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29화
김성연 길드장.
현 랭킹 10위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길드인 ‘영원’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는 처음부터 악연으로 시작했더랬다.
영원 길드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이우연이 나 때문에 랭킹 2위로 밀려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차가 좀 쓴 거 같은데. 간식은 없어요? 강예나는 무조건 단 걸 좋아하는데. 특히 식감이 쫄깃한 거.”
물론 그 본인은 지금 내 옆에서 간식에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참견이나 해 대고 있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이래도 되나…….’
어쨌든 이우연도 여전히 영원 길드 소속이니만큼 아무리 나랑 친하다고는 해도 일단 길드장 편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물론 내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만.
그런데 내 떨떠름한 기분과는 달리, 김성연은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
“아, 그럼 비서한테 내오라고 하지.”
오히려 이우연의 말대로 단 간식을 따로 내오라고 시키기까지.
‘……진짜 몬스터 아냐? 딱히 출현 메시지는 없는데.’
혹시 구미호라도 나타난 거 아닌가?
영 의심스러웠다.
솔직히 김성연 길드장 입장에서 내가 곱게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인정하는 바였다.
딱히 이우연의 랭킹 건만이 아니라, 이제껏 내 이름을 한국의 던전 클리어 목록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납득하지 못할 일이기도 하고.
게다가 지난번, 레비아탄이 출현했던 마석 던전에서 있었던 일.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사이였던 게, 양태원이 대차게 김성연을 후려갈긴 후 내가 끼어들면서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뭐, 딱히 그때 내 행동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태원이가 한 짓을 묻어 버려야 했던 것도 그렇지만, 당시 김성연은 한 대 얻어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까.
다만 상대가 상대라,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이 살짝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 정도는 했었다.
그래서 이우연을 끼고 이 꼰대를 만나러 온 것이었는데…….
“강남 근처에는 맛있는 베이커리가 많거든. 나야 솔직히 잘 모르겠다만 젊은 친구들은 좋아하더군.”
얼마 있지 않아 정말로 김성연의 비서가 과자와 빵 종류를 쟁반에 잔뜩 내왔다. 심지어 찻주전자도 치워지고 크림이 잔뜩 올라간 바닐라 라떼가 등장하기까지.
“이 정도면 됐나?”
그리고 김성연은 무슨 인상 좋은 아저씨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주니까 먹기는 하겠다만, 역시 이대로 넘기기에는 찜찜했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이죠?”
이렇게까지 호의적으로 나오는데 차라리 그 이유를 대놓고 물어보는 게 낫다 싶어, 나는 곧장 질문했다.
“무슨 뜻이냐니.”
그런데 오히려 김성연이 내게 역으로 물었다.
“그냥 간식을 제공한 거네만. 그쪽이 요청한 서류를 모두 검토하려면 제법 오래 걸릴 테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나는 테이블 앞에 놓인 서류 더미를 바라보았다.
서류에 적힌 것은 현재 영원 길드가 지금 당장 던전 공략에 나설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아이템의 목록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상급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일회용 소모 아이템으로, 영원 길드에 소속되게 되면 기본적으로 접근 가능한 아이템들이었다.
아까 만난 신입 같던 헌터를 포함해 길드원들 중에서도 중간층이나 그 이하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급받는 아이템인 것이다.
그러니 아주 중요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사실 길드에 소속되지도 않은 데다, 김성연과 사이도 좋지 않은 내게 공개될 만한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연 길드장은 내가 이 정보를 요청하자 군말 없이 아이템 목록을 넘겨주었다.
‘사실 거기부터 이상하단 말이지.’
왜 그런 목록을 요청하는지 물어볼 법도 한데, 내 요청을 듣자마자 곧장 서류부터 뽑은 다음에 자기 개인실로 들이기까지.
지금도 내가 서류를 다 검토하는 걸 기다릴 기세이지 않나.
김성연이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뭐지?
