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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226화 (227/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26화

Chapter 16. 밝혀지는 것

평화로운 어느 날 오후.

출근한 사람들은 퇴근 시간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학생들은 지겨운 수업을 버틸 때.

한가한 사람들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무언가 흥미로운 화젯거리는 없는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딱히 계획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저, 몇몇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라온 게시물의 내용도 거의 다 비슷했다.

제목 : 혹시 지금 시스템 랭킹 순위 보고 있는 사람?

내용 : 나 심심해서 맨날 띄워 놓고 사는데…… 랭킹 1위 이름이 방랑하는 구도자에서 다른 걸로 바뀌었어ㄷㄷ

- 뭐? 어떻게 바뀐 건데? 나 일반인이라 랭킹 못 보는데 궁그매

└>>>랭킹 1위 플레이어 강예나<<<라고 뜸…….

- 헐?

- 진짜다. 나도 시스템 열 수 있어서 봤는데 랭1 방구에서 강예나로 바뀜;;;

그리고, 그 게시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잠시 사실을 확인하느라 사라졌던 사람들은, 시스템을 확인한 후 돌아와서 미친 듯이 실시간으로 반응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 미쳤다 진짜야 랭킹 1위 이름 바뀜!!

- 대박 =3 본명인가?

- 드디어 밝혀지는 건가!!

- 미친 이렇게 본명 밝힌 거임? 갑자기?

- 본명을 밝힌 게 아니라 강예나라는 다른 사람이 랭킹 1위가 된 건 아니고?

└ 그러면 랭킹 순위 다 쫘르륵 밀려야 하는데 그건 아님 진짜 본명 맞는 듯

- 헐 본명이 까졌으면 아무리 얼굴 안 털려도 이제 진짜 신상 곧 나오겠는데

└ 그러기엔 동명이인이 많을 거 같은 이름인데ㅋㅋㅋㅋ

└ 나 카페 알바생인데 오늘부터 카드 받으면 이름 유심히 본다 ㅋㅋㅋㅋㅋ

그것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시스템에 랭킹 시스템이 생겨난 후 대한민국 화제의 중심은 언제나 방랑하는 구도자의 정체였다.

원래부터도 대한민국에서 헌터란 인기가 많은 직종이었다.

목숨을 걸고 던전을 공략해 사람들을 구한다는 명예뿐 아니라, 던전 부산물이나 아이템으로 큰 부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무래도 대중의 호감을 얻기 쉬운지라 거의 모든 헌터들은 가능한 한 방송에 출연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SNS 및 너튜브 활동이라도 하며 부수입을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나 랭킹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곧 누군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방랑하는 구도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점점 더 화제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 ㅁㅊㅁㅊㅁㅊ 방랑하는 구도자님의 본명이 강예나라니 이름도 멋져;;;; 지금 개명하러 감;;;;

└ 얘는 또 뭐야

└ 요새 1위 빠들 갑자기 늘어서 그럼 존나 유난 오져

└ 헌터가 무슨 연예인인가 개웃기네

- 대박사건 이제 방랑하는 구도자 강예나님 믿고 천국 가보자고

└ 헌터 믿고 천국 가자니 그거 믿어도 되는 거 맞냐?

또 모든 화제가 그렇듯, 갑작스러운 플레이어명 변경에 긍정적인 반응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 헐 끝까지 힘숨찐 컨셉질 할 줄 알았는데 실망ㅋ

- 이 타이밍에 본명 공개라?ㅋㅋ흠…….

물론 강예나 본인은 그냥 개인 신상이 밝혀지는 게 싫어서 그런다고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대중들도 존재했다.

- 응 사기로 딴 랭킹 1위 관심 없음ㅋ

- 누가 범죄 이력 같은 거 조회 못함? 이름으로 조회해 보면 백퍼 나올 듯 ㅋㅋ

- 어지간하면 다들 빨아줄 텐데 아직도 정체 밝히지 않는 거 보면…… 대충 예상이 간다죠ㅎㅎ

시스템 랭킹 1위가 밝혀졌을 때부터 방랑하는 구도자와 관련된 음모론은 활발했다.

