깨끗해진 시야 덕에 저 멀리 보이는 한국 헌터들의 품에서 무언가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신비한 푸른색으로 빛나는 무언가…….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와, 내 버프 부적이 저렇게까지 잘 먹힐 줄은…….”

양태원이 있었다는 것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양태원이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어, 사람들한테 제 신력이 담긴 부적을 나눠 줬거든요. 아무래도 악마들이랑 싸우려면 신력을 섞는 게 유리하니까. 그런데 그걸 이선 누…… 헌터가 진언 마법에 섞어 버려서 이런 효과가 난 것 같은데요?”

하기야 나와 합류하기 전까지 양태원은 계속 한국 헌터들과 있었으니, 그들에게 부적을 건넬 여유는 충분했을 것이다.

게다가 양태원의 신력에는 나처럼 마력을 파훼하는 성질도 없으니만큼, 진언 마법과 합쳐져 악마 상대로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즉, 이건 양태원의 신력과 미친 광역기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기적이었다.

양태원을 감싸 안고 있는 청룡이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참으로 기특하지 않으냐?

저 팔불출이…….

그런데, 그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놀라고 있는 판에, 더욱 놀라운 일이 생겼다.

콰쾅!

무언가가 하늘에서 낙하하는 운석처럼 땅으로 처박혔다.

콘크리트가 박살이 나며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뒤늦게 하늘하늘 팔랑이는 흰 깃털이 이마 위로 내려앉았다.

“커, 헉!”

해일로 모든 것이 쓸려 가 버린 젖은 도로 위.

유성처럼 떨어져 땅에 깊숙이 처박힌 것은 새의 부리를 가지고 있는 악마였다.

한 자루의 검이 못처럼 박혀, 악마의 몸을 땅에 완전히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를 발판 삼아 밟은 채, 검을 쥐고 있는 자가 있었다.

“시끄럽군.”

물론, 이우연이었다.

마몬의 복부에 검을 박아 버린 이우연이 지체하지 않고 발로 마몬의 목을 콱, 짓밟았다.

우드득!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마몬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손만 흔들어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광경이었다.

흰 날개를 펼친 천사…… 아니, 이우연이 S급 몬스터이자 악마 중의 악마인 마몬을 괴롭히고 있다……?

“…….”

쟤는 또 어떻게 S급 몬스터를 저 짧은 새에 공략한 거지?

이젠 황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생각을 가다듬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한가?’

백록담 던전에서 내가 마몬을 쥐어 팼을 때의 능력치를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내 능력치보다 현재 이우연의 능력치가 더 높을 공산이 컸다.

물론 그때의 마몬은 A급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우연은 양태원의 버프를 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보정은 받았을 테고…….

‘그래도 저건 말이 안 되는데…….’

“목뼈를 부숴도 처치 메시지가 안 뜨네. 이래도 안 죽나?”

이우연이 마몬의 배에 박힌 검을 무슨 열쇠 돌리듯 확, 돌려 버렸다.

“크아아아악!”

배에 꽂힌 검이 순식간에 뒤틀려져 마몬이 새 부리를 벌리며 비명을 질렀다.

눈에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저 와중에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 왜 S급으로 등장했는지 알 것 같다만, 마몬 자신에겐 별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이 비열한 인간 놈이!”

악마한테 저런 소리 듣기 쉽지 않은데.

마몬은 계속해서 제 배에 검을 꽂은 데다, 360도로 검을 돌려 대고 있는 이우연을 향해 미친 것처럼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우연은 악마의 욕설에도 개가 짖는다는 듯,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꽂힌 검을 피뢰침 삼아 계속 마몬의 상처에 마력을 퍼부었다.

덕분에 마몬은 1초마다 열 번씩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그, 그만……!”

양태원이 그 충격적인 모습에 더듬거리며 물었다.

“혀, 형. 저거 S급 아냐? 어떻게 잡았어?”

“알아서 잘.”

“……그게 말이 되냐?”

내가 어이없어 묻자 이우연이 그제야 힐끗, 나를 돌아보았다.

