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30화
현재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운명의 씨앗을 모아 타르토스를 구하는 것.
두 번째, 한국의 위기를 막는 것.
두 가지 모두, 말하는 것도 우스울 정도로 거창한 목표였다.
어찌 됐든 한 세계와 나라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상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외에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것도 그럴 게 타르토스를 구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한국의 위기를 구하는 일은 사실 나 혼자 어떻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시스템의 서버 통합은 자연재해와 같은 것이니 내가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거기에 세계 대전급 전쟁이 벌어지고, 그 아비규환 속에 한국을 지켜야 할 상황이 온다면…… 결국 한국 소속 헌터들이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건 내가 도와줄 건덕지가 존재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이 사람들보단 오래 굴러 봤으니, 특히 검사를 단련시키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어려움은 몇몇 존재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점.
‘앞으로 서버 통합까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 정도 남은 거지.’
내가 그 시간을 한국 헌터들의 실력을 키우는 데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게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운명의 씨앗을 구해 타르토스를 구하는 것은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까지의 경향을 볼 때, 운명의 씨앗을 구하러 던전에 들어가면 클리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S급에서 SS급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던전이다 보니 한번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심력 소모가 심했다.
게다가 앞으로도 4개의 씨앗이 필요하고, 씨앗을 얻은 다음에도 타르토스의 운명을 바꾸는 퀘스트를 해내야 하니까 내가 공략해야 하는 던전은 단순 계산으로도 8개.
앞으로 5년 내에 이 퀘스트를 모두 끝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였다.
그 와중에 한국 헌터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괜히 저쪽의 강예나가 두 세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거라고 한 게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래서 내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조한율이었다.
……
…
“그럼, 타르토스를 구하는 것과 한국 헌터들의 실력을 올리는 것…… 그 두 개를 같이 할 수 있다면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러고 싶지.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데?”
목적이 상충되지 않는다 뿐이지, 각자의 목표에 필요한 일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타르토스를 구하려면 나 혼자 운명의 씨앗을 구하러 돌아다녀야 하고, 한국을 구하려면 헌터들의 전체적인 실력을 올려야 하니 말이다.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죠.”
그런데, 조한율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예나 씨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는 결국, 단순히 말하자면 던전을 클리어하는 거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조금 초점을 옮겨서 보자면, 플레이어에게 던전이란 자산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클리어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라오니까.”
그렇게 말하는 조한율의 시선은 내게는 보이지 않는 모니터를 바쁘게 훑고 있었다.
조한율이 무언가를 탁, 두드리자마자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플레이어, 방랑하는 구도자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서 이후 ‘메인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 메인 퀘스트 : 운명의 씨앗을 수집하여 운명을 변화시키십시오.
- 보상 : 멸망한 세계의 복구
“이건…….”
익숙한 메시지였다.
시스템 안정화가 완료된 다음, 멸망한 세계의 복구라는 보상을 걸고 떴던 퀘스트 메시지.
“이 메인 퀘스트의 발생 자체는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죠. 하지만…….”
탁!
조한율이 무언가를 한 번 더 크게 두드렸다.
- 이후 시스템 운영자의 필요에 따라 서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 서브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시스템 운영자’는 플레이어, ‘방랑하는 구도자’의 메인 퀘스트를 도울 것입니다.
“이렇게 제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긴 하거든요. 여기, 운영자의 필요에 따라 서브 퀘스트가 발생한다는 부분이요.”
“그랬…… 지.”
그러고 보니 그랬다.
운명의 씨앗을 얻으려면 한국의 던전 클리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 운영자…… 즉, 조한율의 필요에 따라 발생한다.
조한율이 나를 바라보며 눈썹을 축 늘어트렸다.
“먼저 이것부터 확실히 해 두자면…… 예나 씨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제 도움이 필수적이잖아요.”
“그렇지.”
운명의 씨앗을 구해 온다고 한들, 결국 그 운명의 씨앗을 사용할 던전을 세팅하는 것은 조한율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개 플레이어인 내가 아무리 노력해 보았자 던전 세팅 따위는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조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이유로 서브 퀘스트용 던전의 난도를 낮출 수는 없어요. 일단 한국 서버에는 전혀 이득이 없고 타 서버 좋은 일만 해 주는 거라, 예나 씨가 적어도 S급 보스 몬스터를 공략해 줘야 수지가 맞거든요. 괜히 예나 씨를 도와준답시고 난도를 낮춰 버리면, 저는 물론이고 한국 서버가 페널티를 받아요.”
역시 이것도 맞는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한율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서버라는 점.