나는 신중하게 질문했다.
“혹시 이우연한테 뭐라도 들은 건……?”
“내가 그렇게 입이 가벼울 리가 있겠어?”
이우연이 어딜 봐도 깃털만큼 하늘거리는 것 같은 입을 비죽이며 대답했다. 내가 쳐다보자 이번에는 손사래를 살래살래 쳤다.
“난 그저 당신이 영원 길드를 방문할 의사가 있다, 정도만 전달했을 뿐이야. 그 외의 말은 안 했다고. 그렇죠, 길드장님?”
“그래, 이우연 헌터의 말이 맞네.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순순하게 협조를…….”
“내가 자네에게 협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네.”
김성연이 찻잔을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나는 언제나 헌터들, 특히 우리 길드원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 그야 물론 강예나 헌터와 목적이 상충될 때도 있겠지. 그 말인즉슨, 우리 길드원들의 이익과 강예나 헌터의 목적이 일치할 때는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이야.”
“……아직 내 목적이 뭔지도 못 들었을 텐데요?”
“자네가 보기에 난 그냥 나이만 먹고 실력도 없는 꼰대 같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멍청하진 않거든.”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
김성연의 말에서는 약간의 자괴감이 느껴졌다.
왜 자폭을 하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김성연이 다음으로 꺼낸 말은 확실히 의외였다.
“이번에 다녀온 강원도의 던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멸망한 서울의 모습을 보고 깨닫는 바가 많았네.”
“깨달은 바라니…….”
“저쪽 던전의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야.”
김성연은 진지한 얼굴로 나와 이우연을 번갈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한국에 있는 던전들의 난도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어. 이 와중에 멸망한 한국이 필드인 던전이 나타나다니,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
그랬군.
김성연의 말을 듣고 나니 저 태도도 이해가 갔다.
물론 던전 난도 상승의 원인은 나였고, 이번 던전도 한국 헌터들에게 세계가 멸망한다는 암시를 주려는 게 아니라 타르토스 운영자가 나를 노리고 만든 것이긴 했지만…….
‘이번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기는 했지.’
조한율을 통해 서버 통합 관련 정보까지 얻은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멸망한 서울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한계와 무력감까지 통렬하게 느꼈을 테지.
릴리스는 물론이고, 저쪽의 만렙인 강예나 또한 그만큼 강한 상대였으니까.
“그래서 저한테 협력적으로 나오는 거다, 이겁니까?”
“그래.”
김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건 강예나 헌터, 자네지. 만일 앞으로 한국이 위험에 처한다면…… 나와 자네가 계속 긴장 관계에 있는 건, 다른 모든 헌터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무력 랭킹 1위와 길드장 랭킹 1위가 대립하는 건 좋지 않다, 이런 거군.
‘좀 덜 재수 없는 말을 하나, 싶었더니.’
결국은 자신이 한국 헌터계에 미치는 영향도가 크다는 것을 엄청 자각한 상태에서 하는 말이 아닌가.
역시 재수 없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결론은 나쁘지 않아.’
오늘 내가 온 목적을 생각하면 지금은 재수가 좀 없다고 해도 이렇게 협력적으로 나오는 것이 나에게도 유리했다.
그야 설령 상대가 협조적이지 않더라도 힘으로라도 눌러서 무조건 내 말을 듣게 할 생각으로 온 거긴 했다만, 그래도 괜한 헛심은 쓰지 않는 게 나으니까.
그런데 내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린 시점에서, 김성연이 이상한 말을 꺼냈다.
“게다가 자네 쪽에서 먼저 화해의 신호를 보냈으니까 말이야.”
“……내가?”
“가면을 벗지 않았나.”
김성연의 시선이 잠시 내 얼굴에 머물렀다.
“내게 자발적으로 얼굴을 밝히는 성의를 보여 줬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아,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성연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은의 장막’을 해제하고 온 건 맞았다.