“당신까지 왜 그래? 진짜야. 이 녀석이 해일에 정신 팔린 사이 접근해서 곧장 승부를 낸 거지.”

즉, 진언 마법으로 광화문의 악마들이 쓸려 갈 때 마몬이 한눈을 판 틈을 타 한 방에 배때기를 뚫었다는 이야기다.

“미친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이 쉽지, S급 정도 되는 몬스터에게 접근하는 것은 언제나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동반한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혹은 기습에 성공하더라도 힘이 모자라는 등, 조금이라도 삐끗했다면 S급 몬스터 근처에 접근하는 순간 죽었을 것이다.

어지간히 대담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기행이었다.

“응? 그거 나한테 한 소리?”

용케도 내가 흘린 소리를 들었는지 이우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당신도 저번에 이런 짓 했잖아.”

“뭐? 내가 대체 언제……?”

“홍대에 나온 이무기. 그때 일부러 물리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아가리 사이로 검 꽂아 넣고 한 방에 해치웠잖아. 이거 다 당신한테 배운 건데.”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야…… 그렇게 하기는 했다.

다만 나라고 좋아서 한 짓이 아니었다.

그땐 어디까지나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그런 방식을 선택한 거지,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굳이 그렇게 내 목숨 깎아 먹는 짓은…….

아니, 잠깐.

그러니까 저 자식은…… 저런 미친 짓을 한 게 내 탓이라 이건가?

“너, 이…….”

“그런데 지금 여길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강예나.”

“어?”

“앞 좀 봐.”

이우연이 손가락을 들어 내 앞을 가리켰다.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아, 맞다.

상황이 너무 예상치도 못한 식으로 풀려 버려서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여전히 눈앞의 허공에서는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지점을 묘지기가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검을 내리치기 직전의 모습으로.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검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움직이지 못…… 하는 거겠지?’

묘지기는 누가 봐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얼토당토않은 경험은 나 또한 일찍이 겪은 바가 있었다.

- 과도한 간섭 탓에 플레이어의 신체에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립니다.

유령의 성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의 목을 따려고 했을 때 저 메시지가 떴었다.

‘그땐 시스템이 나를 엿 먹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저런 식의 부자연스러운 개입은 시스템이 아니라 조한율 같은, 시스템 운영자의 의지를 뜻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지금 묘지기 녀석을 엿 먹인 건…….

강예나 : 조한율, 그쪽이 한 거야?

일단 조한율에게 메시지를 띄워 물어보았지만, 조한율 측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연락이 끊기다니.

설마, 한국 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괜히 나를 도와주겠다고 개입했다가 또 한국 서버에 오류가 왕창 생긴 건 아니겠지.

‘그야 도움이 되긴 했지만…….’

만일 운영자가 묘지기에게 과부하를 걸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말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나 나름대로 설득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타르토스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눈이 뒤집힌 이 녀석에게 얼마나 먹혔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나는 조심스럽게 묘지기를 살펴보았다.

내 시선에 묘지기의 눈빛이 한층 더 험악해졌지만, 역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 경우 과부하에 걸렸던 시간은 1분이었지만, 묘지기 녀석은 1분이 훨씬 지났는데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총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별것도 아닌 인간들에게 내 수하들이 몽땅 당하다니.”

그리고 이 상황이 황당한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았다.

릴리스가 부서진 광화문 폐허 위에 앉은 채 발을 까닥였다.

악마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게 신께서 원하는 방향일까?”

“악마 주제에 신을 찾기는.”

양태원이 신랄한 어조로 악마를 향해 대꾸했다.

그 말을 들은 릴리스가 나와 양태원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깔깔대기 시작했다.

“어머, 정말 깜찍한 소리를 하네. 레나, 너 어디서 저렇게 귀여운 걸 주워 왔어?”

“닥쳐.”

“레나는 쌀쌀맞은 것도 매력이긴 하지만…….”

퍼퍼펑!

말을 이으려던 릴리스가 귀찮아 보이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날파리 같은 것들이…….”

그것도 그럴 것이 릴리스의 주변으로 각종 마법이 터졌기 때문이다.

콰쾅!