아무래도 한국의 이름난 헌터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그런 플레이어명은 클리어 명단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데다, 헌터 협회에서도 입장 발표를 했으니 음모론 또한 거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 와 ㅋㅋㅋ 요새 헌터들한테 악플 왜일케 많이 달림?? =3한테 돈이라도 떼먹힘?

- 영상 보니까 아직 어린애던데 진짜 개유난 오짐 저거 걍 열폭인 듯ㅋㅋ 앞으로 잘나갈 게 뻔히 보이니까

- 레비아탄 때든 홍대 이무기 때든 딱 보면 랭킹 1위 할 만한 실력 맞던데 진짜 지랄하지 마

이렇게, 방랑하는 구도자를 옹호하는 여론이 다수 생긴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방랑하는 구도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어도 그 활약은 계속해서 대중들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방랑하는 구도자가 S급 몬스터인 레비아탄과 싸우는 영상의 조회 수는 이미 역대급을 찍은 지 오래였으며, ‘홍대에 나타난 이무기 한 방 컷’ 영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해당 영상을 본 외국인의 리액션 반응이 찍힌 동영상이나, 해외의 검사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는 영상도 언제나 화제였고.

심지어 당시에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더라도, 이후에 방랑하는 구도자가 해낸 일이라고 밝혀진 업적까지.

- 결국 강남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때도 =3가 활약한 거 맞다면서

└ ㅇㅇ 당시에 몇몇 사람들이 방구 이름 봤다고 증언했는데 그땐 ㅇㄱㄹ 취급받음

└ 이거 당시 공략 참여했던 헌터가 사실 맞다고 인증해줌 영상 같이 보자 이거임 nutube.com/watchdlsxjqb

└ 와 조회수 뭐임? 내용도 별거없는데 ㅁㅊ

└ 요새 조회수땜에 너튭 하는 헌터들 다 ‘방랑하는 구도자’ 라고 제목에 넣더라 어글 개쩜 기본 몇십 만임ㅋㅋㅋㅋ

- 신촌 던브 때도 방랑하는 구도자가 들어가서 활약했대ㅇㅇ 헌터 중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서 밝힘 !

└ 와 굵직한 던전 다 깨고 다녔네

- 헌협이 알못 인증ㅋㅋㅋㅋ

이렇게 그간의 행적이 밝혀질수록, 방랑하는 구도자의 정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 갔다.

그런데 그러던 것이 갑작스럽게,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렇게 본명이 밝혀진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랭킹 1위, 강예나.

물론 드러난 것은 얼굴이나 신상이 아닌, 본명으로 추측되는 이름 세 글자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온갖 커뮤니티들이 들썩였다.

- 나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던 애가 강예나였는데 혹시?

- 한국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 ㅅㅂ

- 내 동창 중에서도 최소 n명 있긴 함

- 생각보다 이름 평범해서 근가 내 친구 중에도 강예나 두 명 있어서 연락해 보는 중 ㅋㅋㅋ 아닐 것 같긴 하지만ㅋㅋㅋ

└ ㄴㄷㄴㄷ 내 친구 중 강예나한테는 다 전화 돌림 근데 계속 통화중ㅋㅋㅋ다들 졸라 전화하나 봄ㅋㅋㅋㅋ

- 알고 보니 내 친구가 랭킹 1위 힘숨찐?!

└ 개설레

- 활동 지역이 대충 수도권인 거 보면 더 좁힐 수 있을 듯? 일반인도 아니고 헌터니까

- 누가 헌터스토어 아이템 구입 목록 좀 털어바 ㅋㅋㅋ바로 나올 듯

- 나이대 대충 20대 중반 추정이지? 모나미랑 서로 반말하잖아

└ 그건 그냥 방구 성격이 그런 거 아님? 영원 길드장이랑 맞다이 깠다는 소문도 있던데

└ 이거 소문이 아니라 찐임ㅋㅋㅋ저번 여의도 던전에서 둘이 붙었는데 =3가 이겼대

└ 어허 =3가 아니라 방랑하는 구도자님이라고 불러라

└ 이 새끼 뭐임? 갑자기 님은 무슨

└ 레비아탄 영상 뜬 이후로 방구 추종자가 겁나 늘어서 그래ㅋㅋㅋ팬 카페도 생김

그렇게 커뮤니티가 들끓고, 인터넷 기사도 뜨기 시작한 지 몇 시간.