그리고 김성연은 그걸 내가 보인 최초의 협력 의사 표시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하기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지만…… 사실 이건 김성연의 생각과는 달리 딱히 호의적인 제스처는 아니었다.
조한율 : 어때요? 김성연 헌터, 진짜로 예나 씨 얼굴을 못 알아봐요?
아까 조한율이 보내온 메시지가 시야 한구석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한쪽 손을 움직여 가상 키보드를 두드려 늦은 답변을 보냈다.
강예나 : 그런 것 같아.
일전의 던전 공략 때 김성연을 비롯한 한국의 헌터들은 내 얼굴을 한번 봤다.
또 다른 강예나의 모습을 보았으니까.
그런데, 김성연은 가면을 벗은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어딜 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추측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는 내 맨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며 조한율이 보낸 메시지를 곁눈질로 읽었다.
조한율 : 류세연 헌터에 이어서 김성연까지. 이건 확실하다고 봐야죠.
그랬다.
내가 이 부자연스러운 현상을 알아차린 것은 이틀 전, 병원에서 류세연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였다.
가만히 있는 것도 좀이 쑤셔서 병원 매점에 들렀다가 류세연을 보았는데, 분명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류세연이 나를 보지 못한 것처럼 스쳐 지나간 것이다.
분명히 류세연 또한 또 다른 강예나의 얼굴을 보았는데도 말이다.
“류세연 헌터, 그쪽도 여기 입원했었군요.”
“어, 우연이 아니냐. 그런데 옆에는 누구야? 네가 누구랑 같이 다니다니, 신기하네.”
마침 옆에 있던 이우연도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해 일부러 류세연을 떠보았는데도 이렇게 반응한 걸 보면, 나를 일부러 못 본 척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도 볼 겸 김성연 길드장을 만나러 올 때 일부러 은의 장막을 해제했던 것이다.
‘어차피 김성연 정도라면 곧 내 얼굴을 알게 될 거고.’
본명이 밝혀진 이상 이래저래 내 신상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시험해 보기에는 김성연이 딱이었다.
그리고 나온 결과가 이것인데…….
조한율 : 아무래도 저쪽 던전은 평범하게 생성된 게 아닌 데다, 이쪽 서울과는 동일 필드이되 시간 축이 뒤틀려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무래도 한국 소속 플레이어들의 인지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에요.
운영자가 내 편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편리하군.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도 금방 답을 주니 말이다.
조한율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조한율 : 게다가 던전 내에서 예나 씨가 계속 은의 장막을 장비하고 있기도 했고요. 그건 애초에 상대방의 인지를 흐리는 장비라서 더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그랬던 거였군.
결론적으로, 한국 헌터들은 단체로 내 얼굴을 보았음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초면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한테는 편리하긴 한데.’
보스 몹 취급이었던 저쪽의 강예나와 내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아무래도 귀찮아질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 신상이 화제인 이 판국에 말이지.
하지만…… 동일 필드 안에서 시간축이 뒤틀려 있는 탓에 다들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라.
‘그럼 정소현도 내 얼굴을 잊었으려나.’
뭐, 그쪽은 이제 와서 물어볼 방법도 없지만…….
조한율 : 그래도 이미 강예나 씨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있으니까.
이미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 보아야 이우연을 비롯해 어느 정도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뿐이니까 그리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덕분에 저쪽의 강예나 관련해서 추궁당할 일은 없을 것 같군.
그 부분은 한시름 놓았다.
“……뭐,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다행이고요.”
나는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빽빽한 글씨를 보는 건 괴로웠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러, 대충 다 훑어 본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김성연이 약간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원하던 아이템은 발견한 건가?”
“음? 딱히 원하던 아이템이 있어서 보자고 한 건 아닌데.”
설마 내가 영원 길드의 창고를 털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것도 급하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조한율의 블랙 카드가 있는 시점에서 영원 길드 창고를 터는 것보단 헌터 스토어를 터는 편이 나았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김성연은 의아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럼 왜 우리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그것도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아이템 목록을 달라고 한 건가?”