릴리스가 불의 화살에 맞아 매캐한 연기가 나는 것과 동시에, 나와 양태원 앞으로 실드가 형성되었다.

일반 실드가 아니라 몇 겹으로 된 실드였다.

한국 헌터들이 드디어 릴리스 바로 직전에까지 도착한 것이다.

‘그나저나 실드에 묘지기 녀석까지 포함했군 …….’

아마 같이 악마들을 해치우는 모습 때문에 잠재적인 아군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뭐,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상관없나. 어차피 저 녀석이 노리는 건 내 목숨뿐이기도 하고.

“어, 나, 나도 실드를 쳐야…….”

양태원이 악마에게 대차게 쏘아붙이던 것과는 달리 던전 초보 티를 내며 얼을 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열렬하게 나를 불렀다.

“강예나 헌터!”

이선의 목소리였다.

물론 진작 한국 헌터들이 접근해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선 헌…… 컥!”

아니, 그러려고 했다.

누군가 갑자기 내 등에 구슬 박치기라도 하듯 뒤에서 껴안는 게 아니었다면.

“이, 이선 헌터…… 숨 막…….”

“에이, 검사가 겨우 이 정도로 농담은!”

농담이 아니었는데.

이선이 내 등을 강하게 몇 번 두드리더니 포옹을 풀었다.

이 사람…… 혹시 마법사가 아니라 검사인 건 아닐까? 굉장한 완력이었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도 포옹은 길지 않았다. 금방 나를 놓아준 이선이 내 모습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멀리서 봤을 때는 관통상을 당한 것 같던데…… 아니었나요? 상처가 없네. 저는 진짜 예나 씨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 안 죽었어요.”

물론 정말로 한 번 죽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눈이 많은 곳에서 내 기사회생 스킬 설명을 할 수는 없는 일.

나는 이쪽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다른 헌터들의 눈길을 느끼며 대충 설명했다.

“운 좋게 빗맞았습니다.”

“크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마몬이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마몬의 배에 검을 찔러 넣고 있던 이우연이 대놓고 코웃음을 치는 것이 들렸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이선이 고개를 기울였다.

“쟤는 왜 성질이래? 하여간 너무 다행이다, 진짜. 저 예나 씨가 죽은 줄 알고 한동안 완전 정신이 나가서……!”

“그 정도는 아니었어.”

어느새 뒤에서 다가온 김숙자 교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곧 정신을 차린 다음 바로 진언 준비에 들어갔지. 시간적 손해는 별로 보지 않았네.”

나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주변 헌터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사무적인 어조였다.

아마도 이선의 행동이나 말에 누군가 꼬투리를 잡지는 않을까 싶어 그러는 것 같았다.

김숙자 교수의 말에 이선을 주시하던 주위 헌터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참 대단하군.’

이런 상황에서까지 제자를 챙기다니.

이선도 자신을 주시하던 시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지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말했다.

“음, 그야 정말로 예나 씨가 죽었다면 유해 수습이라도 해 주고 싶었고, 부상을 당한 상태라면 더욱 급한 상황이었으니까요. 빨리 정신을 차릴 수밖에요.”

“유해 수습이요……?”

한동안 정신이 완전히 나갈 정도로 놀랐다는 사람치고는 빠른 상황 판단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이선은 유령의 성에서도 남들이 다 유령에 홀려 정신이 나간 와중에, 뭐라도 해 보겠다고 침까지 들고 와서 놓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멘탈이 나간 건 나간 거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 성격이니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을지도.

게다가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불리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죽은 사람을 포기하고 후퇴하는 게 아니라 내 시체라도 건지겠다고 진언부터 준비하다니, 그건 그것대로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지금 뭘 그렇게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는 거야?”

그리고 불퉁한 목소리와 함께 조금 늦게 류세연이 등장했다.

이미 류세연이 이쪽으로 슬금슬금 접근해 오는 것을 보았던 나는 놀라지 않았다.

“저기 SSS급 몬스터 안 보여? 뒈지고 싶지 않으려면 당장 전투 준비나 하라고.”