그렇기에 예전의 조한율은 나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타르토스 던전에 다녀온 내가 한국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던전의 난도를 올린 데다 서버 불안정까지 초래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이건 정말 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고로 조한율이 나한테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는 이 상황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내 탓에 타르토스 운영자가 한국 서버에 해를 끼친 것만 보더라도 화를 낼 일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 는 말은 안 하는 게 좋겠군.’
나도 한국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타르토스나 구하면 될 것을,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두 세계 다 구하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 않은가.
정이란 게 대체 뭔지 모를 일이다.
나와는 관계도 없던 타인인데도 한 번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결코 모르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상관없어.”
조한율은 내게 미안해하면서도 제 입장을 관철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시스템 운영자가 된 이상 저 녀석의 어깨에는 수천만의 목숨이 걸려 있다. 그 목숨들을 도외시하고 나를 도와준다고 해도, 그건 내 쪽에서 거절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내 병실에 붙어서 함께 머리를 짜내는 것만 해도 그랬다.
사실상 조한율 도움 없이는 운명의 씨앗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걸 빌미로 내게 한국 서버를 우선하라며 협박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호의의 표시기도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 어쨌든 그래도 그 서브 퀘스트에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있다는 거예요.”
“그 여지란 건?”
“서브 퀘스트를 예나 씨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수행할 수 있다는 거죠.”
“……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본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더니…… 저게 무슨 소리지?
“그게 가능한 일이야?”
“당연히 원래는 안 될 일이죠. 솔직히 저도 그럴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못 해 봤었는데…….”
조한율이 눈을 반짝였다.
“이번 던전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예나 씨가 플레이어명을 바꾸니 저쪽 던전 내에서 보스 예나 씨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한국 플레이어들도 그렇고.”
“그랬지. 그런데 그게 왜?”
“그래서 깨달은 건데, 예나 씨의 멸혼의 불꽃 스킬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들도 서브 퀘스트 수행 자격이 생길 것 같거든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멸혼의 불꽃이라고?”
그게 여기서 왜 나오지?
“예나 씨는 자각하지 못하셨나 본데, 이거 진짜 특이한 스킬이에요. 특히 플레이어들끼리 능력치 공유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요. 솔직히 이런 사기 같은 스킬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
하긴 그랬다.
멸혼의 불꽃은 나의 신뢰도에 따라 스킬의 대상자가 정해지고, 그 대상자가 된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내가 일시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스킬이다.
‘말도 안 되는 스킬이긴 하지.’
이번에는 나보다 레벨이 한참 낮은 이우연의 능력치를 빌려왔지만…… 이론대로라면, 만일 이 스킬의 대상자가 만렙이라고 해도 내 레벨과 관계없이 빌려올 수 있었다.
실제로 타르토스에서는 알리시아나 루카스의 능력치를 빌려 써서 만렙 이상의 폭딜을 넣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쯤 되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장난이 아니라 스킬이 끝난 후 말 그대로 초주검이 되지만…….
조한율이 이어서 설명했다.
“능력치 공유가 가능한 시점에서 시스템상으로는 스킬의 대상자 모두가 동격이 돼요.”
“동격이라면…….”
“그 말은, 여기서 제가 약간 손을 보면 이 스킬 대상자도 예나 씨와 같은 자격으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거죠.”
나는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멸혼의 불꽃 스킬이 유용한 것과는 별개로…… 시간제한이나 다른 스킬을 개화시키지 못하는 점, 동료에게 거는 페널티가 크다는 것까지 여러모로 또라이 같은 놈이란 생각만 했는데.
그런데 이 스킬이 그렇게 쓰일 수 있다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서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건…….”
“시간의 단축이 가능하죠. 예나 씨가 메인 퀘를 해결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섭 퀘를 깨는 거예요.”
조한율이 빙긋 웃었다.
“현재 예나 씨 스킬의 대상자는 이우연, 이선, 양태원이죠. 이 세 사람이 협력해 준다면 섭 퀘 던전 정도야 뭐. 그렇게 되면 운명의 씨앗을 다 모으는 것 정도는 1년도 채 안 걸릴걸요?”
그거야…… 그렇겠지.
태원이야 그렇다 치고 이우연과 이선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일전의 던전은 타르토스 운영자의 개입이 있어서 별개지만, 레비아탄이 나온 던전 정도라면 내가 없었어도 충분히 클리어 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세 명 각각에게 나와 같은 자격이 부여된다면 따로 공략대를 꾸려서 던전 공략이 가능한 셈이니, 8개 던전 정도야 숫자로 밀어 버려도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걸 해 달라고 할 순 없잖아.”
그야 물론 그 세 사람과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인 걸 부정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나 대신 던전을 공략해 달라고 말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이건 타르토스를 구하려는 일이고, 그건 온전히 내 문제였으니까.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네 목숨을 걸고 도와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요?”