일반인들과는 달리, 따로 정보 소스가 있는 기자들도 곧 떡밥을 물었다.

“정부 측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데요?”

“당연히 모른다고 하겠지! 계속 물고 늘어져!”

“헌협 쪽도 파 보자. 건물 앞에 진 치고 있다 보면 누구라도 아는 사람이 있겠지. 김성연 길드장은 지금 어디 있대? 김성연 소감이라도 따 와!”

그들은 곧장 현재 방랑하는 구도자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밝혀진 사실이 있었다.

“뭐? 현재 공략 중이라고?”

바로 방랑하는 구도자, 강예나가 강원도에 있는 한 던전 공략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헌터들과 함께.

심지어 얼마 전 마찰이 있었던 영원 길드의 길드장 김성연뿐 아니라 이우연, 김숙자 교수 등, 파면 팔수록 굵직한 인물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순식간에 기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속보…… 랭킹 1위 ‘강예나’ 헌터, 현재 강원도에서 던전 공략 중

해당 던전 공략에 상위 랭커들 대거 포진…… 시민들의 불안 커져

상위 랭커들의 대거 참여…… 던전 브레이크 가능성은?

얼마 전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었던 만큼, 상위 랭커들 다수가 특정 던전 공략에 참가했다는 것은 금세 화제가 되었다.

일단 기사를 한꺼번에 쏟아 낸 기자들은 곧장 던전이 있다는 강원도 태화산으로 차를 타고 몰려갔다.

운이 좋으면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오는 방랑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취재할 수 있을 테니까.

“저, 저긴가?!”

그리고 발 빠른 기자들이 던전 앞에 도착했을 때, 임시 천막과 출입을 통제하는 군인을 발견했다.

어지간한 공략 규모가 아니라면 설치하지 않기에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여기가 맞구나!”

“빨리 카메라 세팅하고 인터뷰 딸 준비해! 절대 그냥 보내지 마!”

그렇지만 발 빠른 기자들에게는 허무하게도.

던전 앞에서 뒷정리를 하느라 남아 있던 공무원들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미 몇 시간 전에 공략 끝났습니다. 참여한 헌터들 모두 돌아갔어요.”

“거, 거짓말이죠?!”

“여기서 계속 기다릴 겁니다!”

“그러셔도 상관없긴 한데 천막 철거해야 하니까 좀 나와 주세요.”

“……!”

그렇게 강원도까지 달려간 보람도 없이.

기자들은 코앞에서 허탈하게 기삿거리를 놓치고야 말았다.

*   *   *

“아슬아슬했네요.”

나는 병실에 놓인 작은 텔레비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하는 구도자의 공략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강원도 태화산 던전 모습과 함께 ‘취재하러 왔지만 이미 헌터들은 떠난 후였다’, ‘곧 공략 내용을 정리해 정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고, 뉴스 꼭지마다 반드시 강예나라는 이름이 언급되었다.

한편, 오늘 갑작스럽게 강예나라는 본명을 밝힌 방랑하는 구도자라는 헌터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죄다 하나같이 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게. 조금만 늦었으면 기자들한테 둘러싸일 뻔했어.”

다들 내 얼굴이 그렇게 궁금한가.

던전 안에서 플레이어명을 바꾸며 대강 예상은 했다만, 겨우 이름 세 글자 가지고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질 줄은 몰랐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조한율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슬아슬하게 살아났다고요! 예나 씨 라이프가 거의 제로였다고요! 죽을 뻔했잖아요!”

“아…….”

그거야 그랬지.

내가 던전에서 나온 것은 어제.

그 후 곧장 닥터헬기로 서울의 병원까지 옮겨졌다.

딱히 내 의지가 개입된 것은 아니고,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이선 헌터가 엄한 얼굴로 곧장 헬기를 부르더니 병원으로 나를 이송시킨 것이다.

알아서 집에 돌아가 요양하겠다, 이제 괜찮다고 해도 먹히지 않았다.