“잠깐 전력 손실 체크를 했을 뿐입니다.”

“핑계도 좋다.”

이선의 사무적인 말에 코웃음을 친 류세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잠시 나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부상이 없자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해 보이네. 전방에 서도 되겠는데?”

“……걱정 고맙군.”

“누가 걱정을…… 잠깐만. 왜 반말이야? 나 이선이랑 동갑이거든?”

“그나저나 이번 던전은 정말 난도가 높군. 겨우 이틀 만에 두 번씩이나 진언을 쓰게 될 줄이야…….”

“교, 교수님?”

“두 번째 진언은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나는 아예 무시하는 거냐?!”

솔직히 놀랍기는 했다.

설마 한국 헌터들이 SSS급 보스 몬스터 지척까지 스스로 접근해 올 줄이야.

당연히 메시지를 보자마자 뒤로 몸을 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고, 한국 헌터들의 클리어 조건은 SSS급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몸을 빼기는커녕, 마력의 소모가 클 것이 뻔한 진언 마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접근해 오다니.

“왜 도망가지 않고 공략을 계속한 겁니까? SSS급 몬스터 상대로는 승산이 없을 텐데요.”

“야, 나 무시하냐고!”

“승산이 없지는 않아.”

김숙자 교수가 코끝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나는 뜻밖의 말에 반문했다.

“네?”

“……라고, 이선 헌터가 모두를 설득했지.”

“네, 제가 설득했죠!”

“대체 무슨 승산이……?”

“강예나 헌터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아요?”

완드를 든 이선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실드 너머의 릴리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유령의 성 보스 몬스터 때처럼 시스템의 밸런스 조정이 들어갈 거예요!”

*   *   *

“그러니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편 조한율은 머리를 싸맨 채 미쳐 버린 코드와 씨름하고 있었다.

본인이 보고 있는 운영자 모드 화면에 SSS급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 강예나가 기사회생 스킬을 사용한 순간부터 조한율은 곧장 던전의 코드 수정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것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플레이어 측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확인도 못 할 정도로 바빴던 것이다.

“이게 왜 작동하냐고! 작동하면 안 되는데!”

조한율의 클래스는 운영자인 동시에 프로그래머.

사실 프로그래머가 된 건 조한율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다.

시스템이 운영자가 된 개인의 특성을 자동으로 개화시켜 가장 적합한 클래스로 배정했을 뿐이다.

“다른 나라 서버 운영자는 작가나 종교인 클래스도 있던데 왜 나만 이 꼴이야!”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었으나 현재의 조한율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코드를 성공적으로 수정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일 뿐.

여기에 한국 헌터 스물세 명의 사활이 달려 있었다!

조한율은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었다.

“밸런스가 안 맞는 건 확실해. 그러니까 분명 수정할 수 있을 거야…….”

이선의 말이 옳았다.

현재 한국 헌터들 레벨에 비해 보스 몬스터의 등급이 너무 높기에, 본래대로라면 자동으로 보스 몹의 등급이 너프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달랐다.

“망할.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조한율이 한국 헌터들 서버 소속을 저쪽의 한국으로 변경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국 헌터들이 레이드를 뛰기로 마음먹은 거, 시스템 부하는 저쪽이 받고 경험치는 이쪽이 가져올 수 있도록 시스템 오류를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류가 난 시스템이 릴리스의 등급 너프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수정하게 되면 한국 헌터들이 저쪽 클리어 조건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강예나조차 레벨 79의 상태창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전멸이다.

즉, 시스템의 오류는 그대로 놔두고 보스 몹 너프만 시켜야 된다는 건데…….

“아악, 진짜 짜증 나!!”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조한율은 벌게진 눈으로 코드를 훑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데, 조한율이 손으로 제 머리 한 움큼을 뽑았을 때.

운영자 모드의 모니터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이게 무슨……!”

- 경고! 대한민국이 타 시스템의 간섭을 받았습니다.

설마, 지금 타이밍에 타 서버에서 공격이?!

그러나 놀란 조한율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 경고 ! 오류 메시지가 출력됩니다.

- 내게 협력해■라.

붉은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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