그런데, 오히려 조한율이 반문했다.
“그 사람들이니까 부탁해도 되는 거죠. 단순히 그 사람들과 친하니 친분에 기대어서 부탁하라는 게 아니에요. 셋 모두 한국에 필요한 인재니까 그런 거지.”
“뭐?”
“상위 랭커들은 본인의 능력치 향상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어려운 던전들을 공략해 가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던전은 어떤 의미로 소중한 자원인 거고요. 그래서 예나 씨 섭 퀘도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이걸 근거 삼으면 제가 임의로 새롭게 S급 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조한율이 그야말로 운영자나 할 수 있는 소리를 내뱉었다.
“현재 한국에 있는 S급 던전들은 이제 거의 공략 방법이 나와 있기에 상위 랭커들은 레벨 올리기가 쉽지 않죠.”
조한율의 말대로, 한국에 존재하는 S급 던전은 현재 5개.
랭커들이 정해진 날짜마다 조를 짜서 공략해 주며 관리하고 있기에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건 바꾸어 말하자면 그만큼 상위 랭커들이 레벨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만 해도 레벨 79쯤 되다 보니, 타르토스 대륙 내에서도 레벨을 올릴 만한 업적치를 쌓을 수 있는 던전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었으니까.
레벨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의 플레이어들 또한 같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S급 던전을 마구 찍어 냈다간 다른 사람들의 피해가 극심할 터라 저도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예나 씨 섭 퀘는 아주 유용해요. 일회성으로 난도를 올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조한율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이랬다.
본래 한국 서버에 S급 던전을 출현시키려면 영구적으로 난도가 상승하기에 함부로 생성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서브 퀘스트의 경우에는 운영자인 조한율이 개입하여 일회성 던전을 생성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운영자 측에서는 나를 돕는 대가를 받아 내는 것이니까.
덕분에 운영자 임의대로 던전을 생성할 때 발생하는 서버 혼란이나 운영자 페널티도 없다.
그래서, 한국 상위 랭커들이 순조롭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는 것과 동시에…… 내 서브 퀘스트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
들으면 들을수록, 가능하기만 하다면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러려면…….
“어차피 다른 사람들한테 슬슬 이야기해 주실 거 아니었나요?”
내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안다는 듯 조한율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 공략을 보면서 저는 그렇게 느꼈는데.”
“그건…….”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예나 씨가 또 다른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요. 만일 그러지 않았더라면, 저도 시스템을 혼란시킨다는 발상은 못 했겠죠.”
그게…… 그렇게 되나.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쥐어짜냈던 방법이,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와 도움이 될 줄이야…….
조한율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예나 씨도 도와 달라고 말하세요. 그 셋뿐만이 아니라 저나 다른 사람들한테도요.”
“…….”
조한율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모르겠다.
심정이 복잡했다.
내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맞았다. 그리고 이우연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면 기꺼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떻게 얘기하지.’
나는 언젠가 저쪽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런데도 나를 도와 달라고,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신 거면 약간은 시간이 있어요. 어차피 다음 던전을 세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한율은 고민하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서 말인데요. 다음 메인 퀘 던전 입장 전에 해 주셨으면 할 일이 있는데…….”
* * *
콰콰쾅!
“크아악!”
“꾸엑!”
“살려……!”
폭음과 함께 연무장 바닥을 구성하고 있던 무언가가 부서져 나갔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김성연을 돌아보았다.
“분명 연무장을 꾸몄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지.”
김성연이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길드원들이 사용할 땐 문제가 없었는데…….”
“……그랬군요.”
나도 따라서 침중한 표정으로 산산조각 난 연무장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방금 전 내게 떼로 달려들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진 영원 길드 소속 검사들이 즐비했다.
“한국에는 역시 쓸 만한 검사 플레이어가 부족하거든요. 섭 퀘 때 데려갈 수 있게 벼락치기로라도 좀 가르침을 주시면 안 될까요?”
조한율이 그렇게 말해서, 한국에서 그나마 검사 플레이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영원 길드에 온 건데…….
“이거는 뭐…….”
잠깐 가르친다고 될까 싶은데…… 이걸 어쩐다.
나는 약간 막막한 심정으로 널브러진 검사들을 바라보다가 김성연을 돌아보았다.
김성연이 내 시선에 움찔했다.
“왜, 왜 그러나?”
“잠깐 손도 비는데 이참에 그쪽도 오시죠. 시간 아까우니까.”
“…….”
옆에 비켜 서 있던 이우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당신 편 들어 주기가 좀…… 악!”
한 대 쥐어박힌 이우연이 비명을 질렀다.
“헛소리하지 말고 너도 줄 서라, 마검사.”
이게 어디서 빠지려고.