“현재 영원 길드가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려고.”
“그래서 수준은 어때?”
그렇게 물어본 것은 내내 혼자 조용히 과자나 까먹고 있던 이우연이었다.
내 표정을 본 이우연이 픽 웃었다.
“와, 말 안 해도 잘 알겠다. 아주 개판인가 봐?”
“아니, 난 그렇게까진 이야기 안 했…….”
이우연이 포크로 작은 타르트를 집어 재빨리 내 입에 넣고 말을 막아 버리더니, 김성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개판이래요, 길드장님. 그러니까 제가 이야기했잖아요? 세력 확장도 좋은데, 내부 정비도 좀 신경 쓰자고요. 랭킹 1위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에요.”
“…….”
‘저건 그냥 지가 하고 싶은 말이잖아.’
김성연이 입을 다물었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이우연을 한 대 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타르트를 우물대며 생각했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거랑은 별개로 저 녀석이 하는 말은 옳았다.
여기까지 와서 당장 동원 가능한 장비 목록을 검토했던 건, 영원 길드의 전력을 파악하고자 했던 게 맞긴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우연이나 김성연이 빠진, 기타 다른 헌터들의 전력.
그건 길드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아이템이 보급되는지를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랭커들이야 개인적으로 좋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지원되는 장비를 쓸 테고, 사용하는 장비 목록을 보면 대충 어느 정도 레벨의 헌터가 사용하는지 견적이 나온다.
다짜고짜 너네 길드원들 실력은 어떠냐고 묻는 것보단 정보를 얻을 확률도 높은 데다, 이게 더 정확하기도 했다.
‘보통은 장비 목록 정도로 이렇게까지 읽긴 힘들겠지만.’
헌터들의 클래스가 다양한 만큼 장비도 여러 가지라, 사실 이렇게 장비 이름만 보고 무슨 아이템인지 파악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김성연 길드장도 쉽게 넘겨준 것이겠지.
이걸로 내게 본인 길드의 전력이 다 털릴 줄 알았더라면, 아무리 협력할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줬을 리가.
하지만 나는 초보부터 시작해 길바닥에서 10년을 구른지라 어지간한 장비 이름은 다 꿰고 있단 말이지.
비록 능력치는 리셋됐어도 머리에 든 게 표백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어쨌든, 현재 영원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장비로 보았을 때 내 평가는 이랬다.
김성연이나 이우연처럼 실력 있는 헌터가 없다면, 길원끼리 자체 공략할 수 있는 던전 등급은 기껏해야 A급.
만일 S급 보스 몬스터를 만나기라도 하면 희생이 불가피할 듯했다.
‘즉, 이게 한국 헌터들의 전반적인 수준이라는 거지.’
영원 길드가 한국 길드 중에서도 1위라는 걸 생각해 보면 기대 수준을 더 떨어트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이제 5년차 서버이고, 중간층의 레벨은 기껏해야 레벨 20대를 웃돌고 있다고 했으니…….
“……그런데 갑자기 우리 길드 헌터들의 수준은 왜?”
이우연의 깐족거림을 무시하기로 한 모양인지, 김성연이 내게 물었다.
“혹시 우리 길드 헌터들에게 가르침을 줄 생각이라도 있나? 그렇다면 대환영하겠네만.”
농담처럼 던져진 말.
아마 내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기에 해 본 말이겠지만…… 나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김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래?”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그럼 한번 대환영을 받아 볼까요.”
“……뭐라고?”
김성연의 눈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것처럼 커졌다.
나는 그에 대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길드원들의 수준을 한번에 끌어올려 드리죠.”
그래.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나는 다음 운명의 씨앗 던전에 도전하기 전, 한국 헌터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릴 작정이었다.
조한율의 메시지가 반짝였다.
조한율 : 작전명 벼락치기. 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