“그, 저는 진짜 괜찮은데요.”

“웃기고 있네.”

“도대체 어디가요?”

게다가 옆에서 이우연과 양태원까지 팔짱을 끼고 노려보는 통에, 결국 그대로 헌터 전용 병원까지 실려 오고 말았다.

물론 그 둘도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기에 지금 내 병실에는 없지만, 대신 어제부터 조한율이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조한율은 사과를 깎다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 이거 왜 이렇게 안 깎여?”

“…….”

마음은 고마운데 솔직히 귀찮다.

“사과 깎기는 왜 스킬이 없는 거죠?!”

“그냥 날 주지 그래? 내가 깎을 테니까.”

“팔에 금이 가서 깁스하고 있는 환자가 무슨 소리예욧!”

그런 경위로, 결국 나는 얌전히 피가 묻을 뻔한 사과를 입에 넣으며 텔레비전을 구경했다.

조한율 말마따나, 가볍다고는 해도 양팔에 깁스를 하고 있어서 핸드폰을 할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나저나 공중파 뉴스에서 내 이름을 볼 줄이야.

심지어 오늘은 방랑하는 구도자를 주제로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한 듯했다.

“저건 또 뭐야? 나에 대해서 뭘 토론하는데?”

이번에는 배와 고군분투하고 있던 조한율이 대답했다.

“아마 타국의 유명 헌터와 능력치를 비교해 보려는 거 아닐까요? 뭐, 결국 추측밖에 안 되겠지만 VS 게임은 워낙 고전적인 떡밥이라. 좀 이따 같이 볼까요?”

“밤 10시에 한다는데. 그때까지 여기 있으려고?”

“아, 부담스러우시면 집에 가고요. 물론 병실 밖에 있을 거예요.”

“그게 더 부담스럽거든? 뭘 그렇게까지…… 그리고 바쁜 거 아냐?”

“일이야 지금도 실시간으로 하고 있는걸요.”

조한율은 반창고를 붙인 손으로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모니터링 정도만 하면 돼서. 게다가 지금쯤 예나 씨 집 근처에 기자들 쫙 깔렸을 텐데, 퇴원하면 그냥 바로 우리 집으로 가요.”

“…….”

조한율의 말에 따르면 아직 신상이 전부 털린 건 아니지만, 정부가 제공한 집 주소는 이미 알음알음 기자 사이에 퍼졌다는 듯했다.

아무래도 집에서 쉬기는 틀린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름도 밝혀졌겠다, 그냥 시원하게 다 밝히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이제 능력치도 거의 회복되었잖아요?”

그 말대로였다.

내가 정체를 숨겼던 건, 능력치가 리셋된 상황에 랭킹 1위란 게 밝혀졌을 때 내 목숨을 지킬 자신이 없어서였으니까.

나는 잠시 아까 전부터 띄워 둔 내 능력치창을 확인했다.

플레이어명 : 방랑하는 구도자

LV.79

특성 : 관철하는 아귀

클래스 : 용사

체력 : 2190

근력 : 1895

민첩 : 1265

마력 : 1050

스킬 : 멸혼의 불꽃 lv.7, 기사회생 lv.8, 불굴의 의지-on

저번 던전을 거친 후의 내 스펙은 이랬다.

잠시 시스템을 혼란시켜 본 능력치를 회복했던 걸 잃은 건 아쉽지만, 잠시간의 동기화 덕분인지 혹은 업적치 정산 때문인지 능력치가 또 한번 크게 향상되었다.

이 정도면 레벨 50대 초반 즈음의 능력치일까.

한국의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레벨 30대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차이가 벌어졌다.

누가 내 목을 따려고 덤벼들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부모님한테는 말씀드렸으니까 이제 밝혀져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네.”

“오, 그럼 퇴원한 다음 뭐 하실 거예요? 인터뷰?”

“인터뷰는 무슨.”

이제 내 신상이 밝혀져도 상관없다는 거지,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할 생각까진 없다. 그냥 될 대로 되겠지.

정말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조한율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요?”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아이템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바로 던전 들어가야지.”

이번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

두 번째 운명의 씨앗이 아이템창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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